존나 쎈 뱀파이어 얀순이에게서 도망치는 스폰 얀붕이 - 9 - 얀데레 채널 (arca.live)

ㄴ여기서 이어짐


그리고 이번 화는 빌드업이라서 솔직히 얀데레 1도 첨가 안됐음

안봐도 무방


•••


"장난 아니구만."


아이작은 끝없이 펼쳐진, 사람의 흔적이 거의 사라진 숲을 헤치며 중얼거렸다.


"설마 이렇게까지 사람 발길이 끊겼을 줄이야. 여기서 무슨 전쟁이 일어났단 소리는 못 들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3백 년 전에 여기서 발푸르기스의 밤이 일어났어."


"발푸르기스의 밤?"


아이작은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한 의식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언데드들의 축제야. 말이 축제지, 살아있는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죽여버리는 대학살이지. 사냥 축제라고 한다면 말이 될 지도 모르겠네."


"잠깐, 3백 년 전?"


"응."


아이작은 잠시 생각했다.


그가 마리아를 만나 뱀파이어가 된 것도 3백 년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3백 년 전 뱀파이어가 수도원을 덮친 그 해에, 여기서 발푸르기스의 밤이 열렸다.


'수상한데.'


하지만 아이작의 생각은 그 너머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애초에 그는 뱀파이어가 된 이후 1년 동안 의식을 잃었었고, 마리아는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작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때의 마리아는 아직 데이워커로 승천하기 이전이었고, 아무리 총애하는 스폰이더라도 경쟁자를 늘릴 수도 있는 위험한 비밀을 그에게까지 공개하진 않았을 것이다.


"흐음..."


심증만으로 추론을 하던 아이작은 조금 더 진득하게 고민할 시간이 있기를 바랬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그는 여전히 뱀파이어의 영향권 안에 있었고, 그의 여행 동료 역시 제국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우선은 국경을 넘는 것부터 생각하기로 한 아이작은 입맛을 다시며 마법사가 말한 수상쩍은 의식에 대한 생각을 멈추었다.


혹여나 길을 잃을까 그는 지나가는 나무마다 손톱을 그어 표식을 남겼다.


파삭, 나무 껍질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나무엔 선명한 십자 자국이 남았다.


뱀파이어가 되어서 몇 안 되는 좋은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리라.


표식을 남기며 거침없이 나아가던 일행은, 눈 앞에 보이는 이상 징후에 걸음을 멈추었다.


"보여?"


마리가 말했고, 아이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숲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 큰 동물이 누워 있던 것은 확실했다.


"내가 보고 오지."


은밀함은 아이작의 특기였다.


은밀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작은 발소리조차 남기지 않으며 문제의 근원을 향했다.


얼마 안 있어 그는 그 동물의 정체가 말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갈색 말의 머리에는 화살이 꽃혀 있었다. 아이작은 그것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그는 손톱으로 말의 목을 살짝 베었다.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죽은 짐승의 목을 타고 흘렀다.


'피가 마르지 않았어. 죽은 지 얼마 안 됐나 본데.'


그렇게 죽은 말이 세 마리나 되었고, 아이작은 손짓으로 마리를 불렀다.


마리 역시 현장을 보자마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강 파악했고, 몸을 낮춰 아이작에게 속삭였다.


'도적들이 사람들을 덮친 모양이야.'


고개를 끄덕인 아이작은 나머지 말의 시체를 살폈다.


말은 세 마리, 적어도 희생자는 세 명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습격한 도적의 머릿수는 아마 배는 될 것이다.


'쪽수로 밀리면 이 쪽이 당할 수도 있겠는데.'


아이작은 잠시 고민했다.


아무리 뱀파이어 스폰이라고 하더라도 사람 몇 명을 도살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잦은 고문과 굶주림으로 제법 약해져 있었고, 성에서 들이킨 피로는 아직 몸을 온전하게 움직이기 힘들었다.


아이작은 혹시 모를 위협 앞에 머리를 내미는 행위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아직 피가 마르지 않은 말의 시체를 보며 마리에게 물었다.


'이건 어떻게 할까, 혹시 모르니 챙겨서 배라도 채우는 건 어때?'


'그럴 시간 없어. 어서 지나가자.'


마리는 죽은 말들을 꺼림칙하게 보다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는 걸음을 재촉하듯 빠른걸음으로 숲 깊숙한 곳으로 향했고, 아이작은 흥, 살짝 콧바람을 내뿜으며 일행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두 번째 이변을 얼마 안 있어 맞닥뜨리게 되었다.


숲을 걷던 아이작과 마리는 얼마 안 있어 비명 소리를 듣게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바로 앞에서 들리는데.'


아이작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저기. 한창 재미 보고 있는 모양인데.'


소리를 죽여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 그들은 소리의 근원을 찾아내게 되었다.


"사, 살려 줘...!"


"흐흐, 그럴 순 없지."


세 사람이 겁에 질린 채 쓰러져 있었고, 그 주위를 검으로 무장한 남자 일곱 명이 에워싸고 있었다.


"어차피 뒈질 운명이었다고 생각해. 그러길래 누가 몰락한 숲에 발을 들이래?"


"어이, 물건도 털었겠다, 이 놈들도 그냥 노예로 팔아버리는 건 어때?"


"오, 좋은데?"


도적들은 킬킬대며 세 사람을 향해 칼을 들이밀었다.


그들 뒤에는 쓰러진 세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상자가 놓여 있었다.


아마 이 숲을 통해 밀수라도 하다가 도적들에게 딱 걸린 것이 아닐까, 아이작은 그렇게 생각했다.


'흠, 불쌍하게 됐네.'


아이작은 피해자들의 피와 팔에서 조금씩 새어 나오는 피 냄새를 맡으며 입맛을 다셨다.


'칠칠치 못하게 먹을 걸 다 흘리고 다니네, 아깝게시리. 가자.'


아이작은 마리의 옷깃을 끌었다.


'물건 터는 데 정신이 없는 틈에 지나가야 해.'


하지만 마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황한 아이작은 더욱 강하게 옷깃을 끌며 속삭였다.


'내 말 못 들었어? 지금 가야 한다니까?'


하지만 마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올빼미처럼 커다란 눈으로 도적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올빼미의 수준이 아니다.


커다랗고 날카롭게 빛나는 마리의 눈빛은 먹잇감을 노리려 강하하는 그리폰에 견줄 만 했다.


'마리? 이봐, 저기요? 여보세요... 야!'


아이작은 답답한 마음에 작게 소리쳤다.


'뭐하는 거야?'


'구해야지.'


'뭐?'


아이작은 노예 소녀가 내뱉은 말에 코웃음을 쳤다.


'지금 우리 코도 석 자인데 누가 누굴 구해? 오히려 우리가 저 놈들 꼴이 될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어. 나라면.'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이작은 한탄하다 마리아의 서재를 통째로 불태운 그녀의 마법을 떠올렸다.


'흠, 확실히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작은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굳이 나서서 저들을 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딱 봐도 밀수꾼 범죄자들인데, 우리가 왜 저 놈들을 구해야 하는데? 아직 갈 길도 멀고 앞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굳이 여기서 힘을 빼야겠어?'


마리는 거칠게 아이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결연한 눈빛을 한 그녀의 눈에서, 얼핏 아이작을 향한 경멸의 눈빛도 엿볼 수 있었다.


'이대로 놔두면 저 사람들도 노예가 될 거야. 우리가 한 때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지금 우리는 자유롭고 저 사람들을 구할 힘도 있는데, 구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어?'


'...내 이야길 하나도 듣지 않았구나?'


아이작은 소위 말하는 쓸데없는 정의감에 불타 그의 말을 무시한 당돌한 마법사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어차피 마리의 마음은 저 사람들을 구하겠다 결심한 상태였고, 그가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았고 듣지 않을 심산이었다.


벽을 향해 떠드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이작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하, 좋아. 맘대로 해. 대신, 난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마리는 이제 아이작에게 노골적인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그를 지나쳐 도적들에게 다가갔다.


도적들 역시, 부스럭거리는 나뭇잎 소리 탓에 그녀의 존재를 눈치챈 듯했다.


"저기, 또 한 놈 있다!"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는 불청객은 도적들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동시에 그녀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애처로운 눈빛을 느꼈다.


"휘익."


무장강도 중 한 명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쁜 언니인데."


"오랜만에 즐길 수 있겠는데. 흐흐."


그들 대다수는 서로 기분 나쁘게 킬킬대며 마리의 외모를 희롱하는 것을 즐겼다.


오직 한 놈만이 그녀를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마리는 그들의 모욕을 계속 참아줄 생각은 없었다.


"이그니스!"


마리가 주문을 영창했다.


그녀 주변에서 불씨가 흩날리며, 마법 불꽃이 그녀의 왼손을 휘감았다.


낄낄대던 도적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전투 마법사란 그리 흔한 족속들이 아니었고, 칼과 활로 무장한 그들로써는 상대하기 버거운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화아아악ㅡ!


마리가 창조한 화염 화살이 그들 중 하나를 향해 돌진했다.


푸확!


"으, 끄아아아악!!"


화염살을 정통으로 맞은 사내는 가슴팍에서부터 번지는 불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허겁지겁 땅을 굴러 불을 끄려 하는 그.


도적들은 동료의 모습을 보고 이를 뿌득 갈았다.


"이 썅년이!!"


"또 마법을 쓰기 전에 덮쳐!!"


와아아아!!


전투 함성을 내지르며 도적들이 돌진했다.


"글라치에스!"


마리는 재빠르게 주문을 외웠고, 이번에는 방금 전 불꽃과 상반되는 냉기가 휘감겨 왔다.


시위를 놓은 화살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간 고드름은 그대로 한 도적의 팔을 꿰뚫었다.


"끄아아악!!"


둘을 쓰러뜨렸지만 아직 넷이 남았다.


"칫...!"


마리는 돌진해오는 거구의 세 도적과, 활시위를 당기는 나머지 한 명을 보며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규모가 큰 마법을 쓴다면 한 번에 저 넷을 처리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자칫 다른 사람들이 휘말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방금처럼 소마법 위주로 전투를 벌인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전투 마법사가 근접전을 허용하는 것은 일부러 접근을 허용한, 체술 위주로 싸우는 강화형 마법사가 아닌 이상 위기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테ㄹ...!"


마리가 대지를 조종하는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쐐애애액!!


"크흑!"


화살이 날아와 바람과 함께 그녀의 팔을 갈랐다.


대지의 주문은 외우기도 전에 끊겨버렸고, 캐스팅에 실패한 마법사의 머릿속에 과부하가 걸렸다.


휘청거리는 그녀를 향해 도적들은 일제히 칼을 겨누었다.


기사의 랜스처럼 날을 세우고 돌진하는 세 개의 칼날.


마리는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냈다.


'위험해...!'


푸확!!


그 순간,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를 향해 가장 가까이 달려오던 도적의 머리통에서 피와 뇌수가 섞인 액체가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아...?"


그는 힘 빠진 바람을 내쉬는 풀무처럼 어벙한 소리를 내곤 그대로 쓰러졌다.


머리에는 주먹이 거뜬히 들어갈 법한 구멍을 남긴 채.


"휘유~."


도적들은 그 자리에서 굳어 마법사 뒤에 도사린 위협을 느꼈다.


어렴풋이, 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돌을 공처럼 던졌다 받으며 휘파람을 분 사내인지 계집인지 모를 창백한 사람은 스스로에게 감탄한 듯 보였다.


"나 사실 생각한 것보다 더 강할지도?"


쉬이이익,

푸확!!


혼잣말을 끝내자마자 아이작은 있는 힘껏 돌을 내던졌고, 방금과 같은 참상은 한 번 더 벌어졌다.


"이 개새끼...!"


"테라!"


욕설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리의 주문이 바닥에서 돌벽을 생성해냈고, 솟구쳐 올라간 돌벽은 그대로 도적의 턱을 올려쳤다.


"으윽...!"


제대로 턱을 가격당한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활을 든 나머지 하나는 겁에 질린 채 활을 집어 던지고 항복의 뜻을 표했다.


"사, 살려 줘...!"


마리는 거친 숨을 몰며 굽힌 몸을 곧게 폈다.


"후우..."


그리고 등 뒤의 조력자에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따졌다.


"안 도와줄 거라며?"


"어머, 난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안 움직인다고 했지 안 도와준다고 한 적은 없어."


아이작은 배우와도 같은 능청스러운 손짓으로 그가 서 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 동료의 배에 바람 구멍이 나는 꼴은 못 봐주겠어서 말이야."


마리는 그의 말에 살짝 놀란 듯 눈을 부풀렸다가, 이내 코웃음을 치며 등을 돌렸다.


"...말이나 못하면."


"남의 진심을 두고 그렇게 말하면 섭하지."


아이작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여행 동료는 그녀 한 명뿐이었고, 그렇기에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 동료 역시 그녀 혼자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으로 미루어 봤을 때, 마리 역시 그 말 자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고, 고맙습니다...!"


붙잡혀 있던 세 사람은 마리에게 절하듯 납작 엎드렸고, 마리는 어색한 표정으로 그들의 감사를 받아들였다.


"그... 보상을 드려야 하겠죠...?"


"보상? 왜?"


"그, 그야, 마법사들은 보상 없이는 움직이는 법이 없지 않습니까."


밀수꾼들은 존경과 경계를 한 번에 담아 마리의 대답을 기다렸다.


"...마음만 받을게. 돈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니까."


"저, 정말입니까?"


그 말에 그들의 얼굴에 밝은 빛이 돌았다.


"잠깐, 잠깐, 잠깐잠깐."


그러나 그 사이를 아이작이 가로막았다.


"나와는 얘기도 없이, 보상도 안 받고 이렇게 딸랑 보내 주겠다고? 말도 안 되지!"


그는 밀수꾼들 앞에 나서 의견을 피력했다.


"저 친구는 돈 말고 마음만 받겠다고 했는데, 난 너희 마음은 필요 없거든. 정신 말고 물질적으로 나를 좀 채워줬으면 좋겠는데."


"...아, 아아."


세 명의 밀수꾼들은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약소합니다만..."


아이작은 그들이 건넨 돈주머니를 흔들었다.


주머니는 생각보다 훨씬 가벼웠고, 주머니를 풀어 내용물을 손바닥 위에 탈탈 털어 올린 결과물은 실망스러웠다.


"리브라 금화 세 닢?"


"저,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입니다. 저기 저 상자는 상인 길드에 납품할 물건이라서..."


"뭐, 에스타니아에서 환전하면 300 페니 정도는 나오겠네."


미간을 구긴 아이작은 금화를 다시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고, 항복한 도적은 손을 치켜올리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팔짱을 낀 채 일행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마법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고개를 기울여 어디서 그녀를 보았는지 기억하려 하던 도적의 머릿속에 그 출처가 빠르게 지나갔다.


하얗게 질린 도적이 겁에 질린 채 말을 더듬었다.


"브, 브브브,"


크게 뜨인 두 눈은 정확히 마리를 바라보며 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블러디 마리...!!"


"응? 블러디 뭐?"


그 말을 들은 마리의 얼굴이 굳어졌다.




다음화에 얀순이가 죽음의 바람 쓰면서 존나강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