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8L9pxfGvjkM?si=9A0a4egecxOXp3j1

(쓰면서 들은 노래)




판타지 세상에 들어온 듯. 거대한 나무 조형이 입구에서 사람들을 반기고.

그 아래선 방긋 웃은 채, 작은 가방을 들고 나를 기다리는 미래가 있었다.

미래의 모습은 한 폭의 잘 그려진 실사화처럼. 살랑거리는 노란 색의 옷도 유화로 그린 그림 같았고.

바람 불 때 넘겨지는 단발의 머리카락은 금실처럼 반짝였다.


나무 밑에 있는 그녀가, 나무를 수호하는 창작물 속에 종족처럼 느껴지고.

드문드문 낀 그림자 사이로 비추는 빛을 받는 그녀는 신의 축복을 받은 듯한 미모로.

이 멀리 있는 나를 바라보곤 웃음을 남기며, 손을 흔들었다.


"기다렸지?"


그녀와 눈이 마주친 난 멍을 때리다 그녀에게로 향하고.

손에 종이로 싸인 따끈따끈하고 설탕 냄새의 달콤한 향기가 나는 츄러스를 건네주었다.


"아니에요, 얼마 안 기다렸어요. 우와~, 따듯하다."

"아, 가자마자 바로 만들어주시더라고."

"저 츄러스 되게 오랜만이에요!"

"그래?"


미래가 츄러스를 입에 넣어, 이로 잘라 오물오물 씹었다.

씹는 모습까지 햄스터처럼 볼을 움직이는데. 귀여운 소동물 같은 모습에 눈을 빼앗겼고.

점점 커지는 눈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맛있어요~!"

"아? 아, 다행이네."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기에, 정신을 차린 난.

츄러스를 한 입 베어물었다.


따끈한 온기와 함께 바삭한 식감이 두드러져 오고. 겉에 뭍은 설탕들이 토독거리는 소리와 함께 씹혔다.

튀긴 빵 같은 느낌이지만, 겉은 바삭하며 안은 촉촉 했기에. 단 맛이 촉촉한 안과 함께 섞여 들었고.

고소하다 달달함이 몰려오는 맛에 '잘 만들었네'란 생각이 들었다.


"맛있네."

"그죠? 나중에 한 번 만들어보고 싶네요."


그런 얘기가 끝나고, 미래는 나를 바라보았다.

미래는 나에게 '오늘은 정말 즐거운 날이에요'라 말했고.

나는 그에 대해 '아직 오늘은 끝나지 않았는데' 라고 답했다.


그녀는 내 말을 듣고는 '그러네요' 라 답했는데.

아직 남은 시간에 대해 설레임이 가득한 표정을 짓곤. 내 손목을 손으로 붙잡았다.


"자, 이제 다른 놀이기구도 타봐요!"
"그, 그래."


갑자기 잡은 손에 역시나 당황하며. 나는 이 안에 있는 기구들을 떠올렸다.

그녀완 이미 바이킹도 롤러코스터도 탔지만. 이 안에서 내가 가장 선호하는 기구가 있다면…….


"매직 아일랜드."

"네? 그게 뭐에요?"

"의자에 앉아서 변하는 배경을 즐기는 놀이기구인데. 뭐 특별한 건 아니니까, 별로라면──."

"그럼 그걸 타봐요!!"


그녀가 내 손을 잡아 움직였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그 방향이 아니라 말하곤, 함께 매직 아일랜드 어트랙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내게 매직 아일랜드의 어트랙션이 왜 떠오르느냐면.

그것이 여자친구였던 나라와의 추억이 있는 장소였으니까.


이 놀이공원도, 그녀와 함께 온 추억의 장소이다.

나도 좋아했고, 그녀도 그런 나에게 맞춰줬던 장소.

우리가 만나고 처음으로 온 데이트 장소.


그리고 매직 어트랙션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대화를 나누고.

서로 마주 보고 손을 잡고, 웃고 떠들며. 서로의 감정을 키워나가고 행복했던 그 시간들.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 사이에서, 흩어져 버린 인연 사이에서.

그녀와 피가 섞인 동생의 사이에서. 그녀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그녀를 잊기 위해 하는 행동들은, 그녀와 반대되는 행동 속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며 그녀가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여러 감정이 몰려온다.


종국엔 그녀와 끝났지만. 계속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었다면.

나는…….


"오빠?"

"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 아니야 아무것도."

"흐음. 그건 그렇고, 오빤 이곳을 잘 아시네요?"

"그런가? 나도 오랜만에 온 거라. 그래도 어제 한 번 찾아봤으니까,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이네."


그녀가 나를 무감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저 시선은 무엇일까? 무언가, 나를 훑어보는 듯한 저 시선.

방금까지의 온기는 사라진 채. 차갑고 밑으로 내려가는 듯한 시선.


오래가진 않지만. 이따금 보이는 저 시선에, 나는 입을 다물며.

그녀가 원래 눈빛으로 돌아오기까지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뱀 앞에 선 다람쥐 같은 마음으로.


"오빠?"
"응?!"

"앞에, 줄이 비었네요. 빨리 가요."

"아, 아아. 어."


분명 나는 미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도대체 '얼마나' 그녀를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일까?


##


'분명 그년이랑 같이 왔던 거겠지.'


나는 끓어 오르는 분노를 삭였다.

오빠는 이 장소를 둘러볼 때면,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애수'가 가득한 표정으로 둘러보았다.

마치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 이젠 추억으로만 남는. 그런 일임을 반증하듯이.


오빠의 빈약한 관계도를 생각한다면, 이곳은 분명 언니와 같이 온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리고 집에 살 적, 그 언니년이 놀러 나간 것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내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 싫었고.

그년과 추억을 공유해야 한다는 게 미칠도록 가증스러웠다.

오빠의 처음을 빼앗긴 것도 분한데, 그녀의 미천한 추억이 나와의 시간을 방해하고.

곧 그녀를 생각하고 있는 오빠를 보면,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그년도 죽이고 싶지만.

오빠가 나만을 생각하게도 만들고 싶었다.

아, 저 순진한 얼굴에 침을 뱉고, 저 둥근 눈에 나만이 보이도록 가까이하고 싶다.


저 듬직한 몸에 나의 이름이 새겨진 상처를 남기고. 나만을 바라볼 부셔진 마음을 갖고 싶다.

그가 자신이 없으면 살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생각도 할 수 없고, 숨도 쉴 수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야 나는 이기적이지 않으니까.


한 편으론 그가 나를 덮쳤으면, 나의 옷을 찢고. 내 머리채를 잡아 난폭하게 다뤄줬으면 하고.

나의 입 안으로 손가락을 넣고, 꾸물텅거리는 혀를 넣어 유린해주었으면 하니까.


그의 몸 깊숙이, 구석이 있는 본능을 깨워서.

생물 종족의 기본적인 본능을 되살리고 싶어서.

그가 그랬으면 좋기에, 나는 오빠에게 '나의 색'을 묻히지 않았다.


가끔은 '약'을 쓸 생각도 했지만.

인터넷에 나오는 건 믿을 게 안 된다.

기껏해야 어렵사리 구할 수 있는 건 수면제 정도.


그것도 비싼 값에 구해야 하기에. 보통은 수면 유도제를 쓰는 수준에서 끝난다.

물론 그런 유도제에도 깊이 잠들어 줄 정도로 오빠는 날 신뢰하고 있을 것이다.

그 말은 곧 나와 오빠 간의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는 말이겠지.


다만, 이대로만 간다면 오빠는 나를 이성으로 봐줄까? 아니면 그런 것이 아닌 눈빛으로 날 봐줄까.


나는 내가 오빠에게 매력적일 수 있는 여성임을 알고 있다.

그런 모습을 하기 위해 나도 노력했다.

이성이란 게 너무 싫다. 오빠의 얇디 얇은 이성이라는 끈이 하루라도 일찍 끊어졌음. 아니 당장 오늘 끊어졌음 하는데.


"자 들어가죠 오빠."


착한 아이를 연기하는 건, 너무 힘들다.

하지만. 가능하면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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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얀순이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