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의 밤이 찾아온다.

난, 밤을 싫어한다. 그야 밤은 외로운 시간이니까.


아무도 나를 향해 위로를 하지 않고, 누구도 날 봐주지 않는 시간.

나는 밤을 싫어한다.

밤은 오빠가 잠에 드는 시간이니까.


잠에 든 오빠를 보는 것도 좋지만, 깨서 움직이고 말하고 먹고.

생명력 넘치는 오빠가 더 좋고. 나만을 봐주는 오빠는 더 좋다.


만약 오빠가 나를 봐주지 않고, 다른 여자를 본다면.

난 그 여자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만약 오빠가 나도 무엇도 봐주지 않는다면.

나는 오빠와 함께…….


"미래야?"
"네? 아, 죄송해요. 잠시 멍 때리느라 못 들었어요."

"아, 아냐. 계속 있었으니까 피곤한 모양이네. 이제 그만 갈까?"

"그러지 말고! 하나만 더 타요,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오빠가 나를 바라보곤. 잠시 고개를 숙였다.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더니. 오빠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오늘은 이만 집으로 가자. 시간도 늦었고, 차도 끊길 것 같으니까."

"그, 그러지 말고요. 혹시 차가 끊기면, 잠을 자고 가거나 제가 택시비를 내도 되니까──."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다음. 네 맞아요, 다음에 또 오면."


조급했다.

행복한 오늘이 지나간다는 게, 의외로 무서웠다.

왜지?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행복하다. 오랜만에 느낀 감정인데, 그게 사라지는 게 너무 무섭다.


오빠와 헤어지는 것이, 이 환상의 세상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그 모든 것이 서운함을 넘어. 내 피가 차갑게 식을 정도로 막연하게 느껴졌다.


"다음에 또 와요."


그래도, 오빠 입에서 '다음'이라는 말이 나왔을 땐.

그 기분이 여름 날 쌓인 눈처럼 녹아 사라졌다.

오빠는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 다음을 기약해주고 있다.

계속 나와 함께 해주겠다는 말을 해주고 있었고. 내 옆에 있어주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오빠가 계속 내 곁에 있다면, 아무리 밤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나는…….


덜커덩, 덜컹.


차창 너머로 비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강과, 빛나는 건물들.

건물들의 빛이 한 뼘 밑도 보이지 않는 강 위로 일렁이는데. 환상과 같아서 공허하고 텅 비어 보였다.

숨을 쉬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것 같은 어항처럼 느껴지는 강은, 무엇이 있는지도 알지 모르고.

무슨 미래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수조였다.


오빠는 내 옆에서 눈을 감고 졸고 있었다.

체력이 다 된 것인지, 나보다 일찍 졸고 있었다.


내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대선, 새근새근 잠든 오빠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밤에 약간의 행복을 주었다.


'약을 쓰지 않고 자는 오빠는, 너무 좋네 역시.'


마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차창 너머가 아닌, 차창에 비치는 나를 바라보았다.


미용실에 들러 맡긴 머리, 필사적으로 노력한 화장. 알록달록 칠해진 귀여운 손톱.

여러 사이트를 뒤져서 고민한 옷들까지.


많은 노력으로 무장했다.

이 노력이 헛된 일인지, 아니면 오빠에게 다른 마음을 준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하룻동안의 오빠를 생각하면.


"다음에."


나는 약간의 미소를 띄웠다.


"그래요, 다음에 또 와요."


오빠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머리카락이 손 끝을 타고 흘러내릴 때의 감촉이 마음에 들었다.

잠에 든 사랑스런 오빠의 머리를 만지며. 나는 집으로 향했다.


오빠랑 있으면, 모든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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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없어? 왜 없어. 어째서? 평소엔 있었잖아. 누군가랑 나가? 누구랑……."


나는 그의 문 앞에서 중얼거렸다.

그가 없었다. 병원을 빠져나와 찾아온 그의 집 안엔, 인기척도 없었다.


그가 나갔다. 아침부터 계속해서 기다렸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그가 나갔다, 어디에? 그는 함께 놀 이가 없다. 내가 그랬다.

주변에 쓸모 없는 파리들은 모두 없앴다. 그런데 그가 없다.


하루 종일 없다.

혹시 안 좋은 선택을 했나? 아니, 그렇지 않다.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고, 그의 부모님에게 조차 무슨 얘기를 듣지 못했다.


그는 어디로? 어디에? 어떻게?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다.

벌써 누군가가 그를 채간 건가?


…싫다, 그런 건 싫다.

누군가가 그를 데려갔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싫다.

속이 울렁거린다. 눈 앞이 흐려진다. 가슴 안에서 고통이 흘러나온다.


끅끅 거리는 소리를 참지 못하고, 손 밖으로 울음소리가 새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

그의 집 복도 난간에 눈물을 떨구며. 저 밑을 바라보았다.


싫다. 그가 남의 것이 되는 것이 싫다.

그가 내 곁을 떠나간 것 만으로도 가슴이 찢겨져 나갈 듯이 아픈데.

그가 남의 여자 손에 놀아나, 내가 모르는 그가 되는 것이 싫다.


만약 그가 정말 다른 여자의 것이 됐다면….


달그락.


그와 함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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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언니에게 열등감을 가진 건 동생만의 이야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