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성은 멍하니 눈 앞에 벌이진 일을 차분히 관찰했다.

 

여기저기 어질러진 집 안에 누군가와 싸운 듯한 흔적이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바닥에 산산조각난 유리조각 이라든가, 널부러진 의자라든가.

 

보기만해도 어지러운 집 한 가운데 태연하게 이수아가 침대에 앉아있다.

 

“이게 대체 무슨...”

 

“평소보다 늦었네? 기다리느라 지쳤다구? 히히.”

 

한유성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어떻게 자신의 집에 있는 건지는 둘 째치고 미소짓고 있는 얼굴이 소름끼쳤다.

 

그녀와는 가끔 얼굴을 마주치면 인사만 하는 관계에 불과하다.

 

그래서 합리적인 의심을 담아서 물었다.

 

“도둑? 근데 우리 집엔 훔쳐갈게 없는데...”

 

가난한 대학생이 무슨 귀중품이 있겠는가.

 

하지만 강도가 아니면 우리집에 굳이 찾아올 이유는 없었다.

 

“도둑이라니, 너무하네. 이렇게 널 사랑하는데. 우리 사이가 이것밖에 안 됐어?”

 

“아까부터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일단은 저희 집에서 나가주세요!”

 

“...”

 

한유성은 문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이건 범죄나 다름 없다.

 

남의 집을 마음대로 난장판으로 만든것도 모자라 점거까지 하다니.

 

하지만 그런 외침도 이수아에겐 통하지 않았다.

 

“왜 소리치는 거야? 내가 잘못한거야?”

 

그년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자기는 칭찬받을 일을 한 거라 생각했다.

 

멋대로 사랑하는 남자의 집에 찾아온 여우같은 년을 쫓아냈는데.

 

근데 어째서 칭찬을 해주지 않는거지?

 

둘 사이에 미묘한 대치가 이어질 때.

 

한유성의 주머니에서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본능적으로 문자를 확인한 한유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썸녀♡]

 

-여자친구가 있다면 말을 해야될꺼 아니에요? 하아...진짜. 나만 쓰레기 됐네.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문자의 내용은 강력한 망치가 되어 한유성의 머리를 내려쳤다.

 

며 칠전만해도 달달한 분위기여서 조만간 사귀지 않을까 생각했던 썸녀였다.

 

‘내가 여자친구가 어디 있다고.’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차라리, 싫다면 싫다고 말을 하는 게 나을 정도였다.

 

“그 여자한테서 온 문자야? 내가 그렇게 경고했는데 아직도 꼬리쳐?”

 

“...네, 네?”

 

“이리 줘봐.”

 

이수아는 한순간에 스마트폰을 낚아채서 내용을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입가가 올라가며 미소를 지었다.

 

“아, 미안해. 착각했구나. 히히. 돌려줄게.”

 

“저한테 왜 그러세요? 이제 진짜로 나가 주세요.”

 

한유성의 심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죽고싶다였다.

 

안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썸녀와의 관계도 끝이났다.

 

‘이거 어떻게든 붙잡아야 되나?’

 

이 순간 그의 신경은 전부 썸녀에게로 쏠려있었다.

 

그리고 이수아는 그런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미간을 좁혔다.

 

아직도 그 망할년이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꼬리를 치는 것 같은 기분이라서.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이제와서 난 질린다는 소리야?”

 

“아까부터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한테 잘 해준 이유가 뭐야?”

 

“잘 해줬다니 제가 언제...아.”

 

한유성은 무언가 떠오른 듯이 눈을 번뜩였다.

 

생각해보면 가끔 만날 때마다 먹을 걸 나눠줬었다.

 

근데 그건 너무 말라보여서 그냥 준거였다.

 

그거 말고는 한 번씩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게 전부였다.

 

“나보고 죽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라며. 그러니까, 이렇게 살고 있어.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가 너야.”

 

이수아는 확신에 가득찬 눈동자로 한유성을 바라봤다.

 

날렵한 눈매에 오똑선 콧대.

 

단정한 헤어스타일에 깔끔한 옷 차림.

 

안 그래도 매력적인 겉모습에 더해 누구보다 착한심성.

 

이 모든 게 이수아가 한유성을 보고 반한 이유였다.

 

반면에 그 눈빛을 받는 한유성은 죽을 맛 이었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잘못이었는지, 천천히 떠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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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은 쓰는 사람이 적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