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뭐지...? 붉은 색 혜성? 아니, 혜성이라면 세 배는 더 빨리 움직일 거야. 언제나처럼 소원을 빌 새도 없이... 여긴 좁네, 나갈 방법은 없나?"

"네, 완전히 정신이 나갔습니다."

선생은 정신이 나갔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니, 특정할 수 없다.

그는 너무나 많은 일을 겪었기에, 애초에 정신적으로 성숙했을지언정 그 정신이 육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시기에서 벗어나지 않은 소년을 선생이랍시고 데려온 것이 문제였다.

선생은 혜성을 찾았다.

추락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상징을 보고 있다고, 학생들은 생각했다.

"아하하, 마치 비행접시 같은걸."

"선생님..."

이젠 학생을 보고도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학생 개인보다는 헤일로에 반응한다.

그는 이미 망상과 현실을 구분할 생각 따위 없다.

그 속에서 끼어든 빛의 고리는 차라리 망상이라 여겨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선생의 병실에 또 하나의 학생이 들어간다.

_____

"선생님..."

"아, 예쁜 모양이네. 간결하면서도 복잡한 듯, 그러면서도 절도있는... 칸나가 생각나는걸. 어디 있으려나."

"저는, 여기 있단 말입니다..."

그의 뺨으로 향하던 손을 거두었다.

신체적 접촉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대부분의 물체를 정상적으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총기류는 인지하고 두려워한다.

총상을 입은 부위를 감싸며 도망치려 하니 주의하라는 말만 네 번은 들은 후였다.

"어째서, 그런 건 의미없는 질문이겠죠."

치안은 언제나 발키리의 몫이다.

특수한 상황? 그런 건 변명이 되지 못한다.

결국 발키리를 잘 이끌지 못한 나의 죄일 뿐, 괜히 부하들을 탓할 것도 없다.

"아, 맞아. 나가야 하는데."

"선생님...?"

"칸나는 상냥하지만, 혼낼 때는 엄한 아이니까. 일하지 않으면... 근데, 뭘 해야 할지조차 보이지 않네. 별들이 가득하니까."

"이런 때 혼을 낸다거나 할 리가 없잖습니까. 왜, 저를 그렇게 기억하는 겁니까, 어째서..."

더 참을 수 없었다.

그 뺨에 손을 가져다대고, 다른 손으로 두 손목을 누른다.

"으아아악! 뭐, 뭐야... 어라, 칸나?"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자극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제가, 보이십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언제나... 어라, 칸나. 여긴 어디야?"

"병실입니다. 선생님 전용의 병실이죠."

"내가? 어쩌다 내가 병실에 있는 거지?"

선생님이 이성을 찾았다.

당연히 관리하는 녀석들도 무언가 이상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겠지.

"괴로우셨습니까?"

"뭐?"

"언제나, 선생님으로 있느라. 그렇게나 고통받아오신 건가요?"

"아니, 아니야. 난 너희와 있어서 언제나 즐거운걸."

"거짓말."

"...?"

"그렇게나 즐거워서, 무엇도 보지 못하고 다만 우주에 내버려진 백치가 되기로 하신 겁니까!"

툭, 하고.

내 안의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기분.

분명 이렇게 되어버린 선생님을 원망했다.

그러나, 이래서야 숨길 수 없다.

내가 원망하는 건, 그럴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임을.

"...내 탓이야, 원망받는 것도, 책임지는 것도, 다치고 무너지는 것도 나야. 너희가 알아서는 안 돼. 알았-"

입을 막았다.

그대로 눕혔다.

"으븝, 으으읍!"

물려고 하는 걸까, 침이 묻는다.

"모든 게 제 탓입니다. 전부."

"으읍!"

"그런 걸로 하겠습니다, 네, 억지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억지를 부려서-"

"칸나, 멈ㅊ- 켁, 크윽-"

목을 조른다.

쿠당탕!

문을 박차고 무장한 학생들이 들어온다.

"오가타 칸나! 지금 뭐 하는-"

"심각한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어! 너희 쪽이나 총을 치워라!"

"아, 아아, 총은, 싫어. 아프다고..."

젠장.

상황이 심각하게 꼬였다.

감정에 몸을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모두 나오세요! 오가타 칸나! 문을 잠글 겁니다! 선생님이 자해를 하지 못하게 하세요!"

"안돼! 날 버리지 마! 열어줘! 얘들아!"

"이런 미친..."

"칸나! 나한테 이러지 마!"

공포.

내게 공포를 느끼는 선생님이 보인다.

이레서야 내 마음마저 무너질 것 같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아.

방법이 있다.

내가 더 미친 척을 한다면?

당장은 오히려 선생으로서 살아온 모습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그런 행위를 한다면.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지?

...알고 있지 않나.

히고 싶은 것이 있으니.

"선생님. 실례하겠습니다."

"칸나아... 제발, 흐윽... 으읍-"

또 한번 목을 조른다.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듯 보이는 지금.

츄웁-

"!?"

입을 겹치고, 숨을 불어넣는다.

"하하, 하하하... 첫 키스가 정신병자 강간이라니. 이딴 게 발키리 공안국장인가."

"칸나,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계속 말하고 있지 않나요? 제 탓입니다. 선생님이 신경쓸 건 없어요."

"안돼, 이래선 안돼. 내가 지켜줬어야 할 아이가 여기서 이러고 있다니. 이런 현실이 있다고...? 이런 짓을 하고 있으면 모두 미쳐버린다고!"

여전히 횡설수설, 말이 많다.

"시끄럽습니다."

다시 한 번 입을 겹친다.

저항해봐야 다시 목을 졸린다는 것은 이해했는지 순순히 입을 연다.

천천히, 숨을 빼앗듯이 얽힌다.

이것으로 시끄러운 소리는 멈추겠지.

"흐으... 하아.. 하하..."

"칸나."

"또 말하지만, 제 탓입니다. 인정하시죠."

"..."

"좋아합니다. 선생님을."

"칸나."

"그렇지만, 모든 것이 망가졌군요."

"칸나."

"네."

"칸나."

"네?"

"흐, 헤. 칸나."

"아."

...더 망가졌다?

아니, 당연했나?

"...늦었어, 차라리 떨어지지 말아줘."

아아.

이 감정을 뭐라 말할 수 없다.

내가 선생님을 망가뜨렸다.

그것도 돌아올 수 없을 만큼이나.

"칸나."

"네, 선생님♡"

그럼에도 웃음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이젠 모르겠다.









선생 상태가 막 변하는데 내가 정신병에 걸려본 적도 없고 애초애 처참히 망가뜨리기만 하면 고증은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쓴 거라 양해좀.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쓰려는데 마침 나무위키에 '카미유 비단' 문서가 켜져있었길래 읽어보다가 애가 정신이 나가는 부분을 발견함.

뭔가 써먹기 좋아서 넣어봄.

다른 학생도 나오는데 옴니버스식 진행 예정.

쓰다가 쓰는 게 재밌다 싶으면 붕괴/말딸로 갈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