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결혼 예정인 얀붕이다.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고. 유학중이야.


우리 집이 핵금수저는 아닌데, 어느정도... 좀 산다는 소리는 많이 듣고 있어서. 엄마가 미국에 유학 가라고 해서 갔음.


자세하게는 말을 못 하지만...일단은 아이비 리그에 다니고 있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것 같다. 진짜 학교 생활 존나 열심히 해서 교수님이 추천서를 써주신다고 하셨으니까. 아마...취업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여자 친구는 이런 나랑은 다르게 미국인이고. 영국계임. ㅇㅇ


미국 여자랑 결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 이게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미국에서 일을 하는게 맞을 것 같아서. 미국으로 이민 갈 생각이고...


여자친구랑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났다. 


나는 이런저런 운동 하는 걸 좋아해서 크로스핏 동아리에서 여자친구를 만났고, 걔가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 박더라. 확실히 미국인이라서 그런지 마인드가 오픈 마인드라서 ㅇㅇ... 밀당 같은거 없이 바로 나도 좋다고. 말하고 그 날부터 1일 했지.


본가에 부모님한테는 이런 사정을 다 이야기 했음. 


딱히 반대는 없으시더라.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 


그래서 바로, 여자친구네 부모님 만나러 갔지. 


ㅇㅇ 결혼 할 생각인데 허락은 받아야 할거 아니냐.


-아...근데, 나는 백인이 아닌데. 미리 말씀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


-붕! 왜... 그런 생각을 하는거야? 인종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거지.


사실 여친 부모님을 만나기 전에 고민을 좀 했음. 


나는 유색인종이잖아.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베트남 여자를 데리고 신부라고 말하는거랑 똑같은건데. 미리 말을 해야하지 않을까...? 혹시 반대 하면 어떻게 하지..? 뭐... 그런 생각에 여자친구랑 이야기를 해봤는데.


걔는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더라.


...좀 감동을 먹기는 먹었는데. 그래도.. 음...불안하지.


여자친구네 부모님은 콘벨트에서 살고 계시더라. 그래서 조금 보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었음.


(여기서 콘벨트란?)


미국 중서부에 있고, 농사를 주업으로 삼는 주가 콘벨트임. 


콘벨트에서는 주로 백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 


좀 타 인종에 대해서 배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던데. 뭐....


더 자세하게 말하면 연애 썰이 아니라 정떡으로 넘어갈것 같으니 대충 넘어가고.


자동차를 타고 여친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데, 좀 힘들었음. 


몇시간동안 옥수수 밭 사이를 가로질러 간다고 생각해보셈... 좀 빡세더라.


휴게소 보일때마다 여친이랑 교대로 운전하면서 집까지 가는데... 옥수수 밭 사이로 뭔가가 팍-!하고 튀어 나오는거임..!


그때 거의 밤이었고, 갑자기 튀어 나오기는 했지만... 본인 롤로 단련된 실력이 있어서. 바로 급정지 박음.


페이커급 반응 속도였다 ㄹㅇ


-끼익.


-붕? 무슨 일이야?


존나 큰 사슴이 우리를 보고 있더라.


-붕은 한국에서 자랐다고 했지? ... 그 동네는 내가 안 살아봐서 잘 모르는데. 여긴 미국이잖아! 길에 사슴 정도는 흔하다구!


...딱...여친이 그 말 하자마자. 뒤에서 경찰이 사이렌 존나 틀면서 우리한테 오더라.


-헤이. 돈 무브. 풋 어 핸즈업.


....경찰이 차에서 내려서 딱 우리한테 오더라고.


좀 무섭더라. 


학교 다닐때는 맨날 경찰이 일은 안 하고 도넛만 처먹길레. 좆밥 같아 보였거든? 


근데 여기는 막... 한 손은 이미 권총을 잡고 있고. 키랑 덩치도 나보다 훨씬 더 커서 좀 위압적이었음.


-아이 원트 유얼 아이디 카드.


-오케이. 글러브 박스 인 패스포트.


-HUH?


내가 경찰이랑 이야기 하는 걸 보고 있으니까, 여친이 옆에서 뭐라뭐라 경찰이랑 말하더라. 경찰이 아무 이유도 없이 남의 신분을 조회하는게 말이나 되냐고. 당신 영장도 없지 않느냐. 우리가 딱히 잘못한것도 없는데 이렇게 고압적으로 수사를 하는건 말이 안된다. 너는 지금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막 뭐라뭐라 말을 하니까. 


-노노.. 소리소리. 암소 소리.


여친이 그렇게 나오니까. 경찰도 당황한 눈치더라.


-당신 이러는거 인종 차별이야. 붕! 기분 나쁘지는 않았어?


-아니... 나는 뭐... 음... 이렇게 서로 싸울 것 같지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기껏해야 신분 조회잖아. 


-최근에 사람들이 실종되는 일이 많아져서. 신분 조회를 하려던 생각이었는데. 너무 화를 내지는 말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허... 붕! 뭐해? 빨리 액셀 밟아. 뭐, 저런 짭새가 다 있지? ...내 생각에 저 새끼 분명 개구라 친거라구. 하나님을 걸고 맹세하건데.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저딴 이유를 핑계로 지나가는 차를 붙잡는 경찰은 한번도 보지 못했어. 분명, 외국인이 차를 몰고 있으니까.트집 잡는..


-알겠어. 알겠다구... 그래... 화풀어. 부모님 보러 가야 하잖아.


경찰이랑 대충 샤바샤바 좋게좋게 끝냈음.


여친은 잔뜩 화가 나서 성질이란 성질은 잔뜩 부리는데... 음... 뭐 어쩔 수 없지...


앞으로 장모님이 될...여친의 어머니는 교외에 살고 계시더라.


왜, 미국 영화 같은거 보면 많이 나오잖아. 정원 있고 2층 주택에 강아지 한 마리 기르고 있고.


마트 같은데 가려면 차로 30분은 가야 도착하는데. 


차를 주차하고 여친 엄마를 보는데, 음... 


엄마가 아니라 언니 같더라. 


비틱 같아서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내 여친 진짜 예쁘거든?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도 20대 딸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더라.


-엄마 나 왔어!


-전화로 들었다. 니가...우리 딸 남자친구라면서?


-엇..! 맞아요. 어...만나서 반갑습니다. 얀붕이라고 해요.


나는 몰랐는데. 여친이랑 여친 엄마랑은 미리 이야기가 다 끝나 있더라.


-오늘 마을 주민들이랑 같이 파티 하는데, 붕. 너도 그 사람들 만나야지?


-어...음...네. 알겠습니다.


갑분싸...도 아니고 갑자기 파티에 참여하게 됐음.


나는 그런거 좀 상상했거든. 


여친 아빠가 샷건 들고 너 우리 딸이랑 어떻게 지냈어? 뭐... 그런거 있잖아.


그런건 없더라.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한테 이 마을 사람들을 소개시켜주려고 하길래. 


좀 당황스러웠지.


-저기...


-왜?


-어...아닙니다. 저는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손님한테 일을 시키는 건 우리의 전통이 아닌데. 음... 한국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손님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단다. tv를 보면서 쉬어도 되지만. 정 우리를 돕고 싶으면 바베큐 그릴 좀 옮겨주겠니?


-붕! 바베큐 그릴이 어딨는지 알려줄게. 따라와.


미국은 미국이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만약에 내가 여친을 데리고 우리 엄마,아빠를 만나면... 백인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다는 사실에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 같은데.


이 나라는 시작부터 다인종, 다문화로 시작했으니까. 딸이 다른 인종의 사람을 만나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게 느껴졌음. 오늘 처음 봤는데, 옛날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것 처럼 대해주니까. 마음이 편하더라.


바베큐 그릴 좀 옮기고, 정원에서 사람들이 쉴 수 있게 테이블이랑 의자 좀 나르고 있으니까. 손님들이 오더라.


-앗..! 메르켈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테레사 언니! 오랜만이네, 그 동안 잘 지냈어? 이 쪽은 내 남자친구 얀붕이야! ...붕! 너도 일만 하지 말고, 여기 와서 이야기 좀 해.


-...네, 반갑습니다. 저는 얀붕이라고 해요. 국적은 한국이고...


여친이 자연스럽게 마을 주민들을 소개시켜줬고... 그렇게 파티가 시작됐음. 


그런거 있잖아. 바베큐 구워먹으면서 맥주 마시고... 잘 지냈냐. 나는 잘 지냈다. 얘가 내 남자 친구다. 그런거...?


이야기를 하는데....


-저기...그...여자..


-메이, 잠시만 조용히 해봐. 얀붕..? 방금 뭐라고 말 했어?


-아니, 그 바베큐가 맛있다고 ㅎㅎ


파티가 진행되면서 좀 이상한게 느껴지더라.


여친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을 보니까, 다 여자밖에 없는거임.


그것도...그...하...이런 말을 꺼내도 되나 싶은데.


예쁜...여자들이 많더라. 


하나 같이 다 예뻣음.


ㄹㅇ 눈을 어디다가 둬야 할지 모르겠더라.


근데, 이게... 미국을 살아보면 알겠지만.


미국은 비만 인구도 많고 유색인종도 많은 나라인데.

 

어떻게 이 마을에는 그런 사람은 한명도 볼 수 없는거지? 


뉴욕이나 LA도 아니고 이런 중서부 깡촌에 이 정도로 미녀들이 많은게 가능한가? 


말이 안 되거든 솔직히.


요즘 미국에 PC가 존나 유행하잖아. 컴퓨터 PC말고 정치적 옳바름 뭐... 그런거. 


괜히 함부로 말을 씨부리면, 마초니 성 차별자니 그런 소리 들을까봐. 그냥 입 다물었음.


-앗..! 맞다. 저기, 화장실 좀 써도 될까?


-어..? 물론이지 붕! 1층은 손님 화장실이니까, 붕은 2층에 있는 화장실을 쓰면 돼~


동양인 특.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기 빨림.


오늘 처음 이 마을에 왔는데.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려니까 지쳐서 잠시 화장실에서 쉬고 싶었거든...?


-....


우연의 일치겠지만... 내가 위로 올라가니까, 사람들 말소리가 툭하고 끊기더라.


근데, 그게 잠깐 그런게 아니고. 계속 이어졌음.


무슨 일 터진건 아닌가? 그런 걱정이 들 정도로.


그래서 1층으로 내려가니까.


-아하하..! 그래서 너 치어리더 활동 할 때...


깔깔깔 거리면서 웃는 소리도 들리고, 대화가 끊이질 않더라.


...단순한 내 착각인건가?


-붕..! 우리 아빠를 소개시켜줄게.


-...아...너네 아버지..!


1층에 내려오니까. 여친이 장인 어른을 소개시켜 준다고 했음.


-...그래... 이름이 붕이라고 했니..? ...너도 이 마을의 주민이 된걸 환영해.


-네...만나서 반갑습니다.


장인 어른은 많이 야위셧더라. 


나는 장모님이 진짜 예쁘니까, 장인은 얼마나 멋진 분인지 기대했는데. 


완전 말라비틀...(좀 실례되는 말이니까. 안하는게 맞겠지?)


-후후... 멋져...당신...


장모님은 장인 어른이 입을 열 떼마다 꿀이 떨어지시더라. 허벅지도 만지고, 뭐만 하면 팔짱 끼고 껌딱지처럼 달라붙고. 낯 뜨거울 정도로... 부끄러운데. 뭐...문화 차이...겠지?


미국은 스킨쉽에 관대한 나라니까.


-이제 다 끝났으니까. 밖에 나가.


-에..?


-나가라고.


-붕! 가자! 


만난지 5분은 됐나? 


갑자기 장모님이 대뜸 나가라는거임. 야, 보통... 딸이 남자 친구를 데리고 왔으면. 너는 뭐하는 놈이냐. 학교는 어디 다니고, 직장은 어딜 다니냐. 하다못해 한국은 어떤 나라고, 우리도 BTS가 뭐하는 그룹인지 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법한데, 뭐 그런것도 없고. 


그냥 나가라고 말하니까 좀 당황스럽더라.


상식적으로 딸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그 정도는 물어보는게 정상 아니냐? 


-다시 우리 둘만 남았어...제임스...♡


일단 나가라고 했으니까. 나가기는 했는데. 문이 닫히자마자...장모님이 장인 어른 위에 올라타버리니까. 


음....어.... ...이건... 그...


-정말 못 말려. 엄마는 아빠랑 관련된 일이라면 눈이 뒤집혀서 문제야.


-나도 엄마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어. 우리 자녀는 몇명 가질까?


...결혼도 안 했는데. 자녀는... 


-어...음..


-나는 야구단정도는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하하


-붕. 내가 지금 농담하는거로 보여?


-어...?


얘가 그렇게 말하니까, 살짝 쫄았음. 대학교에서는 한번도 못 본 모습인데...


-장난이야. 장난. 붕..! 왜 쫄고 그래?


-장난..? 아하하... 장난이구나.


-우리 나가서 바베큐나 먹자.


여친이 내 손을 붙잡고 다시 데리고 나가는데. ...얘 아귀 힘이 장난 아니더라.


...손목에 자국이 남더라.


-...저기, 그렇게 세게 안 잡아도 되는데. 도망이라도 갈 것 같아?


-붕! 차도 없는데 어떻게 도망가?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어..?


여친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처음으로 이 집에서 남자를 한명 봤음.


좀 특이하더라.


암컷 아귀에 달라붙은 숫컷 아귀처럼 180cm는 넘는 금발 태닝한 여자 옆에 찰싹 남자 한명이 찰싹 달라붙어있더라.


꼴마초 국가인 미국답지 않게 남자는 창백하고 여리여리해보였음.


-이봐요! 여기 이 마을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나요?


-음... 이 마을의 주민으로써 살아가면서 느낀 경험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웠던 일로 가득했습니다. 자세히 얘기는 못 드리지만. 마을 남성들 대부분이 집 밖으로 나가는 싶은 생각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시내를 가도 딱히 흥미있는 일이 없는걸요. 그리고 집안일은 제 성역이 되었습니다.


-야? 들었지..? 우리는 집 안에만 있어도 행복해.


...남자의 말은 내가 듣기에는 어딘가 좀 이상했음. 무슨 국어책 읽는것 마냥...그렇게 말하니까.


그리고 그걸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활짝 핀 금태녀의 반응은 더 이상했고.


-저기 실례지만 코피를 흘리고 계시는데...?


대화를 하고 있는데, 그 남자 분이 갑자기 코피를 흘리시더라. 


-겟...겟아웃..! ...


-네..? 뭐라고 하셨는지...?


-겟아웃..! 겟아웃!!! 겟아웃!!!!!!!!


그 유약해보이던 남자가 갑자기 나한테 달려들어서, 내 멱살을 잡고는 꺼지라는 말만 하더라.


-젠장.. 진정해...괜찮아... 괜찮아...내가 있으니까..


그래서, 옆에 있던 금태녀가 남자를 끌고 어디론가 가던데... 좀...많이 당황스럽더라.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아무런 잘못도 안 한 것 같은데...


모르겠다. 이 마을 좀 이상한 것 같음.... 지금 화장실에서 글 쓰고 있는데.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예의가 아니니까. 다시 파티 장소에 가기는 해야할 것 같음.


그리고...여친이랑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