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그대는 그 혼에 약속된 평생동안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하였다. 그렇지?"
"예."
"...그렇다면, 이리 오거라."
꼬옥-
작은 소녀의 따듯한 체온이 내 다리에 전해진다.
그러나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
"나 아르테시아 자비, 너를 잊지 않겠다. 이제 떠나거라, 먼 후방으로 피하며 백성을 지켜라."
"...안녕히."
그 몸은 어린 소녀의 몸이나, 그 안에 담긴 각오는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녀는 소리칠 것이다.
내가, 제국의 황녀가 여기 있노라고.
나를 어떻게든 참혹하게 유린해 보이라고 말할 것이다.
"여ㄱ-"
"그렇게는 안 두지만."
"으읍!? 이거 놓아라...!"
"너는 좋은 동생이었지만, 부모를 잘못 만난 모양이군."
붉은 뿔이라는 이명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평소에는 불리는 것을 꺼려온 이명이지만...
"아, 안돼..."
"소더비, 적식, 간다."
적식, 조금 억지를 부려 황실에서 얻어낸 창이지만, 결국 마지막 황족의 명령을 어기는 데 쓰게 되었다.
"소더비, 속였구나, 소더비...!"
잠시 마나 흐름을 끊어 기절시켰다.
마법사로서는 되려다 만 존재인 나보다 한참 뛰어나지만, 결국 꼬맹이인 황녀는 그대로 쓰러졌다.
"수의 차이가, 마지막 발악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되지 못한다는 걸 가르쳐주지."
_____
추하게 싸웠다.
적식은 부러지고, 마나도 바닥났다.
그러나 적어도 황녀는 누군가 챙겨갔을 터.
아르테시아.
그녀가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그것은 과한 욕심이라는 것인지, 내게 무언가 다가온다.
"...남길, 말은?"
"아르테시아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줄지도 모르는 여성-"
푸욱-
"역,겹다."
...아니, 말이 좀 이상했나.
의도는 건전했는데.
_____
"안녕, 빨간 오빠?"
"...뭐야, 이건."
나는 평범한 학생이다.
나는 소더비가 아니다.
이젠 그 삶을 포기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은 것이 붉은색에 대한 선호였다.
"있잖아, 주워줄까? 이름은 소더비가 좋겠어."
그리고 내 눈앞에 있는 건 하얀 소녀다.
밝게 웃는 얼굴은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새롭게 세계 최대 규모 기업 10위 안에 들어간 지온, 그 총수 가문의 아가씨.
그래, 어째 익숙하더라.
"이번엔 부모를 잘 만났네."
"남편도 잘 만났어."
"그 나이에? 꼬마야, 13살이지?"
"...그리고 돈이 많지."
"부럽구만. 어떤 느낌이냐, 재벌이란 건."
"뭐, 이런 느낌."
파지지지직-
아니 갑자기 뭐야 씨발.
_____
나의 기사가 죽었다.
나의 명을 어기고.
"소더비는 죽었나."
"예."
"...그래, 출신 가문도 없는, 기사 하나가... 너무나도, 큰 인기를 얻었지. 언젠가 치워야만, 그래. 그렇게 될 운명. 이었겠지."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너무나도 빨라, 그런 인식이 멈춰버릴 때면 원래대로 돌아온 시간이 마치 멈춰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것은 늘 너를 떠올릴 때였다.
"아아, 소더비."
어릴 적의 짧은 사랑?
그리하여 날 위해 목숨을 버린 이와는 무관한 이야기일 터였다.
그런 뒤틀린 시간 감각 속에서 살아서였을까.
24살이 되는 생일, 나는 죽음을 맞이했다.
노인들에게서나 나타나는, 자연사였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이 세상의 황녀였다.
아니, 그것보다도 대단한 위치일지도.
"아, 소더비. 느껴져."
어디 있는지는 아직 몰라.
하지만 알 수 있어. 난 널 만날 거야."
뭐, 대충 '내게도 너희의 움직임이 보인다!' 같은 소리나 하며 동네 아이들과 싸움을 하고 있겠지.
나보다도 어린아이 같은 기사였으니.
"잘도 날 속였구나."
_____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없다고 그렇게 멋대로 요절해버리다니.
나는 왜 죽은 거지?
신기한 것은 나이차가 조금 좁혀졌다는 거다.
물론 아직도 내가 삼촌뻘에 가깝다.
"그 혼에 약속된 평생을 내게 바친다 했는데, 거절할 거야?"
"어, 싫어."
"...역시, 날 속였구나."
쿵-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
마법일까, 그저 감정의 문제일까.
"다시 물을 거야. 이번엔 정답을 맞추길 바랄게. 새로운 '마법'은 겉치레가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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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단편)
"날 속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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