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하얀 날개의 천사들이 나를 인도하고 나는 그 길의 끝에서 얼굴을 볼 수 없는 찬란한 분을 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용사라는 책무와 무거운 의무를 짊어주셨다.

그리고 그 꿈이 단순히 허황된 망상이 아니라는 것은 얼마안가 드러났다.

"라인하르트, 그대는 여신님의 명령을 받들어 이 땅과 여신님의 신도들을 간악한 마왕과 그 수하들로부터 지켜낼 것을 맹세하겠는가?"

"맹세합니다."

"그대는 그대의 힘이 신도들의 기도와 신의 뜻에서 비롯됐음을 알고, 항상 이를 기억하며 신도들을 보호하고 여신께 복종할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그렇다면 여신이시여, 그를 보호하소서."

사제가 다가와 성유가 담긴 잔을 내밀었고, 디오라 교도의 대표이자 교황은 조심스럽게 잔을 건네받고 천천히 기울였다. 잔에서 떨어지는 백색의 기름은 사내의 검은 머리 위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라인하르트, 그대가 섬기는 디오라 여신께 하고자 하는 맹세를 그대가 보호해야할 신도들에게도 맹세하라."

"저는 가진 바 없는 미천한 자입니다."

"가진 성 하나 없는 비천한 평민이고, 방탕한 삶을 그리워했고, 신의 말씀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명예를 알지 못하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헌신뿐입니다."

"제 촛불이 다하는 그 날까지 제 숙명에 모든 걸 바치겠습니다."

청년의 말이 끝난 뒤 그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성유가 새하얗게 빛나고 예식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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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용사와 모험을 함께할 인원의 선발이 끝났고 왕도를 떠났다.

용사 라인하르트

왕실 기사단원 레이나 아 무레베

마탑 대마법사 아마리나 다스티

대성전 소속 치유사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