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그린지 며칠이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네가 나의 눈에서 띄지 않게 된 후에도 눈을 감으면 항상 생각이 나. 너와 함께 했던 시간, 장소, 행동 어느 하나 잊혀지는게 없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편지는 영영 네게 닿을 일 없겠지만, 그래도 내 기분을 지금 표현하지 않으면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

난 네가 좋았어. 정말로 좋았어. 진짜로 좋았어. 그냥 좋은게 아니야. 좋다 와 사랑한다를 뛰어넘어 내 전부를 너에게 준 것 같았어. 그정도로 난 네게 심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고 그래서 지금 네가 없는 바로 이 지금이 더 비참하고 캄캄해지는거야. 넌 지금 나를 떠나고 어디선가 살고 있겠지. 난 아마도 평생 널 원망하게 될 거야. 내 전부를 들고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으니까. 하지만 내가 할수 있는건 없어. 평생동안 저주하고 원망하고 그리워해도 너에게 닿을수 있는건 없어. 나는 결국 내 전부가 아닌, 일부분만을 갖고 살아가야 하겠지.

하지만 나는 아직도 널 사랑해. 날 떠난건 아마도 그만큼의 이유가 있었을 거야. 나는 아직도 널 그리워해. 네가 없는 하루하루는 지옥같은 것도 천국같은 것도 아닌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우주에 버려진 날들이야. 나는 아직도 네가 필요해. 난 너만을 버팀목으로 삼고 살아왔어. 내 삶의 북극성, 등대, 태양, 그 어느것도 설명하지 못해. 넌 나에게 있어 너였어. 그냥 너 그 자체, 그 어느 것으로도 비교할 수 없었어. 아마도 난 그러지 말았어야 했나봐. 너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했었나봐. 내가 너무 멍청해서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았었나봐. 네가 없는 나는 어떻게 될 지 생각을 해봤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했는데…

그 날 이후로 난 매일 꿈을 꿔. 꿈에선 뭐든 할 수 있지만, 꿈은 꿈이야. 눈을 뜨고 일어나면 사라져버리는, 기억도 흩어지는 꿈이야. 흩어진 꿈의 조각을 기억해서 기록하고 상상하면, 행복하면서도 행복할 수가 없어. 울고 있는 나에게 네가 다가온다. 정말 행복한 상상이야. 옆을 돌아봤더니 그 자리에 네가 있다. 진짜로 행복한 상상이야. 응. 꿈은 나의 상상을 투영하고, 내가 실제로 꿨던 꿈들이야. 이런 작은 생각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몽상의 경험을 한줄 한줄 써내려 갈 때, 난 울음이 터져 나와 꿈들을 완성할 수 없어. 이런 꿈의 조각들이 모이면 경험과 같은 완벽한 기억을 만들어 낼것이라 믿지만, 불가능하기에 완벽할 수 있는 거였어.

만일 네가 다시 돌아온다면, 난 절대로 널 놓지 않을거야. 절대로 널 놓지 않을거야.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말 인류 밑바닥의 막장을 장식하더라도 너를 떠나 보내지 않을거야. 난 각오가 돼 있어. 설령 네가 날 싫어하게 된다 해도 절대로 놔주지 않을거야.

너와 나랑 맞춘 반지, 아직도 가지고 있겠지? 난 그 반지를 맞출 때 일부러 조금 작게 만들었어. 평생 반지를 벗지 못하도록. 너는 어떻게 했었는지 모르지만, 난 네가 그 반지를 평생 갖고 있기를 원하고 있어. 만일 다시 만난 날 그 반지가 없다면, 난 진심으로 슬퍼할거야.

사실 난 이 편지들을 쓸 때 네가 읽을 것이라 생각하고 글을 쓰진 않아. 네가 이 세상이 아닌, 하늘에서 나를 보고 있다면 이 편지들도 전부 읽을 수 있을 테지만, 난 네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고 있어. 그리고 네가 내게 다시 돌아오는 그 날이 되면, 이 편지들은 전부 불태워져 하늘에 뿌려질 예정이야. 이 낯부끄러운 글들을 네게 보여줄 용기는 사실 없거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쓰는 이 글들이 거짓이란 건 아니야. 전부 사실만을 기록한 나의 소중한 기억들이니까. 난 잠을 잘 때 꿈을 꿔. 네가 나오는 꿈. 네가 없다면, 너를 찾아 떠나는 꿈. 꿈에서 내가 너를 찾기 직전이 되면, 난 멈출 수 없는 심장에 떠밀려 꿈에서 깨어나. 맞아. 네가 없다면, 난 사실 널 찾을 수 없어.

희망은 그렇게 희망적인 건 아닌가봐. 난 내일은 너를 볼 수 있을거란 희망에, 절망으로 가득 찬 매일매일을 살아야 해. 하지만, 난 너를 아직 포기할 수 없어. 나의 왼쪽 약지엔 아직도 너의 반지가 끼워져 있고, 내가 죽는 그 날 까지 이 반지를 벗을 일은 없을 테니까. 넌 대체 어디 있는 거니. 이 끝없는 길을 둘이 아닌 나 혼자 걸어야 하는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널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어. 비용도 그다지 들지 않고, 지금보다는 널 찾을 수 있을 확률이 높을거야. 어때? 뭐인거같아?
난 말이야, 지금까지 네가 돌아오기를 매일같이 기다렸어. 지금 이 글을 쓰는 바로 이 자리에서, 매일같이 기다렸어. 기다리고 기다려도, 또 기다렸어. 그런데 이젠 지쳤어. 그래서 결정했어. 이젠 널 찾으러 갈 거야. 이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널 찾으러 갈 거야. 기다려줘. 제발 기다려줘.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편지들은 주인에게 꼭 전해주세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남친이 야반도주했다는 설정
소프트 얀데레를 꿈꾸며 적었지만 생각해보니 소프트 얀데레물을 살면서 본적이 없었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