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쭉 정무적이고 딱딱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적극적으로 변모하는 그녀의 태도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내가 최대한 핑계를 대며 회피하고자 하는 운명이 다가오고 있다.

동침.

개인의 입장에선 욕구의 충족이자 사랑의 증명이지만 왕의 입장으로선 전혀 달랐다. 각자의 왕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회피코자 하였으나 부부라는 관계, 왕국의 외교적 입장, 그리고 여왕의 은근한 압박에 의해 서서히 어려워져갔다.

결국 계속된 압박 속에 백기를 드는 것은 나였다.

오늘 밤 작지만 큰 왕국의 운명을 건 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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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양."

"...왜 그러십니까? 여왕님."

"실례지만 오늘 밤에 제 방으로 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무엇 때문이신지..."

"저번 전쟁 때 많은 무용을 떨치셨다고 들으셨어요. 무용담도 듣고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나 하고 싶어서요."

"...알겠습니다."

짧은 답을 건네고 떠나가는 옛 기사의 모습을 보며 여왕, 아니 소피야는 아무도 못 들을 작은 웃음을 흘렸다.

어찌 보면 여왕이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것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동시에 쌍방의 대화가 아닌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통보일 뿐.

여왕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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