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내 몸은 마왕성에 갈 때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했다. 다만 치유의 힘이 많이 약해져 더이상 힐링을 해줄 수 없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일행한테 대충 얼버무려 넘어갈 수 있었다.


\"후..마왕도 당당하네. 자기 부하들 물려놓고 혼자서 기다리겠다니.\"


\"자신감이 대단한게지, 허나 그 오만함이 파멸을 부르는 법이고 말일세.\"


\"됐고. 빨리 들어가볼까, 가자고 하일리시.\"


용병여왕 스테쟈니에가 건틀릿을 매만지며 내 어깨를 툭툭 치고 마왕성의 문 안으로 먼저 진입했다. 나도 방패와 검을 고쳐잡고 힘차게 문 안으로 들어갔다.


\"휘유...대단한데.\"


눈 앞에서 막강한 군세가 진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적의는 없었으며 동물원에 온 것 마냥 우리를 관찰했다.


\"...우리가 자기네 대장을 죽일거라는 생각을 요만큼도 안하는 모양이네.\"


\"그만큼 신뢰가 크다는거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상관없어요. 어차피 이길건데요, 안 그래요?\"


\"그래 니 말이 맞구나 하일리시. 마왕을 무찌르지 못하는 용사 일행이라니. 어불성설이지.\"


천천히 걸어 마왕성의 꼭대기에 도달하자 거대한 문이 열리며 휘황찬란한 옥좌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앞에는 검은 어둠을 내뿜고 있는 마왕이 서있었다.


\"너희들이 그 용사인가. 듣던대로 훌륭한 자들이군. 뭐, 상투적이고 형식적인 질문이다만, 이 곳에 온 용건을 말하라.\"


\"당신이 하는 침략전쟁을 막고. 우리의 영토를 수복하고. 마족들을 몰아내 인간의 영토를 늘리기 위해서. 이 곳이 왔다.\"


\"좋다. 너희들이 이긴다면 침략전쟁은 즉시 중단될 것이며 우리가 빼앗은 영토와. 원래 국경에 있던 땅 일부를 넘기겠다. 허나 진다면... 알고 있겠지?\"


\"말이 많아!!! 여기서 끝장을 내주마!\"


스테쟈니에가 땅을 박차고 있는 힘을 다해 마왕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마왕 주변을 감싸고 있는 어둠이 주먹이 닿는 부분을 감싸 충격을 없애버렸다.


\"하, 완전 사기당하는 느낌인데. 하지만 협공을 한다면 어떨까!\"


스테쟈니에가 용사 크레이티마와 눈빛을 교환한 뒤에 다시 앞으로 돌진했다. 방금 전과 같이 어둠은 그녀의 공격을 막았다.


\"역시! 동시에 공격을 막을 수 있는건 아닌가보네!\"


마왕의 등 뒤에서 나타난 용사가 검을 휘둘러 검기를 쏘아보냈다.


\"실망이군. 고작 그 정도의 검기인가?\"


하지만 마왕이 손을 뻗자 검기는 가볍게 바스러졌다. 검기를 손으로 부시는게 어딨어 진짜.


\"왜 따로따로 덤비는거지? 혹여 둘이나 셋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멍청한 생각이라고 말해두지. 전력을 다해라. 그래야만 날 이길 수 있을테니!\"


***


전투는 하루가 지나가도록 끝나지 않았다. 현자님은 쏟아부을 수 있는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고. 하이엘프님은 손바닥이 다 찣어질 정도로 화살을 쐈다.


용병여왕의 건틀릿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부셔졌고, 용사의 검은 심하게 금이 가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나또한 모든 힘을 써내 탈진 직전까지 내 몸을 밀어붙었다.


\"하아....하아..얕보더니 꼴 좋다.\"


하지만 그것의 대가는 승리였다. 마왕은 곧 죽을 정도의 상처를 입었고 나는 천천히 마왕에게 다가갔다.


\"...우리의 승리다. 약속을 지켜라.\"


\"크흐..걱정마라. 그 약속은 마왕의 이름아래 행해진 약속. 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왕은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살짝 웃음을 머금었다. 마치 비웃음처럼 보였다.


\"그리고 우리의 승리라니..그 승리에 너는 없다. 어둠은 너의 몸을 너무 많이 갉아먹었어. 만일 너가 이번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요양했다면 충분히 나았겠지만 너는 몸을 너무 혹사시켰어, 혹여 작별인사는 했나?\"


어떻게든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내 표정이 굳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마왕은 더욱더 조소를 머금었다.


\"그래..슬슬..고통이 올라올거다...큭큭..아무래도 승리의 기쁨은 너희들이 즐기기에는 너무 과분한 것 같..군..\"


마왕은 그대로 숨을 거뒀다. 나는 마왕을 잠깐 쳐다보다가 저 멀리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일행을 바라봤다.


\"마왕은 죽었냐 하일리시! 우리가 이긴거 맞지?!\"


네, 마왕은 죽었고 이제 마족들을 몰아낼 수 있겠죠.


\"좋구나! 어서 빨리 돌아가자꾸나! 모든 시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하지만 미안해요. 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좋아, 이제 빨리 와 하일리ㅅ...하일리시? 너 괜찮아?\"


사실 희생한다고는 했지만 나도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난 여러분이 고통받는 걸 원하지 않아요. 동료니까.


\"하일리시! 정신차려라! 안 돼! 여기서 죽는다고? 거짓말하지마! 거짓말하지 말라고! 왜! 다 끝났는데 왜 지금이야! 도대체 왜!!\"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전투씬 고자라서 중간에 끊을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주 시점은 영원히 안나옵니다. 아마 여자 히로인들 돌려가면서 시점변경할 것 같네요.

근데 진짜 제목 뭘로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