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의 거대한 홀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흐른다. 거대한 샹들리에에서 수많은 촛불들이 자신을 제물로 불을 피우고 그 아래에서 여러 귀족들의 웃음이 오갔다.

그 중에는 이땅에서 대대로 살아왔던 귀족들도 있었고 전쟁이 끝나면서 새로이 이주해온 이들이 있었다.

평소의 갈등가득한 모습과는 달리 신의 탄생을 축복하는 이 날만큼은 같은 신을 믿는 신도로서 하나같이 웃음을 지었다.

그저 허수아비처럼 실권을 모두 잃고 얼굴마담만을 하던 나마저도 이런 날만큼은 나름대로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나름대로 멋져보이는 연설을 하고 평소 친분이 있는 귀족들과 친분을 다지고 새로운 얼굴을 가진 이들과 안면을 가지는 만찬을 즐겼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여왕이 만찬에 참석하며 모든 것은 급변했다.

은발의 정성스럽게 땋은 머리를 한 그녀의 뒤로 몇몇의 기사들의 발걸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소리가 무색하게도 무언가를 질질 끄는 소리가 홀 안을 가득 채운다.

궁정 음악가들의 정성스런 연주를 비집고 들어온 신음과 소음에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이윽고 그 소리의 근원이 보여졌다.

선왕 때부터 나를 섬겼던 이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내 곁을 지킨 이들이 보이고 여왕은 근엄한 목소리로 그들의 이름과 죄를 나열했다.

악마를 숭배하고 경전을 불태우고 신을 모독한 죄 등을 거론하였고 그 죄인 중에는 내 친구이자 연인, 그리고 기사였던 이사벨 또한 있었다.

저 멀찍이서 공포에 떠는 눈으로 바라보는 이사벨을 응시하며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소피야의 얼굴을 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격앙된 표정을 지었지만 그 속에 담겨진 그녀의 비웃음을 느끼며. 안일했던 자신을 강하게 원망하며.

-전에 올라온 글 보고 여러 감정 느끼다가 한편 끄적임.

나도 그런대로 괜찮게 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