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침은 조금 이른 편입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빨라졌습니다.

이전이라면 이시간대에는 조금 더 수면을 취합니다만, 그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마냥 알람시계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알람을 끄고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합니다.

자, 오늘도 힘냅시다.

저는 지금부터 만날 그의 얼굴을 생각하며 출근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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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 길을 지나가고 불빛이 켜지지 않은 사무소 문을 앞에 두고 손거울로 제 얼굴을 스스로 봅니다.

화장은 이상하지 않을까.

머리는 잘 정돈돼 있을까.

몸 단장이 확실히 되어 있을까….

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위한 준비과정은 몇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아 무척 즐겁습니다.

몇번이고 확인한 뒤,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입니다
 

조용한 사무소에 혼자 있던 그가 저만을 위해서 인사를 해줬습니다.

이 때가 저의 즐거움이자, 행복입니다.

제 하루의 시작입니다.
 

그 옆의 자리 책상에 앉아 그의 상태를 관찰합니다.

아직도 질리지도 않고 러시아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힘들다면, 담당아이돌을 바꿔버리면 좋을텐데.

그렇다기보단 그냥 바꿔줬으면 합니다.

그의 담당아이돌인 아냐씨의 얼굴을 떠올리자 가슴 안쪽이 불안에 휩싸입니다.

아아, 빨리 바꾸지 않을까…
 

\"정말, 제대로 쉬고 계세요?\"

\"쉬고 있어요.\"
 

쓴웃음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은 확실히 예전과 비교해봤을 때 건강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 건강함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가 확실하게 제가 잘 지켜봐야 합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요… 이거, 드세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스태미너 드링크를 그의 책상에 두니 그는 천천히 음료를 마셨습니다.

아아 진짜, 영양드링크에 기대야 할 정도로 공부따윈 하지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보는 사람도 안심이 되는데.
 

\"치히로씨 오늘도 빠르게 오셨네요.\"

\"저보다도 빨리 오는 사람이 말하니깐 비꼬는 것 처럼 들리네요.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이에요.\"
 

이것이 저의 즐거움입니다.

그와의 아무것도 아닌 잡담.

이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냐씨에게도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오늘의 즐거움은 아직 더 남아 있습니다.
 

\"약속, 기억하고 있으세요?\"

\"마시러 가자는 거 말이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아, 가게는 언제나의 그곳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래, 오늘은 약속해두었던 둘이서 술을 같이 먹자 했던 날입니다.

월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그와의 휴식시간.

후후후, 오늘은 정말 기대됩니다.
 

\"앗, 맞다. 오늘 일 말인데요…\"


그의 공부를 조금씩이나마 방해하면서 저에 대해 열중하게 만듭니다.

저의 대한 것이라 해봤자 일에 관해서이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좋습니다.

지금을 즐기면서 이걸 어떻게 계속시켜나갈까를 머리 속으로 생각하며 웃음을 짓습니다.

잘 되면 좋겠다.ㅡ

그런 생각을 하며, 그와의 이후를 생각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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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시작하고 난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았을 때,

옆 자리 주인이 떠나고 난 뒤부터 무척이나 따분합니다.

그래도 일은 일.

착실하게 수행해나갑니다.

외로움을 느끼며 일을 해나가고 있자, 사무소의 문이 열렸습니다.
 
\"돌아왔어.\"

\"어서오십시오, 사장님.\"
 

저희들의 상사이자, 이 프로덕션의 사장이 영업에서 돌아온 모양입니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소파에 앉더니 그는 넥타이 매듭을 느슨하게 고쳤습니다.

저는 지친 사장에게 차가운 차를 내주니 고맙다며 기뻐해주셨습니다.

\"아 ㅡ 오랜만에 영업을 하니깐 정말 지쳐버렸어.\"

\"최근 그도 아냐씨를 담당하고 있어서 영업에 가지 못하니까 말이죠.\"

\"슬술 신입을 고용해야하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와 아냐씨의 이름을 내버렸기 때문일까 사장의 눈빛이 바꼈습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진지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그래서, 요전에 한 얘기인데… 그와 아냐는 서로 가깝게 지낸다는 게 정말인가?\"

\"네.\"

거짓말이기를 기대했는지 그는 슬픈 눈초리로 차를 따르는 저를 바라봤습니다.

유감이지만, 사실이니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것 때문에 그의 담당 아이돌을 바꾸는 것이 낫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그렇지만 아냐는 아직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 그 같은 우수한 인물의 서포트가 필요해.\"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합니다만, 스캔들이 나버려서는…\"

\"그것도 그렇네. 생각해두도록 하지.\"
 

가볍게 한숨을 쉬고 저는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새롭게 도배한 벽이 둘러쌓인 방에 놓인 것들은 어느 것이나, 최근 산듯한 신품들 뿐입니다.
 
\"아직 새로운 사무소를 세운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만 문제는 산더미같이 있네.\"

\"그렇네요.\"

\"그도 실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만…\"

\"이전 직장에서 여러 아이돌들을 그는 프로듀스 했었으니까요.\"

\"…정말이지, 그는 왜 이렇게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건지.\"

\"그게 좋은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그의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

그가 사람에게 호의를 사는 덕에 저는 언제나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무언가 문제가 일어난 게 아닐까 그런 불안으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그의 곁에 달려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분합니다.

지금은 당장에 대한 것보다 나중에 대한 것을.
 

\"알았다. 그 건에 대해서는 생각해두지.\"

사장이 수 초간 생각해고 내놓은 답은 제가 바라던 것이었습니다.
 

다행이다. 이걸로 고민거리가 하나 줄었습니다.

저는 기뻐서 그만 활짝웃음을 지어버렸습니다.
 
\"오늘 그녀들과 만나고왔어.\"

\"그녀들…?\"

누구일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그의 대한 것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그가 담당했었던 아이돌 유닛들 말이야.

\"…아아, 그녀들이 무언가 말하던가요?\"

\"큰일이었어.\"

쓴웃음을 지으며 사장은 차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빈 컵에 다시 차를 따르니 \"미안하네.\"라며 그는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나를 원망하고 있는 것 같아. 나를보고 도둑이라고 말했어.\"

\"그건…\"

아직 그런 걸 말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고민거리는 아직 더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여기로 와준건 그의 의지일텐데, 정말 곤란해.\"

\"그녀들이 멋대로 생각하는 것뿐이라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치히로 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근데, 그런 안좋은 말을 들으면서도 일을 하나 받아왔어.\"

\"정말입니까!?\"

사장과 일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저는 아이돌들을 어떻게 나누면 될까를 메모해 나갔습니다.

프로듀서도 힘내고 계실테니, 저도 힘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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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끝내고 컴퓨터로부터 떨어져 가볍게 기지개를 폅니다.

자, 즐거운 시간이 왔습니다.

휴대전화에 온 메일을 보니, 그는 아냐씨를 바래다준 뒤에 그곳에 가기 때문에 늦을 지도 모른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라고 메일을 보내고 난 뒤, 몸 단장을 다시금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무소 안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저는 그곳에서 나왔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그래, 재밌는 아야기를 들었으니, 그것을 말하면 곤란한 표정을 지을까요?

기대됩니다.

즐거움을 앞에두고 고양되는 기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천천히 길을 걸어나갑니다.

약속 장소는 도보로 몇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작은 이자카야입니다.
가게 앞에서 콧노래를 하며 휴대전화를 꺼내보니 그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이제 금방 도착합니다.

아무래도, 즐거움은 눈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참아지지 않는 미소를 느끼며 콧노래를 부릅니다.

아, 빨리 오지 않으시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사랑스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미안합니다. 늦었습니다.\"
 

종종걸음으로 오더니, 조금 땀을 닦으며 저를 향해 머리를 숙이는 성실한 그가 와줬습니다.

정말, 천천히 와도 되는데.

손수건을 꺼내어서 그의 땀을 닦자 그는 당황하며 저로부터 거리를 벌렸습니다.

\"정말, 여자를 기다리게 하면 안되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쓴웃음을 지으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그 손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갑니다.

곤란한 얼굴로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는 그 얼굴도 정말 좋아합니다.

\"벌이에요.\"

\"벌이라니…\"

\"몸단장은 확실히 해주셔야 해요.\"

천천히 그리고 상냥하게 그의 얼굴을 훑어가자, 그는 포기한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가만히 받아들였다.

아아, 그런 곤란한 얼굴 하지 말아주세요.

그래도, 그 표정 정말 좋아합니다.

사랑스러운 얼굴을 다 닦고나고 그로부터 한발짝 떨어집니다.
 

\"그, 그럼, 가볼까요.\"

뺨을 붉게 물들인 그의 얼굴을 보자 나도 이런 얼굴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습니다.

그치만, 제 얼굴을 좀 더 봐줬으면 하니깐 괜찮습니다.

가게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간 그의 뒤를 천천히 따라들어갑니다.
이 행복을 길게 늘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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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에서 맥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눕니다.

대화도중 때때로 아이돌 이야기를 그는 합니다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용서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냐씨의 이야기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는 아냐씨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저번 일을 신경쓰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야기거리가 없는 것일까요.

저는 후자쪽이 좋습니다만, 아마 아닐테지요.

그는 아이돌과 친밀하게 접하니까, 분명 아냐씨에 대해서도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을 터입니다

연애는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나 무언가가…



그걸 확인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점원에게 마지막 주문을 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이제 곧 정각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일어날까요.\"

취한건지 얼굴이 붉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직이에요, 프로듀서씨.

\"프로듀서씨, 저는 아직 더 마시고 싶어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후후후. 가끔은 집에서 마셔봐요.\"

\"집에서라니…\"

\"저도 프로듀서도 내일은 휴일이니 괜찮아요.\"

\"…정말, 제멋대로네요.\"

포기한 것인지 한숨을 내뱉으며 그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뭐, 괜찮겠지요.\"

\"프로듀서씨는 정말로 상냥하시네요.\"

그런 상냥함을 정말 좋아합니다.

저는 아쉬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에서 걸어갑니다.

상당히 취해있는지, 조금 걸음걸이가 불안정합니다.

그러니깐 저는 그의 팔을 껴안았습니다.
 

\"치, 치히로씨!?\"

\"괜찮지 않나요. 가끔은.\"

\"…그렇게 취하셨다면 그만 돌아가시는게.\"

\"프로듀서 씨의 집에서 푹 쉬고나서 돌아갈거에요?

\"…정말로, 변함이없네요.\"

\"프로듀서씨도 변하지 않았잖아요.\"
 

위험해.

몸이 뜨거워.

그의 곁에 있는 건 오직 나 뿐.

게다가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어.

이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미칠 것 같은데.

심장에서 거센 고동이 느껴져

그치만, 평정을 유지해야해

지금은 아직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으니깐.
 

사이좋게 둘이서 가게에서 나와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뜨거운 몸에 차가운 밤바람이 닿아 표현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았지만, 이 열기는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발 한 발 목적지에 가까워질 때 마다 열기가 더욱 뜨꺼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도 저와 똑같은 상태인 것인지,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제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앞만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그가 저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건 무척 지루해서 말을 걸기로 했습니다.
 

\"프로듀서씨 집에 가는 건 오랜만이네요.\'

\"그러고보면 그렇네요.\"
 

프로듀서씨의 집에 가는 건 얼마만일까요?

최근에는 전혀 들린 적이 없으니…

맞다.
 

\"프로듀서 씨 이사를 도운에 마지막 이었던가요?\"

\"아아, 그러고보면 그렇네요.

\"그렇다면, 일 년만에?\"

\"전에는 꽤 자주 들렸는데 말이죠.\"

\"그러게 말이에요.\"

쿡쿡 웃어버렸습니다.

그런가, 일 년간 아무일도 없었나.

안도감이 가슴에 밀려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일까.

가볍게 한숨을 내뱉고 맙니다.
 

제가 그의 집에 가게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그 뒤부터 마시러 갈 때마다 그의 잡에 들렸지만 최근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당연한 듯이 생각했었으니깐 잊어버렸습니다.

맞다.

그를 좋아하게 됐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들이 프로듀서에게 접근했을 때 부터다.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껴안고 있는 팔의 강한 존재감에 저는 안도했습니다.

그런네 벌써, 왜 방해를 하는 걸까요.

아냐씨는 정말 곤란합니다.
 
\"…치히로씨\"

\"왜그러나요?\"
 

머리 속을 가득 매우던 고민이 그의 목소리 하나에 싹 날아가버렸습니다.

\"저, 팔이 아픈데요.\"

\"후후후.. 저 지금 취해서 모르겠어요.\"

\"…\"

쑥스러운 건지 시선을 제게 마주쳐주지 않습니다.

외로운데.

외로워요, 프류듀서씨
 

\"프로듀서씨는 지금 행복하나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말이 입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니 사실은 생각했던 것입니다.

줄곧.

하지만, 이미 알고 있어서 묻지 않았던 것 뿐.

\"…행복합니다.\'

\"직장 옮기고, 전에 담당하던 아이돌들하고 만날 수 없어도?\"

저는 멈춰섰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옆의 그가 멈췄기 때문입니다.

후회때문인지 고개를 숙인 얼굴은 올려다보는 저에게는 잘 보였습니다.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괴로운 얼굴.

그런 표정도 정말 좋아해요.
 

\"치히로씨는 어째서 저를 지금의 사무소로 권유해주신 건가요?\"

\"후후후. 전에도 말했지 않아요.\"

울 것 같은 눈동자에 비치는 나의 얼굴.

\"프로듀서씨. 당신을 도와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눈동자에 줄곧 비춰지고 싶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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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다시 걷기시작하고나서 괴로운 이야기를 피하고 잡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잡담을 하며 저는 제 머리속 그와의 추억들을 확인해나갑니다.
 

그와 처음 만났던 장소는 직장입니다.

새로운 프로듀서로써 들어온 그를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대형 프로덕션이기도 했던 당시의 직장에는 프로듀서로써 들어오는 사람이 드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사이가 좋아져갔습니다.

처음에는 쓸모없는 잡담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에 그는 아이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갔습니다.

조금 외로웠지만 기뻤습니다.

이 때부터 둘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제가 꼬셨지만요.

그후부터, 수년이 자나, 자연스레 시선이 그를 향해 가버렸습니다.

매일 열심히 일하는 그를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에는 이미 그에 대해 연심을 품은 뒤일지도 모릅니다.
 

이 마음에 눈치 챘을 때는, 그가 아이돌 유닛을 프로듀스하기 시작했을 때 부터입니다.

아이돌들이 그에게 과격한 스킨십을 하는 것을 보고

싫었습니다.

그러니까 술자리를 권유해서…

맞아요, 그 때 프로듀서씨가 울기 시작해서

그래서 그의 집에 같이 들어갔지요.

그 때,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돼서…

그의 집에서 아이돌들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후부터, 자주 함께 마시러가게 됐습니다.

그의 집에 들리게 됐습니다.

그러고보면 언제나 집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아이같은 우는 모습도 정말 좋아합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고, 지금 사장에게 스카우트돼서.

거기서, 그에게도 제가 권유를 했습니다.

당황하는 그를 안심시키고.

아아,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니깐요.

정말, 프로듀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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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난지 수 분 후.

우리들은 커다란 맨션에 도착했습니다.

그 맨션의 한 방이 그의 집.

\"어지러져 있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것 치고는 방은 깔끔하게 청소가 된 상태였습니다.

제가 올 걸 생각하고 미리 청소를 한 것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안내받은 테이블에 앉자, 마주보듯 그도 앉아서 함께 물을 마십니다.

\"변함없이 아무것도 없네요.\"

\"그렇나요?\"



거실에는 필요한 물건들만 적은 수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소파,텔레비전,테이블,컴퓨터

생활에 필요한 것 말고는 놓여져 있지 않은 방 구석에 있는 물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뭐에요? 저 상자는?\"

둘 곳이 없어서 그랬는지 방 구석에 몰린듯이 놓여진 작은 상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곤란한 얼굴을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저, 전 사무소의 아이들에 관련된 물건들이라…\"

\"흐응, 그렇습니까\"

버리면 좋을텐데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참아야 합니다.

추억의 물건이라 남겨둔 것일테지요.

그래

\"모처럼이니 한번 안을 봐보죠.\"

\"...네?\"

\"자자.\"

저는 상자를 테이블로 옮겼습니다.

상자를 열기 직전에 그의 얼굴을 보니 곤란한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어린애같은 면모가 너무나 좋습니다.
 

\"추억을 한번 볼까요?\"

\"…네\"

\"추억은 서로 이해하며 즐기는 거 잖아요? 그러니깐 가장 오랫동안 어울린 저랑 같이 봐야해요.\"
 

납득이 가지 않는듯한 그를 무시하고 상자를 열었습니다.

방해될 물건을 구별해야 합니다.

상자의 안에는 여러 종류의 책이 쌓여있었습니다.

이건 프로듀서가 담당했었던 아이돌들의 취미에 관련된 서적들.

프로듀서씨가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취미를 공부했던 흔적입니다.

…응?

갑자기 묘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프로듀서씨가 담당했었던 아이돌들의 취미에 관련된 책이라면 분명 좀 더 있어야 할텐데.

저는 한 권의 책을 짚었습니다.

그것은 아로마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이걸로 조금은 납득했습니다.

다음책은 색소폰에 관한 내용의 책.

그 이외의 책은 비문학이 아니라, 전부 소설책 이었습니다.

유명한 책도 있지만 대부분은 연애소설 이었습니다.

제가 알아차리기에는 충분한 단서들이었습니다.
 

\"저, 그녀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으로써.\"

\"…그렇게 보이네요.\"

이 책들의 내용에 알맞는 아이돌의 얼굴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녀들은 그가 예전에 다니던 사무소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프로듀스한 아이돌들입니다.

그러니까.
 

\"버려버리죠.\'
 

저는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이건 그를 위해서입니다.

추억은 서로 나누는 것.

추억은 분별해야 하는 것.

그러니까, 이런 것은 버려버려야 합니다.
 

\"그렇지만, 받은 물건들이고.\"

\"받은 건 알겠지만,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어봤자 방해밖에 되지 않아요.\"

\"그럴까요…\"

방해입니다.

필요없어, 이딴거
 

\"프로듀서씨는 상냥하니깐 이런 걸 두고 있지만, 보통은 이런 상처만 주는 것들따윈 버려요.
당신이 버릴 수 없다면 제가 버려드릴게요.
이런 것들은 당신의 도움이 되지 않아요.
프로듀서씨는 이제 그녀들과 관련이 없으니까요.\"

제 자신도 놀랄정도로 강한 어조로 말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참을 수 없었어요.

그가 상냥하고 관대하니깐.

그런 그를 위해서 제가 대신 엄격히 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옛날에 집착하니깐 안되는거에요. 그러니깐 아냐씨에게도 그녀들을 겹쳐보아서 상냥하게 대하는 거죠? 그건 그녀들을 위한 행동이 아니에요. 프로듀서씨가 진정으로 그녀들을 위한다면 이런 건 버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프로듀서씨는 입을 다물고만 있습니다.

곤란한 표정으로 상자 속을 들여다보는 그의 얼굴은 싫었습니다.

그 얼굴에는 저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담겨있지 않으므로.
 

\"프로듀서씨?\"
 

조용하게 불러도 그는 입을 다문 채입니다.

무거운 침묵이 수 분간 계속됩니다.

드디어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생각하게 해주세요. 조금 더 생각해서 버릴지 말지 결정하겠습니다.\"

그는 일어나서 천천히 상자의 표면을 쓰다듬었습니다.

분명 떠올리기 싫은 추억일텐데 어째서 저렇게 집착하는 것일까요?

\"그렇습니까, 버릴 때에는 저를 불러주세요. 제가 전부 버릴테니깐. 이거 말고도 더 가지고 있지요? 그것도 버릴게요.\"

\"다른 아이돌들 것은 관계가 없지…\"

\"있어요. 전부 버려주세요. 러시아어 책도.\"

\"러시아어도!? 그치만, 아냐는 지금 제가 담당하고 있는 아이돌인데…\"

\"아뇨, 이제 그녀도 아니에요.\'

생각지도 못한 기회에 말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말할 생각이었으니 상관없었습니다.

그의 얼굴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가는 걸 보자 조금은 마음이 흔들립니다.

\"설마… 아냐는?\"

\"네 담당을 바꿀거에요.\"

\"왜죠!? 잘하고 있었잖아요!?\"

\"네,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이 담당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냐는 지탱해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해요. 갑자기 바꾼다면 그녀도 일에 힘을 못쓸지도 몰라요.\"

\"마음을 지탱해주는 사람은 확실히 필요해요. 그러나, 그녀는 프로듀서씨를 마치 연인처럼 바라보고 있어요.\"

\"그건 아마 조금 외로워서 그럴거에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자기를 지키려고…\"

\"그렇다면 이 다음부터는 사무소 안에서만 그 외로움을 매꾸어 주세요.\"

\"…하지만.\"

\"이대로 계속 어울린다면 바깥에서 무언가 일어나 스캔들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좋아요? 그게 가장 싫은 건 프로듀서씨 아닌가요?\"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굳게 닫은 그를 저는 상냥하게 껴안았습니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이.

상냥하게.

\"프로듀서씨도 슬슬 주변 관계를 확실히 하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한다면 아이돌들과의 거리감을 확실하게 의식할 수 있을거에요?\"

\"…누군가와 사귀라는 소리인가요?\"

\"아무나 좋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눈 앞의 몸만 큰 어린애에게 상냥하게 입맞춤을 했습니다.

놀란 듯한 사랑스러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아아.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그와 키스하는 것을 얼마나 기다려왔던지.

본래 바람은 좀 더 천천히 사귀어서 그가 저에게 키스해주면 했지만… 어리광을 부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한 미래를 만들기위해서는 이상을 버려서라도 그 미래를 잡아야 합니다.

다소 억지가 섞이더라도.
 

키스를 하고 나서 수 초가 지난 뒤 천천히 그는 떨어졌습니다.

저는 조금 아쉬워져 그의 입술쪽에 시선이 갔습니다.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저에요.\"

아까 전 대화를 다시 시작하자 그는 시선을 돌려버렸습니다.

상정 내의 반응이라 아직 괜찮습니다.
 

\"…그건\"

\"이건 고백이에요.\"
 

그에게 무언가 말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강하게 밀어붙이면 그는 분명히 제가 말하는 대로 따를테니까요.

\"후후후, 대답은 기다리고 있을거니 빠른시일내에 부탁드릴게요.\"
 

그의 귓가에 상냥하게 속삭이고 방에서 나갑니다.

아, 마지막으로 인사를 해야합니다.
 

\"프로듀서씨, 내일 직장에서 봐요.\"
 

그것을 전하고 문을 천천히 열었습니다.
 

차가운 밤공기가 마음에 서립니다.

눈치채보니 몸이 차갑게 식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가슴만큼은 무척이나 뜨거웠습니다.

프로듀서씨는 언제 대답을 돌려주시려나?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바봅니다.

아름다운 별들은 저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저 큰 별들은 마치 아이돌들 같습니다.

크게 반짝이며 예쁘게 빛나는 별들은.
 

프로듀서씨는 별 같은 것들 보단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어울립니다.

프로듀서씨는 혼자서 있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그를 이끌어주는 편이 더욱 행복할 겁니다.
 
 
━━━괜찮아.
━━━제가 전부 지켜드릴게요.
━━━싫고, 괴로운 것들로부터.
━━━제가 도와드릴게요.
 
사랑스런 프로듀서씨.
 
 
 
 
 
━━━━━━

후일담.

나는 지금 아냐와 일을 하고 있다.

프로듀서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얘기니는 아냐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것도 신경을 쓰지말고 오로직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게다가 사장님한테 그런 얘기 듣지도 못했고…

그렇긴 해도 치히로씨가 그런 이상한 거짓말을 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치히로씨…

나는 치히로씨의 고백에 아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분은 나에게 재촉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메일로 대답하는 거라면 언제든 기다리고 있겠다고는 들었다.
 

지금 나는 아냐를 스테이지에 배웅하고 손이 비어버렸다.

뭔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판기에서 차를 샀을 그 무렵이다.

아냐의 것도 사고나서 캔을 짚으려 했을 때.
 

\"프로듀서 아니야? 오랜만이네.\"
 

맑고 또렷한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많이 들었던 목소리다.

지금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그 목소리는 나를 불렀다.
 
━━━아아, 왜?
━━━왜 네가 이곳에 있는거야?
━━━이제 그만 용서해줘.
 

후회의 바다에 잠긴 채로 나는 천천히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뒤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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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재밌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