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쿠로코「언니야말로 나쁘답니다! 오히려 토우마 씨가 불쌍할 따름이어요!」

좋은 갤러리가 있길래 문넷에 1~10화 모아 올린 걸 여기에도 한 번 올려봅니다. 그대로 퍼왔을 때 글자수 버그 발생하는 것으로 인하여 4분할하여 올립니다

다만 거의 4년 전에 썼던 작품이라 필력이 미흡한 부분이 있으니 그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완결은 된 상태이니 11화부터 읽고 싶으신 분은 조아라나 문넷 가시면 됩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각 화의 구분은「===/===」로 대신합니다

쿠로코「언니야말로 나쁘답니다! 오히려 토우마 씨가 불쌍할 따름이어요!」

미코토「쿠로코···!」

쿠로코「어째선가요! 무언가 찔리시는 거라도 있으신지요! 연인까지 되었으면서 언제까지나 머뭇머뭇, 키스도 일언지하에 거절. 쿠로코가 토우마 씨였다고 해도 언니에게는 질렸사와요!」

미코토「쿠로코! 그만 입 다물라고 했지!」

미사카 미코토는, 몰랐다

이 잠깐 사이에 믿고 있었던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나 진전했을 줄은-

또 그 두 사람에게서 동시에 배신을 당할 줄은-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무심코 놀라버려 그 사람의 뺨을 때려버렸을 때 부터 연인이라는 톱니바퀴는 틀어지기 시작했던 걸까

이 모든 일의 발단은, 몇 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몇 달 전, 하굣길]

카미조「♪~♪~」

츠치미카도「카미양. 꽤나 기분이 좋아 보인다냐?」

카미조「후후···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 카미조 씨에게 귀엽디 귀여운 여자 친구가 생겨버릴 줄은!」

파란피「카미양. 한 대 패도 되겠어?」

카미조「읏. 폭력은 결사 반대입니다!」

카미조 토우마는 아침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매우 하이텐션이었다

그 이유라면 최고급 플래그 건축사에 불과할 터인 그 카미조 토우마에게, 여자친구라는 이름의 애인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에 아침부터 카미조의 반은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고 그 결과, 카미조는 장장 몇 시간에 걸쳐 클래스 전원에게 재판이라는 탈을 뒤집어 쓴 물리적, 정신적 구타를 당했다

그래도 카미조의 그 올곧음, 선함은 누구나가 알고 있었던 지라 어느덧 반 아이들 전원이 카미조의 일을 축하하게 되었고 카미조 역시 진심어린 미소로 그들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

미코토「아! 토우마!」

학교의 정문 앞에서 카미조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드는 여중생

그녀는 학원 도시에서도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사립 토키와다이 중학의 교복을 입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주위로부터 굉장한 갤러리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래. 그녀는 이 학원 도시에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레벨 5의 제 3위

초전자포, 미사카 미코토였다

카미조「아, 그럼 난 지금부터 미코토와 함께 하교를 하기로 되어있으니까 이만!」

카미조는 만면에 미소를 띠우고서 나는 듯한 발걸음으로 미코토를 향해 뛰어갔다

그와 동시에,「또 너냐, 카미조 이 자식」이라는 남학생들의 수많은 질투의 시선이 카미조의 등에 꽃힌 것은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파란피「크으으~ 하필 카미양의 여자 친구가 그 유명한 토키와다이의 레일건이라니!」

카미조의 여자 친구가 미사카 미코토라는 사실이었다

레벨 0과 레벨 5가 애인이 되었다는 것 자체 하나만으로도 이 학교에 큰 가쉽 거리를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이슈였다

아니, 정확히는 학교가 아닌 도시 전체의 수준이겠지만···

그만큼 레벨 5의 초전자포, 미사카 미코토의 존재는 영향력이 컸다

여학생들로부터는 기 죽은 시선

남학생들로부터는 질투와 선망의 시선

파란피로부터는 질투와 선망, 거기다가 지금까지 줄곧 유지되어 오던 델타 포스가 너로 인해 깨졌다는 원망의 시선

갖가지 생각을 담은 시선이 교차하는 하교길에서, 카미조와 미코토는 손을 잡고서 거리를 걸어내려간다

그리고 그런 둘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츠치미카도

츠치미카도「금서목록과 환상살, 거기에다가 또 초전자포라···」

츠치미카도가 이유 모를 고뇌의 시선을 보내는 노을빛 하늘에는, 기나긴 비행기 구름만이 잔잔하게 떠다닐 뿐이었다


카미조「인덱스와는 얘기가 잘 되었나 봐?」

절대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강하게 맞잡은 둘의 손

미코토는 카미조의 물음에 뺨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카미조와 미코토가 함께 맞이한 두 번째 일단람제

그 일단람제의 끝에서, 미코토는 카미조에게 고백을 했다

그리고 카미조 역시 러시아에 있을 때 부터 차츰 미코토에게 신경이 쓰여왔기에 미코토의 고백을 어렵지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둘에게도 유일한 난관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인덱스였다

처음, 카미조 가(家)에 사는 그 식객 시스터는 두 사람의 교제를 맹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카미조와 미코토의 일주일에 걸친 끈질긴 설득, 또 미코토가 몇 번이나 보여준 카미조에 대한 진정한 마음을 보고서 인덱스는 이내 자신의 마음을 굽혔다

그리하여 지금, 인덱스는 미코토에게「절대 토우마를 슬프게 하면 안돼!」라고 전하고서 오늘 아침, 카미조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서 영국으로 귀국한 참이었다

자신의 말로는 기분의 정리가 필요하다랄까···

그래도 둘의 입장에서는 인덱스를 끝으로 이른바 평화의 나날이 찾아온 것만 같았다. 이 학원 도시처럼 말이다

카미조「아,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 식사는 뭐야?」

미코토「파스타야. 그래도 일단 처음 만드는 거니까 그렇게 기대하지는 말아줘?」

카미조「오우. 이 카미조 씨는 여자 친구가 만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맛있게 먹을 자신이 있습니다」

미코토「정말-토우마는 바보···///」

말 그대로 토를 할 것만 같은 달콤한 분홍빛 공기를 주위에 퍼뜨리며 두 사람은 걸어간다

주위의 사람들 역시 질색이다, 라는 표정이 얼굴의 만면에 드러나 있지만 역시 두 사람은 전혀 자각을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문제가 많은 커플이다


그 후로 몇 시간

부엌에서 한참 들려오던 물소리가 멎었다

미코토는 마지막으로 씻은 그릇을 선반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장갑과 에이프런을 벗었다

카미조「···꿀꺽」

카미조는 미코토의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지만, 역시 연인이라는 틀에 묶이자 굉장히 의식을 하게 된다

조금씩 움직일 때 마다 찰랑거리는 샴페인 골드 풍의 머리카락

새하얀 피부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주위에서 아무리 레벨 5, 초전자포, 레일건, 토키와다이의 에이스라고 불러도 미코토는 귀여운 여자 아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재차 실감한다

미코토「토우마?」

그리고 미코토 또한 카미조와는 다른 의미로 굉장히 만족한 상태였다

자신이 열심히 만든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어준 토우마

몇 번이나 자신의 음식을 극찬한 토우마

그것만으로도 미코토의 마음은 행복감에 가득찰 수 있었던 것이다

미코토「왜 그래? 내 얼굴에 뭔가라도 묻었어?」

카미조「아, 아니···아무것도 아냐···」

한편으로 카미조도 부끄럼을 꽤나 타는 성격이기 때문에 말끝을 흐릴 수 밖에 없었다

하여튼 자신이 미코토에게 있어 첫 남자 친구이듯이 미코토 역시 자신의 첫 여자 친구이기 때문이었다

아직 그들에게 있어서 대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기에는 어딘가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 순간, 미코토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미코토가 게코타 커버 속에 들어가 있는 휴대폰을 살짝 열자, 쿠로코로부터 온 메일이 있었다

『언니. 어디 계신 건가요! 또 그 유인원 자식의 집인 건가요오오오』

아하하- 미코토는 쓴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쿠로코도 처음에는 큰일이었다

자신이 그와 사귄다는 사실을 밝히자, 쿠로코는 광분하며 당장이라도 카미조를 죽일 듯한 태세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후에도 이전의 카미조와 미코토의 결투 때와 같이 카미조와 쿠로코의 결투 아닌 결투가 습관처럼 일어났지만 결국 쿠로코도 카미조의 존재를 받아들였다

이러나 저러나 쿠로코는 깨달은 것이다

미코토가 카미조를 생각하는 마음은, 자신이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커져버린 상태라고

그렇다면 여기서는 한발짝 물러나 언니가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것이 진정한 후배의 모습

아무리 미코토를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는 쿠로코라고 해도 결국은 미코토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주는 착한 후배였던 것이다

카미조「시라이야?」

미코토「응. 빨리 오라고 말이야」

카미조「그럼 내가 보내줄게」

미코토「응, 고마워」

두 사람이 사귀게 된 후로 일상적인 패턴이 되어버린 대화

아직 카미조에게 있어서도 미코토에게 집에 하루만 머물다 가라는 말을 할 자신은 없었고

미코토 역시 카미조에게 집에 하루만 머물면 안되겠냐고 물어볼 자신은 없었다

스킨쉽 조차 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를 만들며 작별의 인사를 하는 것이, 요즘 두 사람이 자아내는 데이트의 끝이었다


미코토「여기면 됐어」

카미조「응」

토키와다이 중학 기숙사 정문 근처

미코토는 아쉬운 듯한 기색으로 카미조의 손을 놓았다

미코토「그, 그럼 가 볼게···」

카미조「으, 응···」

어색한 분위기

처음 사귀는 커플이라면 당연한 분위기일 것이다

하지만 카미조는 최근 며칠 간, 고뇌에 고뇌를 거듭해왔다

어떻게 하면 미코토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늘 같던 데이트의 결말을 바꿀 수 있을지

결국, 카미조는 결심했다

미코토가 카미조에게 어색한 듯이 인사한 후 뒤돌아 걸어가려는 순간-

미코토「?!」

카미조「저, 저기 미코토」

미코토의 어깨에 올려진 카미조의 손

카미조의 얼굴은 매우 단단히 굳은 상태이다

미코토 역시 화들짝 놀란 눈으로 카미조를 응시하고 있다

두근두근

카미조의 심장이 격렬히 고동친다

이건, 사춘기의 남자 고교생으로서는 당연히 기대되는 행위

동시에 연인으로서 반드시 밟아야 할 단계

아무리 미코토가 중학생이라지만, 이 정도 까지는···

일순간, 미코토의 어깨를 잡은 카미조의 손의 힘이 강해졌다

미코토「아, 아얏!」

그리고, 아픔에 미간을 찌푸리는 미코토

카미조「미, 미안!」

그러자 깜짝 놀라며 미코토로부터 손을 떼는 카미조

카미조의 돌발 행동에 굳었던 분위기가 깨져, 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미코토「아하하! 그, 그럼 난 가 볼 테니까! 잘 자!」

그에 이런 분위기가 싫다는 듯이, 서둘러 카미조로부터 발걸음을 옮기는 미코토

카미조는 그런 미코토를「아···」라는 얼빠진 소리와 함께 바라볼 뿐이었다

카미조「잠깐만 기다려! 미코토!」

뒤늦은 카미조의 외침

허나 미코토는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그러한 미코토의 모습에 카미조는 스물스물.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어두운 감정이 마음 속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미코토「하아···하아···」

미코토는 가슴을 움켜쥔 채로 기숙사 건물의 벽에 기대 힘겨운 호흡음을 내고 있었다

그런 미코토의 양 뺨은, 마치 토마토처럼 새빨개져있었다

미코토「그 녀석···」

그때 그 녀석의 얼굴

주위의 분위기

분명 그 녀석. 키, 키, 키, 키, 키···!

미코토「꺄아앗···!///」

결국 끝에 '스'를 붙이지 못한 채로 양 뺨을 잡고서 몸을 부끄러운 듯이 비비꼬는 미코토

이 모습만 보자면 어디까지나 갓 사랑에 빠진 순진한 소녀 그 자체였다

미코토「에헤헤···///」

히죽히죽거리는 미코토의 입가

솔직히 자신이 없어 그에게 적극적으로 대쉬하지 못한 자기 자신, 그가 용기를 내 먼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자기 자신, 이 둘 다에게 원망감은 존재했지만 지금의 미코토에게 있어서는 카미조가 자신에게 키스를 하려했다는 기쁨이 이 원망감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미코토「그 바보. 그러면 오늘 잘 수가 없잖아···///」

비틀비틀

미코토는 기분 좋은 열기를 느끼면서 기숙사로 걸어 들어갔다

그 발걸음은 어디까지나 불안하면서도 가벼운, 무언가가 엇나간 듯한 발걸음이었다

===/===

미코토와 카미조가 사귀기 시작한 후 수주가 흘렀다

그리고 177지부의 저지먼트. 시라이 쿠로코는 오늘도 학원 도시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범인과의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쿠로코「거기, 그만 서시와요! 도망치는 것도 소용없사와요?」

스킬 아웃 A 「히익! 오, 오지마!」

학원 도시의 찬란한 풍경과는 대비되는 음침한 뒷골목

그곳에서 쿠로코는 여유로운 기색으로 도주 중인 스킬 아웃 한 명을 뒤쫓는 중이었다

다만 까다로운 점이라면

타앙-!

쿠로코「읏차. 이런 건 위험하답니다? 숙녀에게 권총을 겨누다니, 남자 실격이어요」

자신이 쫓고 있는 스킬 아웃이 권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단번에 거리를 좁혀 제압하기는 어려웠기에 쿠로코는 차선책으로 천천히 거리를 줄여나가며 상대를 압박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코노리「쿠로코! 뭐 하고 있는 거야!」

쿠로코「어머. 코노리 선배」

그 순간, 한쪽 귀에 장착하고 있는 헤드 마이크로부터 한 여성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코노리「오늘은 우이하루도 없기 때문에 안티 스킬이나 다른 지부의 요원들에게 맡기자고 했잖아! 돌아오도록 해! 시라이 씨!」

쿠로코「괜찮답니다. 저런 무뢰한 하나둘 쯤은 간단하기에」

코노리「그런 게 아니잖아! 저 녀석들이 널 유인하고 있는 것 일수도 있단 말이야. 안 그래도 넌 저지먼트 중에 유명한 요원이기 때문에 좀 더 몸을 사릴 필요가-」

쿠로코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고열으로 인해 자신의 파트너인 우이하루가 금일 결석한 것은 꽤나 큰 전력의 손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킬 아웃 하나둘, 아니 열 까지 상대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눈 앞에서 불의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죗값을 물어주지 않는다면 이 한쪽 팔에 매어져 있는 저지먼트 완장이 아깝기 그지 없다

쿠로코는 코노리의 잔소리에 적당하게 대응을 해가며, 다시 순간 이동을 했다


미코토「그, 그게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달까···///」

뺨을 살짝 붉힌 미코토는 양 손가락을 톡톡 두드려가며 중얼거렸다

데이트의 끝. 아직까지 카미조와 미코토는 몇 번이나 데이트를 했지만 키스조차 해 보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카미조는 꽤나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겨우겨우 분위기를 잡아 공원의 그늘까지 데리고 왔건만, 미코토가 거부를 할 줄이야······

카미조「혹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미코토「그,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지만 난 아직 중학생이고···그, 그걸 하기에는 여러가지 빠르다고 생각하고···어, 어쨌든 미안해! 오늘은 정말 못하겠어!」

미코토는 양 손을 모으고서 고개를 푹 숙였다

동시에 어째서지, 하고 미코토는 생각했다

꽤 오래 전, 녀석과 함께 했었던 대패성재에서는 녀석에게 넘어뜨려져 키스 직전까지 갈 뻔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자신 혼자의 오해인 것 같지만 하여튼 그때의 자신은 키스를 한다는 행위에 별로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뭐랄까, 연인이라는 관계가 되고 나니 키스라는 행위를 굉장히 의식해 버리는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얻은 별의별 지식들에 의하면 남자는 키스를 한 후 자칫하면 여러가지 의미로 멈출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 했다

물론 미코토는 카미조라면 몸과 마음, 모두 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러한 관계가 되기에는 뭔가의 꺼림직함, 두려움이 내면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이 녀석을 정말 좋아할텐데-

정말 좋아해서, 좋아해서, 매일 이 녀석의 일만 생각할 정도인데-

왜 나는 이 녀석과 연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까지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카미조「하아- 알겠어.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미코토「미안해! 그, 다음에는, 그거. 할 수 있도록 노, 노력해 볼 테니까!」

미코토는 자기 혐오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카미조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카미조도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의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코토「그, 그럼 오늘은 즐거웠어! 다음 주에 봐!」

미코토는 허겁지겁. 도망치듯이 카미조로부터 멀어져갔다

카미조 역시 그런 미코토를 부르지는 않았다

어차피 불러봤자 이러한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카미조는 온갖 기분 나쁜 상상에 휩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미코토는 가벼운 기분으로 나를 좋아한다고 한 건가?

난 미코토에게 질려버린 건가?

아니, 애초부터 미코토에게 중학생이라는 커트라인을 정하고 있던게 누구인데···

바로 나 자신, 카미조 씨잖습니까······

카미조「하아···카미조 씨도 꽤나 큰일인 녀석이군요」

미코토와 애인이라는 관계가 되자마자 자신이 예전부터 쭉 지키고 있던 중학생이라는 커트라인을 부수고서 키스를 못 했다는 것만으로 실망감을 느끼다니······

카미조「난, 뭐하는 녀석이지······」

자조 섞인 카미조의 푸념

확실히 이대로라면 자신은 키스를 비롯해 육체적 관계에 집착하는 한심한 녀석에 불과할 뿐이다

이까지 생각이 미치자, 카미조는 미코토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어쨌든 내게 용기를 내 고백해 온 귀여운 여자 아이인데 필요 없이 사과까지 하게 만들다니···

카미조「다음에 만났을 때 미안하다고 하지 않으면···」

그렇게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타앙-!

선명한 발포음이, 공기를 찢었다

카미조「이건···」

생각할 틈도 없다

카미조는 발포음이 들려온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러나저러나 오늘도 스스로 사고에 말려 들어가고 있는 카미조였다


치직, 치지직-

음습한 뒷골목. 전파 방해음이 단속적으로 주위에서 울리고 있다

콰직. 한 스킬 아웃이 쿠로코로부터 뺏은 헤드 마이크를 짓밟았다

쿠로코의 안부를 걱정하던 코노리의 절규를 끝으로,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져갔다

스킬 아웃 자「네년이 그 유명한 텔레포터지? 이까지 와 준다고 수고했다고」

스킬 아웃 A「대장. 제 연기, 어떻습니까? 필사적으로 유도했다고요」

스킬 아웃 대장「좋았어. 포상으로 저번 팁의 두 배를 줄 테니까 기대하고 있도록 해」

스킬 아웃 A「가, 감사합니다! 대장!」

큭, 하고 쿠로코는 입술을 깨물었다

설마 능력자의 연산을 방해하는 캐퍼시티 타운이 소형화되어, 스킬 아웃들에게까지 유통되고 있을 줄은-

게다가 눈 앞의 무리는 수많은 스킬 아웃의 무리들 중에서도 굉장히 질이 낮은 무리였다

두근두근. 수많은 훈련과 전장을 헤쳐 와 웬만한 일로는 긴장하지 않는 쿠로코의 등에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스킬 아웃 대장「어이. 저지먼트를 주제로 한 AV는 얼마 정도 팔릴 거라고 생각하냐?」

스킬 아웃 B「그야 대히트 아니겠습니까! 대장!」

그 말에 족히 이십 명은 되어 보이는 스킬 아웃의 무리들이 일제히 웃기 시작했다

쿠로코「저지먼트를 건드릴 생각인가요? 그렇게 되면 일반적인 처벌로는 넘어가지 않사와요」

스킬 아웃 대장「어이. 지금 네년은 자신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거냐? 방금 전은 빗나갔지만, 아직까지 내 손은 네년의 몸에 총탄을 박아주고 싶어서 안달이라고. 가만히 닥치고 있는 게 네년의 신상에 이로워」

능력 사용 불가

많은 수의 스킬 아웃들에게 포위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방심을 틈 타 도망치는 것도 불가

방금 전, 헤드 마이크의 파괴로 외부와의 연락도 불가

말 그대로 쿠로코는 대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스킬 아웃 대장「어이. 너희 둘. 그년의 몸을 잡아」

남자의 말에 그의 졸개로 보이는 스킬 아웃 두 명이 쿠로코의 양 팔을 잡아 구속한다

쿠로코는 미간을 찌푸리며 저항하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스킬 아웃 대장「먹은년 중에 제일 어린년이 고등학생이었지만, 이제 중학생으로 신기록 갱신인가. 게다가 그 유명한 토키와다이의 저지먼트라니. 완전히 복권 당첨이군」

스킬 아웃 D「헤헤~ 대장님. 대장님이 하신 다음 제게도 한 번만 주시면?」

스킬 아웃 대장「조바심 내지마라. 어차피 이년은 네놈들 전원에게 돌릴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일단 카메라부터 준비해」

우오오! 하고 뒷골목에 환성이 일어난다

저지먼트의 완장이 한 스킬 아웃의 손에 찢겨져 지면에 떨어졌다

쿠로코「크으! 그만두세요! 저지먼트에게 이런 짓을 하고서 그냥 넘어간다고 생각합니까!」

스킬 아웃 대장「닥쳐」

짜악-! 하고 마른 소리가 울렸다

남자은 무표정으로, 손에 잔뜩 힘을 실어 쿠로코의 양 뺨을 번갈아 후려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항하던 쿠로코의 어조도 점점 약해져, 뺨이 부어 올라, 코피가 흘러내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손찌검은 멈추지 않는다

쿠로코「아···아···」

뚝- 뚝-. 쿠로코의 얼굴으로부터 핏방울이 지면에 떨어졌다

단정히 정리되어 있던 쿠로코의 트윈테일은 어느새 흐트러져, 엉망진창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스킬 아웃 E「이야. 역시 대장이 여자를 길들이는 능력만큼은 출중하다니까」

스킬 아웃 대장「임마. 레벨도 제로인데 이 정도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지」

와하하! 하고 다시 스킬 아웃의 무리가 웃는다

멍하다

시야가 어지럽게 돈다

새빨갛게 물든 뺨은 부어 올라,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찌지직. 남자가 억센 힘으로 쿠로코의 어깨 부분을 가리던 옷을 뜯어냈다

결국 저지먼트 완장과 함께 자랑의 상징이던 토키와다이 중학의 마크까지 덧 없이 지면으로 떨어져간다

남자의 눈동자에 선명히 각인되는 쿠로코의 새하얀 피부와, 적당한 에로함이 깃든 속옷

그런 쿠로코의 모습에, 스킬 아웃의 무리는 격한 호흡을 해가며 일제히 흥분을 하고 있었다

스킬 아웃 대장「이년. 가슴은 없지만 속옷은 제대로 된 걸 입고 있잖아」

스킬 아웃 F「토키와다이의 년이라고 해서 쓸데없이 고지식할 줄 알았는데 괜한 망상이었나 보군요. 으하하!」

찌직- 찌지직-. 스커트를 제외한 옷들이 녀석들의 무자비한 손길에 뜯겨나가진다

그럴 때 마다 녀석들에게 보이는 쿠로코의 새하얀 살결도 점점 그 면적을 넓혀간다

주르륵. 질끈 감긴 쿠로코의 눈으로부터 눈물이 넘쳐 흘렀다

죄송해요, 언니. 쿠로코는 언니의 것인데 이 자들에게 더럽혀 질 것만 같사와요

죄송해요, 코노리 선배. 선배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스킬 아웃 대장「아하하! 이 녀석 울기 시작했다고!」

스킬 아웃 G「대장에게 몇 대 얻어맞고 나니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거죠. 물론 처음부터 울었어도 곱게 보내주지는 않았을 테지만. 쿠헤헤!」

스킬 아웃 대장「하여튼 계집년들은 맞고 나면 순종적으로 변한다니까. 거기 네년. 이제 이 스커트와 그 야한 브래지어만 벗기면 전라라 불러도 손색없는 모양이 된다고? 뭔가 감상이라도 말해 보지?」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차라리 지금 정신을 놔, 이 자들에게 당할 고통을 최대한 망각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언니···언니···

옛날, 우체국 강도 사건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레일건과 함께 자신을 늠름하게 구해준 언니···

그때처럼, 지금도 언니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하고 쿠로코는 바래보지만 그 구상이 실현될 리가 없다

하지만

「네놈들. 뭐하는 짓이냐」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을 것만 같은, 잔뜩 화가 난 한 고교생이 이 자리에 나타났다

오른손 하나만으로 학원 도시 제 1위를 꺾고 마법과 관련된 수많은 난관을 헤쳐온 최고급 플래그 건축사

쿠로코에게는 유인원, 이자 연적. 그리고 자신이 마지못해 인정한 언니의 애인

환상살. 카미조 토우마였다

===/===

요미카와「이건 꽤나 위험하잖아···」

제 7학구의 뒷골목

안티 스킬의 일원. 요미카와 아이호는 부하로부터 건네받은 자그만한 캐퍼시티 타운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요미카와의 근처로는 수많은 안티 스킬 대원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고 방금 전, 쿠로코에게 몹쓸 짓을 하려 했던 스킬 아웃의 무리들이 줄줄이 연행되고 있었다

요미카와「이게 스킬 아웃에게 유출되었을 줄이야···뭐, 하여튼 너도 여전하잖아. 카미조」

카미조「아하하하···」

요미카와의 눈이 향한 곳은, 붕대 투성이의 카미조

카미조는 요미카와의 칭찬 아닌 칭찬에 쑥쓰럽다는 듯 멋쩍은 웃음 소리를 흘렸다

쿠로코「그, 카미조 씨. 정말, 그···병원에 가지 않아도···」

카미조「괜찮다니까. 시라이. 이 정도 상처는 평소에 비하면 약과라고」

또 그런 그의 곁에서 카미조가 건네준 와이셔츠를 덮은 채, 카미조의 안부를 걱정하는 쿠로코

수십 분 전

카미조는 쿠로코가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진 것을 목격. 곧바로 쿠로코를 구하기 위해 스킬 아웃의 무리로 뛰어들었다

당연히 그 뒤에 일어난 일은 20대 1이라는 대난투극

하지만 마술과 과학의 수많은 사건을 오른손 하나로 헤쳐 온 카미조에게 일개 스킬 아웃의 무리들이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물론 난투극의 끝에서 급박해진 무리의 대장이 권총을 빼내들었을 때는 카미조 역시 대위기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무리의 대장 또한 시간에 맞춰 달려 온 안티 스킬에게 제압. 카미조는 무사히 쿠로코를 구해낸 것이다

요미카와「그래도 어느 정도는 몸을 사리는 게 좋잖아? 오히려 너에게 응급 치료를 해 주는 대원이 불쌍하잖아」

카미조「그럼 아예 저지먼트라도 돼버릴까요? 그러면 다치는 것도 정당 사유이고 말이죠」

쿠로코「저지먼트를 우습게 보지 말아 주시어요」

농담의 끝에 돌아온 것은 쿠로코의 차가운 시선

카미조는 쿠로코에게 정확히「농담 정도는 괜찮잖아」라는 말을 건네기 위해 시선을 돌렸지만···

카미조「···」

그 순간, 카미조의 몸이 굳었다

쿠로코「?」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카미조의 양 뺨은 붉어져 갔다

쿠로코는 카미조의 이상 행동에 한동안 멍하니 카미조를 바라만 보다가···

쿠로코「읏······?!///」

선명히 보이는, 와이셔츠의 틈자락

그 틈자락으로는 새하얀 쿠로코의 피부가 선명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카미조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여성의 알몸이라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봐 왔을 텐데 말이다. 물론 사고이지만

헌데 어째서 시라이의 몸을 정말 예쁘다, 라고 무심코 평가해버리고 있는 걸까

카미조의 눈동자에 선명히 비치는 쿠로코의 배와 배꼽

쿠로코「어, 어딜 계속 보고 있는 건가요! 이 유인원!///」

그리고 이어지는 쿠로코의 외침

짜악. 카미조의 한쪽 뺨에 새빨간 손자국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어째서지요. 왜 쿠로코가 그 유인원의 일을···

카미조가 계란의 특매 시간이 위험하다며 현장으로부터 떠나간 후, 쿠로코는 줄곧 카미조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얼굴이 뜨겁다

자신의 살갗을 그 유인원에게 보인 적은 처음이 아닐텐데도. 이전, 무스지메 아와키와 싸운 후 병원에서 그에게 살갗을 보였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오늘은 어째서-

왜 이렇게, 마음이 진정되지가 않을까

쿠로코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자신을 구해줄 때의 카미조의 모습

확실히, 늠름했다

남자들의 주먹을 정면으로 맞아가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꿋꿋히 한 명 한 명, 결정타를 날리던 카미조

또 자신의 심한 꼴을 보고서 진심으로 크게 화난 표정을 지었던 카미조

쿠로코는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는데.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심한 짓만 해 왔는데, 어째서 그 유인원은···

요미카와「뭐야. 반한 거잖아」

쿠로코「하?!///」

요미카와「간단하잖아. 네게 있어서는 히어로잖아. 그렇지 않아?」

히죽히죽. 요미카와는 아예 쿠로코를 놀리려는 기색이다

하지만 쿠로코의 새빨개진 얼굴은 식을 줄 모르고, 반박을 하기 위한 입조차 제대로 벌어지지 않았다

쿠로코「그, 그럴 리가 없사와요! 쿠로코가 그 유인원에게 바, 반하다니! 그런 일은 천지가 개벽해도 있을 수 없사와요!///」

필사적으로 연 입에서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부정의 말

그러나 강한 부정은 긍정이랄까. 지나치게 흥분한 탓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전혀 부정하는 말로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흥분조차, 기분 좋은 열기라고 생각되어 버리는 건 어째서일까

자신이 사랑해 마지 않는 미코토에게조차 느낀 적 없는 이 흥분, 두근거림

쿠로코는 이 정체 불명의 기분에 크게 당황해 하면서도, 자신을 감싸고 있는 카미조의 와이셔츠의 옷자락을 소중한 듯이 쥐었다


밤. 카미조 가

당분간 영국에 머무는 인덱스로 인해 식객 수녀에게 뺏긴 침대를 되찾은 토우마는, 편안 자세로 침대 위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정말 고마워. 쿠로코를 도와줘서』

미코토로부터 온, 웬일로 솔직한 메일

어쨌든 미코토도 오늘 쿠로코에게 일어났던 일을 크게 걱정하고 있던 모양이다

카미조「괜, 찮, 아. 난, 당, 연, 히, 해, 야, 할, 일, 을-」

삑삑. 카미조는 정성스레 버튼을 눌러가며 미코토에게 보낼 문장을 만들어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 묘한 효과음과 함께 휴대폰이 울렸다

카미조「응? 새로운 메일?」

휴대폰의 상단바에는 새로운 메일이 왔음을 뜻하는 아이콘이 떠 있었다

카미조「이건···」

카미조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쿠로코로부터 메일이 온 것이다

그 메일의 내용은 즉-

『카미조 씨. 내일 시간, 괜찮으신가요』


다음 날 아침. 쿠로코는 레스토랑 Joseph's 에서 단정한 차림새로 카미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쿠로코「어디 이상한 곳은 없는 걸까요···」

쿠로코는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확인하고 있었다

쿠로코「···음, 딱히 어색한 곳은 없사와요. 뭐, 이 정도면 적당히 귀여워 보이군요」

-라니 쿠로코는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쿠로코는 손거울을 툭, 떨어뜨리며 자신의 머리를 양 손으로 감쌌다

쿠로코는 자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제를 기점으로, 뭔가가 이상하게 되어버렸다는 것을

어제 그 사건 이후로 줄곧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그 유인원의 얼굴

무서웠지, 라고 말하며 미코토가 자신을 강하게 껴안았을 때도 떠올랐던 것은 그 유인원의 얼굴

심지어 잠자리에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오늘의 이 약속 역시, 자신의 갑작스러운 기분의 변덕으로 생겨난 약속이었다

침착. 침착해야만 해요. 시라이 쿠로코

오늘 그 남자분을 불러낸 것은 단지 어제의 일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어요

쿠로코는 오로지 언니 일직선. 그 남자분의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다니 허락할 수-

카미조「시라이?」

쿠로코「히얏?!///」

카미조「뭘 그리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거야. 카미조 씨, 살짝 무서웠다고요」

쿠로코「시, 시끄럽사와요! 빨리 앉기나 하시어요!///」

또, 어제와 같다

점점 붉게 달아오르는 뺨과 두근거리는 가슴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기분

카미조「그래서? 오늘은 왜 불러낸 거야?」

쿠로코「에? 아, 그, 그게 어제의 일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

카미조「보답? 괜찮다니까 그러네.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쿠로코「아니어요! 쿠로코는, 쿠로코는···!」

확실히 무언가가 이상하다

입에서 멋대로 말이 나온다

어째서 자신은 이 유인원과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어째서 자신은 이 유인원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어째서 자신은, 이 유인원과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쿠로코「괜찮사와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일이라면 뭐든지 해 드릴테니. 그러니까-」

카미조「아니. 뭐든지, 라고 들어도 말이지」

카미조는 난처한 듯한 표정으로 쿠로코를 바라봤다

오늘의 시라이는 평소 자신이 알고 있던 시라이와 뭔가가 다르다

시라이가 이렇게 스스럼 없이 자신에게 접근해 온 적은 없었는데······

하지만 그 순간

쿠로코「그, 그런가요···」

일순간 슬픈 듯이 흐려진, 쿠로코의 얼굴

최고급 플래그 건축사. 카미조 토우마의 성격상 잠깐만이라도 이런 얼굴을 한 여자 아이를 지나치기에는 무리였다

카미조「그럼, 시라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쿠로코「예···?」

카미조「왜, 그, 시라이는 저지먼트니 평소에 놀고 싶어도 꽤 놀지 못했을 거 아냐. 그래서 내 추측이지만 오락실이나 노래방에도 많이 가 본 적 없을 것 같고 말이야. 그렇게 하면 시라이도 즐길 수 있고, 이 카미조 씨도 즐길 수 있고 일석이조란 말입니다~ 카미조 씨는 보답이라는 형태로 한쪽만 즐거워하는 건 사양이라고요」

쿠로코는 멍하니, 그런 말을 하는 카미조를 바라봤다

카미조「시라이?」

동시에, 어렴풋히 알 것만 같았다

왜 언니가 이 유인원, 아니 남자분에게 호의를 품게 되었는지-

왜 이 남자분의 이야기를 할 때 즐거워 하시는지-

쿠로코「알겠사와요. 그럼 카미조 씨. 별로 기대는 안 하지만, 제대로 에스코트, 해주시어요?」

카미조「뭐, 일단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아가씨」

쿠로코가 웃었다

그에 카미조도 미소 짓는다

카미조와 쿠로코가 무자각 속에 서로를 향해 한 발자국을 내디딘 오늘. 하늘은 맑다

===/===

카미조가 쿠로코를 스킬 아웃의 무리들로부터 구해낸 날로부터, 다시 몇 주가 흘렀다

여전히 카미조와 미코토는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하는 풋풋한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학원 도시는 언제나처럼 평화로웠다

다만 그 중에 변한 것이 있다면······

쿠로코「다녀왔사와요」

미코토「오늘도 꽤나 많이 늦었네? 곧 방학이라서 그런건가?」

쿠로코「예에···뭐, 그렇답니다. 그럼 전 샤워를 하러···」

미코토는,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들어 자신을 대하는 쿠로코의 상태가 약간 이상하기 때문이랄까

하루에 몇 번이나 하지마라고 말해도 자신을 껴안던 쿠로코였는데, 그 횟수가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휴대폰을 보며 히죽거리기까지 하고···

설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 걸까

아니, 쿠로코에 한해서 그럴 리가 없잖아···

언제나「남자분은 유치하고 천박하답니다」라고 말하던 아이인데 말이야

미코토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따로 관심이 끌리는 이슈라도 생겼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쿠로코「하아···」

샤워실. 쿠로코는 자신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쿠로코「전,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예전의 자신이라면 미코토에게 함께 샤워를 할 것을 권유, 알몸의 미코토를 덥치는 것이 정해진 패턴일 것이다

허나 오늘의 쿠로코는, 샤워실에서 홀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미코토에게 권할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쿠로코「오늘도, 그분을 만나버렸사와요···」

그분. 카미조 토우마

쿠로코는 카미조에게 구해진 날 이후부터, 짬이 날 때 마다 카미조를 불러 함께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카미조 역시 자신과 있는 시간을 즐거워하는 것 같아, 쿠로코는 그 시간에 만족을 넘어선 기쁨까지 느끼고 있었다

쿠로코「언제부터···쿠로코는 그 남자분을 유인원이 아닌 그분이라고 부르고 있었던 걸까요.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아요···」

쿠로코에게 있어서 카미조 토우마라는 남자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철심을 들고 쫓아가 실컷 곤욕을 치르게 해 주고 싶을 정도로 성가신 유인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느새 유인원에서 그분으로 바뀌어, 이제는 볼 때 마다 쿠로코가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쿠로코「참, 곤란한 남자분이셔요」

오늘은, 그와 오락실에 갔었다

이전. 그때의 일에 대한 사례를 명목으로 그와 처음 오락실에 갔을 때, 그가 제시한 게임에서 운 좋게 한 번 이긴 것을 빼면 모조리 졌었었다

하지만 그 후 저지먼트의 순찰 시간마다 몰래 오락실을 방문. 그 덕에 일취월장한 게임 실력을 토대로 기어코 오늘, 예전의 전패를 모조리 돌려받아 크게 당황해 하는 그를 볼 수 있었다

쿠로코「···즐거웠···사와요」

두근. 순간, 심장이 울렸다

그와 함께 보냈던 기억을 떠올리자, 다시금 몸에 감돌기 시작하는 기분 좋은 열기

이것은 쿠로코가 최근 자각한, 정체 불명의 새로운 감정이었다

쿠로코「무얼까요···이 기분은···」

쿠로코는 가만히-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그 손으로, 조용히 뛰고 있는 심장의 박동이 전해져온다

「너희들. 여자 아이를 둘러싸고. 부끄럽지도 않은 거냐!」

「시라이. 괜찮아?!」

「레벨 0 이라고 해서 네놈들 같은 쓰레기만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고!」

빛났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을 구하러 온 카미조

거의 전라 상태가 되어 있는 자신에게 와이셔츠를 벗어 덮어준 후, 오로지 주먹 하나만으로 스킬 아웃을 척척 쓰러트리던 카미조

그리고

「뭐야. 반한 거잖아?」

쿠로코「핫?!///」

일전에 요미카와가 했던 말을 떠올린 쿠로코는, 다시금 그 얼굴이 새빨개져가고 있었다

반했다, 라는 것은 요컨데 좋아한다는 것이로군요

그렇다면 쿠로코가···그 남자분을···카미조 씨를···좋아해···?

쿠로코「그, 그럴 리가 없사와요! 말도 안되는 소리어요!」

쿵. 쿵. 쿠로코는 이마를 샤워실의 벽에 찍기 시작했다

쿠로코의, 쿠로코의, 해바라기는 오직 언니만을 바라보고 있사와요···!

아무도 없는 샤워실에서, 물줄기를 받아가며 벽에 이마를 찍는 소녀의 모습은, 실로 설명하기 난해한 광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로코「······」

자신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미코토「샤워. 조금 오래 걸렸네」

쿠로코「그게, 저지먼트의 일로 조금 생각할 것이 있는지라···」

미코토「흐응···」

미코토와 쿠로코의 방. 쿠로코는 샤워로 인해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며 미코토의 물음에 대충 둘러 답했다

카미조를 만나고 왔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미코토와 카미조는 서로 연인 관계이기 때문에

쿠로코「에···?」

그렇게 생각한 순간, 쿠로코는 가슴에 자그만한 격통이 내달리는 것을 느꼈다

뭐죠. 이 감각은···

아프···다고요···?

미코토「쿠로코」

쿠로코「···」

미코토「쿠로코」

쿠로코「······」

미코토「쿠로코!」

쿠로코「어, 언닛?!」

미코토가 갑자기 쿠로코의 이름을 외치자 쿠로코는 깜짝 놀라며 미코토를 바라봤다

미코토「네 휴대폰. 메일 온 것 같은데, 확인해 보지 않아도 괜찮아?」

미코토가 가리킨 곳은, 쿠로코의 휴대폰

새로운 메일이 왔다는 알람으로 디스플레이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설마···

쿠로코는 허겁지겁, 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휴대폰으로 다가가 자신에게 온 메일을 확인했다

『시라이. 기숙사에는 잘 돌아갔어?』

쿠로코「쿡······」

또, 멋대로 입가가 히죽거린다

정말- 레벨 4 의 강능력자에게 이런 메일을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누차히 말씀 드렸거늘

구제불능인 남자분이시군요···

쿠로코는 만면에 미소를 띠운 채, 카미조에게 보낼 문자를 작성해 갔다

『괜찮사와요. 그나저나 그러는 카미조 씨는 또 어딘가의 무뢰배들에게 쫓기는 참이 아닌가요?』

꾹. 쿠로코가 카미조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곧바로 삐링, 하는 묘한 효과음과 함께 카미조로부터 새로운 메일이 왔다

『최근의 카미조 씨는 그렇지 않단 말입니다!』

쿠로코「역시···재미있는 분이셔요···」

카미조와 메일을 주고받고 있자, 쿠로코는 방금 전 느꼈던 따끔함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역시···단순한 착각일 뿐이었어요···하여튼 이 메일을 다시 전송하지 않으면···

그렇게 쿠로코가 한참 카미조와의 메일 교환에 몰두하고 있을 때

미코토「헤에~ 누구야?」

불쑥. 미코토의 머리가 끼어들어왔다

쿠로코「어, 어, 어, 언니?!」

미코토「뭐야. 그리 급하게 뒤로 숨길 필요는 없잖아. 최근 마음이 맞는 새로운 친구라도 사귄 거야?」

쿠로코「네, 네에. 그렇답니다. 다, 다른 지부의 요원인데 꽤나 대화가 잘 통해서 말이어요···」

미코토「에에- 난 또 쿠로코에게 남자 친구라도 생긴 줄 알았는데」

쿠로코「나, 나, 나, 남자 친굿?!」

말이 꼬였다

그와 함께 시간 또한 멈췄다

식은 땀을 뻘뻘 흘리는 쿠로코와 그 쿠로코를 의심 쩍다는 듯이 탐정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미코토

허나 이내 미코토는 크게 기지개를 펴며 말을 이어나갔다

미코토「그래도 말이야. 요즘 들어 약간 서운하달까···」

쿠로코「서운···하다니요···?」

미코토「조금. 정말 조금 뿐이지만 말이야···요즘 쿠로코. 잘 안겨오지도 않고···」

쿠로코「그, 그러신 건가요오···! 드디어 언니를 향한 쿠로코의 사랑이 빛을 보는 거로군요···!」

와락. 쿠로코가 한껏 기쁜 표정을 지으며 미코토에게 달려들었다

어디까지나 평상시처럼, 말이다

미코토「잠깐! 조, 조금 뿐이라 했지! 그리고 나, 내일 그 녀석과 데이트 약속이 있기 때문에 빨리 자야 한다고!」

미코토의 그 말에, 쿠로코의 움직임이 멈췄다

쿠로코「네···?」

미코토「말 그대로야. 그 녀석과 데이트···쿠로코?」

쿠로코「오, 오호호···데, 데이트라니 이 쿠로코. 반드시 그 유인원 자식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어요! 언니의 정조는 반드시 이 쿠로코가 지키겠사와요!」

미코토「혹여나 말하는 건데 내일 데이트···방해하기라도 하면 아무리 쿠로코라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파직- 미코토의 머리에서 섬광이 튄다

쿠로코는 그 섬광을 아랑곳 하지 않고「언니의 벌이라면 무엇이든지이이이!」라고 외치며 뛰쳐들었고 그 뒤에는 언제나의 수순처럼, 쿠로코가 미코토의 전격에 익어버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쿠로코는 기억하고 있다

미코토가 그 녀석과 데이트, 라고 말한 순간 자신의 가슴에 내달린 통증을 말이다

그 통증은, 처음 느꼈던 그 따끔함과는 조금 더 큰, 그런 따끔함이었다

약간의 꺼림칙함과 무언가의 기분 나쁨을 포함한 따끔함

사랑하는 언니로부터 전격을 발해져 결국은 터덜터덜 자신의 침대로 돌아가는 모양새가 된 쿠로코는, 남몰래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래. 시라이도 잘 자』

삑, 하고 마지막 메일을 보낸 카미조는 휴대폰의 커버를 덮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자신에게는 익숙한 천장을 바라봤다

최근 들어, 시라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런 날이 점점 많아질수록, 쿠로코에게 언제 전화가 올까 기대하는 자신이 있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미코토와의 데이트보다 더욱 즐겁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실, 카미조의 마음은 심란했다

자신은 미코토의 애인일 터인데, 최근 자신의 마음 속을 채운 것은 대부분이 쿠로코였기 때문이다

어느새 쿠로코는 카미조에게 있어 미코토보다 먼저 떠올리는 존재가 되어, 그 존재감을 그의 마음 속에서 급격히 키워가고 있었다

카미조「시라이. 시라이 쿠로코인가···」

그녀의 풀네임을 조심스레 불러보는 카미조

카미조는 미코토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쿠로코에게는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매력에, 자신이 끌리고 있다는 것도······

아니아니, 나는 분명 미코토의 애인이라고?! 그런데 쿠로코를 생각하다니. 도대체 뭘 하는 겁니까, 카미조 씨!

저번 주 부터 고대해 오던 네일의 데이트를 망칠 생각입니까!

잠시간 느낀 떳떳치 못함과 약간의 죄책감에 원망의 말을 자기 자신에게 퍼부어 보는 카미조이지만 그 뭉게뭉게한 기분이 가라 앉을 리는 없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심해질 뿐

카미조는 억지로 베개에 머리를 뉘어 눈을 감았다

방황하기 시작한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정하면서···


다음 날 오후. 저지먼트 제 177지부

정보 계통의 특기를 살려 저지먼트를 시작한, 머리에 화관을 두르고 있는 특이한 소녀. 우이하루 카자리는 아침부터 곤란해하고 있었다

그 이유라면, 하루종일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자신의 동료. 시라이 쿠로코에 대응하기 힘들어서 그렇달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고, 일단 기색을 봐서는 무언가의 큰일은 아닌 것 같지만서도 최소 쿠로코의 기분을 망치기에는 충분한 일인 것 같다

이 지부의 리더인 코노리 미이도 오늘따라 쿠로코에게 입을 다물고 있는 실정이다

쿠로코「이래서 남자분들이란···이해할 수가 없는 존재이어요···!」

투덜투덜. 문이 열리며 지부로 들어오는 쿠로코

거리의 순찰을 돌던 중, 한 여학생을 겁주던 스킬 아웃 두 명을 발견. 아예 병원행의 신세로 만들어 놓고 온 참이었다

우이하루「저, 저기 시라이 씨···상부에서 대응이 너무 지나쳤다고 항의가···」

쿠로코「하아? 대응이 지나쳤다고요?! 웃기지 말라 하시어요! 애초에 가련한 레이디를 겁주려고 한 것 만으로도 사형 확정이어요! 사.형.확.정!」

미간을 찌푸려 사형 확정이라는 단어를 힘 줘 말하는 쿠로코

그런 쿠로코의 분노 모드를 우이하루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고, 결국 상부로부터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 우이하루 혼자였다

우이하루「오, 오늘의 시라이 씨. 조, 조금 이상하네요오···」

쿠로코「하?! 조용히 하고 일이나 하시어욧!」

우이하루「아, 알겠습니다아!」

덜덜덜. 평소 가끔씩 쿠로코를 놀려먹던 우이하루는 온데간데 없고, 쿠로코의 기에 꽉 눌린 우이하루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쿠로코「정말. 왜 이렇게 세상에는 정신 상태가 제대로 된 남자분이 없는지. 애초에 말이어요」

투덜투덜. 투덜투덜

쿠로코의 불만 토로는 멈추지 않는다

코노리는 혹시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저지먼트의 완장을 매고서 순찰을 하고 오겠다며 도망치듯 나갔고, 쿠로코는 자신과 함께 남아있는 유일한 동료인 우이하루에게 온갖 불만을 쏟아붓고 있었다

쿠로코「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죠? 우이하루?!」

우이하루「하, 하아아···불행해요···」

쿠로코「하?! 지금, 뭐라고?!」

우이하루「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쑤욱 얼굴을 들이미는 쿠로코로 인해 목부터 머리까지 공포로 새파래지는 우이하루

오늘의 쿠로코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그때

우이하루「엣···이건···?!」

우이하루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 모니터의 디스플레이에는 제 177지부 관할 구역의 감시 카메라들이 보내주는 영상이 분할되어 떠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좌측 하단의, 어느 거리를 비추고 있는 영상

그 영상에서는 미코토가, 성게 머리를 한 어떤 남성과 손을 잡고서 걸어가고 있었다

우이하루「에, 이, 이건 미, 미사카 씨죠? 그런데 이 사람은 예전에 그 포크 댄스에서···설마 미사카 씨. 이 사람과 사귀기라도···!」

새로운 발견에 흥분하여 말을 빠르게 내뱉는 우이하루

하지만 정작 말을 건넨 대상인 쿠로코는 사라져 있었다

완전히 지부에 홀로 남겨진 우이하루

우이하루는 곧 그들에게 텔레포터의 형상을 한 귀신을 찾아갈 것을 알기에, 속으로 미코토의 손을 잡고 있는 남성을 동정했다


미코토「자, 잠깐! 토우마! 왜 그러는 거야!」

노을 하늘 아래

저벅저벅. 저벅저벅. 미코토는 자신의 손을 잡고서 어디론가 이끌고 있는 중인 카미조의 등을 향해 외쳤다

확실히 오늘의 토우마는 뭔가가 이상하다

함께 영화를 볼 때도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는 느낌이었고, 인형 뽑기를 할 때도 저번과 달리 건성건성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대화를 나눌 때도 말 그대로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는 느낌이었다

미코토「마, 말 좀 해 줘! 토우마!」

카미조「···」

카미조는 미코토를 이끌고서 이전부터 항상 서로가 만나던, 미코토에게 있어 정이 꽤나 있는 그 공원으로 왔다

두 사람은 항상 미코토가 체이서!, 라고 외치며 발차기를 때려 박던 자판기를 지나쳐 근처에 있는 나무의 그늘로 들어왔다

미코토「하아···하아···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카미조「미안, 미코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확신이 서지 않을 것 같아」

미코토「확신···?」

카미조「우리. 마침 주위에 사람도 없고, 사귀기 시작한 지 두 달도 넘었고. 이쯤 되면 괜찮겠지」

미코토「에···?」

그 순간. 카미조는 미코토의 양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리고서, 미코토에게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접근시켰다

미코토「에? 에? 에? 자, 잠깐···!」

카미조의 돌발 행동에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가는 미코토

반면 카미조는 미코토의 어깨를 움켜잡은 양손의 힘을 강하게 하면서, 눈을 감고서 그녀와의 거리를 점점 줄여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는 미코토 단 한 명뿐

그 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난 너로부터, 확신을 얻고 싶어···

하지만

짜악! 일순간 공원에 마른 소리가 울려퍼지고, 카미조의 고개가 돌아갔다

카미조「아······」

카미조는 멍하니- 새빨갛게 달아오른 뺨에 손을 얹고서 미코토를 바라봤다

미코토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파악이 되지 않아 극히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미코토「미, 미, 미, 미안해! 나, 난 무, 무슨 짓을···!」

카미조「···」

미코토「이, 이럴 생각은 없었어. 그냥, 네가, 갑자기 이, 이, 이상한 짓을 하려 하니까 어, 어쩔 수 없이···!」

카미조「···」

완전히 당황하여 허둥지둥거리는 미코토

카미조는 그런 미코토를,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듯한 눈동자로 멍하니 바라 볼 뿐이었다


공원

원하는 지점에 최종적으로 순간 이동을 한 쿠로코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쿠로코「분명히 이 근처였을 텐데요···」

방금 전, 우이하루의 모니터에서 두 사람이 나오는 영상을 본 후 화가 나 충동적으로 두 사람을 찾으러 나온 쿠로코

허나, 대체 누구에게 화가 난 걸까

분명 예전의 자신이라면 십중팔구 그 유인원. 카미조 토우마였을 것이다

지금쯤 카미조에게「언니에게서 떨어지세요오! 망할 유인원!」이라고 외치며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쿠로코「제가···언니에게 화를···?」

어쨌든 상관 없다

그 두 사람을 찾아, 사이를 떨어뜨리기라도 해야 이 가시 돋친 기분이 사그라 들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순간-

짜악! 하고 공원에 울리는 마른 소리

쿠로코는 반사적으로 그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쿠로코의 눈에 비치는, 고개가 돌아간 카미조와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미코토

쿠로코「무얼···하시는 건가요. 언니···?」

무심코, 쿠로코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