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꽤 오래 전, 쿠로코가 토키와다이 중학에 갓 입학했을 때의 이야기

그날. 수업의 일과가 모두 끝난 쿠로코는 반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그런 쿠로코의 뒤에서 무언가의 화제로 열을 올리고 있는 여학생 수 명

대충 들으니 시시콜콜한 연애 이야기 같았다

여학생 B「그게 좋아한다는 거잖아!」

한 여학생의 외침에 주위에 꺄아아- 하고 소란이 일어난다

쿠로코는 그런 그들을 보며 작게 혀를 찼다

아무리 연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나이라고 해도, 우리는 자랑스런 명문 사립 중학교인 토키와다이의 일원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작 연애 이야기로 천박하게 열을 올리다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시험 공부라도 더 하겠사와요

그렇지 않아도 저지먼트의 일을 하며 남자라는 존재를 부정적으로 보게 된 쿠로코였기에 그들의 대화가 달가울 리 없었다

여학생 A「내, 내가 사랑?!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여학생 C「에이~ 또 쓸데 없이 부정하네. 아무리 봐도 좋아한다는 증거잖아」

여학생 D「그렇지? 그렇지?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욕을 먹으면 너도 화나고, 그 사람이 즐거워하면 너도 행복해진다는 거. 아무리 봐도 사랑밖에 없잖아!」

여학생 E「또 다른 여자 아이와 대화를 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따끔거리고, 그 사람만 생각하면 이마에 열이 나는 것 같고. 답은 하나 밖에 없는데?」

여학생 A「바, 바봇!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

화제의 중심에 선 여학생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고개를 붕붕 저었다

하지만 그런 얼굴을 한 상태로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여학생 C「그래서? 그 상대는 누구야?」

여학생 A「그, 차일드 에러들이 있는 고아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다가 알게 된 다른 학교의 선배인데···///」

다시, 소란이 일어난다

특히 지금껏 정체 불명이었던 그 사람이 타 학교, 고교생 2학년의 선배로 밝혀지자 키, 외모는 어떤가부터 시작해서 어느 학교, 레벨은 몇인지까지. 온갖 질문이 그 여학생에게 쇄도했다

쿠로코「하아아···시끄럽네요···」

그 소란에 쿠로코는, 아무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남자라는 존재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거죠?

지금까지 쿠로코가 보아온 남자들은 하나 같이 숙녀의 몸만 밝히는, 음흉하고 어리석은 변태들 뿐이었는데 말이어요

하긴, 저 아이도 미사카 미코토 언니와 함께 생활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어요

토키와다이의 에이스! 전격 공주, 미사카 미코토 언니와 일주일 만이라도 생활해 본다면! 남자 따위는 깔끔하게 잊고 언니에게 열중하기 시작할 것임이 틀림 없사와요!

아아! 이 쿠로코! 지금 언니를 만나러 가겠사와요!

미코토를 생각하자 순식간에 하이 텐션이 된 쿠로코는, 가방을 들고서 나는 듯한 발걸음으로 기숙사로 향했다

물론, 그 뒤에 한순간 기숙사가 번쩍인 것은 여담이지만···


짜악!

공원에 마른 소리가 울려퍼졌다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 버린 미코토와, 그런 미코토를 속이 빈 것 같은 눈동자로 멍하니 바라보는 카미조

미코토「미, 미, 미, 미안해! 나, 난 무, 무슨 짓을···!」

카미조「···」

미코토「이, 이럴 생각은 없었어. 그냥, 네가, 갑자기 이, 이, 이상한 짓을 하려 하니까 어, 어쩔 수 없이···!」

카미조「···」

미코토「정말 어쩔 수 없었던 거야! 이, 이런 건 무드가 필요한 법인데 네가 갑자기 그, 그런 짓을 하려 하니까···!」

카미조「···」

미코토「그, 나도 지금까지 키, 키스를 하지 못하게 한 건 너, 너무하다고는 생각하지만···역시 이런 건 조금 아, 아닌 것 같아···」

미코토의 얼굴은 새파래졌다, 새하얘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사태에 자신도 대처를 어떻게 해야할 지 짐작이 가지 않는 모양이겠지

카미조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었기에, 미코토의 초조함 수치는 계속해서 높아져 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미코토는 허둥지둥거리며 품 속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이 상황을 억지로 타개할 구실로 삼기 위해서 말이다

적어도 이 상황은 미코토가 부담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미코토의 자존심에「당장 카미조에게 사과한다」라는 선택지는 존재할 리가 없었다

미코토는 대충 휴대폰의 커버를 열어 현재 시각을 확인하더니-

미코토「아, 아하하! 버, 벌써 여섯시네? 나, 고, 곧 폐문 시간이니까 가, 가 봐야 할 것 같아」

극도로 떨리는 목소리

미코토「나. 느, 늦으면 사감에게 혼나니까 말이야. 머, 먼저 가 볼게. 응? 아, 알았지?」

그 사이에도 힐끔힐끔. 끊임없이 카미조의 안색을 확인하는 미코토

아직까지 카미조의 표정은 무표정에서 변함이 없다

미코토「그, 그럼 가 볼게. 아, 안녕! 오늘은 즐거웠어!」

도망치듯이, 자리로부터 떠나는 미코토

미코토는 카미조를 향해 손을 몇 번 흔들고선 고개를 푹 숙이고서 공원에서 전력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 일의 전말을, 자판기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쿠로코

쿠로코「또, 가슴이 아파요···」

쿠로코는 멍하니 미코토가 떠나간 자리를 응시하고 있는 카미조를 보고 있자면, 자신의 가슴이 욱씬거리는 것을 느꼈다

예전과는 다른 자신

카미조에게 동정심을 품고 있는 자신

그와 반대로 미코토에게 화를 내고 있는 자신

쿠로코「쿠로코는···왜, 이러는 거죠···?」

알 수가 없었다

이런 건 시라이 쿠로코가 아닌데. 언제나 언니! 라고 외치며 언니에게 달려들던 시라이 쿠로코가 아닌데

두 사람이 싸워 사이가 조금이라도 멀어졌다면 그것을 기회로 삼아 당장 언니를 쫓아갈 터인 자신인데

왜. 어째서-

저는, 카미조 씨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카미조「하아···뭐, 미코토가 저렇게 반응하는 건 당연한 거겠지···아하하···」

카미조가 새빨간 손자국이 남은 뺨을 어루만지며 힘 없이 중얼거렸다

멀리서 봐도 그의 어깨는 축 쳐져, 딱 봐도 크게 낙담한 상태란 것을 알 수 있다

쿠로코「카미, 조 씨···」

그리고 그런 그의 뒤에서,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의 이름을 자그만하게 불러보는 쿠로코

이날. 쿠로코는 미코토를 뒤쫓지 않고 카미조가 그 자리에서 떠날 때 까지 계속해서 공원에 있었다

다만 말을 걸지는 못한 채로···

결국, 쿠로코가 기숙사에 돌아왔을 때는 늦은 밤일 때였다


거절당했다

설마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거절, 당했다

하아···눈물이 고인다

이렇게 카미조 씨는 한심한 남자였습니까···

카미조의 집. 카미조는 침대에 누워 무력감, 자기 비하의 끝을 맛보고 있었다

애초에 자기 희생을 스스럼 없이 하던 카미조인 만큼, 이런 사태에 빠지자 회복도 쉽지 않은 것이다

솔직히, 강행적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미코토가 거절할 가능성도 꽤나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뺨까지 맞아가며 거절 당하자, 마음의 상처는 예상보다 극심한 것이었다

그래도 심란한 마음을 바로 잡고 미코토만을 좋아한다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금 확인하기 위해 한 행동인데, 그게 최악의 결과를 부를 줄이야···

카미조는 생각했다

자신의 섯부른 행동으로 안 그래도 심란했던 마음이 더 어지럽혀졌을 뿐만 아니라 애인인 미코토와의 사이조차도 소원해져 버렸다고 말이다

어정쩡하게 끝난 오늘의 데이트. 그 후, 미코토에게 대충 격식을 갖춰 메일을 보내봤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없었다

아무래도 사이가 제대로 틀어진 모양이었다

카미조「다음에 미코토 씨를 만났을 때 카미조 씨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욱씬. 통증은 진작에 가라앉았을 터인, 미코토에게 맞았던 뺨이, 다시금 아파 온다

마음의 상처라는 것이 이리도 고통스러울 줄은···카미조는 오늘, 미코토에게 뺨을 맞았던 고통과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들에게서 사고로 알몸을 봐 뺨을 맞은 고통은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다르다고 재차 실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카미조「응?」

휴대폰의 전면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메일이 왔다는 알람으로 점멸하고 있었다

끝끝내 미코토가 답장이라도 해 준 것일까

카미조「하아···」

카미조는 한숨을 푹 쉬고선 느기적느기적 팔을 뻗어 휴대폰을 열었다

기분이 풀렸으면 좋을텐데 말이야···

하지만, 휴대폰의 화면에 비춰져 있던 것은 카미조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보내온 메일이었다

『카미조 씨. 내일 시간, 괜찮으신지요』

최근, 카미조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시작한 장본인

저지먼트에 소속된 트윈테일 소녀, 시라이 쿠로코였다


다음 날 아침. 레스토랑 Joseph's

카미조와 쿠로코는 레스토랑의 구석에 자리를 잡고서, 어색한 공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카미조로서는 일단 언제나처럼 시라이가 불렀길래 나온 것이고 쿠로코는 카미조의 상태가 걱정되어 수백 번에 걸친 고민 끝에 언제나처럼 카미조를 호출한 것이다

하지만···당연한 거지만, 할 이야기가 없다

카미조는 어제의 일로 인해 기분이 완전히 넉다운 된 상태

시라이 또한 카미조의 심정이 어떤지 알기에 뭐라 말할 말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몇 달 전의 자신이었다면 카미조에게「유인원 주제에 언니에게 입을 맞추려고 하다니. 뺨을 맞는 건 당연했사와요」라고 실컷 힐책이라도 하고 있었겠지만, 지금의 자신. 정확히는 카미조에게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정체불명의 감정을 품고 있는 자신은 그럴 래야 그럴 수가 없었다

오히려 괜찮냐고 안부를 묻고 싶어 하는 자신의 입을 언니를 향한 사랑의 힘으로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 한계였다

홀짝홀짝. 후르륵 후르륵

들려오는 것은 힘 없이 파르페를 떠 먹는 소리와 유리잔에 담겨 있는 음료수를 마시는 소리 뿐

그런 어색한 침묵의 공기에, 주변의 손님이나 점원들도 허겁지겁 그들의 테이블을 지나치기에 바쁘다

하지만, 그때였다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미코토「아하하! 사텐 씨도 참!」

사텐「에이~ 미사카 씨는 못 봤겠지만 그 당시의 우이하루. 굉장히 귀여웠다고요!」

우이하루「두 사람 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그리고 사텐 씨! 스커트를 들추는 건 그만두라니까요!///」

미코토의 목소리와,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또 다른 여중생 두 명

미코토와 교복이 다른 것을 봐서는 토키와다이 중학의 학생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세 사람은 레스토랑의 구석에 앉아 있는 카미조와 쿠로코를 눈치 채지 못하고, 그들과 적당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또 그와 동시에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한 쿠로코

이 상황은 아무리 봐도 외줕타기와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만약 미코토가 자신들을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지금의 어색함이 백배는 넘게 증폭될 것이 틀림 없다

그리고 기숙사로 돌아가서는, 왜 카미조와 함께 있었냐고 분명히 추궁당할 것이다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언니에게 카미조 씨를 만나는 것을 숨기고 있었는데···자칫하면 카미조 씨와의 관계까지 위험해 질 수 있사와요···!

그렇지 않아도 어제의 일로 인해 기숙사에 돌아와서도 어두운 얼굴로 곧바로 잠자리에 드신 언니이셨는데···!

순간이동. 순간이동이라도 할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 그러면 제 능력이 통하지 않는 카미조 씨는 혼자 남게 되는데···카미조 씨를 남겨두고 갈 수는···!

힐끔. 쿠로코는 카미조를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카미조 역시 완전히 몸이 굳은 상태였다

세 사람의 불의의 레스토랑 방문으로 초긴장 상태가 되어버린 카미조와 쿠로코

반면, 미코토와 우이하루, 사텐은 그러한 두 사람을 눈치채지 못하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미코토「하아~ 우이하루 씨도 큰일이네」

우이하루「그렇죠? 사텐 씨도 정말, 어린 아이 같다니까요」

우이하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의 스커트를 들추는 것이 아예 사텐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모양이었기 때문에···

몇 번은 무반응으로 대응을 하려던 적도 있었지만 역시 공공 장소에서 스커트를 들춰지는 것은 곤란하다

우이하루「아. 그런데 말이에요. 미사카 씨」

우이하루는 자신의 앞에 놓인 파르페를 한껏 떠 먹으며 말을 이었다

우이하루「남자 친구. 생긴 건가요?」

미코토「푸웃-!///」

우이하루의 폭탄 발언에 미코토가 마시고 있던 콜라가 역류했다

다행히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멈춰 입 밖으로 튀어 나오는 일은 없었지만···

미코토「우, 우, 우이하루 씨? 가, 갑자기 무슨 말을?!///」

미코토는 핫! 하고 붉어진 얼굴로 우이하루에게 따진다

우이하루는 그런 미코토를 향해 능글능글,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우이하루「저. 알고 있어요. 어제 미사카 씨와 어떤 남자분과 손을 잡고 거리를 걸어가던 것. 전부 카메라에 비춰지고 있었다고요? 우후후~ 그 남자. 분명 예전 포크댄스 때 만났던 사람이죠?」

사텐「엣?! 설마 그때 내가 부적을 빌려줬었던···호, 혹시 드디어 연인이라는 공인 관계가 된 건가요!」

우이하루의 집요한 추적에 가세해 미코토를 향해 공동 포위망을 펴는 사텐

도망갈 길은 없다

키스조차 부끄러워 죽으려 하는 미코토인데, 이런 이야기여서야 더욱 답이 없다

미코토「그, 그럴 리가 없잖아! 그, 그 녀석이 여, 연인일 리가···!///」

파직파직. 미코토의 몸으로부터 격렬하게 누전이 일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의 사건으로 인해 퍼스널 리얼리티가 약간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카미조의 이야기가 나오자 미코토의 퍼스널 리얼리티는 불안정이란 단계를 넘어 아예 붕괴되어 버린 것이다

우이하루「꺄아아! 미, 미사카 씨! 진정하세요! 진정!」

사텐「우와아아! 저, 전기가!」

미코토의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우이하루는 허둥지둥,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사텐은 대피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의 발걸음으로 테이블 밖으로 뛰쳐나갔다

결국 미코토의 누전이 진정된 것은 수 분이나 지나서였다

미코토「우우우···///」

누전이 진정된 미코토는 얼굴이 새빨갛게 된 채로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있었고

우이하루「아하하···그, 그런 가요. 그럼 그 남자분과는 단순한 친구일 뿐인가요?」

사텐「그, 그래···역시 우이하루의 오해였다니까」

우이하루와 사텐은 미코토의 누전을 억누르기 위해 방금 전과는 태도가 180도 달라져 그녀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모양이었다

뭐가 어찌되었든 레벨 5 의 누전은 두 사람에게 있어 무섭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코토「다, 당연하잖아. 내, 내가 그 바보와 사, 사귈 리가 없잖아///」

우이하루「네, 네에···」

미코토「그, 그 녀석과 사귈 바에는 차라리 저 길에 지나가는 아무 남자나 붙잡아서 사귀는 게 더 나, 나을 거야. 그 녀석은 말이지. 그, 답답해 미칠 정도로 둔감하고, 또, 그, 공부도 못하고···그, 남을 지켜주는 건 잘하지만서도···///」

물론, 미코토가 끝에 말한「남을 지켜주는 건 잘하지만서도···」라는 말은 우이하루나 사텐이 들었을 리 없다

미코토 자신의 지나친 부끄러움으로 인해 말이 끝으로 갈수록 음량이 0 에 수반할 정도로 얼버무렸기 때문이다


한편

쿠로코「카, 카미조 씨···」

안절부절. 쿠로코는 불안한 표정이 되어 카미조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쿠로코의 눈에 비치는, 슬픈 표정의 카미조. 아니, 슬프다기 보다는 체념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까

쿠로코는 카미조가 그러한 표정을 짓자 다시 어제처럼 자신의 가슴이 욱씬거리는 것을 느꼈다

카미조「뭐, 하하- 알고 있었어」

쿠로코「···」

카미조「시라이 너도 나와 미코토가 처음 사귀었을 때 말했었잖아? 미코토가 나와 사귀어 주는 걸 감사하게 여겨달라고···」

쿠로코「읏···! 그, 그건···」

카미조「솔직히, 미코토는 내게 있어서 과분한 여자 친구야. 물론 난 어디까지나 미코토를 단순한 한 명의 여자아이로 보고 있지만 역시 주위의 인식이란 건 무시할 수 없는 법이고···또 미코토 자신도 저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아하하···」

아프다

또다시, 가슴이 아프다

아니어요

아니란 말이어요

언니가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무엇도 아닌, 당신만이 언니를 단순한 한 명의 여자아이로 바라봐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요

그러니까, 그런 표정을 짓지 말아 주셔요···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지으면, 쿠로코는···쿠로코는···

카미조「미안한데 시라이. 우리, 일단 여기서 나가면 안될까? 계속 이 장소에 있기는 아무리 그래도 조금 불편해서 말이야」

쿠로코「카미조 씨···」

카미조「괜찮다니까 그러네. 카미조 씨는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고요?」

쿠로코「···알았, 사와요···」

쿠로코의 수긍에 두 사람은 조용히 일어서 데스크에서 계산 후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저 세 사람과는 앉아 있던 테이블의 위치가 정반대라 레스토랑을 빠져 나가던 카미조와 쿠로코를 알아차리지는 못한 모양새였다

쿠로코는 카미조와 함께 레스토랑을 떠나며 힐끔, 하고 미코토를 바라봤다

미코토는 여전히 레스토랑의 유리벽 뒤편에서 우이하루, 사텐과 함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쿠로코「언···니···」

그것은, 쿠로코가 처음으로 미코토에게 보내는, 원망의 시선이었다


「이제 곧 완전 하교 시간입니다. 학생 여러분은 조속히 귀가해 주십시오」

태양이 빌딩 뒤로 넘어갔고 하늘에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완전 하교 시간임을 알리는 안내음이 반복해서 울리고 있었다

카미조「어때. 이거면 돼?」

쿠로코「네, 네에···감사합니다, 에요···」

공원. 카미조가 기억 상실 후 처음으로 미코토와 쿠로코를 만난 공간이기도 하면서 어제, 미코토에게 뺨을 맞은 곳

그곳에서 카미조와 쿠로코는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자판기에서 뽑아 온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카미조「그러고 보니 시라이도 특이하네. 수박 홍차라니···」

쿠로코「쯧. 숙녀의 사소한 것을 가지고 놀리시다니. 카미조 씨도 아직 진정한 남자분으로서의 길은 멀었군요」

카미조「아하하···미안미안···」

한적하다. 아마 곧 완전 하교 시각이라서 그럴 것이다

아주 가끔씩 바쁘게 뛰어가는 학생 한 두 명을 제외하고서는 카미조와 쿠로코 밖에 없는 이 공원

카미조의 말을 끝으로, 다시 두 사람의 대화가 끊긴다

오늘, 쿠로코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

레스토랑에서 나온 이후 항상 가던 오락실과 노래방, 배팅 센터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은 무겁디 무거운 우울함에 짓눌려 있었다

또한 쿠로코는 안다

레스토랑을 나온 이후부터, 카미조가 일부러 자신을 배려하여 쭉 억지 웃음을 짓고 있었다는 것을···

심지어 지금 이 시각까지도 말이다

카미조「그래도 말이야···꽤 의외이지 않아?」

쿠로코「네?」

카미조「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렇게 자주 만나지는 않던 사이인데 말이야. 정말, 사람 일은 어찌 될 지 모르는 법이네. 그때까지만 해도 당장 언니에게서 떨어지세요! 라고 외치며 쫓아오던 쿠로코 밖에 기억나지 않는데···하하···」

쿠로코「그, 그때 일은 말하지 말아 주시어요. 그리고 제 흉내도 내시지 말아 주시어요!///」

쿠로코가 발끈하며 허벅지로부터 철심을 뽑아들었고 그에 새파란 안색이 된 카미조 또한 허둥지둥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 탓에 찰랑, 하고 카미조가 들고 있던 캔으로부터 내용물이 살짝 넘쳐 흘렀고-

쿠로코「아···」

쿠로코의 스커트 위에 떨어졌다

100% 발차기가 날아올 것이라 생각한 카미조는 곧바로 땅에 엎드려 쿠로코에게 사죄. 쿠로코는 그런 카미조를 진심으로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쿠로코「하아···괜찮답니다. 전 이 정도로 카미조 씨를 닥달할 정도로 속이 좁지는 않사와요」

카미조「저, 정말?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분명···」

쿠로코「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이어요! 지금의 쿠로코는 오히려 카미조 씨를···!///」

카미조「······응?」

쿠로코「아,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보다 잠시 스커트를 세척하러 다녀올 테니 기다려 주시길!///」

쿠로코는 갑자기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선 벌떡 일어서 공원의 화장실로 향했다

카미조는 그런 쿠로코의 뒤를 보며「순간이동은 사용하지 않는 건가?」라는 한심한 감상을 말하는 게 고작이었다


쏴아아아아-

스커트에 묻은 음료수의 자국을 씻어낸 쿠로코는 수도 꼭지를 잠그고서 거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양 뺨에 홍조가 떠올라 있는 저지먼트 소녀, 시라이 쿠로코가 있었다

정말···최근의 쿠로코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고작 카미조 씨의 일로 이렇게 마음을 어지럽힐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사와요···

특히 제가, 정말 한순간이지만, 언니에게 그런 시선을 향할 줄은···

왜 이렇게 저는 카미조 씨가-

「그렇지? 그렇지?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욕을 먹으면 너도 화나고, 그 사람이 즐거워하면 너도 행복해진다는 거. 아무리 봐도 사랑밖에 없잖아!」

···네?

「또 다른 여자 아이와 대화를 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따끔거리고, 그 사람만 생각하면 이마에 열이 나는 것 같고. 답은 하나 밖에 없는데?」

···네? 네?

화아악. 언젠가 들었던 클래스 메이트들의 대화를 떠올려 버린 쿠로코는 다시금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게 좋아한다는 거잖아!」

좋아···해···?

쿠로코「아, 아니요. 제가 카미조 씨가 좋아할 리가 없다는 것은 이미 몇 번이나 증명을 끝냈고-」

「에이~ 또 쓸데 없이 부정하네. 아무리 봐도 좋아한다는 증거잖아!」

쿠로코「틀려요!///」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거울을 향해 외치는 쿠로코

뭐랄까, 심히 이상한 광경이다

쿠로코는 심호흡을 통해 간신히 흐트러진 모습을 정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구겨진 스커트를 펴고선 다시 카미조의 앞으로 향했다

마침 잘 됐어요···아까 전의 복수로 깜짝 놀래켜 보도록 할까요···뭐, 정확히는 제 마음을 어지럽힌 것에 대한 복수이지만···

양 뺨을 붉힌 채 끝말을 중얼거리는 쿠로코

어쨌든 저 앞에 보이는 것은 카미조의 뒷머리. 순간이동을 할 준비는 끝난 상태이다. 이제 능력을 사용하기만 하면···

카미조「···시라이···」

순간, 쿠로코의 움직임이 멈췄다

갑작스레 카미조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들려온 것이다

그 즉시 쿠로코의 심장 박동은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쿠로코는 카미조의 말로 귀를 귀울였다

카미조「하아···도대체 카미조 씨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카미조「나는 미코토의 애인인데 말이야···설마 시라이를 신경 쓰게 될 줄은···」

···에? 에?

쿠로코가, 신경···쓰인다고요···?

카미조「오늘도 시라이···귀여웠지···」

엣, 잠깐, 무어라고 하셨, 나요, 귀여워? 쿠로코가···귀여워?!

쿠로코「······」

체온이 높아져 간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던 우울한 기분은 온데간데 없고,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기분 좋은 열기가 자신을 지배한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동시에 무언가가 초조하다

당장 저 사람이 자신을 봐 줬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저 사람이 아까 말했던 말을 말해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저 사람이 웃어, 줬으면 좋겠다

쿠로코「아······」

이 순간, 쿠로코는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새로운 감정을 정확히 자각했다

그리고, 인정했다

「그렇지? 그렇지?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욕을 먹으면 너도 화나고, 그 사람이 즐거워하면 너도 행복해진다는 거. 아무리 봐도 사랑밖에 없잖아」

「또 다른 여자 아이와 대화를 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따끔거리고, 그 사람만 생각하면 이마에 열이 나는 것 같고. 답은 하나 밖에 없는데?」

가슴이 죄인다

쿠로코「그렇···사와요···」

쿠로코「분명히···언니를 향한 것과는 다른···」

눈물이 흘러넘칠 것만 같다

쿠로코「쿠로코는···카미조 씨를···」


째깍째깍

카미조「꽤나 늦는데···」

카미조는 공원의 시계와 휴대폰의 화면에 떠 있는 시각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여기서 화장실과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여자라는 점을 고려해도 5분 안에 충분히 다녀 올 수 있는 거리다. 특히 쿠로코는 순간이동 능력자이기도 하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카미조는 빈 캔을 벤치 위에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 순간

쿠로코「카미조 씨」

카미조「하, 하왓?! 시, 시라이 씨! 그곳에서 뭘하고 있는 겁니까!」

카미조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곧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쿠로코가 서 있었다

카미조가 처음 보는, 미코토조차 보지 못한 표정이었다

카미조「···시라이?」

쿠로코「죄송합니다만···조금만 참아주시기를」

쿠로코는 성큼성큼. 카미조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카미조는 예상치 못한 쿠로코의 행동에 한 걸음, 두 걸음 물러서는 것 밖에 하지 못했고-

쿠로코는 더 이상, 카미조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그의 얼굴을 양 손으로 잡아-

쿠로코「좋아한답니다. 카미조 씨」

카미조「?!」

쪽, 하고 맞부딪히는 두 개의 입술

파르르. 쿠로코의 까치발이 떨린다

질끈 감겨 있는 쿠로코의 눈가로부터 눈물이 넘쳐흐른다

어둠이 하늘을 뒤덮고, 가로등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치 왕자님과 공주님만을 위한 스테이지 위에서, 꾹꾹 카미조에게 자신의 입술을 눌러 오는 쿠로코

기나긴 키스 끝에, 쿠로코는 카미조로부터 입술을 떨어뜨렸다

카미조「시, 라이···」

쿠로코「···카미조 씨가 언니의 연인인 것은 알고 있답니다. 하지만 저, 이 기분을 도저히···도저히···」

카미조「···」

고개를 떨군 채로 필사적으로 말을 잇는 쿠로코

쿠로코의 눈물이 뚝뚝- 한 방울, 두 방울 지면을 적셔간다

쿠로코「언니에게도 죄송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사와요. 카미조 씨도 어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유인원이라 부르던 저를 좋게 보시지는 않겠지요···」

카미조「···」

쿠로코「이러는 건, 역시 안되는 거겠지요···이대로는 언니를 배신하게 되고, 결국 카미조 씨에게도 상처를 입히겠죠. 그래도 저는···저는···!」

카미조「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쿠로코「···네?」

쿠로코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재차 느껴지는 입술의 감촉

두 번째 키스는 왕자님으로부터의 키스였다

단지, 공주님은 조용히 그 키스를 받아들일 뿐-

안타깝고, 너무 안타까워서 어쩔 도리를 찾지 못하는 이 감정

사람들은 이것을「사랑」이라고 부른다



===/===

카미조「시라이」

쿠로코「···네」

카미조「고백을 받고, 거기에 키스까지 해 놓고 할 말은 아니지만, 조금만, 정말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을까. 뭐, 이것도 핑계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일단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달까···」

쿠로코「카미조 씨가 그러하다면 얼마든지···」

카미조「반드시 다음 주 이내에는 내 대답을 들려줄 테니까 말이야. 미안하지만 그때까지만 기다려 줘. 시라이」

쿠로코「알겠사와요···그럼, 그 전에 단 한 가지만···여쭈어 봐도 괜찮을까요?」

카미조「?」

쿠로코「쿠로코가 카미조 씨에게 있어 신경 쓰이기 시작한 존재가 된 것은, 틀림···없나요?」

카미조「다, 당연하잖아. 그렇지 않으면 아, 아까와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쿠로코「얼굴 붉히는 카미조 씨. 귀엽네요」

카미조「그, 그렇게 치자면 시라이가 훨씬 귀엽다고?」

쿠로코「엣?」

카미조「에?」

쿠로코「아, 아우···그, 그런 말은 반칙이랍니다···///」

카미조「시, 시라이가 먼저 했잖아···///」

쿠로코「하, 하여튼 빨리 마음을 결정해 결론을 말해주시길! 그리고 후에 언니가 아닌 절 선택하시겠다면···」

카미조「···응?」

쿠로코「각오를, 하셔 주시어요」

카미조「각오?」

쿠로코「비록, 카미조 씨가 언니에게 키스를 비롯하여 책임을 질만한 육체적 접촉을 일절 하지 않았더라도, 일단은 연인이라는 정식적 관계에 묶여있는 두 분이랍니다. 그 관계를 어찌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는 않겠죠···」

카미조「···그래」

쿠로코「하지만 저도, 언니에게 질 생각 따위는 없답니다. 적어도···지금의 쿠로코에게 있어서 카미조 씨라는 존재의 중요함은 최소 언니와 동등, 아니면 그 이상이기 때문에···///」

카미조「시, 시라이···///」

쿠로코「정말, 카미조 씨는 복 받은 남자랍니다? 토키와다이의 에이스에 이어 저까지 그 마수에 끌어당기다니. 역시 제가 유인원이라 부르던 분 다워요」

카미조「유인원이라···오랜만에 들어보는 걸」

쿠로코「어머. 그쪽이 좋으신 건가요?」

카미조「아니아니. 카미조 씨로서는 유인원보다 카미조 씨라 불리는 것이──────」


쿠로코에게 고백받은 당일. 카미조 가(家)

카미조「······」

카미조는 요리를 하다말고 멍하니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아직까지 맞닿았던 쿠로코의 입술의 열기가 남아 있는 듯한 입술

카미조「···부드, 러웠지···」

동시에 선명히 떠오르는 몇 시간 전의 기억

양 뺨을 발그레 붉힌 채, 자신에게 키스를 해 오던 쿠로코

카미조「아, 아아아아아아···///」

보글보글 끓는 냄비 옆에서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서 기분 나쁜 소리를 흘리는 카미조

카미조는 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서 키스신에 많은 공을 들이는 지 이해할 것 같았다

게다가-

카미조「또, 여중생···」

늘 누님 타입을 외치고 다니던 자신이었는데 언제부터 중학생까지 커트라인이 내려간 겁니까. 카미조 씨는

이래서야 어려도 귀여우면 만사 OK라는 파란피 자식에게 로리콘이라고 놀릴 자격도 없잖아···

카미조「하아···」

카미조는 한숨을 쉬었다

예전에 비해 자신이 굉장히 저속한 존재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가 어찌되었든, 그 시라이 쿠로코가 자신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는 것은 변함 없다

그리고 쿠로코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것도···

카미조「미코토는···어쩌지···」

딸깍. 카미조는 가스관을 잠그면서 중얼거렸다

만약 쿠로코를 선택하게 된다면 미코토와의 관계 파탄은 필수이다

그렇다면 미코토는 반드시 슬퍼하겠지

카미조「뭐가 미코토와 그 주변의 세계를 평생 지킨다, 냐······」

이전, 레벨 6 시프트 실험 당시, 철교 위에서 미코토가 지었던 그 표정을 다시 한 번 짓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카미조「하지만······」

「다, 당연하잖아. 내, 내가 그 바보와 사, 사귈 리가 없잖아」

「그, 그 녀석과 사귈 바에는 차라리 저 길에 지나가는 아무 남자나 붙잡아서 사귀는 게 더 나, 나을 거야」

아침. 레스토랑에서 쿠로코와 함께 들은 미코토의 말

미코토는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맞을까

단지 가벼운 호의만을 가지고서 일단람제의 마지막 날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하여 충동적으로 고백을 한 것이 아닐까

사실은 귀찮지만 자신을 배려하여 계속 사귀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코토의 말은 본의 아니게 카미조의 심장을 관통하여, 심대한 출혈을 안겨주고 있었다

카미조「그래···미코토의 말대로지. 답답해 미칠 정도로 주위의 분위기도 못 읽고, 공부도 못 하고···나에게 미코토가 아까운 녀석인 건 당연한 거야」

자조적인 말을 하며 쑥쓰러운 듯, 머쓱하게 웃는 카미조

그러나──────



카미조「에···?」

뚝뚝. 갑작스레 카미조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카미조「아, 아하하. 가, 갑자기 카미조 씨는 왜 이러는 걸까요···자, 바, 밥 먹자. 밥···」

카미조는 허겁지겁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고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지만···

카미조「그래도 오늘은 특매 계란도 살 수 있었으니까 기쁘게 먹어야겠지. 응······」

얼굴에 드리운 그늘만큼은 지우지 못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아이로부터 처음 들은 연인 부정

미코토가 첫 여자 친구인 카미조로서는, 그 부정의 말을 대충 듣고 흘릴 정도의 용기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며칠 후 저녁, 토키와다이 중학 기숙사

쿠로코는 방에서 저지먼트 업무로 인해 밀린 숙제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저지먼트 활동을 하며 주어지는 가산점 및 특혜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이루려는 기특한 소녀. 시라이 쿠로코였다

미코토「저기 쿠로코」

쿠로코「네에」

그런 쿠로코를 향해 말을 거는 미코토

최근의 미코토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언제 카미조에게 연락이 올까 전전긍긍하면서 말이다

미코토가 카미조의 뺨을 때리고서 헤어진 그날 이후, 미코토는 상당히 초조한 상태였다

카미조에게서 온 연락도 그날 밤에 온 자신의 안부를 묻는 메일 하나가 끝이었고 그 뒤로는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이자 후배인 우이하루, 사텐과 만나 함께 외출을 해도 기분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고 미코토 자신으로부터 카미조에게 연락을 거는 것도 미움받은 건 아닐까, 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그것을 불능케 만들고 있었다

이래저래 쿠로코와는 다른 의미로 여념이 없는 미코토였다

쿠로코「무슨 일이신가요?」

쿠로코는 시선을 여전히 노트에 두고서 미코토에게 물었다

미코토「혹시 이번 주 주말에 시간 있어? 너와 함께 안 놀러 간지도 꽤 되니 오랜만에···랄까」

쿠로코「이번 주 주말, 인가요···?」

미코토「응. 이번에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가 새로 나와서 말이야. 사텐 씨와 우이하루도 씨도 온다고 했어」

쿠로코「···」

미코토「···쿠로코?」

쿠로코「죄송합니다만, 그날에는 약속이 있사와요」

미코토「또? 저번 주 주말에도 약속이 있었잖아」

쿠로코「···죄송합니다···」

째릿. 미코토의 시선이 날카로워진다

미코토「며칠 전부터 생각하던 건데···역시 너. 무슨 일 있지?」

쿠로코「그럴 리가요. 쿠로코는 언제나 대로의 쿠로코랍니다」

미코토「거짓말. 요즘 쿠로코 확실히 이상하다고?」

멈칫. 수학 공식을 적어 나가던 쿠로코의 손이 멈췄다

쿠로코「이상하다니요?」

미코토「말 그대로의 의미야. 요즘 나에게 안겨 오지도 않고, 침대에 몰래 숨어 들어오지도 않고, 샤워나 어딘가를 같이 가자는 권유도 일절 없고, 우이하루 씨나 사텐 씨가 함께 놀러 나가자고 해도 늘 약속이 있다며 거절하잖아」

쿠로코「···전자는 이제 쿠로코도 어엿한 숙녀로서 행동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고, 후자는 정말 친구와 약속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미코토「···그, 예전에 네가 말했었던 다른 지부의 요원?」

쿠로코「예. 맞사와요」

미코토「···그 아이가 그렇게 너와 잘 맞는 아이야? 누군지 소개시켜 줄 수 있어?」

쿠로코「!」

흠칫. 쿠로코의 어깨가 떨렸다

후에 있을 카미조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건드려서는 안 될 부분을 미코토가 건드렸기 때문이다

쿠로코는 최대한 평정을 가장하고서, 미코토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쿠로코「···죄송하지만, 그 아이가 낯가림을 많이 타는 편이라···」

미코토「···」

쿠로코「죄송합니다. 언니···」

미코토「아, 아니아니! 사과할 필요까지는 없어! 나는 단지~ 그, 쿠로코의 선배로서 쿠로코가 새로 사귄 친구가 누구인지 궁금했달까···아, 아하하···뭐, 그래도 낯가림을 많이 탄다면 어쩔 수 없지···」

어색하게 미코토가 웃는다

그리고 다시, 대화가 끊기는 두 사람

몇 달 전만 해도 그들의 방으로부터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미코토「그래도 말이야···」

쿠로코「···」

미코토「역시 쿠로코. 달라졌어···」

쿠로코「···」

미코토「뭐, 확실히 약간 피곤했기는 했지만 이렇게 조용한 방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언제나 시끄러웠지···」

쿠로코「···어엿한 숙녀로서 행동하기로 마음먹었을 뿐이랍니다」

미코토「그래···?」

쿠로코는 미코토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쿠로코의 태도에 미코토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언니

어째서 그날. 그러한 말을······

지금. 쿠로코가 미코토에게 안고 있는 감정은 동정심도 아니다

예전과 같은 맹목적인 존경심도 아니다

사실 쿠로코가 카미조에게 고백하기 전, 쿠로코는 남몰래 약간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칫하면 자신이 언니의 애인을 뺏게 될 수도 있다는 죄책감에 말이다

하지만 고백 후 자신의 마음을 채운 것은 죄책감이 아닌 그동안 속을 썩이던 것을 드디어 말했다는 후련함과, 카미조의 대답을 기다리는 기대감, 또 카미조를 향한 애틋함이었다

그리고 분노

뭐가 어찌 되었든 쿠로코는 긍정적으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라 해도 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카미조를 욕한 미코토를 말이다

또한 자신이 미코토보다 먼저 카미조와 키스하고 카미조에게 껴안겼다는 우월감까지 존재했다

약탈애는, 마약이다

쿠로코는 진정한 사랑을 하기 시작한 여자의 본성이 얼마나 추악한지 깨달았지만, 그 본성에 제동을 거는 것 또한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니, 잊었다기 보다는 무시한다는 표현이 더 올바르겠지

위험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달콤한, 그런 아슬아슬한 사랑

카미조에게 고백을 한 그날 이후부터, 쿠로코는 그런 마약 같은 사랑에 심취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금주의 주말 오후. 토키와다이 중학 기숙사

미코토에게도 드디어 한계가 찾아왔다

아무리 뺨을 때렸다지만 그 후로 일주일이 넘게 연락이 없는 카미조에게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은 애인이잖아! 애인!

그, 나도 제대로 사과할 생각은 있고 말이야. 애인인 주제에 일주일 동안 연락이 없다는 게 말이 돼?!

삑삑삑. 미코토는 거친 손놀림으로 휴대폰에 카미조의 전화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일순간의 분노는 망설임을 없애기에 충분하다

삐리리리리- 통화음이 울린다

일단 최악의 상황인 수신 거부는 되어 있지 않아 안심하고, 연이어 카미조가 전화를 받아줄지, 연결이 되면 무엇을 이야기 해야 할 지 긴장과 불안으로 뻣뻣히 굳어버리는 미코토

분노에 이성을 맡겨 전화 번호를 누를 때는 언제고 지금이라도 통화를 종료하는 게 좋을까, 갈등하는 미코토였다

하지만 그 순간

카미조「여보세요」

딸깍, 하는 효과음과 함께 저 편에서 카미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미코토는-

미코토「우우우···」

카미조「여보세요···? 저기···미코토···?」

미코토「우···우웃···훌쩍···토, 토우마아······」

울먹거리를 목소리를 내는 게 고작이었다

막상 카미조의 말을 듣자 울음이 터진 것이다

미코토「저, 저기···토우마···훌쩍···화, 안 났어···?」

카미조「화? 났을 리가 없잖아···」

미코토「다행이다···정말···다행이야···흐윽···」

카미조「괜찮으니까 울지 마. 미코토···」

미코토「미안해···정말···미안해···우우···」

카미조「괜찮다니까 그러네. 지금은 별로 그날, 신경 쓰지도 않고···그러니까 울지 마. 응?」

미코토「···훌쩍···정말···?」

카미조「정말이야. 정말」

진작 토우마에게 전화해 볼 걸 그랬어

이렇게까지 고민한 내가 바보 같네···에헤헤······

미코토는 슥슥 소매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미코토「바보!」

카미조「우, 우왓?!」

미코토「너. 너무한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 넘게 연락을 안 주는 법이 어딨어! 난 불안해 죽을 뻔 했다고!」

카미조「미, 미안···」

미코토「하아···그럼 너. 지금부터 만날 수 있어?」

카미조「에? 지금?」

미코토「응. 나 너에게 할 말. 무진장 많으니까!」

카미조「아, 그게 말이지···」

미코토「?」

카미조「그, 카미조 씨가 지금 영국에 있어서 말입니다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무리인 것 같달까···」

미코토「···」

카미조「···미코토?」

미코토「···너, 사실 화났지? 내가 싫어진 거지?」

카미조「에? 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미코토「웃···훌쩍···내, 내가 싫어서 그런 거짓말을···훌쩍···하는 거야? 흑···」

카미조「아니아니아니아니! 저, 정말 영국에 있다니까! 그, 저번과 비슷한 이유야. 영국에 머물고 있던 인덱스에게 문제가 생겨버리는 바람에···정 못 믿겠으면 하늘에 걸고 맹세할 테니까!」

미코토「···정말?」

카미조「···그래. 미코토 너도 내가 해외로 자주 가는 건 알잖아 」

미코토「그럼, 언제 돌아오는데?」

카미조「···응?」

미코토「언제 돌아오냐고 물었어」

카미조「···다음 주 월요일, 정도이려나」

미코토「그럼 그날 아침에 언제나 보던 그···고, 공원에서···괜찮지?」

카미조「무, 물론!」

미코토「그래. 그럼 그···몸, 조심해···」

카미조「응···」

카미조와의 통화를 마치고, 미코토는 휴대폰의 커버를 닫았다

그리고, 히죽거리는 미코토의 입가

그날. 그렇게 좋지 않게 헤어졌었는데 다행히 카미조의 기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전, 세계 대전이 종전하고서 죽은 줄만 알았던 카미조가 생환했을 때와 비견되는 안도감

그 거대한 안도감에 미코토는 조심스레, 미소를 지었다


같은 시각, 학원 도시의 시내

카미조「거짓말을···해 버렸어···」

카미조는 통화가 끝났음을 알리는 화면이 떠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에서는-

쿠로코「···」

미코토의 후배이자 룸메이트. 시라이 쿠로코가 먼 발치서 카미조를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카미조「다녀왔어」

쿠로코「···어떤 분이셨나요?」

카미조「아, 그냥, 내 친구. 다음 주에 또 보충 수업이 있다고 말이야」

쿠로코「정말인가요?」

카미조「정말. 정말이야」

쿠로코「그럼, 통화 내역을 잠시만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카미조「에? 에에? 토, 통화 내역?!」

순식간에 창백한 안색이 되는 카미조. 이런 부분에서는 참 알기 쉬운 남자다

쿠로코「쿡- 농담이랍니다. 쿠로코는 마음에 둔 남자분을 의심할 정도로 속이 좁은 여자가 아니어요」

카미조「아니. 너 분명히 의심했었어!」

쿠로코「카미조 씨의 착각이랍니다. 그보다 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하도록 하죠. 안 그래도 쿠로코는 오늘 카미조 씨의 보충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느라 고생했으니 말이어요. 저는 1분이라도 더 카미조 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답니다」

쿠로코는 카미조의 곁에 착 달라붙어 팔짱을 꼈다. 그러자 카미조는 얼굴을 새빨갛게 히익, 이라는 한심한 신음 소리를 흘렸고 주위 남성들의 날카로운 시선 또한 일제히 카미조에게 쏟아졌다

어쨌든 쿠로코도 미코토에 버금가는 미소녀이니까···

카미조「시, 시, 시, 시라이 씨? 요, 요즘 꽤나 대담해 진 것 같습니다만!」

쿠로코「어머. 분명 전 언니에게 지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사랑은 전쟁이랍니다」

닿는다! 그곳이 미묘하게 닿는다고!

카미조는 급격히 흥분할 것 같은 이성을 억제하는데 필사적이었다

육안으로 쿠로코의 가슴을 대충 보자면 안타깝게도 평지라는 감상 밖에 나오지 않겠지만, 막상 접촉을 하니 육안으로 봤을 때와 달리 작게 부푼 그곳의 감촉이 느껴진다

쿠로코가 중학생이라고 방심한 카미조의 대패였다


레스토랑 Joseph's

우이하루「사텐 씨. 이번 영화. 재미있었죠?」

사텐「응응. 웬일로 미사카 씨가 고른 영화가 재미있었달까」

미코토「헤에···웬일로, 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나···」

갓 영화를 다 본 여중생 세 명이 자주 모이는 레스토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미코토도 카미조와의 통화가 무사히 끝났기에 어제보다 훨씬 밝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다만 사텐은 단어 선택을 잘못해 일시적으로 미코토 앞에서 애를 먹고 있었지만···

미코토「뭐, 내가 게코타 같은 귀여운 걸 좋아한다는 것은 사실이니 넘어가고···저기 우이하루 씨.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우이하루「넹. 뭐죵?」

우이하루가 입속에서 파르페를 우물거리며 미코토의 물음에 답했다

미코토「쿠로코 말이야. 최근에 새로운 친구라도 사귀었어?」

우이하루「친구요?」

미코토「요즘 우리와 자주 모이지 못하는 이유. 다른 지부의 마음이 맞는 아이를 사귀었나 봐. 그래서 그 아이와 만나느라 그렇다는데···」

우이하루「금시초문인데요?」

미코토의 질문에 우이하루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표정 역시 약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우이하루「요사이 제가 지부에서 쭉 근무했었지만 시라이 씨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니 그런 건 없었어요. 또 시라이 씨의 성격상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 그걸 제게 말해주지 않을 성격도 아니고···미사카 씨에게는 그렇게 말했었어요?」

미코토「응. 우히하루 씨나 사텐 씨에게는 뭐라고 말했었어?」

사텐「그냥 주말에 할 일이 많다고 밖에···그래서 저희도 더 이상 물어보지는 않았고요」

미코토「······」

미코토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쿠로코가 다른 지부의 요원하고 친해지면 그것을 쿠로코의 동료이자 친한 친구인 우이하루 씨가 모를 리가 없다

뭔가가, 뭔가가 이상하다···

며칠 전부터 쿠로코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숨겨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때

「엇. 카미양의 여자 친구 아닌감?」

기억에 남아 있던 카미조의 친구, 파란 머리 피어스가 말을 걸어왔다


저녁

가로등이 일제히 켜져 거리를 환하게 밝히기 시작하고, 무채색이던 도심의 빌딩들은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학원 도시의 아름다운 야경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가운데, 카미조와 쿠로코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카미조「재밌었어?」

쿠로코「물론이랍니다. 비록 다른 날 보다 짧기는 하였지만 오늘도 행복했사와요」

카미조「행복, 이라는 단어는 조금 안 어울리지 않아?」

쿠로코「여자 아이는 좋아하는 남자분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답니다」

쿠로코는 그리 말하고선, 다시 카미조에게 팔짱을 꼈다

카미조 또한 오늘 쿠로코를 만난 이후 쭉 이어지던 그녀의 공세에 나름대로 적응이 된 모양이라 몇 시간 전 처럼 크게 당황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몇 달 전의, 남자에게는 티끌만큼도 관심이 없던 쿠로코의 모습과 대비되어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기는 하지만···

그렇게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걸어갔고-

쿠로코「카미조 씨」

갑작스레 쿠로코가 카미조를 불렀을 때, 두 사람은 걸음을 멈췄다

카미조「응?」

쿠로코「카미조 씨는 이 학구에 처음 와 본다고 하시었죠?」

카미조「그래. 항상 가던 곳이면 재미도 없을테니 말이야」

쿠로코「후우···다행이어요. 일순간이기는 하지만 카미조 씨를 다른 남자분들과 다름 없는 짐승이라 생각할 뻔 했었사와요」

카미조「무슨 소리야?」

쿠로코「눈이 있으시면, 잠시라도 앞을 쳐다 보시는 게 어떨까요?」

약간 가시 돋친 쿠로코의 말에 카미조가 시선을 앞으로 향하자, 카미조의 눈에 수많은 호텔들이 들어왔다

그래. 이곳은 학원 도시의 외부인이나 연인들만을 위한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였던 것이다

카미조가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리 봐도 연인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 남녀들 만이 거리에 존재할 뿐이었다

카미조「시, 시, 시라이! 아, 아니니까 말이야! 이 카미조 씨에게 그, 그런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고요! 그저 얘기하며 걷다보니 우연히 이곳으로 왔을 뿐이야!///」

카미조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쿠로코는 그런 카미조의 얼굴을 의심쩍다는 듯이 한동안 바라보다가-

쿠로코「쿡-」

웃었다

카미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