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코「뭘 그리 당황하시는 건가요. 카미조 씨에게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는 건 잘 알고 있었사와요. 그런데 그런 모습으로 부정하시면···쿠크크···」

카미조「시, 시라이. 너 말이지!」

쿠로코「크, 크흠. 무심코 가련한 숙녀답지 않게 웃어버렸네요」

카미조「가련한 숙녀라면 처음부터 놀리지도 않습니다만!」

카미조는 그리 외치고선 계속 쿠로코를 바라보기 부끄러웠는지 시선을 휙 돌렸다

카미조「그, 어, 어쨌든 이 길을 계속 걷기는 조금 그러니까 말이야. 여기를 빠져나가 다른 길로 가던지-」

하지만, 카미조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뒤돌아 가려는 카미조의 팔을, 쿠로코가 잡은 것이다

카미조「시라이···?」

쿠로코「···카미조 씨」

순간, 카미조는 당황했다

카미조를 응시하던 쿠로코의 얼굴이 어느새 극히 진지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양 뺨에 살그머니 떠오른 홍조를 제외하고는-

쿠로코「저. 괜찮답니다」

카미조「괜찮다니···?」

쿠로코「카미조 씨도 이 거리가 무엇을 위한 장소인지는 아실 터이죠. 그러니까 쿠로코는, 괜찮답니다」

카미조「?!」

두근, 하고 카미조의 심장이 크게 울렸다

미코토에게 고백받았을 때 보다, 세계 대전의 중심에 뛰어들었을 때 보다, 학원 도시의 제 1위와 대치했을 때 보다, 그 어느 때보다 카미조의 심장이 크게 울린 순간이었다

쿠로코의 진지한 기색에 카미조의 얼굴 또한 서서히 붉어져갔다

카미조「아, 아하하하···괘, 괜찮아. 시라이. 이 카미조 씨. 여, 연속으로 놀리는 것에는 당하지 않는다고?」

쿠로코「카미조 씨가-」

카미조「!」

쿠로코「쿠로코만의 것이 되어 주신다면, 쿠로코는 카미조 씨만의 것이 되겠사와요」

점차 젖어오기 시작한 쿠로코의 눈동자

양 뺨을 붉게 물들이고서 애절한 눈빛으로 카미조를 바라보는 쿠로코는 카미조에게 있어서 매우 아름다웠고···선정적이었다

쿠로코「아직 카미조 씨가 말했던 기한. 하루가 남았습니다만 지금, 들을 수 없을련지요···?」

카미조「······」

꿀꺽. 카미조는 침을 삼켰다

이 소녀의 매력은 어디까지일지, 카미조는 그 끝을 모르게 되어가고 있었다

허나 동시에, 그 끝 또한 알고 싶다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쿠로코「확실히 쿠로코는 가슴도 없고, 몸도 작기에 카미조 씨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카미조 씨가 원하신다면 최선을 다해보겠사와요」

카미조「······」

쿠로코「카미조 씨는···쿠로코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긴장으로 인해 살짝 떨리는, 쿠로코의 목소리

그리고, 카미조의 눈에 비치는 또렷한 쿠로코의 이목구비와 새하얀 목덜미

카미조「시라이. 나는······」


===/===

해 버렸다

이것이, 오늘 아침. 카미조가 눈을 뜨고서 뱉은 첫 말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고급 인테리어가 깃든 낯선 천장. 커튼의 사이로 살그머니 들어온 햇빛. 그리고, 전신에 직접적으로 느껴지는···쿠로코의 살결

태생 그 자체의 모습이 되어 있는 쿠로코는, 카미조의 품속에서 조용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항상 트윈테일 모양이었던 그녀의 머리도, 리본끈을 푼 롱헤어의 형태가 되어 있었다

카미조「윽···///」

카미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신들이 덮고 있는 이불의 틈새 사이로 선명하게 보이는, 쿠로코의 새하얀 어깨. 그리고 매혹적인 등의 라인

그리고······

찰싹찰싹. 이성이 붕괴하기 직전, 카미조는 자신의 뺨을 양 손으로 힘차게 때렸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밤. 쿠로코에게 쿠로코를 소중히 여기겠다는 다짐까지 했는데 아침부터 이래서야 그 다짐을 어기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쿠로코「···무얼 하고 계신 건가요?」

카미조「!」

갑작스레 들려온 쿠로코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카미조

분명 자고 있었을 터인 쿠로코가 어느새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카미조를 또렷히 바라보고 있었다

카미조「아, 아니···이성의 단련···이랄까···?///」

쿠로코「아침부터 발정하신 건가요」

정곡이다

너무도 스트레이트한 그 말에, 카미조는 마땅히 반론한 말을 찾지 못하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말을 더듬는 것이 고작이었다

쿠로코「···오늘 새벽까지, 그렇게 많이 하셨으면서···///」

토라진 듯, 휙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리는 쿠로코

그에「그런 귀여운 태도는 오히려 카미조 씨의 아들을 부추길 뿐이란 말입니다!」라고 외치고 싶은 카미조였다

쿠로코「저. 처음이었다고요?」

카미조「으, 응···///」

쿠로코「그런데 몇 번이나···몇 번이나···」

카미조「미, 미안···///」

카미조는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쿠로코「그래도 그···///」

카미조「응?」

쿠로코「사, 상냥하게 해 주셔서 봐드리겠사와요···///」

카미조「···」

순간, 코피가 흐를 뻔했다

이렇게 양 뺨에 홍조를 띠고서 젖은 눈으로 바라봐 오는 건 아무리 봐도 반칙이다

카미조는 여자란 생물이 이러한 면에서 얼마나 무서운지 이 하룻밤에 걸쳐 절실히 이해했다

쿠로코「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저도 기분이 좋았고···///」

그리 말하며 침대 시트를 꼼지락거리는 쿠로코

이쯤되면 고문이다. 카미조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쿠로코「···그런데, 토우마 씨」

카미조「으, 응?!」

다행이었다

쿠로코가 자신을 부르지 않았다면 지금쯤 덮치고 있었지 않았을까

쿠로코「약속. 기억하고 있사와요?」

카미조「아···그, 시라이를-」

쿠로코「쿠로코에요. 애인의 이름을 성으로 부르다니 슬프답니다? 빨리 익숙해 지셨으면 좋겠사와요」

카미조「흠흠. 쿠로코를 일생 소중히 여기겠다는 것과 사랑하겠다는 것. 이 카미조 씨. 아무리 공부를 못한다 해도 그 정도로 중요한 약속은 잊지 않는단 말입니다」

관계를 가지기 전, 쿠로코와 나눈 약속

결국 카미조는, 쿠로코를 선택한 것이었다

쿠로코「다행이어요. 그래도 혹시나, 토우마 씨가 잊어버린 게 아닐지 걱정하고 있었답니다」

쿠로코는 살짝 상체를 들어 양 손으로 카미조의 얼굴을 살그머니 잡았다

쿠로코「저 역시, 토우마 씨를 일생에 걸쳐 사랑하겠사와요」

그리고 쪽, 하고 맞부딪히는 둘의 입술

카미조가 쿠로코로부터의 키스를 거절할 이유는 없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쿠로코의 등 뒤에 팔을 둘러 키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윽- 카미조의 구강 내에 쿠로코의 혀가 들어온다

카미조도 당황하는 일 없이, 자신의 혀로 쿠로코의 혀를 어루만졌다

쿠로코「응···!///」

키스 도중, 화들짝 놀라듯 움찔거린 쿠로코의 신체

쿠로코「정말···어딜 만지시는 건가요···///」

그 자극에, 맞닿아 있던 카미조와 쿠로코의 입술이 떨어졌다. 투명한 타액의 실선을 그리며-

카미조「미, 미안···///」

쿠로코「···사과하실 필요는 없사와요. 이미 제 몸은···///」

쿠로코는 그대로, 자신의 가슴과 접해있던 카미조의 손을 스스로의 양 손으로 꾸욱- 눌렀다

카미조「아···!///」

쿠로코「토우마 씨의 것이랍니다···///」

두근두근. 심장이 경종을 치기 시작한다

서로 몸까지 섞은 사이인데도, 쿠로코의 매력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도대체 이 아이는, 어디까지 자신을 끌어당길 셈일까

이 순간, 카미조는 달달하면서도 치명적인 수렁에 빠져버린 것을 자각했다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쿠로코「이 쿠로코. 새벽까지 한 탓에 아직 다리와 허리가 잘 움직여지지는 않습니다만···///」

상체를 들어올리는 쿠로코. 동시에 그녀를 덮고 있던 이불이 떨어져, 그녀의 모든 것이 카미조의 앞에 드러난다

쿠로코「늘 그렇듯 토우마 씨가 상냥하게만 해 주신다면, 괜찮답니다···///」

카미조「···쿠로코···///」

이제 카미조에게는 중학생과 관계를 가졌다는 꺼림칙함도 남아있지 않다

또 지금만큼은, 미코토를 배신했다는 죄책감 역시 남아있지 않다

지금의 카미조에게 남아있는 단 한 가지는···

카미조「사랑해···쿠로코···」

쿠로코「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쿠로코를 향한 애정 단 하나뿐

다시 두 사람은 입을 맞춰, 혀를 섞기 시작했다

선정적인 물소리만이 울리는 이 방

카미조는 쿠로코를 조심스레 넘어뜨려, 질척질척한 행위의 농도를 높여갔고-

쿠로코「아···///」

쿠로코는, 기쁜 듯이 받아들일 뿐이다

쿠로코와 키스를 할 때 마다, 자신의 마음 속에 존재하던 중요한 것이 덧칠해져 간다. 부서져 간다. 사라져 간다

카미조는 그것을 알면서도,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이미 그의 마음속에 존재하던 브레이크는, 사라진 지 오래였기 때문에······


늦은 오후. 토키와다이 중학 기숙사

레벨 5 의 제 3위. 미사카 미코토는 휴대폰을 켰다 말았다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카미조에게 연락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그 갈등이 멈추지 않는 탓이었다.

어제, 레스토랑 Joseph's 에서 파란피에게 들은 말

「카미양 말인감? 점심까지 함께 보충 수업을 들었었는데, 무슨 문제라도?」

무언가가 걸린다. 이것이 미코토의 직감이었다

점심까지는 보충 수업을 듣다가, 오후가 되자 갑자기 영국에 있다고?

확실히 학원 도시는 초음속 여객기의 이용이 보편화되어 있다

물론, 카미조가 보충 수업이 끝나자 마자 학원 도시의 뛰어난 기술력으로 만들어 진 초음속 여객기를 탔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허나 미코토는 이렇게 알리바이가 정확히 존재하는 가설임에도 불구하고, 의심을 품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 탓에 미코토는 어제 밤 부터 지금까지, 잠 한 번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지금 그녀의 눈가 아래에는 짙은 다크 서클이 깔려 있었다

심지어 쿠로코까지 무단 외박을 하여, 미코토가 맘 편히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은 도저히 아니었던 것이다

미코토「쿠로코···」

나지막이, 쿠로코의 이름을 부르는 미코토

토키와다이 중학에 입학해 그녀와 같은 방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쿠로코가 무단 외박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게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숙사에 돌아오는 것이 늦거나, 혹은 그것 조차 불가능할 때에는 서로에게 미리 연락을 주는 것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암묵적인 룰이었다

하지만 어제의 쿠로코는 그 어떠한 연락도 없이, 방에 돌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 이 시각까지도 말이다

안 그래도 카미조로 인해 마음이 심란한 미코토였는데, 최근 이상한 낌새를 보이던 쿠로코까지 무단 외박을 하자 미코토로서는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미코토「···」

점차 어두워져 가는 방 안에서, 홀로 빛을 밝히고 있는 미코토의 휴대폰

그 휴대폰의 화면에는 이전, 자신이 카미조와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서로 수줍은 듯 손을 잡고 스티커 사진기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떠 있었다

미코토「이때까지만 해도, 즐거웠었는데···」

살그머니, 화면 속의 카미조를 쓰다듬는 미코토

처음에는 모든 것이 즐거웠다

토우마와 함께라면, 세상 그 어디든지 우리들이 못 갈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

토우마와 함께라면, 그 어떤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째설까

연인이라면 당연히 허용되어야 할 스킨쉽이, 두려웠다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로 토우마를 사랑하는 자신인데, 그곳에서 한 발 자국을 내딛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자칫하면 무언가가 퇴색될 것만 같아서, 무언가가 소모될 것만 같아서, 나는 토우마로부터의 스킨쉽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토우마, 토우마, 토우마······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러니까, 한 번만······마지막으로 한 번만······!

비록 토우마에게 많은 폐를 끼친 자신이지만, 한 번 더 자신이 토우마를 믿고, 토우마가 자신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미코토는 언젠가 토우마에게 선물 받은 게코타 인형을 껴안으며,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밤. 카미조 가(家)

카미조는 호텔에서 나와 쿠로코를 기숙사 근처까지 바래다 준 후, 이제 막 집에 돌아온 참이었다

쿠로코도 마음 같아선 오늘 밤. 카미조의 집에 묵고 싶다고 얘기했었으나 미코토와 결론이 나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코토와의 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면 카미조의 집에 반드시 묵으러 가겠다고 단언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또 꼭 카미조의 집이 아니더라도 곧 토키와다이 중학에서 개최되는 무도회도 있고 하니 두 사람이 즐길 시간은 넘치고도 넘친다

『그런데 말이야. 혹시 카미조 씨가 바람을 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삑. 카미조는 싱글벙글 웃으며 농담이 담긴 메일을 전송했다

그러자 그 즉시 날아온 답장

『토우마 씨를 죽이고 쿠로코도 뒤따라 죽을 거랍니다』

카미조「···」

거짓말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문장

이 결연한 어조를 보면, 아무리 봐도 진심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메일이었기 때문이다

『농담이야. 농담.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마라고?』

『쿠로코는 진심이랍니다』

···이 녀석. 정말이었냐!

오랜만에 등에 식은 땀이 흐르는 카미조였다

그래도 카미조의 얼굴에 띤 미소는, 사라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쿠로코와 메일을 주고받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카미조는 즐거웠다

물론 서로가 헤어진 뒤는 미코토를 염려하여 전화는 하지 않기로 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것은, 미코토에게의 이별 통보 뿐

미코토를 생각하자 마음 어딘가가 무거워진 카미조였지만, 그래도 카미조는 믿고 있었다

미코토라면 자신과 사랑하는 후배의 행복을 위해 줄 것이라고···


같은 시각. 토키와다이 중학 기숙사

쿠로코는 늦은 밤이 되서야 기숙사로 돌아왔다

또한 무단 외박임에도 불구하고 미코토가 사감에게의 대처를 잘 해 놓은 모양인지 사감도 쿠로코에게 별 소리가 없었다

쿠로코「다녀왔사와요」

미코토「아, 쿠로코」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쿠로코를, 밝은 표정으로 반겨주는 미코토

몇 시간 전과는 무척이나 대조되는 기색의 미코토였다

쿠로코「언니. 일단은 죄송합니다. 어제 아무 연락도 드리지 않아서···」

미코토「괜찮아. 괜찮아. 일단 다치거나, 그런 건 아니지?」

쿠로코「예···」

미코토「그럼 아무 문제 없어. 자, 무거운 이야기는 이게 끝~!」

간단히 이야기를 끝내버리는 미코토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쿠로코는 갑작스래 바뀐 미코토의 기색에 약간 당황한 모습이었다

미코토「그런데 쿠로코. 최근 들어 우리, 함께 목욕한 적 없었지?」

쿠로코「예, 예에···그렇습니다만」

미코토「그럼 지금, 같이 할래? 아직 욕탕도 열려 있을 시각이기도 하니 말이야」

빙긋빙긋. 최상의 미소를 쿠로코에게 지어 보이는 미코토

미코토「응? 쿠로코. 이때라면 언니와 목욕을 함께 할 수 있다니, 영광이어요! 라고 외치며 따라올 때 아니야?」

쿠로코의 흉내를 어색하게 따라하기까지 하며 미코토는 필사적으로 쿠로코를 설득한다

···확실히, 언니를 향한 감정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쿠로코에게는 중요한 분

그런 언니가 한계까지 슬퍼하는 것은, 저로서도 보고 싶지 않아요···

딱히 몸에 행위의 자취도 남아 있지 않고, 컨디션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괜찮지 않을까요···

미코토「저기, 쿠로코?」

쿠로코「알겠사와요. 쿠로코도 언니와 꽤 오랫동안 목욕을 하지 않았으니 나름 기대된답니다」

긍정적인 쿠로코의 대답에 성공! 이라고 마음 속에서 환호를 지르는 미코토

미코토로서는 일단 초심으로 돌아와 천천히, 느긋하게 해결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쿠로코가 중요해 보이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확정 상태. 그러면 이쪽에서 먼저 웃으며 다가가 경계를 무너뜨린 후 이야기를 나눠보면 될 뿐이다

어찌되었든 자신은 쿠로코가 그리 따르던 토키와다이의 에이스, 미사카 미코토니까 말이다

그리고 쿠로코의 문제가 해결되면, 토우마에게도 진심을 다해 사과한다

그리고, 키스하자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지만, 이쪽에서 먼저 키스를 하는 것이다

미코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의 어색한 나날들을, 예전의 즐거웠던 때로 되돌리기 위해서──────

허나, 동시에 몰랐다

그 대견한 결심이 결심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깨질 것이라는 것을···


토키와다이 기숙사 내에 위치한 욕탕

샤워룸의 바로 옆에 위치한 욕탕에는 폐문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아 그런지 옷을 입고 있는 여학생 몇 명을 제외하고는 미코토와 쿠로코 둘 밖에 없었다

미코토「♪~♬~」

즐거운 듯, 흥얼흥얼 왠지 모를 노래의 가락을 중얼거리는 미코토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모든 걱정을 잊고, 쿠로코와의 시간을 즐기자고 생각한 그녀였다

쿠로코「언니. 그럼 쿠로코는 먼저 들어가 있겠사와요」

미코토「응. 그래」

···응?

순간, 미코토는 위화감을 느꼈다

작지만, 아주 작지만, 쿠로코의 걸음걸이가 이상해 보인 것이다

미코토「뭐, 착각이겠지」

미코토는 새하얀 타월을 가슴팍까지 두르고서, 사물함의 문을 닫았다

그러자 극히 기계적인 전자음 소리와 함께 사물함 전면의 디스플레이에 LOCK 이라는 문구가 표시되었다

물론 기숙사 입장에서 학생들을 못 믿는 것은 아니다

허나 어디까지나 초능력을 개발하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보안만큼은 확실하게 해 놓는 것이다. 다만 레벨 5 의 일렉트로 마스터인 미코토에게는 무용지물이지만···

그리고 그 순간-

미코토「엣···」

쿠로코의 사물함 내부에서 들려온 짧은 멜로디음

쿠로코 특유의, 메일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알림음이 틀림 없다

미코토「···」

갈등하기 시작한 미코토

애초에 이럴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면 망설여지는 것이다

···어쩌지

몰래 봐도, 괜찮은 걸까

당연히 나야 뭐, 쿠로코와 허물 없이 이야기 할 생각이지만···그렇다고 저쪽에서 진심을 보일 거라는 확신도 없잖아

두리번두리번. 미코토는 쿠로코가 근처에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쿠로코가 욕탕에 먼저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한 미코토는,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했다

파지직. 일순간 사물함에 전류가 흐르고, 사물함의 디스플레이에 미약한 노이즈 현상이 발생하더니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사물함의 문이 열렸다

미코토「쿠로코의 휴대폰이···아, 이건가···」

뭔가가 잡히자 미코토는 사물함에 들어있던 쿠로코의 짐을 뒤지던 팔을 쑥 뺐다

역시나대로, 예전부터 쭉 봐 왔던 쿠로코의 휴대폰이었다

미코토「응···?」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흘리는 미코토

쿠로코의 휴대폰을 켠 미코토를 반긴 것은, 기억에 남아있던 바탕 화면이 아닌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잠금 화면이었기 때문이다

···어라?

여태까지 쿠로코가 휴대폰을 잠근 적이 있었나···?

미코토의 의심이 증폭되어 간다

그에 미코토는 한 번 뻗은 의혹의 손길을 거둘 줄 모르고,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간다

미코토「열었어···」

순식간이었다

미코토가 쿠로코의 휴대폰 해킹에 성공한 것은-

그리고, 미코토의 눈에 들어온──────

『그런데 쿠로코. 다음에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언니가 옆에 있어 역시 통화하는 건 무리 같사와요』

『카미조 씨도 시라이가 고백을 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단 말입니다』

수많은 의미 불명의 메일, 통화 내역들과

『cf : 오늘도 카미조 씨는 멋졌답니다』

하나하나 정성스런 참조 문구가 깃들어 있는 수많은 그의 사진들. 쿠로코와 투샷을 찍은 사진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미코토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미코토「뭐야, 이거···」




===/===

쿠로코는, 난처했다

따뜻한 온수에 잠겨 행복한 기분으로 한참 카미조의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참인데, 갑작스레 굳은 표정이 되어 있는 미코토에게 끌어내져 방으로 끌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코토가 젖은 머리카락과 몸을 말릴 시간,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주지 않았기에 쿠로코를 감싸고 있는 타월 아래로는 지속적으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기숙사 내 학생들은 맨 몸에 타월 차림으로 복도를 걸어가는 미코토와 쿠로코를 보며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 하고 호기심을 품었지만 이례적으로 잔뜩 굳은 미코토의 표정을 보고서 아무 말도 걸지 못했다

쿠로코「언니, 잠깐···할 말이 있으시면 손을 놓고 얘기해 주셔요···! 언니···!」

미코토「······」

쿠로코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인 채로 방을 향해 걸을 뿐인 미코토

그러던 도중, 쿠로코의 눈에 익숙한 물건 하나가 들어왔다

미코토의 한 쪽 손에 들려있는, 자신의 휴대폰

왜 언니가 제 휴대폰을···

언니. 설마······?!

무언가의 결론에 생각이 미친 쿠로코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부터 일어날 파란을 생각하고서, 긴장으로 인해 입술을 꽉 깨무는 쿠로코

끼익- 어느새 자신들의 방 앞으로 돌아온 미코토는, 억센 손놀림으로 방문을 열고서 쿠로코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쿠로코「······」

쿠로코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방문을 꾸욱- 하고 닫는 미코토

서로가 룸메이트가 된 후, 여태껏 조성된 적이 없었던 위험한 분위기가 방 안에 감돌고 있었다

미코토「···있잖아, 쿠로코」

쿠로코「······」

미세하지만, 쿠로코는 미코토의 미간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눈치챘다

아마 격렬한 분노를 느끼면서도 상대가 쿠로코이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그 분노를 참고 있는 것이 분명하겠지

미코토「네 휴대폰. 몰래 봐서 정말 미안하다고는 생각하는데 말이야」

쿠로코「······」

미코토「이것들, 뭐야···?」

쿠로코의 면전에서, 쿠로코의 핸드폰을 열고서 그 안의 화면을 보여 주는 미코토

그 화면에는 쿠로코가 카미조와 주고 받은 메일의 내역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미코토「그리고 이것뿐만이 아니라···」

미코토는 잠시간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조작하더니 이번에는 새로운 화면을 쿠로코의 앞에 들이댔다

쿠로코와의 투샷을 비롯해 카미조의 사진이 잔뜩 저장되어 있는 폴더였다

쿠로코「···실망이어요. 언니」

미코토「실망···?」

쿠로코「토키와다이의 에이스인 언니께서, 설마 타인의 휴대폰을 몰래 들여다보는 사람이었다니···레벨 5 의 능력을 고작 그런 곳에 사용하신 건가요」

파직. 일순간 미코토의 몸에서 전기가 튀었다

미코토「쿠로코. 지금 나와 장난하자는 거야? 빨리 이것들이 뭔지 설명──────」

쿠로코「당연한 것이랍니다. 쿠로코와 토우마 씨는, 연인이니」

시간이 멈췄다

공기가 얼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쿠로코와 토우마가, 연인···?

미코토「저, 저기. 그, 쿠로코.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토우마 씨, 라니 네가 그 녀석을 그런 식으로 부를 리가 없잖아···?」

쿠로코「아니요. 쿠로코와 토우마 씨는 정말로 연인이랍니다」

쿠로코의 단언에, 다시 한 번 온 몸이 굳어버리는 미코토

그리고 그 표정은, 가혹한 현실을 앞에 두고서 필사적으로 도망칠 길을 찾는 듯한, 절망적인 표정으로 변해갔다

동시에, 그 현실을 이해하는 것을 사력을 다해 거부하는 듯한 모순적인 미소까지···미코토의 얼굴에 떠오르고 있었다

미코토「아, 아하하···서, 설마 쿠로코. 뭔가를 잘못 먹었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쇼쿠호 같은 녀석이 정신 조작이라도 한 걸까나···쿠로코가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야···」

쿠로코「······」

미코토「저, 저기 쿠로코. 분명 실언이라든지, 내가 잘못 들었던 건지, 둘 중 하나지? 응? 응?」

쿠로코「···언니」

미코토「응응. 분명 그런 거지? 쿠로코?」

쿠로코「확실히 전 지금도, 언니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미코토「그래그래. 나도 쿠로코가 그런 건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쿠로코「하지만 토우마 씨를 향한 사랑과는, 엄연히 다르답니다」

미코토「쿠로···코···?」

쿠로코「예전, 토우마 씨가 무뢰한들에게 잡혀 몸을 더럽혀질 뻔했던 저를 구해주신 이후로-」

쿠로코는 각오를 함과 동시에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다른 길은 없다. 그렇다고 물러나지도 않는다

어차피 빠른 시일 내에 겪었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쿠로코「토우마 씨에게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미코토「···후후···거짓말···」

쿠로코「그리고 그 후, 쿠로코는 그날의 사례를 명목으로 토우마 씨를 계속 불러내었고」

미코토「아아~분명 거짓말일 거야. 이거. 쿠로코가 그 녀석을 이름으로 부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인 걸」

쿠로코「그분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안, 쿠로코는 스스로가 느낀 이 정체 불명의 감정이 무엇인지 자각했습니다」

미코토「아니, 내 귀가 이상한 것일수도 있잖아」

쿠로코「그분이 행복해 하면 쿠로코도 행복하고, 그분이 슬퍼하면 쿠로코도 슬픈, 이 묘한 감정을 말이어요」

미코토「우후후···쿠로코. 그만하렴? 솔직히 재미없으니까 말이야」

쿠로코「토우마 씨를, 좋아한다는 것을요」

미코토「쿠로코!」

파지직! 미코토의 외침과 함께 아까보다 훨씬 더 큰 전기가 튄다

허나 쿠로코는 그러한 것에 겁 먹는 일 없이,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쿠로코「그래서 쿠로코는, 토우마 씨에게 고백했답니다. 그리고 토우마 씨도, 쿠로코를 받아주셨사와요」

미코토「······」

쿠로코「최근 새로 생겼다는 다른 지부의 친구. 사실 토우마 씨랍니다」

미코토「······그만···」

쿠로코「최근 저의 수많은 약속들 또한, 전부 토우마 씨와의 데이트 약속이랍니다」

미코토「그만해···」

쿠로코「토우마 씨도, 일생 쿠로코를 사랑하겠다고 말씀해 주셨답니다」

미코토「그만하라고 했잖아!」

미코토의 절규에, 일순간 방이 번쩍였다

흥분과 분노가 섞여 새빨개진 미코토의 얼굴. 그 탓으로 그녀의 어깨 역시 끊임없이 상하로 움직이고 있다

미코토「토우마는 내 남자 친구야···! 그런데 네 애인이라고? 웃기지 마!」

쿠로코「언니의 남자 친구, 인가요? 그렇다면 감히 묻겠습니다만」

눈을 날카롭게 뜨며, 말을 잇는 쿠로코

쿠로코「한 번이라도 언니가 토우마 씨의 애인으로서, 역할을 다한 적이 있었나요?」

미코토「뭐···?!」

쿠로코「키스 한 번이라도, 언니로부터의 포옹 한 번이라도 있었나요! 단지 언니께선 토우마 씨의 발목에 애인이란 이름의 족쇄를 채운 것이 아닌가요!」

미코토「···족쇄, 라니 나는 진심으로 토우마를 사랑한다고!」

쿠로코「진심으로 사랑하는데! 우이하루나 사텐 씨의 앞에서 그런 말을 하시나요!」

쿠로코의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지는 미코토

설마···들은, 거야···?

그 말들을···?

쿠로코「그 자리에는 토우마 씨도 함께 있었답니다! 언니께선 토우마 씨가 얼마나 슬퍼하셨는지 아시나요!」

미코토「···입 닫아······」

쿠로코「언니야말로 나쁘답니다! 오히려 토우마 씨가 불쌍할 따름이어요!」

미코토「쿠로코···!」

쿠로코「어째선가요! 무언가 찔리시는 거라도 있으신지요! 연인까지 되었으면서 언제까지나 머뭇머뭇, 키스도 일언지하에 거절. 쿠로코가 토우마 씨였다고 해도 언니에게는 질렸사와요!」

미코토「쿠로코! 그만 입 다물라고 했지!」

미코토는 후들후들 떨리는 자신의 신체를 필사적으로 억제하며, 외쳤다

믿을 수 없었다

가장 사랑하던, 두 사람에게서 동시에 배신을 당하다니-

허나 쿠로코는 전혀 멈출 기색이 없다

쿠로코「언니께선 화낼 자격이 있으신가요! 쿠로코는 토우마 씨와 키스도 했사와요! 포옹도 했사와요!」

미코토「···나, 나는······」

쿠로코「아니요. 섹스도 했답니다! 토우마 씨의 처음을 쿠로코가 받고, 쿠로코의 처음을 토우마 씨에게 드렸사와요!」

미코토「뭣···섹······?!」

예상치 못한 쿠로코의 발언에 미코토가 쥐고 있던 쿠로코의 휴대폰이 툭, 하고 지면으로 떨어졌다

미코토「쿠로코. 너 지금···」

쿠로코「······」

미코토「저기, 거짓말이지···? 내,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쿠로코「······」

흔들흔들. 아까까지의 기세는 어디가고, 미코토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쿠로코의 어깨를 흔들었다

쿠로코「······」

미코토「응? 잘못 말했다고 해 줘. 아니면 토우마와 함께 날 놀리려고 하는 거야? 그런 거지? 응?」

쿠로코「···아니요」

쿠로코는 미코토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 눈동자에는 이전의 쿠로코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적대감이 담겨 있었다

쿠로코「정말이랍니다. 토우마 씨와 저는 정말로 그러한 관계까지 갔사와요」

미코토「···어째서···」

쿠로코「······」

미코토「어째서 토우마야···?」

쿠로코「···그 점은,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사와요」

미코토「왜! 왜! 토우마냐고!」

쿠로코「······」

제방이 터진 듯, 미코토의 눈가로부터 눈물이 흘러 넘친다

이윽고 그 눈물들은 미코토의 뺨을 덮어, 지면으로 뚝뚝 떨어졌다

바보 같다

배신까지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열심히 고민을 하던 자기 자신이 바보 같다

토우마와 쿠로코의 거짓말에 실컷 넘어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멍하니 있었던 자신이 바보 같다

그런데도 쿠로코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토우마와 다시 사이가 좋아지도록 노력하자고?

뭐야, 나 정말로······

바보, 잖아······

쿠로코「언니···?」

미코토가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 말이 없자 약간 불안한 기색이 된 쿠로코가 조심스레 미코토를 불렀다

그리고 그 순간──────

짜악, 하고 방에 마른 소리가 울려퍼졌다


카미조「······」

공원. 한밤중에 갑작스레 쿠로코에게 호출된 카미조는 공원에 나와 있었다

『토우마 씨. 지금 당장 공원으로 나와 주실 수 있나요』

카미조는 쿠로코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을 알기에, 내심 속으로는 초조한 것을 참고 있었다

갑자기 공원이라니, 무슨 일이지···

설마 미코토에게 들키기라도 한 건가···

카미조「아, 쿠로코······」

그때, 뒤에서 들려 오는 발소리에 카미조는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석상처럼 굳어버리는 카미조. 훌륭하게 예감이 적중한 것이었다

파직파직. 조금씩 전기를 누전하며 눈물 투성이가 된 새빨간 얼굴로 걸어오는 미코토

또한 그 뒤를 한쪽 뺨에 손자국이 남은 채 면목이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따라오는 쿠로코

끝났다, 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카미조「······」

미코토「······」

쿠로코「······」

아무도 말이 없다

하루살이가 날아다니는 희미한 불빛의 가로등 아래에서,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어차피 겪어야만 할 과정이다

미코토가 더 슬퍼하기 전에, 먼저 이쪽에서 결론을 내자

눈물로 인해 충혈된 미코토의 눈을 보며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는 카미조. 허나 그것을 알기에 여기서 망설여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먼저 입을 연 것은, 카미조가 아닌 미코토였다

미코토「저기, 토우마」

카미조「으, 응···」

미코토「월요일까지 영국에 있을 거라고 했잖아」

카미조「······」

미코토「그런데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거야?」

카미조「······」

미코토「왜 거짓말을 한 거야?」

카미조「···미안」

카미조는 미코토로부터 어렵사리 시선을 돌렸다. 적어도 지금의 카미조에게 있어, 미코토를 정면으로 보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미코토「나.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카미조「···미안」

미코토「나만을 바라보겠다고 하지 않았어?」

카미조「···미안해」

처음에는 침착했던 미코토의 목소리에, 점점 울음이 섞여갔다

미코토「이럴 거면 왜 나에게 게코타 인형까지 선물한 거야?」

카미조「···정말 미안」

미코토「바보! 미안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

결국, 다시 미코토의 눈가로부터 눈물이 흘러넘쳤다

두 번 다시 울리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자신이었는데···카미조는 미코토의 눈물에 자신의 가슴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카미조「있잖아, 미코토」

하지만, 해야 한다

해야만 한다

카미조「우리-」

미코토「아니지! 아닌 거지! 난 아니까! 토우마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는 걸 나는 잘 아니까!」

울부짖듯 외치는 미코토. 하지만 카미조의 말은 멈추지 않는다

카미조「헤어지자」

미코토「···에?」

잔혹한 현실이 미코토를 향해 독니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던 최악의 미래가, 다가온 순간이었다

미코토「···에? 저기, 방금 뭐라고···」

카미조「우리. 헤어지자고」

미코토「거, 거짓말이지? 이 미코토 선생님. 바람기 한 번 정도는 봐줄 테니까···」

카미조「···정말 미안해」

격하게 비뚤어지는 미코토의 얼굴

미코토「어째서? 어째서? 내가 키스를 못 하게 해서 그런 거야?」

카미조「······」

미코토「아, 아니면 토우마도 나와 그, 그거. 하고 싶은 거지? 가,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하게 해 줄 테니까! 응?」

카미조「······」

미코토「앞으로 화도 안내고 토우마가 좋아하는 건 뭐든지 다 해 줄 테니까! 부탁이야! 제발···!」

카미조의 소매를 부여잡고서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미코토

지금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미코토의 비굴한 표정이, 카미조의 망막에 선명하게 각인된다

카미조「···미안. 지금의 나는, 쿠로코를 좋아해. 아니, 사랑해···」

미코토「아······」

카미조의 손에 의해 소매로부터 조심스레 떼어내지는 미코토의 손

그러자 미코토는 마치 중심을 잃은 추처럼 휘청거리다가───자리에 주저앉았다

쿠로코「···그럼 언니. 쿠로코는 오늘 토우마 씨의 댁에서 머물겠사오니 그리 알아 주셔요」

쿠로코는 그리 말하며 카미조의 곁에 달라 붙었다

카미조「쿠, 쿠로코···!」

쿠로코「토우마 씨. 가야 할 때랍니다」

쿠로코가 카미조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녀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계속 있어 봤자 상황의 호전은 커녕 악화를 불러 올 수 있다고···

단지 쿠로코가 바라는 건 단 하나. 미코토가 스스로 실연을 극복하여, 카미조를 향한 마음을 깔끔히 정리하는 것을 바랄 뿐이다

카미조「그럼 미코토. 난 가 볼 테니까···」

저벅저벅. 카미조와 쿠로코가 미코토로부터 멀어져간다

미코토는 지면에 주저앉은 채 떠나가는 카미조를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카미조는 돌아오지 않는다

···토우마···어째서야?

왜 내 손을 잡아주지 않는 거야···?

「거짓말 아니라고 했잖아!」

「네가 상처 입은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예를 들어, 학원 도시 최약의 레벨 0 같은 것에 진다면 그 전제는 뒤집히는 게 아닐까?」

「아무것도 잃지 않고, 다 함께 돌아가는 게 내 꿈이야」

왜 그때처럼···내 손을 잡아주지 않는 거야···?

미코토「우···우아···우아아아아아······」

미코토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레벨 6 시프트 실험 당시 느꼈던 절망감을 훨씬 능가하는 절망감

카미조와 쿠로코가 떠난 후 혼자가 된 미코토는, 언제까지나 울었다

히어로가 사라진, 그 깜깜한 세계에서──────




===/===

몇 달 전, 일단람제 마지막 날

나는 내 억지에 어울려 근처의 카페 테라스까지 와 준 그 녀석에게-

「저 미사카 미코토는 예전부터 쭉 당신을 좋아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저와 사귀어 주세요!」

고백했다

검푸른 밤하늘에 쏘아올려진 수많은 폭죽 아래에서···

「미사카. 너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정말 불행해」

「알고 있어」

「그 탓으로 너도 나의 불행에 말려들어갈 수 있어」

「그것도 알고 있어」

「나와 사귄다는 것은, 지옥의 끝자락까지 따라온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괜찮아. 이 미코토 선생님이 반드시 널 그 지옥이란 곳에서 끄집어 내 줄테니까」

나는 진심을 다해 그 녀석에게 전력으로 부딪쳤다

너는, 알고 있는 거야?

네가 다른 여자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내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나와 내 여동생들을 구해준 이후로, 내가 얼마만큼의 너에 대한 사랑을 키워왔는지

네가 나와 내 주변의 세계를 지킨다고 말했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그러니까 부탁이야

더 이상 나를 초조하게 만들지 마

나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봐 줘

「이거이거. 아무래도 카미조 씨는 대단한 분에게 고백받은 모양입니다」

「바, 바보! 그, 그, 그래서 다, 답은?! 뜨, 뜸 들이지 말고 말하도록 해!」

「음······」

「빠, 빨리 대답하란 말이야!」

「···미사카가 그렇다면야 우리. 사귈까」

그렇게 미소지으며 말하는 녀석의 뒤로, 폭죽이 펑- 하고 터졌다

「나도 널 좋아해. 미사카」

아마 나는 그때 본 녀석의 미소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그 녀석에게 고백한 여름의 어느 날 밤. 토우마와 나는···연인이 되었다


카미조가 미코토에게 이별 선언을 한 날로부터, 다시 몇 달이 흘렀다

계절은 늦가을에서 겨울으로 넘어가, 거리의 나무들은 하나둘 그 앙상한 몸을 드러냈고 사람들 역시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한껏 기대를 부풀리고 있었다

또 과학 사이드의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학원 도시도, 크리스마스에 관해서는 관대한 방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토키와다이 중학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릴 무도회의 준비에 바빴다

완전한 아가씨 학교인 토키와다이 중학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것

그렇기에 단순한 레벨 3 이상의 학생들만이 아닌 각종 정재계의 규수들도 많이 입학하는 편이었고 그에 따라 어딘가의 도련님과 약혼 관계를 맺고 있는 여학생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또 토키와다이 중학이 불순 이성 교제만을 인정하고 있지 않을 뿐, 기숙사의 폐문 시간을 제외하면 밖으로의 외출이나 이성간의 접촉도 자유롭게 놔두는 편이었기 때문에 건전한 교제라면 대체로 학생의 자율성에 맡기는 편이었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토키와다이 중학에서는 기숙사 축제인 성하제만이 아닌 매년 이브마다 열리는 무도회에도 학교의 일부를 개방하고 있었다. 물론 성하제처럼 모든 외부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가 아닌 토키와다이 학생에게 초대받은 사람 한정이지만······

그렇기에 토키와다이 중학의 무도회는 성하제처럼 모든 학생의 전원 참가가 아닌 연인이나 약혼자가 있는 학생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졌고 그만큼 그 규모도 성하제에 비해 작다

그리고 지금, 카미조 가(家)

카미조는 자신에게 도착한 두 개의 우편물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나는 자신의 애인인 쿠로코로부터 온 것. 내일 열리는 학교의 무도회에 참석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무도회 초대장이었다

물론 이까지만 보면 극히 정상적이다. 사랑을 하고 있는 여자 아이가 무도회에서 자신의 애인과 함께 댄스를 추고 싶다는 것은 당연한 욕구이기 때문에-

허나 문제가 되는 것은 나머지 하나의 우편물이었다

내용은 쿠로코로부터의 우편물과 동일. 단 발송인 쪽이 문제였는데 그것은 카미조의 전 여자 친구, 미사카 미코토였다

미코토는 카미조로부터 이별 통보까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카미조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잘 잤냐는 문자가 오는 것은 기본이고 공원이나 거리에서 마주치면 예전에 교제를 할 때 보다 훨씬 적극적인 스킨쉽을 해 왔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거리 한복판에서 그러한 미코토의 행동에 한계를 느낀 쿠로코가 카미조 앞에서 미코토와 대판 싸우기도 했었다

솔직히 카미조는 자신으로 인해 그리 친하던 두 사람간의 우정이 이까지 마모된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어쨌든 카미조를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미코토. 그런 미코토를 점점 부정적으로 보는 쿠로코. 부딪치지 않을 래야 부딪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쿠로코 역시 더 이상 이전의 쿠로코가 아니었다

쿠로코가 카미조와 사귀게 되고 미코토와 갈등을 빚으면서 그녀의 내면 속에서 제일 큰 지지 기반이었던 미코토가 무너졌다. 그리고 그 비어버린 지지 기반의 역할은 자연스레 쿠로코의 애인인 카미조로 옮겨 갔다

그렇기에 훌륭한 이성애자가 된 지금의 쿠로코는 카미조가 다른 여자 아이와 이야기만 해도 질투하고 걱정해 하는, 일명 카미조 의존증이 꽤나 심각한 상태였다

쿠로코가 카미조와 지내며 깨달은 것은 그가 천성의 성격 탓에 주위의 여자 아이들로부터 인기가 많다는 사실. 거기에 미코토 또한 끝까지 카미조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쿠로코 역시 언제 카미조를 미코토나 다른 여자 아이에게 다시 뺏길까 초조했기 때문이다

『토우마. 나, 배움의 정원 뒤편에서 쭉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도대체 미코토는 언제쯤 자신을 놓아 주는 걸까

「미안해. 나는 쿠로코의 남자 친구니까 쿠로코에게 가 봐야만 해」라는 문구도 벌써 질릴 정도로 쓴 상태이다

허나 카미조는 그것을 알면서도-

『미안해. 난 쿠로코와 춤추기로 되어 있어. 너도 알다시피 난 쿠로코의 남자 친구잖아?』

언제나와 같은 문구를 써 미코토에게 써 보냈다

3차 세계 대전 종전 후. 과학 사이드와 마술 사이드 양측 모두 별다른 충돌 없이 오랜 기간 동안 평화를 누리고 있을 때, 홀로 안달복달하고 있는 카미조

게다가 이런 실타래 같은 여성 관계를 계속 유지하다가는 내년 여름에 학원 도시로 돌아온다는 인덱스에게 몸 전체를 깨물려도 할 말이 없다

뭐, 그 전에 인덱스에게는 일이 더욱 복잡해 질 것 같아 미코토와 헤어졌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특히 며칠 전.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미사카 여동생인 미사카 10032호에게는 쓴소리까지 들었다

다른 개체가 일전에 자신과 쿠로코가 데이트 중이던 것을 목격. 모든 일을 털어놓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당신이 어째서 언니와 헤어졌는지 이해를 못하겠군요, 라고 미사카는 당신을 약간 노려보며 말합니다」

「하지만 딱히 당신을 책망할 생각은 없습니다. 무엇이 어떻든 당신은 그 나름대로 합당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니까요, 라고 미사카는 한숨을 내쉬며 말합니다」

「다만 언니를 더 이상 슬프게는 하지 말아달라고, 미사카는 간곡히 부탁해 봅니다」

「그래도 이럴 줄 알았다면 미사카는 그때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걸 그랬군요, 라고 미사카는 약간의 후회를 담아 중얼거립니다」

카미조는 생각했다

미코토가 자신과 쿠로코와의 관계를 인정해 줄 때까지, 자신은 계속해서 미코토를 설득할 것이라고-

화도 내지 않고, 짜증도 부리지 않고, 언제까지나 상냥하게 미코토를 설득할 뿐. 이것이 결국 미코토를 슬퍼하게 만든 자신에 대한 속죄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미코토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미사카 여동생과, 미코토를 위해 자신을 향한 사랑까지 포기한 인덱스에게조차 실례를 저지르는 것이기에···

카미조가 거절의 뜻을 담은 메일을 보내자, 미코토로부터의 전화가 오는 건 금방이었다

카미조는 휴대폰의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미사카 미코토, 라는 이름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 전화를 받으면 다시금 해결책 따위는 없는 무한한 설득전이 시작되는 것이겠지

하지만 괜찮아

저 편에서 미코토가 울고, 웃고, 화내고, 그 무엇을 하더라도···나는 쭉 상냥하게 설득하면 될 뿐이야

언제나처럼······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12월 23일 오후. 토키와다이 중학

거리의 패널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는 일기 예보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와중에, 수업의 일과가 모두 끝난 쿠로코는 짐을 싸들고서 기숙사 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덜컥- 방문을 열고서 방으로 들어오는 쿠로코

하지만 쿠로코가 미코토에게 늘 하던 다녀왔다는 말조차 없다

미코토도 방으로 들어온 쿠로코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논문 작성이라는 하던 일에 집중할 뿐이었고, 쿠로코도 미코토를 곧바로 지나쳐 자신의 책상에 앉아 오늘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과제를 하기 시작했다

카미조를 주제로 한 대화 같이 필수불가결한 대화를 제외하고서 서로 그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완전한 냉전 상태

특히 얼마 전 거리 한복판에서 카미조를 두고서 쿠로코와 미코토가 크게 싸운 이후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있었다

쿠로코「언니」

미코토「···」

스걱스걱. 쿠로코는 여전히 노트 위의 필기에 집중한 채로 말을 이었다

쿠로코「오늘도 토우마 씨에게 무도회의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연락을 하셨더군요? 쿠로코는 알고 있답니다」

미코토「내 남자 친구니까 당연한 거잖아. 왜 쿠로코가 간섭하는 거야?」

작성 중이던 논문의 페이지를 넘기며 마치 당연한 것이라는 듯 말하는 미코토

그 말에 일순간 쿠로코의 관자놀이가 움찔하며 샤프심이 뚝- 하고 부러졌다

쿠로코「몇 번이나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언니가 그러면 그럴수록 한때 그런 언니를 존경했던 쿠로코가 부끄러워 질 뿐이어요」

미코토「나를 그리 좋아한다고 말해 놓고 나와 토우마의 사이가 잠깐 소원해진 틈을 타 토우마를 가로채 간 주제에 말은 잘하구나」

쿠로코「그건 언니가 자초한 것이랍니다」

미코토「아아~ 한때 그 녀석을 유인원이라 부르던 게 누구더라」

쿠로코「고작 키스에 겁 먹어 토우마 씨의 뺨을 때린 건 누구였지요」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창을 주고 받으면서도, 담담하게 하던 일을 계속하는 두 사람

미코토와 쿠로코가 이런 가시 돋힌 대화를 주고받은 지도 이제는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쿠로코「어쨌든 토우마 씨에게 달라 붙는 건 슬슬 그만둬 주시어요. 뭐, 이렇게 말씀드려도 내일 토우마 씨의 파트너는 쿠로코일 것이 뻔하지만···」

미코토「···」

쿠로코「그럼 쿠로코는 이 방에선 도저히 과제를 못할 것 같으니 완나이 씨의 방에 가서 하고 오겠사와요」

그리 말하고서 필기구와 과제만을 챙기고서 방을 나서는 쿠로코

그리고 그런 멀어지는 쿠로코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미코토

미코토「토우마···토우마···난 믿고 있으니까···토우마를 믿으니까······」

그 중얼거림으로부터는, 이전의 그 활발했던 미코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잔뜩 상처 받은 채로 카미조로부터의 손길만 애타게 기다리는, 없어진 히어로만을 찾아 헤매는 미코토만이 남아 있었다


완나이「···」

쿠로코「···」

완나이「···」

쿠로코「···무언가요. 그렇게 지그시 쳐다보고」

수영부 부원이자 쿠로코와 같은 반 클래스 메이트인 완나이 키누호는, 자신의 방에서 과제를 하던 중인 쿠로코와 함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완나이는 최근 기숙사에 돌고 있는 소문이 진짜인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어쨌든 최근 들어 쿠로코가 자신의 방에 놀러 오는 횟수가 매우 잦아진 것이다

그렇게 언니, 언니 하며 미코토를 좋아하던 쿠로코가 말이다

심지어 완나이 자신의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던 기억은 오래 전, 수영장에서 청소를 하던 쿠로코가 미코토에게 전격을 맞고서 매우 행복해 보이던 표정을 지을 때

그것은 자신의 룸 메이트인 아와츠키 마야와 함께 못 본 걸로 하자, 라는 맹세를 할 정도로 강렬한 장면이었다

그렇게 친해보이던 두 사람이었는데···

완나이「아니, 그게 시라이 씨. 오늘도 미사카 님과-」

완나이는 말하던 도중 큰일난 듯 자신의 입을 양 손으로 틀어 막았다

일단 그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완나이가 요즘 쿠로코와의 교제를 통해 알게 된 건 쿠로코 앞에서 미코토의 이야기를 꺼내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쿠로코「···」

완나이「아, 아니요! 아니요! 그, 제가 궁금한 건···그래요! 시라이 씨의 남자 친구에 대해서에요!」

완나이는 손뼉을 짝 치며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괜스레 쿠로코의 심기를 건드려 봤자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 화제도 나름 이슈성이 있는 화제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불순 이성 교제를 막기 위해 철옹성 같은 수용소가 되어버리는 토키와다이 기숙사. 이 기숙사를 벗어날 수 있는 자는 오직 이브의 무도회에 참석하는 학생들로만 제한된다

거기에 쿠로코도 미코토만큼은 아니지만 교내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 그런 쿠로코가 기숙사감을 통해 무도회 참가 신청서를 냈다는 건 충분히 학생들 사이에서 가십거리가 될만했다

다만 미코토가 무도회의 참가 신청서를 냈다는 것 쪽이 쿠로코의 쪽보다 훨씬 더한 가십거리였지만···

쿠로코는 갑작스레 이야기의 주제가 무도회로 옮겨가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날 이후 자신과 사이가 나빠질 대로 나빠진 미코토가 떠오른 것이다

···언니께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신 걸까요

어차피 무도회장에서 토우마 씨의 파트너가 될 것은 바로 저. 시라이 쿠로코. 언니께선 기껏 무도회장으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파트너가 없어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놀림 거리가 될 작정이신가요

닭 쫓던 개의 입장 밖에 되지 않을 터인데 말이어요···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도 있는 걸까요······

중얼중얼. 뭔가를 기분 나쁜 듯이 중얼거리는 쿠로코

완나이「···에- 저기···시라이 씨?」

쿠로코「네, 네에···」

다행히 완나이의 부름에 쿠로코는 원래 세계로 돌아온 모양이다

완나이「···그, 이전부터 묻고 싶었는데···시라이 씨의 애인. 누군가요? 내일 열리는 무도회에 참석한다는 건,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