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어느 추운 겨울날 나는 문을 나섰다.

한밤중인데도 환한 빛을 내고 있는 대로를 지나 거미줄마냥 복잡하고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나 이외에 아무도 모를 아니 나와 그 사람만이 알고 있을 장소로 향한다.

3년 전 어떠한 사정이 생겨 떠난 그는 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떠나갔다. 언젠가 이 곳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긴 채.

그러다가 1년 전 연락이 끊기고 그는 어디론가 완전히 사라졌다.

어째서일까? 불운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일까? 아니면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연락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저 추측과 희망과 절망을 안으며 매일 밤 이곳에 온다.

눈을 떠 그와 오랜 시간을 보낸 추억의 장소를 노려보며 다시금 몇 번이고 훑었던 옛 추억들을 읊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겹게나마 만남을 이어가며, 분식집에서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공원의 의자에 걸쳐앉아 서로의 고민을 상담하고 때로는 어린이같이 장난을 치며 뛰어놀던 그 때를.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떤 사정으로 나에게 연락조차 못하는 것일까? 어떤 사정으로 나를 이리 내팽개치고 없어진 것일까? 아니면 귀찮아진 것일 수도 있다. 딴 여자와 만나며 버림받은 것일수도.

이성의 한복판에서는 매일같이 목소리를 드높여 외친다. 버려진 것이라고. 그를 포기해야한다고, 버려야 한다고. 내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저 구석에 쭈그려앉아 얼마 안남은 그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울면서 버티고 있다.

끊어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라지고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살아있는지조차 모르지만 나는 그를 잊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