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너 어디 가냐? "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날 째려보는 서희였다.


" 아.. 유린이가 따라오라 하길래.. 혹시 무슨 일 있어?? "


그녀의 심기를 건들면 안 되기에 일단 순순히 대답하도록 하자


" 얘랑 잠시 할 말 있는데 데려가도 되지? 1분 아니 2분이면 되 "


어린이에게 협박 같은 투로 말하고 내 손목을 잡는 서희, 의외로 다른 사람에게는 오히려 평범하게 대한다.

왜 나한테만 틱틱대는지 모르겠다.


".. 응 "


짧은 한숨을 쉬며 팔짱을 끼고선 대답을 하는 유린이는 약간 기분이 상해 보였다.

팔짱을 낀 모습이 그녀의 모습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서희는 대답이 끝난 후 바로 인적 없는 곳으로 날 데려간 뒤 벽으로 몰아세웠다


" 야 너 뭐냐? 네가 뭔데 그년이랑 붙어있냐? "


낮은 목소리로 날 벽에 몰아세우고 대답할 틈도 주지 않으면서 서희는


" 빨리 대답해 뒤지기 싫으면. 무슨 사이야? "


서희는 낮은 목소리와 거짓말을 하겠다면 진짜로 죽여 버리겠다는 듯이 말했다.


" 별거 아니었어. 네가 거절하고서 눈이 마주치고 인사하고 밥같이 먹자길래 먹은 것뿐이야 "


무언가가 생략된 느낌이지만 일단 대답하자


" 진짜 뒤지고 싶냐? 똑바로 처 말해. 뭔데 그년이랑 같이 붙어있고 떠들고 밥을 먹고 있냐고 "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진짜 죽여버릴 듯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는 서희였다.


눈을 내리깔며 할 수 없이 다 말하기로 했다.


" 친구가 안 와서 같이 밥 먹었다? 근데 네가 왜 걔랑 먹어? 그리고 서로 재밌게 대화하는 거 같은데 뭔 얘기했냐? "


날 노려보며 범인을 몰아세우고 추궁하듯이 묻는 서희는 아직 성에 차지 않는 것 같았다.


" 그냥 주변 애들도 다 가버리고 해서 나랑.. "


아까와 같이 진짜로 죽일듯한 표정으로




" 한 번만 "






" 더 "






" 그년하고 다정하다는 듯이 하하 호호 처웃고 있다간 "







" 예전보다 더 끔찍한 걸 경험하게 될 거야. 알겠지? "






한마디 한마디 끊으며 눈을 마주치며 말하는 서희


마치 공포라는 감정이 내 몸을 감싸는 것 같다.




" 왜 대답을 안 해? 뒤질래? "


공포가 내 몸을 뒤덮으며. 오싹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살며시 목덜미를 잡고 한마디 한마디 끊으며 말하는 서희는 정말로

죽일듯한 눈빛으로 말을 하고 있다.


몇 번씩이나 비슷한 일을 겪은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집착과 의존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을


" .... "



어찌 보면 협박으로 보이지만 자신 말고 다른 여자랑 말하고

밥 먹고 어울리고 한다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해석을 할 수가 있다.

조금 하드한 것 같다. 여자 친구도 아닌데 왜 이런 집착을 보이는 걸까.

수많은 의문이 들지만 상황이 급한지라 그녀를 진정시키기로 했다.



" 야 대답 안 해? "


나는 짧은 신음소리를 내며 내 손목을 꽉 쥐며 올린 서희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 미안해 서희야... 다음부터는 그런 일 없도록 할게.... "


" 닥쳐 "


마치 자신의 연인을 빼앗긴 것 마냥 분노한 서희는


한 번 더 내 손목을 거칠게 잡으며 내 교복 넥타이를 풀고서 벽으로 밀치곤


내 입술에 서희의 입술이 거칠게 겹친다.


키스라 보기엔 너무도 일방적인 서희의 공격.


저항할 틈도 없이 얽히고설킨다. 서희의 혀가 내 입안을 휘젓고

나의 입은 한없이 뚫리며 그녀의 타액으로 점령당해간다.

잠시 멈추더니 또다시 거칠게 혀와 혀가 마주치고 다시 반복이 되었다.

그렇게 1분 정도 지나니 맹수와 같은 눈빛으로


" 넌.. 나 외의 여자하고 눈도 마주치지 마

한 번만 더 그년과 대화한다면 다음날 의자에 밧줄로 손발을 묶고 하루 종일 미칠 듯이, 덮치듯이 키스만 할 거니까

지금처럼 짜져 있어. 알겠지? "


" 응.. "


" 그년한테 갔다가 빨리 와. 내 인내심은 그리 깊지 않으니까. "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고친 뒤 그녀를 뒤로한 채 유린이에게 갔다.



" 늦게 왔네? "


궁금해 하면서도 나를 걱정하는 듯한 유린이는 참 좋은 아이 라는걸 깨닫게 해주었다.


" 미안해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얼른 가자"


" 잠깐. 먼저 매점부터 "


목이 말랐는지 유린이는 음료를 고르기 시작했다.


" 다음엔 내가 사줄게 "


" 그래,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 교무실. 체육대회 관련해서 가는 거야. 가면서 말해줄게 "


목을 축이며 교무실을 향해 걷는 유린이의 옆을 보며 그저 미안한 감정만 들었다.


아까 서희와 있던 일을 생각하니 서희는 점점 집착과 의존성이 심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내게 가벼운 쓰다듬과 칭찬을 받으면 쑥스러움에 웃음 짓는

그런 해맑은 아이였는데. 내가 여자애들과 엮일수록 그녀의 행동이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오히려 내게 집착하며 거칠어져만 갔다.

이렇게 찐따처럼 행동하고 소심해진 것도 그녀의 영향이기도 하다.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지만 더욱이 알 수 없는 건 그녀의 머릿속이었다.


-


그래 그거야.


그렇게 애원하고 빌란 말이야.


내가 아니면 안 될 것처럼.


그렇게 순종적이게 있어줘 그래야 내 것으로 만들기가 쉬워지니까


그년과 붙어있지 마. 네가 뱉는 공기며, 바라보는 눈, 머리카락, 피곤하듯이 꾸벅이는 머리,

소심한 듯 찐따면이 있는 말투와 태도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든 것이 다 내 거니까


그렇게 조금만 더 지나면 완전히 내 것이 될 테니까.


앞으로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그땐


약을 먹이고 묶어놓고 기정사실을 만들어 버릴 거야


그리곤 나 없이 못 살도록 조련시켜버릴 거고


그러면 넌 영원히


나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며


책임지겠지? 너라면 분명 그럴 테니까.


- 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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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쓰는데 렉먹어서 2번이나 처 날라가서 3시간만에 한편 썼다.

쓰다보니 11시가 넘어가서 급하게썼는데, 여주 독백 부분은 좀더 급하게 쓴거 같에.

그렇기에 뭔가 이상하거나 안맞는 부분은 지적해주면 좋겠음.

검사기 돌리고 글쓰고 반복하니 조금 복잡하긴하드라

암튼 꽤나 빡셌다. 열심히 썼는데도 날라가서 진짜 그만두고 잠 잘뻔 했어.

3화는 화요일쯤? 올리겠음 똥싸고 자러 ㅂㅂ

연중은 안함 걱정마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