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ㅡ 뚜ㅡ 하고 들려오는 의료실 심박자 체크기 소리가 들렸다. 그게 본인의 것인가 하면 아닐거 같은데, 꽤 정신이 들어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 허리의 통증에 움찔거렸다. 바늘 수십개를 허리에 콕콕 쑤셔 박아 놓은 듯 해서 더욱이 불쾌하였다. 그보다 다리가 묵직하다.


" 아그악..아야야.. 아파라.. "

" ...으음..ㅇ, 오라방! 괜찮은겨!? "


묵직한 다리의 감각을 만든 주범인 (자칭) 여동생 씨가 내 다리를 베개 삼아 엎드리고 있었다. 이윽고 내가 일어나는 낌새를 보이자 내게 와락 안겨 들려 하였기에 겨우 손으로 어깨를 잡아 막아보았다.


" 괜찮으니까.. 안기려고 하지 마 아파죽겠어.. "

" 오라방 내 미안허이, 내가 몹쓸 천하의 불구녀여. 고냥 이 몸땡이를 갈아부렸어야 했는디..!! "


사투리를 쓰며 부들부들 떨어대는 손으로 입술을 꽈악 깨물고 있는 그녀를 보자니 왠지 안쓰러워졌다. 물론 제가 한건 맞지만 그녀가 의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아픈 허리의 통증을 참고서는 그녀의 얼굴을 안아주었다.


" 괜찮아..오빠는? 멀쩡하니까..음, 울지마 네 잘못이 아냐. "

" 내가, 내가 오라방의 허리를 작살내 부렸어야. 근데도 무신 잘못이 없다 그리 말할 수 있겠어. "


내 품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죄책감의 목소리를 내는 그녀의 머리를 손길로 쓰담아주었다. 그보다 나는 여동생 같은거 없었는데, 뭔가 여동생이 생겼다고 하니 꽤 감각이 새롭긴 했다.


" 오빠는 괜찮아, 네 잘못이 아냐. 오빠가 이렇게 다치길 원해서 하는게 아니잖아. 눈물 뚝 그치고, 귀여운 얼굴 다 망가질라. "

" 오라방..! 오라방..!! "


아, 눈물 자극포인트였는지 더더욱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게 아니였는데, 여자 울리는데에는 재능이 없었는 줄 알았던 나였지만 오늘 이걸 보면 그건 또 아닐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꽤 흐르고 여동생, 그러니까 쿄쿄는 간이 침대에서 울다 잠들었고 곧 들어온 의사선생님과 어머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의사는 곧 내게 오늘 주사 맞고 퇴원을 할 수 있다 하였고 곧장 어머님께 환자에게 증상 설명을 해야한다고 하였다. 어머님은 잠든 쿄쿄를 안아 들고서는 집으로 먼저 간다고 하셨다. 근데 우리 어머님 체구는 작은데 근육이 장난 아니였다. 실압근이라고 해야하나, 드문드문 선 핏줄이 마치 무기를 숨겨둔 순한 동물 같았다. 외모는 어디 탤런트 나갈 거 같이 이쁜데 말이지.


그렇게 둘이 나가고, 의사 선생님이 긴 생머리를 늘어 뜨리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긴 윤결 좋은 검은 머리에, 축 늘어진 눈과 블루라이트 안경, 꽤나 날카로운 상어이빨이 특징이던 의사 선생님은 심각하다는 어투로 내게 말하였다.


" 환자분, 어떻게 하다가 허리가 그렇게 다치셨는지 모르겠지만. 내장이 쪼그라들었어요. 당분간은 영양제와 물로만 생활하셔야 됩니다. "

" ...네.. "


먹는게 삶의 즐거운 부분의 하나인데, 그러면 이제 당분간은 제로콜라를 못 마신다..그런말인가? 말도 안돼, 이건 말도 안된다고..


" 여기, 진찰 동의서에 싸인해주시고, 환자분은 남성보험 대상자니 약값은 크게는 안나올거에요. "


남성보험? 그런게 있었나, 싶은 얼굴로 의사를 쳐다보자 의사는 늘어트려놓았던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말했다.


" 왜 그러시죠? "

" 아니...남성 보험이 있다는게 놀라워서..  "

" 그럼요. 얼마 남지도 않은 남성분이신데.. 우리나라에 벌써 작년도 대비 10%나 줄어서 정부에서 긴급히 세운거니까 못 들어봤을 수도 있을 수 있겠죠. "


남성비율이 10%나 줄었다니, 남자 100명 중에 10명은 없어졌다는 소리잖아. 


" 아! "

" 왜 그러시죠? "


의사 선생님께서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지만 나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 웃어 넘겼다.


어제 기절하면서 깨닳은 것, 이곳은 만화 중수도관절 작품 세계 속이다. 중수도관절 작품 속 세계관은 남성비율이 매우 현저히 적었던 세계관으로, 그것 때문에 옛날 여성들은 남성을 차지하기 위해 중세시대 때 부터 갖은 노력과 고초를 겪었다..라는 설정이 바로 중수도관절 세계관이다.


물론 그렇다고 남성들이 크게 이득을 보냐? 그건 또 아니다. 지금의 내가 받은 보험은 몰랐던 사실이지만, 작품 내에서 묘사되는 남성들은 그저 남성의 수가 적을 뿐이지. 사실상 그렇다고 남성을 추대하거나 그런건 없다. 확실히 그런 쪽으로 크게 가세가 되면 엑스나 어디 언론포털에 올라와 비 오는 날 먼지 맞도록 까지긴 한다.


그렇지만, 작 중에 쿄쿄는 주인공 이루마의 의붓여동생이자 고아가 아니였나. 골목길에서 피 튀기는 싸움을 하던 쿄쿄와 주인공이 싸우고 그 과정에서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고 다독여주며 히로인 반열에 들어가던..그런 설정이였는데. 


" ...여기선 나라는 존재가 개입되어서 개연성을 맞추기 위해 설정이 변경된건가..? "

" 환자분? "

" 아, 네. 죄송해요. 어디까지 얘기했죠? "

" 네, 뭐, 그게 다고요. 이따 주사 맞고 퇴원하시면 됩니다. 일주일 뒤에 보러 오세요. "


의사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뒤적여 창문 바깥에 손을 내밀고서는 피우며 대충 말했다. 이거 의사 맞나.




오후 즈음에 주사를 맞고 저녁에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꽤 병원에 있는데도 온통 주변에 여성들 뿐이라서 꽤 주목을 받아버려서리 그것도 또 지치는 일이였다. 어떤 배경인지는 알고 어떤 상황인지는 대충 이해는 하지만.. 몸은 힘들지 않은가.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그때 쉬고.. 참, 교우 관계는 어떻게 되는거지. 내가 알던 친구들은 모두 여자가 되는건가.


" 으웩.. "


생각만 해도 토 나오고 소름이 두피까지 돋는다. 배가 조금 고프니 편의점에 가서 먹을걸로 속을 좀 달래자.


집 근처에 편의점이 들어있는 곳이 있기에 그곳에 향하면 역시 여성 편의점 직원이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나를 바라보며 인사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무슨 상황인지는 알아.. 애써 시선을 무시한채 샌드위치와 제로콜라를 사서 계산대 앞에 놓았다. 


"3천 5백원입니다. "

"페이로 할게요. "


다행히 휴대폰은 병원에 쿄쿄가 가져온건지 주머니에 휴대폰으로 열어 페이로 사려고 했다. 편의점 직원이 뭔가 안절부절한거 같지만 크게 상관하지는 않았다. 패턴이랑 비밀번호는 내가 이전 세상에서 쓰던거랑 똑같구나 다행이다.


" 안녕히 계세요. "

"..현금으로 계산하면 손 만질 수 있었는데.. " 


뭔가 중얼거린거 같지만 무시했다. 무시 안하면 큰일난다. 그렇게 서둘러 바깥으로 나와 집으로 향했을 때에 문득 의사가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 영양제 이외에는 섭취...아! "


맞다 내 내장상태 씹창났었지. 제기랄, 쿄쿄 이 녀석 집에 가면 가만두지 않을테다. 물론 엄청 지겠지만.


이제와서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 환불하기에는 직원의 말이 너무나도 신경쓰였고, 하는 수 없이 쿄쿄나 줄까 생각을 하던 도중 골목길 쪽에서 무언가 소리가 나 그쪽에 시선을 두었다. 


뭔가 때리는 소리가 났는데, 얻어터지는 소리는 이전 세계의 내가 많이 들어봤다. 음, 그립지도 않은 옛 추억이여. 학교에서 꽤 은근히 따를 당하던 그 좋지 못한 손길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 소리를 따라 가니 꽤 깊숙한 곳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여러 여학생들의 찢겨진 교복과 얼굴이 쥐어터지도록 맞아 바닥에 엎어져 얽히고 설켜 난장판이라는 대목이 따악 알맞을 정도로 완전 초토화 되었고 그 가운데에 군림자마냥 한 손에 여학생의 멱살을 잡고서는 서있는 여학생이 보였다. 저거, 학교 교복이잖아. 토요일에도 학교갔구나.


그보다도 이 난장판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을 거 같다. 바로 눈이 마주치기 전에 뒷걸음질을 할 찰나, 내 등뒤에 무언가 물컹한 감촉이 느껴졌다. 천천히 뒤를 보려고 할 때쯤 거기에는 거구의 여학생?이 내 등 뒤에 서있는걸 볼 수 있었다.


" 어? 저 어.. "

" 야.. 리오한테 이런 남친도 있었나? 개 부러워 죽겠네? "


거구의 여?학생은 내 머리를 잡고서는 낄낄 거리며 웃었다. 아니, 애초에 남친도 아닌데 왜?!


리오라고 하는 학생은 곧바로 내 쪽을 의식했고 멱살을 들리고 있던 학생을 내버려두고서는 나를 보고 조금 놀란 듯이 말했다. 아니, 당연히 모르는 사람을 두고 그렇고 그런 일을


" ...놔 줘. 그 사람 함부로 건들지 마. "

" 오오~ 개 쎈데~ 입을 확 찢어버릴까보다. "


" 아니 시x,  그게 무슨ㅡ크아아악!! "


날 알던 사람인가? 싶어 괜시리 욕설까지 나와버렸다. 그 순간 머리가 번쩍 들려서는 땅바닥에 내다 꽃아버려져서는 다쳤던 허리 통증이 더욱이 부각되었다. 부, 부러진건 아니지?


전깃줄을 칭칭 감고서는 전기를 흘러 보내는 감각이 온몸에 흘렀다. 아프다. 존x 아프다. 이게 사람이 힘이 맞나 싶을정도로 존x 아파서 말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 ..야, 너.. "

" 어이쿠 손이 미끌어졌네. 어떻게 치료해드릴갑쇼 리오 남친군? 근데 이걸 어쩌나 우리 학교를 먼저 건든건 리오 저 년인데? "


거구의 여학생의 뒤에 여러 수많은 학생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왔다. ㅡ그러고보니.. 생각났다. 송곳주먹 리오 헤이트! 작 중에서 나오는 격투고교의 일진 남친이 껄렁대는걸 스트레이트로 안면을 박살내는 바람에 학교 대부분의 학생들과 결투를 하게 된다.


' 이게 그 장면이구나..! 존x 아프다.. '


약 때문인지 이전 쿄쿄처럼 정신을 그렇게 막 잃지는 않고 거의 반 누운 상태에서 리오와 다른 학생들의 싸움을 구경했다. 거구의 여학생은 진즉이 리타이어 된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리오를 향했고 나는 작중 묘사되었던 리오의 싸움을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ㅡ결과는 그야말로 대압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처절했던 결과. 한 2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픽픽 쓰러졌고, 거구의 여학생 마저 쓰러졌지만 리오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온몸이 상처 투성이에 그정도 흘리면 죽지 않을까 싶은 피를 흘리고 있어 겨우 몸을 일으키다가 쓰러졌는걸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제서야 몸을 억지로나마 움직일 수 있었던 나는 그녀에게로 겨우겨우 기어서나마 갈 수 있었다. 일단 경찰에..아니다. 연루될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그러면 병원에.. 목격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 상황을 따악 둘이서만 벗어나고 119에 연락해서 따로 벗어날 방법이..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켰고, 거기에 적혀있는 전화번호 중 가장 도움될만할 이의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 ...쿄쿄..오빤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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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 대한 피드백은 작가의 역량활성화의 좋은 영양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