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너 말야. 아프지 않아? "

" ... "


내가 그에게 했던 말이였다.


리오 헤이트. 그게 가문에서 내려와진 나의 이름이였다.

세계 최고부를 쌓는다는 QK그룹의 회장..이 나의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는 인자하셨지만 법과 주먹이 일치하는 이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에게는 무차별적인 행사를 저질렀다. 악인에게는 주먹을, 선인에게는 법을 내세웠다.


할아버지의 장손녀인 나는 그 아래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사람의 어디가 제일 약점인지, 사람을 어떻게 하면 쉽게 사실을 끌어 올 수 있는지 등등, 내가 겨우 말을 틔고 대화를 하게 된 6살 때 부터 나는 할아버지에게 양 어깨를 붙잡혀 그러한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되었다.

짐승을 죽이는 법.  사람을 다루는 법. 수장시키는 방법. 공권력을 행사하는 이에게 어떠한 처벌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등, 이론 뿐만 아니라 실전까지도 배우게 만들었다.


사람을 다루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귈 줄 알아야 한다며 나는 모든 교육과정을 육성교로 갔다. 모든 것이 힘 앞에서 평등하게 굴어지는 곳인 육성교 라인이 내가 다니는 교육의 길. 당연스럽게도 선생님과 학급생들은 격투를 위해 주먹을 휘둘렀으며 나는 맞고, 때리고, 죽어가며 커갔다. 나는 가문의 특성인지 아니면 내 투지 자체가 원래 그런건지 점점 자라날 수록 모든 것을 압도해갔다. 주먹 끝이 피로 물들어갈 때 내게 향하던 주먹들은 점점 작고 약해졌다. 은빛의 긴 생머리가 꽤 길어자랄 때 쯔음에는 이미 학교의 1위라고 불릴 정도로 강해졌다. 


그렇지만 올라갈 수록 나는 허해졌다. 격투는 잠깐의 틈에 일어나는 격분이 채워주는 듯 하였으나 이내 상대가 끝나게 되면 더욱 더 허망해졌을 뿐이다. 그것도 시간이 점점 짧아질 수록 허망함은 대비되었다. 사람들은 내 주먹이 송곳이라고 하였다. 한 방에 꿰뚫을 거 같은 그런 주먹.



사실은 가지고 싶지 않았는데.


 ㅡ그런 나에게 작은 심적변화가 일어난 때, 그건 초등학교 때 였을 것이다.


초등학교 육성교 시절이였을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실전 훈련으로 도베르만 개와 한판 붙는 때였다. 할아버지는 나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이번에는 수행원 없이 대치하게 만들었고 나는 그런 도베르만과 싸우게 되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이빨이 날카롭고 아팠어. 


진심으로 굶주린 짐승의 눈빛이 얼마나 날카롭고 서슬퍼런지 어린 나이임에도, 많은 적들을 상대해왔다고 생각했을 때도 두 다리가 바들 떨리며 흥건한 피를 쏟을 때마다 할아버지가 뒤돌아 가는 환영을 보게 되었다. 이대로 죽어버리는 건가. 더 이상 고통받기는 싫은데, 더 이상 주먹을 휘두르고 싶지 않아.  더 이상 나는 이 주먹을 쥐고 싶지 않아..


머릿속이 뜨듯미지근 해지는 감각이 온몸에 서렸다. 신경이 끊겨진건지 추욱 늘어진 팔에 주먹이 쥐어지지 않아 도베르만의 공격에 팔이 물려 바둥거리고 있었다.


"아아악!! 아파!! 할아버지..할아버지..!! "


그때였을까. 저 멀리서 돌멩이를 쥐고 달려온 소년이 도베르만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제 또래 아이처럼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제 덩치 크기만한 도베르만에게 상대한 것이였다. 당연히 공격을 받은 아이에게 도베르만의 표적이 바뀌어 그 아이를 물어 뜯어버렸다. 그렇지만, 눈에서 발하는 그 투지가 불타오르는 것을 나는 아픈 몸이 욱씬거리는 와중에도 똑똑히 보았다.


울면서, 때리고, 죽어가면서 싸웠다. 대체 무엇을 위해 저렇게까지 싸워대는 지는 몰랐지만 처절하게 짐승과 짐승의 대결처럼 싸워댔다.


그러다 눈 한쪽을 엄지로 찔러넣어져 공격을 당한 도베르만이 허둥지둥 꼬리를 내빼며 도망쳤고, 점칠된 피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이를 일어서 다가가 바라보았다.


" ..너가 왜 끼어들어..? "


" ... "


" 너가 없었어도 내가 이겼어.. "


" ...아니야.. "


" 너 때문에 할아버지한테 미움받게 생겼어 알아?!! "


퍽, 하고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알 수 없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꺾인 자존심에 대한 추함이 머릿속을 가득 메워 몇번 더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너가 없었어도 내가 이길 수 있었어

내가 다 할 수 있었어

내가, 내가 이겨서 할아버지한테 칭찬 받을 수 있었어

그게 유일한 구제였으니까.


그렇지만 그는 아픈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오히려 구르고, 굴러서, 내가 지칠 때 쯤에 그는 터진 입술을 열어 말했다.


" ...무사해서..다행이다.. "


"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가 신이야? 왜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그렇게까지 하는건데!! "


" ...너가...당하고 있는게 싫었어.. 너가.. 울고 있어서.. 너가 힘들어 해서.. "


어린 나이였지만 일찍이 세상 알 것 전부 알고 있었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 살아남는 법, 독해지는 법. 모두 알고 있었다고 나는 스스로도 깨닫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로 나는 모든 걸 알고 있었을까.

이 작은 소년이 나에게 해준 행동에 대해 나는 지극히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었을까.


문득 나의 행동에 나는 스스로 죄책감을 느꼈다. 옆구리, 아팠을텐데 소리 한번 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걱정이여서 쓰려져 있는 그를 어떻게든 해야되겠다고 생각했다. 


" 울지마.. "


ㅡ나. 울고 있었어. 나, 바보 같이 행동해서 그가 이렇게 더 다치게 되버려서 더 이상 부정하지 않으면 죄책감으로 올가미 묶이게 될까봐 계속해서 그를 밀어내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만 그는 흐르는 나의 눈물을 닦아줬다. 말 없이, 추욱 늘어진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너가 없었으면 나는 이길 수 없었어.

내가 다 할 수 없었어.

내가, 내가 여기서 질 걸 나도 알고 있었어.

구제하는건 내 스스로가 아니고 너였어.


그렇게 툭하고 떨어지는 팔에 나는 눈물이 끝까지 차올라 펑펑 울며 소리쳤다.


" 저기!! 아무도 없어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


나의 목소리가 어느덧 사람 한 두명을 모을 때 즈음에 나는 그의 위에서 엎드려졌다. 두근, 두근. 그의 심장 소리가 잘 들린채로 정신을 잃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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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껀 아니고, 그냥 간호조무사가 기계 만지는 소리다.

이번엔 정신 안 잃어서 다행이다.


두번째 병원인가, 쿄쿄에게 전화를 건 뒤 쿄쿄가 나와 리오라는 학생을 병원에 데려갔고, 가는 와중에 119에 전화해서 해당 사건에 있는 학생들 또한 병원으로 이송시키게 하였다. 


어머님과 쿄쿄는 두번씩이나 병원에 간 나를 엄청 걱정했고, 특히나 쿄쿄는 내가 당일날 퇴원했을 때 같이 가야됐었다며 먼저 집에서 편히 자고 있던 날을 후회했다. 당연히 쿄쿄 잘못이 아니라며 어제 산 제로콜라와 샌드위치를 그녀에게 줬다.


그리고 리오는.. 꽤나 많이 다쳤다고 하는데, 여긴 남성전용병실이라 리오를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현대의학이 괜히 현대의학이 아니지. 쾌차했다는 소식을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뿌린 쿄쿄에게 말을 듣게 되었고,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바깥 날씨가 좋았다. 조용하고, 물론 다시 병원에 온 것을 담당의사였던 담배녀가 한숨을 쉬며 째려본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 산책이라도 가볼까. 으극- 허리야.. "


두번이나 허리를 다친 나는 정밀치료를 해야되서 당분간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 전동 휠체어는 이전 세상에서도 타보지 못한건데, 의외로 빠르고 재밌다. 역시 어르신들이 애용하는 이유가 있다.


전동 휠체어에 스스로 올라타 문으로 향할 때 쯤에 바깥이 꽤 소란스러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점점 소란스러운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이 쾅- 열리며 남성전용병실에 있던 나의 앞에 그 원인이 있었다.


" ...리오..? "


" ..내 이름, 아직도 기억해주고 있구나. "


찬란한 은빛 머리카락을 찰랑이던 그녀가 머리와 몸 곳곳에 붕대와 약을 바르고 링겔까지 꼿고서는 내 앞에 서있었다. 


그런데 이 장면 만화에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던 때에 리오는 나의 머리를 덥썩 안아들었다. 주변에 간호조무사들이 말리려 했지만 나는 얼떨결에 괜찮다고 하여 물러서게 했다.


" ..다행이다..다행이야.. "


" ...음, 어음, 그래. 너도 무사해보여서 다행이네. "


뭔가 물컹하고 기분좋은 향기가 나는게 내 눈앞에!!


" 이제 안심해, QK그룹의 손을 써서라도 너를 지켜줄게. "


"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당연하다. 잡혀사는건 내 취향이 아니니까. 나는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을 더 선호하는 남자다. 


그런데 반 정색해서 말하는 이 여자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구나 싶은 느낌이 오감으로 오싹하게 났다.


" 그 여자 때문이니? "


" 네...넹? "


" 그 고릴라 같은 여자가 네 머리를 이렇게 만들어서 나를 거부하는거냐고. "


확실하게 들은걸 배재한 나의 되물음에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하는 듯 내 뺨을 양손으로 잡으며 그녀와 내가 강제로 눈을 마주치게 만들게 되었다.


" 왜 날 거부해. 너가 날 먼저 구해줬잖아. 너가 내가 울음 짓는게 싫다고 그랬잖아. 나는 네 꺼야 페르. 이 은빛 머리카락도 내 주먹도 모두 네꺼니까. "


내 이름, 페르였구나. 작중에는 그런 말 없었는데, 아니 그보다도 리오는 얀데레 캐릭터가 아닌데 어떻게 된거지?


" 어..저기, 리오 씨? 진정하시고.. "


" 내가 어떻게 진정 안하게 생겼어! 얼마만에 만난 너인데, 그런 모습으로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어. 너랑 아는 척 하면 그 고릴라 여자가 널 죽여버릴게 당연했으니까 최대한 모르는 척 했을 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 "


이 여자, 단단하게도 정신이 나가버렸다. 대체 페르라는 사람한테 무슨 서사시가 있길래 얀데레 캐릭터도 아닌 사람이 얀데레스런 짓을 하는거지. 


원래 리오는 쿨데레 캐릭터로써 주인공 이루마의 조언자이자 선생격으로 있었던 선배인데 약한 이루마에게 강인해지기 위한 조언을 하고 이루마가 그런 선배에게 보답하면서 리오도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는..그런 스토리인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 너가 나를 거부하면 너한테 내가 어떤 짓을 할 줄 알고 그러는 줄 알어? 네 여동생도ㅡ "


" 그만해!!! "


-순간 정적, 여동생이 언급되자 마자 내 의지와는 상관없게 소리를 치게 되었다. 이거 확실하게 ㅈ되었다는 것이 틀림없는 정론이였다.  일단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지 않으면-


" 야. "


그 소리와 함께 내가 앉아있는 전동 휠체어와 내 복부가 걷어차여 함께 병실 벽으로 부딫쳤다. 너무 아픈 격통에 소리도 지를 틈새도 없이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내려왔다. 


맞다, 이곳은 연애시뮬레이터가 아니다.


 액션물, 그것도 격투 만화였다. 연인들의 싸움은 길거리 레슬링이고, 친구들끼리 무에타이로 치킨빵 쏘는 세상. 그런 세상 속에서 제대로 주먹 하나 휘두르지 못하면 약자나 다름 없는 세상임을 그녀의 발길질 한번에 깨닳았다.


여기서 흠칫 떨면서 울먹거리는걸 기대한 내가 바보지.


" 니가 감히 나한테 소리를 쳐? 나보다 약하면서..됐어, 어쩌피 내 마음대로 하려고 했으니까. "


손목을 소리내며 돌리며 벽에 부딫쳐 쓰러진 내게 다가온 그녀가 공포로 보였다. 아무나 됐으니까 제발 날 살려줬으면!!


" ...오라방..? "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의 사투리가 들렸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손에는 바나나 같은 과일들을 사들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쿄쿄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이였다.


" 시방..지금 뭐 하는겨? "

" ... "


그 말에 리오 또한 뒤를 돌아보았고, 두 여자 사이에 맹렬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오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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