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yandere/76711826?p=1


이소연에 의해 기절한 한수아가 야심한 밤이 되어서야 사람이 잘 닿지 않는 뒷산 쓰레기 더미 옆에서 깨어났다.


"으윽.. 개같은 년."


눈을 뜬 한수아는 전기충격기가 꽂혀졌었던 목 부분을 더듬었다.


"윽!!"


한수아는 목 부분을 더듬다가 극심한 통증이 자신의 몸 여러군데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그 통증에도 그녀는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이주호!!"


한수아는 눈을 뜨자마자 멍투성이인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이주호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이주호는 없었다.


주변은 혼수상태였던 이주호가 있었던 병실이 아닌 쓰레기장이었고, 주변엔 이주호는 커녕 쓰레기 더미들밖에 없었다.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 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한수아는 자신이 이소연에게 구타당한 것보다 이주호를 빼겼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쓰레기 더미를 발로 찼다.


그러던 중. 우연히 분개하는 그녀를 본 한 양아치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 '우리' 이쁜이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이 오빠랑 화풀러 술 마시러 갈래?"


양아치는 분개하고 있는 한수아를 보며 식상한 작업멘트를 치면서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 순간, 팔을 잡힌 한수아는 한순간에 고요해지더니 주변을 살폈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뭐야? 뭐라도 있어?"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양아치가 궁금해 물었지만, 한수아는 조용히 쓰레기 더미에서 무언가를 주었다.


"뭐야, 그냥 미친 년인가?"


그런 한수아의 모습에 약간 실망했던 그였지만 그녀를 전체적으로 훑어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이쁘면 되..."


푹!!


날카로운 것이 살이 파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와 함께 양아치는 자신의 복부에서 살이 파고드는 통증이 느껴졌다.


"어..? 어..!"


양아치가 그 상황에 당황하여 벙찌자 한수아는 양아치의 복부에 꽂은 날카로운 것을 뽑아 곧바로 양아치의 눈을 찔렀다.


"으아아.. 으..읍!?" 


양아치가 끔찍한 비명에 소리를 지르려 하자 한수아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그의 입을 막고선 계속 뭐라 중얼거리며 찔러댔다.


푹!


"우리?"


푹!


"우리?"


푹!


"우리?"


푹!


"우리?"


푹!


"우리?"


푹!


"우리?"


.

.

.


푹!


"우리?"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양아치의 몸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 양아치의 피가 쓰레기 더미가 있는 곳을 덮었다.


"후우.."


자신한테 접근한 양아치가 완전히 죽은 것을 본 한수아는 몰아치는 호흡을 진정시켰다.


"너 같은 놈은 '우리'가 아니야. 내 앞에서 '우리'란 말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 뿐이야."


한수아가 이마의 흐르는 땀을 닦았다.


땀을 닦자 손에 묻어 있던 양아치의 피가 이마에 묻었다.


한수아는 고개를 들의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보며 상쾌하다는 듯 숨을 쉬었다.


그러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주호 곧 찾으러 갈 게."


그렇게 말한 한수아의 표정엔 광기가 짙어져 있었다.


***


이소연이 방을 나가고 몇분이 지났을까.


도저히 체감이 안 갔다.


방이 어두워서인지, 


미쳐버린 이소연에 대한 공포심인지, 


아니면 나에겐 일말의 설명, 설득도 없이 자신의 딸을 위해 이런 곳을 마련한 양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무너져서 그런 건지,


마치 우주공간에서 하염없이 둥둥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난.. 결국 남이었던 거지.."


아버지가 자신의 피가섞인 자식을 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피 한 방울 안 섞인 내가 그것에 상처를 받을 이유따윈 없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난 그를 진정 아버지라 생각했다.


피가 안 섞였어도, 그 피를 상회하는 무언가가 그와 혈연과도 같은 관계를 형성했다고..


이제 그런 건 다 부질 없었다.


도망가야하나..


이곳에 가만히 있으면 십중팔구 이소연한테 맞아 죽거나, 평생을 이 어두운 곳에서 폐인처럼 지내야 한다.


난 그것이 싫었다.


이곳이 나를 계속 괴롭혀 오는 밖보다 백배는 났다고 해도 난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며 태양빛을 보면서 살고 싶다.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소연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까?


문득 도망치기 위해 내 손에 채워진 수갑을 보자 내 머릿속에 각인된 그녀에 대한 공포가 날 뛰었다.


그럼에도 수갑을 어떻게 하기 위해 손을 들려하자 온몸에서 경종이 울렸다.


'이걸 건들면 뒷감당 할 수 있겠어?'

'도망가서 잡히면? 그땐 진짜 죽을지도 모를텐데?'

'니가 이소연이랑 싸워서 이긴적은 있어?'

.

.

.

'그냥 포기해, 어차피 넌 평생 남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는 녀석이니까.'


머릿속에 각인된 이소연에 대한 공포는 트라우마로 변질되었고, 나의 현상을 한 환영이 되어 자꾸만 나를 질타했다.


나의 환영의 질타로 내 팔다리의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환영의 말이 맞았다.


난 도망감으로써의 뒷감당도 할 수 없었고, 그녀를 이길수도 없을 뿐더러, 평생 남에 의해 결정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놓고 무슨 스스로의 의지라니, 뭐라니..


점점 마음이 무너져가기 시작했다.


환영의 말이 금이 간 내 마음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었다.


탈출 의지는 지독한 자기혐오로 바뀌었고, 자유 의지는 끝없이 침체되어가기만 하는 우울감으로 변질되었다.


나는 모두 포기하기로 하고 뒤로 누웠다.


그러곤 우울감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았다.


우울감에 침체되며 끝없는 심연속으로 떨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한수아.."


그러던 중 문득, 어째서인지 그녀의 이름이 떠올랐다.


첫 만남은 조금 그랬어도, 나를 진정으로 친구라고 생각해주고 나를 위해주던 몇 없는 소중한 사람.


눈치만 보며, 남들에게 욕먹고 손가락질만 당하던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

끼익..

비록 그녀가 내 진짜 아버지의 원수인 조직의 우두머리의 딸이라 해도, 암울했던 내 인생에 사소한 행복을 주었던 사람.


"지금 한수아는 뭐하고 있을까.."


그녀는 내가 감금당한 것을 알까?

알면 나를 찾으러 와줄까?


아마 그녀라면 '뭐? 그 무식하게 힘만 쎈 년이 널 감금했다고? 지금 당장 꺼내주러 갈게!! 기다려!'라고 말하며 곧바로 날 찾으러 와주겠지..


끝없는 심연속으로 침체되어가던 도중 한수아를 떠올리니 무언가 나를 위로 당겨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눈을 떠보니..


"많이 기다렸지? 자! 내가 직접 만든거야!"


어느새 이소연이 자신이 손수 만든 음식을 갔고 와서 누워있던 나를 일으키고 있었다.


언제부터 들어 온 거였지..?


"근데 먹기 전에.."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말하는 이소연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완전히 죽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강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딴 년 생각하지말고 나만 생각하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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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잠적해서 미안하다. 현생 이슈도 있었고 글 쓰는데 갑자기 현타가 너무 씨게 와서 한동안 글을 멀리했어. 분에 맞지 않게 너무 많은 관심을 받은 거지. 뭐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지. 현생 때문에 일일 연재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1~2주에 한 번씩은 끄적여 볼게.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