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책상에 엎어져서 잔 것 같다. 한 몇시간 잤나..? 대충 일어나고 보니까 점심 시간이었다. 


배고파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까 동생은 오늘 처음 학교에 왔잖아. 생각을 해봤는데, 전학와서 혼자 밥 먹는건 힘들 것 같으니까. 친구를 사귈 때까지는 같이 급식을 먹어주는게 맞을 것 같아서... 동생이 있는 교실로 가기로 했다.


야, 근데 얘 몇반에 있냐?


...이제야 알았는데. 나는 동생이 몇살인지도 몰랐다. 이복동생. 뭐 그런거니까. 어떻게 보면 나랑 나이가 동갑일수도 있는거잖아. 쌍둥이도 1초 먼저 태어났다고 연장자 취급 받는것처럼.


...근데 뭐 학교가 넓으면 얼마나 넓다고. 대충 1학년 교실부터 돌아다니면 동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그래~"


"선배님 저는 1학년 4반의.."


"알겠어~ 응.. 다음에 봐"


내려가니까, 후배들이 아는척을 했다. 걔네들이 하는 인사를 대충 받아주면서 복도를 쭉 돌아다니니까, 유난히 사람들이 몰려있는 교실을 볼 수 있었다. ...보통 전학생이 오면 구경하러 사람들이 오니까. 저기겠네.


"야, 비켜봐"


무슨 동물원 원숭이를 보는 것처럼 몰려있는 애들을 밀치고 교실로 들어갔는데. 어째 분위기가 싸하다.


"아니... 이 새끼 싸가지가 존나 바가지네"


무슨 아스팔트에 얼굴이 갈린 것처럼 생긴 잡년이 동생을 괴롭히고 있었다. 교과서도 찢겨져 있었고, 책상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동생은 아무것도 못하고 닭똥같은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원래 이 바닥에서는 좆밥처럼 굴면 다 동생처럼 깔개가 되거든. 


저런걸 안 당하고 싶으면 컴퍼스로 머리를 찍어버리거나 그래야 하는데, 동생은 그러지 못했다. 그러니까... 뭐 별에별 잡년들이 괴롭히는거지.


그리고 나는 그 꼴은 못 봤다.


일단은 내 동생이잖아. 아빠가 말 하는걸 보면 계속 이 집에서 살것 같은데. 벌써부터 불편한 관계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앗! 선배님 무슨 일로 여기까지.."


내가 교실 안으로 들어가니까 성경에 나온 홍해처럼 좌,우로 인파가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뚜벅뚜벅 걸어서 동생을 때리는 잡년의 뒤통수를 때렸다.


-빡!


"아..! 씨발..! 누구... 선배님...? 안녕하세요오..??"


못생긴 치와와가 짜증을 내려다가 내 얼굴을 보더니 인상이 펴졌다. 이 병신 같은 년은 머리를 맞았는데. 헤실헤실 쳐웃고 있네. 기분 나쁠 정도로 얼굴이 새빨간게 불쾌했다.


"...야, 넌 뭔데 얘 괴롭히냐?"


내 동생을 괴롭히나.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한번 참았다. 좀 호들갑일수도 있는데. 동생이라고 하면, 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잖어.


"얘 내 여자친구다. 건드리지 마라"


"선배 여자친구였어요?"


동생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여자친구라고 대충 둘러댔다.


얘네는 약강강약기질이 좀 있어서 내 여자친구라고 말하면 안 건들겠지. 그리고 지금 돌아가고 있는 견적을 보니까. 동생은 친구를 많이 사귀고 그럴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안 좋은 말로 말하면 타고난 찐따인것 같은데. 내가 옆에서 계속 데리고 다녀서 적응 할 수 있을때까지 좀 보호해주고 그래야지. 


슬쩍 동생을 바라봤다.


...오자마자 영혼까지 다 털려서 그런지 내가 봐도 힘들어보였다.


"가자 밥 먹으러"


바닥에 쪼그려 앉은 동생을 일으켜 세웠다. 몇번 밟힌건지 교복에 발자국이 있었다.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다행히 가래같은건 없어서 손으로 몇번 터니까 옷은 금방 깨끗해졌다. 


동생을 데리고 급식실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점심으로 콩나물국이 나왔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맞다. 교과서 필요하냐? 아까보니까 다 찢겼던데, 하나 구해줄까?"


밥 먹고 할 것도 없는데 동생 교과서나 챙겨줘야지. 어차피 공부랑 담을 쌓은 애들이 한트럭이라서 구하는건 쉬울 것 같은데.


"야, 유선아. 너도 여자친구 생겼냐? 축하한다"


아. 


"형, 오랜만이에요."


좀 피곤해졌다. 우리 반에는 유급생이 한 명 있는데...조금 어려운 사람이었다. 내가 봐도 이 새끼는 졸업하면 깡패가 될 것 같아 보여서 개인적으로 피하고 싶은데, 나한테 잘 대해주는 것 같아서 무작정 밀어내는것도 힘들지.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형한테 먼저 보고 해야하는거 아니냐? 오늘 할 것도 없으면 노래방이나 가자. 내가 쏜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저 일수는 체워야해요."


"야! 지금 가자고 말했냐? 학교 끝나고 가는거지. 안 갈 생각은 아니지? 너 저번에도 안 왔잖아"


...시발. 가기 싫은데.


"형이 가자고 하면 가는거죠. 있다가 전화해요. 형, 제 전화번호 아시죠?"


"그래~"


오늘은 좀 피곤할 것 같다.


동생은 뭐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 형이 우리학교 통이거든? 친해지면 좋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좆같네 진짜. 


학교가 끝났다. 


-야~우리 라이브 노래방에 있으니까. 빨리 와라. 먼저 놀고 있을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것 같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나는 동생을 데리고 학교 근처에 있는 노래방으로 갔다.

 

-그대 기억이~ 지난 사랑이~ 내 안을 파고 드는 가시가~~~되어~


"들어가자"


형이 있는 방에 들어가니, 이미 안에는 너구리 굴이었다. 형은 무슨 의자왕처럼 양 옆에 상고애들을 끼우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존나 못 불러서 듣기 힘들었다.


"어, 유선아. 왔냐?"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대충 비벼 끄면서 내게 인사를 건넸다. 보니까. 술도 시켰네. 


이 동네에는 경찰 단속이 안 와서 가능한 일이었다.


형은 정말 자연스럽게 옆에 앉은 여자의 허벅지를 주물럭거렸다. 시발 저게 교복이냐 홀복이냐. 무슨 노래방이 아니라 룸쌀롱을 온 것 같다.


"미쳤어. 진짜..! 애들 다 보는데"


"뭐 어떤데? 볼거 다 봤는데"


"...아.. 왜 그래..? 애들 다 보는데...♡"


"한 곡 불러봐라. 유선아. 난 좀 쉬어야겠다"


형은 내게 마이크를 건네줬고, 여자애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개처럼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그 광경에 동생은 조금 질린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봤다. 


야, 시발 나도 오기 싫었어.


자연스럽게 동생을 내 등 뒤로 숨겼다.


집에 가고 싶다.


-어쩜 살아가다 보면 한번은 날 찾을지 몰라~


"오빠, 쟤는 누구야?"


"내 동생인데?"


"...잘생겼네? 아..♡ 귀 깨물지 말라니까."


-이별 앞에서 할 수 있는건~


나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손으로는 젖통을 만지고 입으로 귀나 쪽쪽 빨고 있는걸 보고 있으니. 뭔가 싶다. 이러려고 불렀나 싶기도 하고.


"거, 그 유선이 여자친구? 뻘쭘하게 서 있지말고. 앉지? 그리고 왔는데 한잔 해야지"


뽁~거리는 소리와 함께 병맥이 따였다. 


야 저거 카프리도 아닌데? 누가 시발 저걸 나발을 불어. 오늘 진짜 큰일났다.


"...자자~ 건배~"


-짠!


술 잘 못 마시는데. 일단 모르겠다. 눈 감고 술을 비웠다. 


좀 걱정되서 동생을 바라봤는데, 얘는 아예 처음 술을 마시는 것 같다. 눈을 질끈 감고 맥주를 먹는게 누가 봐도 힘들어 보였다.


"...못 먹겠으면 먹지마"


"야~ 유선아. 여자친구 걱정하는거야? 그런 의미에서...! 우리 술게임 한판 할까?"


...? 뭔가 싶었는데. 그 휴지통에 제비 뽑기처럼 쪽지가 여러개 있었다.


"뽑아라"


-뽀뽀하기.


"자, 나부터 시작해서 1번부터 5번이다. 내가 먼저 순서를 정할게"


...아, 뭐 이런 걸...


"...왜? 유선아 하기 싫냐? 싫으면 말해라. 말해 보든가"


"재밌겠네요. 형"


좆같다 시발.


형은 숫자를 적어놓은 나무젓가락을 통 안에 집어넣고 이리저리 흔든뒤 두개를 뽑았다.


"1번하고 4번이네."


...잠만 형이 1번이고 시계방향으로 돈다고 했으니까.


동생이잖아...?


"...야야. 유선아. 이거 주작아니다! 봐라! 젓가락 아무것도 없잖아."


내가 봐도 속임수는 없어보였다. 아, 근데... 첫판부터 무슨 아다리가... 이렇게.


"형, 흑기사있나?"


"흑기사! 유선아 빨리 한병 비워라"


일단은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최대한 동생에게는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맥주를 한병 따서 원샷을 했다.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가자, 다음 게임! 빨리 뽑아라~ 2번~ 2번 누구야?"


"미쳤냐~ 속옷 벗기기 이 지랄.."


뭐, 그딴걸 적어놓냐. 


"번호는 3번하고 5번!"


3..? 3은 나잖아. 5번은...


"유선아, 벗어라 빨리!"


"...?"


"야, 시발 그럼 미진이가 벗을까?"


"..아, 왜 그래..? 무섭게. 유선아, 누나가 벗겨줄까?"


"황미진 미친거 아니냐고, 영계보니까 눈이 뒤집혀서"


이게 시발 내가 이래서 여기 오기 싫다는거였다. 장난감도 아니고 이리저리 부려먹힐게 분명한데. 이미 분위기는 내가 옷을 벗는걸로 흘러가고 있었다. 


"...우리 유선이. 속살 볼 수 있는거야?"


"..오오 뭔데? 유선이 여자친구분..? 설마 흑장미..?"


뭘 벗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생이 병맥을 까서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너... 술 못 마시는거 아니었어? 나도 너 도와줬으니까. 은혜를 갚는거야?


"좋아. 그럼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자. 두구두구~" 


이번에는 내 차례인가? 나는 통안에 든 쪽지를 하나 꺼냈다.


"야동장면 따라하기네"


좆됐다. 진짜.


번호는 1번하고 2번..!


"1번은 나고, 2번은... 너네?"


살았다. 연속으로 맥주를 마셨으면 힘들었을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형도 한번 먹겠네. 한 템포 쉬겠다.


"...아...응...♡ 오빠 더 세게...♡"


...생각해보니까. 이 게임은 절대 내가 이길 수 없는 구조였다. 저 사람들은 그냥 벌칙을 하면 되는거고. 


동생은 뭐가 걸리건간에 내가 흑기사로 막아줘야 하니까.


게다가.


"야, 유선아. 솔직히 남자끼리 애무하기는 좀 아니지 않냐? 술 한병 먹고 퉁치자?"


남자끼리 걸리면 술 먹는걸로 퉁치기도 했다. 


내가 동생의 흑기사를 몇번 해주고, 동생도 나 대신 흑장미를 해주기는 했지만... 한계가 있지. 아무리 술을 잘 마셔도 계속 맥주 한병을 원샷하면 누구든지 뻗을 수 밖에 없었다.


"...자, 다음에는 딥키스. 3번하고 4번이네."


...이번에는 나와 동생이 걸렸다. 


나는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동생은 이미 한계였다. 눈은 이미 초점을 잃었고, 나한테 완전 기댄체 의지를 하고 있었으니까.


"아, 뭔데 또 먹게? 노잼인데..?"


"이번에는 한번 해라. 술값 없다. 유선아"


"....."


딥키스..? 


"형 내가 낼테니까."


"하라고, 뭔데? 아까부터 나는 벌칙 다 했잖아. 니는 왜 아까부터 술만 먹는데? 하기 싫어? 그럼 내가 대신 할까? 나는 대신 해줄 수 있다 말만 해라"


동생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핥는 그 새끼의 모습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좆같다. 시발...


그 새끼 옆에 있는 여자들도 내 시선을 전부 다 피했다. ...당연하지, 저 새끼 성격 좆같은건 나보다 저 사람들이 잘 알겠지. 


지금까지 벌칙같은건 안 하고 계속 술로 떼우는 내 모습이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키스..? 하면 되지"


시발, 얘는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다가. 하는 소리가 겨우 그거야?


옆에 있는 동생이 몸을 바로 세우기 시작했다.


"...저 새끼랑 할수는 없잖아... 오빠는 내가 저 새끼랑 하는게 좋아?"


 "...아니, 그건 아닌데..."


"야, 이제 좀 재밌네. 우우~ 할거면 빨리 해라!"


-쪽


뭔가 싶은 순간에 내 입술 위로 부드러운 뭔가가 훑고 지나갔다. ...꼭 새가 부리로 쪼는 것 같았다. 이런건 처음이었다.


"...아, 야 장난치나..? 무효다! 무효! 딥키스가 뭔지 모르나..?"


"...오빠. 빨리하고 치우자. 나는 괜찮으니까. 한번 할 때 제대로 해야지"


"..어..? 어어...?"


...!!


얀데레의 사랑을 이어주는 오작교 프로젝트 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