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도 진탕 먹었고, 잠도 제대로 못자서 피곤한 상태로 학교에 등교했다. 원래도 학교에 가면 책상에 엎드려서 잤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더 잠이 잘 왔다. 


-...술렁술렁.


묻지도 않고 점심까지 쭉 자려고 했는데, 교실이 시끄러웠다. 아니, 원래도 시끄러웠는데. 그... 얘들이 놀아서 시끄러운게 아니라, 뭔가 사고가 터진 것 같은 느낌?


"뭔데, 무슨 일인데?"


뭐지 싶어서 짝궁한테 물어보니까.


"...상철이 형 교통사고 당했다는데?"


상철이는 어제 나랑 노래방에 간 그 형의 이름이었다.


"어?"


상철이 어제 나랑 같이 노래방에서 놀았잖아. 갑자기 무슨 교통 사고? 원래 이런건 금방금방 소문이 퍼지는 법이라 금방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술 먹고 집에 가는데, 병신이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가다가 도로에서 미끄러졌덴다.. ...그것도 혼자 탄 것도 아니고, 여자 두명을 태우고 운전하다가 아스팔트에 몸이 갈렸단다.


술 먹었으면 곱게 버스나 타고 가지. 나도 그 새끼한테 당한게 있어서, 고소하기는 한데... 들어보니까. 아예 다리고 팔이고 뭐고 다 갈려서 병원에 입원중이라 했다.


"그래?"


근데 상철이만 없으면 이 학교에서 눈치 볼 사람이 없는데. ... 사고 당한건 사고 당한거고. 평소에 눈치도 많이 보고 워낙 그 새끼가 피곤하게 굴어서. 슬프거나 괴롭거나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학교 생활 좀 편안하게 할 수 있겠네.


사고가 한번 터져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학교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나야 뭐. 어차피 왠만하면 누워서 잠 자는 거 말고는 따로 하는게 없으니까.. 다시 엎드려서 잠을 자고 있는데, 누가 나를 깨웠다.


담임인가 생각해서 옆을 바라보니, 친구였다.


"유선아. 여자친구가 얼굴 좀 보자는데? 뭐 잘못한거 있냐?"


"...?"


잘 자고 있었는데 뭔 개소리인가 싶어서 친구 얼굴을 봤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여자친구가 어딨다고. 손으로 교실 문을 가리키길레 봤더니, 동생이 서 있었다.


...아.. 그 여자친구... 


"알겠다. 밥 먹으러 가자"


설명하기에는 피곤한 일이라서 알겠다.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생은 나를 보더니 휙-하고 얼굴을 돌렸다. ...나도 솔직히 말해서 어제 그런 일이 있어서, 아무렇지 않게 동생을 대할 수는 없어서.


"...뭔데, 둘이 무슨 일 있었냐? 왜 이렇게 어색한데?"


"별건 없고. 빨리 밥이나 먹자. 나 배고파"


나와 동생 사이를 궁금해하는 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2)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학교 생활은 잘 굴러갔다. 집에서는 밤새 메이플을 하고, 학교에서는 밀린 잠을 자고. 평소랑 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야, 유선아. 내일 너네 집 비냐? 라면이나 먹자"


"안 돼. 동생있어"


"어? 야, 너 동생도 있었냐? 이쁘냐?"


"시끄러, 밥이나 먹어"


"...너 외동 아니었냐..? 혹시, 여자친구분도 유선이한테 동생 있다는거 알고 있어요? 한번도 못 본 것 같은데..."


급식을 먹던 동생이 고개를 좌우로 내젓는다. 노래방에서 술을 먹은 이후로 대충 2주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동생은 아직도 나랑 밥을 먹었다. 


보통은 자기 친구들이랑 밥을 먹지 않나? 2주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반에서 친구 한 명정도는 사귈법한데. 


...이게 대인 관계에 대한 질문은 사람에 따라서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런 질문을 못하겠다. ...아니, 어떻게 보면 하나도 이상할건 없다는 생각이 드는게. 솔직히 말해서 여자 친구가 남자 친구랑 밥을 먹는건 있을 수 있는 일이잖아. 남자 친구랑만 밥을 먹는건 이상한건가...?


모르겠다. 이제 곧 있으면 기말고사고. 학기도 대충 끝나는데. 새 학기가 되고 한 학년 더 위로 올라가면 얘도 좀 변하겠지. 


급식을 전부 다 털어 먹은 뒤, 매점으로 걸어갔다. 따로 뭐 라면이나 그런걸 사먹을 생각은 없고. 매점 뒤편에서 식후땡이나 하나 태우고 싶었는데.


"야, 뭐 필거야? 말거야?"


"...어... 아니다. 천천히 위로 올라와. 나는 교실에 들어가서 쉴련다"


끓어오르는 흡연 욕구를 참고, 교실로 걸어갔다. 옆에서 나를 바라보던 동생의 눈매가 부드럽게 변했다. 이게... 내가 담배 피는 걸 동생이 알게 되니까. 얘가 나한테 말은 안하는데, 엄청 째려보면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은 이후로는 담배를 못 피겠다. 


내가 원래 다른 사람 눈치는 잘 안 보는데... 저번에 노래방에서 있었던 일도 그렇고 꿈을 꾼 것도 있고...그래서 동생을 보면 마음에 가책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들었다. ...아, 그리고 한 집에서 같이 지내는데. 이 정도 배려는 해줘야지. 나도 솔직히 말해서 우리 아빠가 집안에서 담배를 피면 나오는 냄새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그러는데, 얘도 나랑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들겠지 뭐.


괜히 스트레스 받으면서 싸우고 그럴바에야 차라리 내가 끊고 말지 뭐. 


몸에도 안 좋은거.


이게 처음 하루, 이틀이 힘들지. 주 단위로 넘어가니까. 조금은 버틸 만한데.


...아... 그래도... 한개피 정도는... 아니다. 피지 말자. 또 째려보네.


도끼 눈으로 나를 보는 동생의 시선을 피해서 교실로 돌아갔다. 


"....와아...맘마통 보소, 애새끼 배불러 터지겠네. 쉬불련. 아기씨 낭낭하게 주입하고 싶다."


"이 새끼, 무슨 노가다 아재처럼 말을 하냐. 야, 근데 진짜 좆되긴한다"


저기 교실 구석에서 단체로 모여서 뭘 보나 싶었는데...야동이라도 보고 있나? 남자만 있으면 모르겠는데. 근처에 있는 여자들의 시선이 쓰레기장을 바라보는 시선 같았다. ...굳이, 뭐...음...


어떤건지 궁금하기는 한데, 이게 또 내 이미지라는게 있으니까. 굳이 가오 떨어지게 저 사이에 껴서 오도방정 떨고는 싶지는 않았다. 내 자리에 앉아서 휴대폰이나 만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뭉쳐있던 애들 중에 한 명이 다가와서 내게 말을 걸었다.


"야, 유선아 너 하늘보리녀라고 아냐?"


"몰라 병신아. 꺼져라"


...하늘 보리녀..? 고맙다 친구야. 오늘 기회가 생기면 꼭 챙겨볼게.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다녀왔습니다"


집에는 나랑 동생만 잇었다. 아빠랑 엄마는 오늘도 집에 안 들어왔다. 보통 일주일에 한,두번만 집에 들어오니까... 밖에서 뭘 하는지는 나도 몰라? 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켰다. 


산지 오래 된 똥컴이라 그런지 우웅-하고 불이 들어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야, 빠르게 우리 할 것만 다 끝내놓고. 쉬자."


동생이 생겨서 편한 것 중에 하나가 더 이상 집안일을 나 혼자 할 필요가 없었다. 손만 씻고, 미리 장을 본 걸로 카레라이스를 만들 준비를 하는데, 동생이 빨래 바구니를 들고 배란다쪽으로 걸어갔다.


-툭.


바닥에 동생의 것으로 보이는 속옷이 하나 떨어졌다.


나는 최대한 못 본척하며...카레를 만들었다.


이게, 그니까... 할 일이 반으로 줄어든건 좋은데, 문제는 나는 동생이 아직도 불편했다. 원래 집에 도착하면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니는데 요즘에는 따로 잠옷을 하나 챙겨 입고... 뭘 해도 조심스러웠다. 아무 생각 없이 세탁기 뚜껑을 열었는데, 보이는게 여자 브레지어나 팬티면... 진짜 어후.... 당황스럽다...


호칭이 동생이지, 따지고 보면 남남이나 마찬가지잖아. 생판 모르는 여자랑 같이 사는데, 이래저레 신경 쓸게 많지.


근데 조금 다행인건. 동생 성격이 착해서 다행이었다. 말도 잘 안 하고, 술, 담배도 안 하고. 집에도 꼬박꼬박 잘 들어오고, 내가 뭐 하라고 시키면 군말없이 다 잘하고. 주변에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랄같은 애들은 밑도 끝도 없이 지랄이라는데, 얘는 그런건 없어서 다행이다.


"야, 밥 먹자"


카레가 완성되고 동생이랑 밥을 먹었다. 


"야, 맞다. 너 TV 볼거지. 컴퓨터는 내가 쓴다?"


"...응"


동생은 TV파라서, 컴퓨터 쓰는 걸 한번도 못 봤지만... 그래도 물어보기는 해야지. 만약이라는게 있으니까.


뒷정리까지 다 끝내고, 동생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나는 방에 들어갔다. 


동생은 따로 엄마한테서 교육을 잘 받았는지, 들어오기전에 항상 노크하고 들어오더라고. 


이러면 안심이지.


야... 그... 하늘 보리녀..? 인터넷에 치면 나오는거 맞지?


...그러고 보니까. 하루에 1번은 무조건 쳤는데, 동생이 생긴 이후로 못 했다.


대체 얼마나 좆되길레... 


나쁜...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콩닥콩닥뛰고 다리 사이에 벌써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국산) 하늘보리녀.


이건가? 바로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어서 재생버튼을 눌렀다. 


"와..."


모여서 호들갑을 떤 이유가 있었네.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얼굴은 안 보였는데, 몸매가 진짜 좆됐다.


그 어떤 새끼 말처럼 젖통 한번 쭉- 짜면, 우유 3통은 나오겠는데? 저게 가슴이야 수박이야? 나도 한번 주물러보고 싶다.


"...어..?"


여자가 자기 가슴을 만지는 걸 보면서, 한발 뽑으려고 했는데. 앉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영상 속의 모습이 익숙하다.


옥빛 세탁기부터 시작해서 와인색 화장실 타일. 시발 변기도 우리 집에 있는거랑 똑같잖아. ...그리고, 뭔데.. 저거 팔공 사우나 개업 기념 수건... 저거는 내가 예전에 청소할 때 실수로 락스 물에 튀어서 색깔이 맛이 가버린거라, 똑같은 수건도 구할 수도 없었다.


-예쓰~ 아이 캔!


나는 문을 열고 TV를 보고 있는 동생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


"...이 씨발!! 너 뭐하냐? 지금.....?"


암캐련 참교육 컷~~!


어림도 없지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