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YNrlfZd5Q7E&list=OLAK5uy_mNPX8sa9nUXmaHMncctKDIBWvtnZGEdPo&index=10&ab_channel=Ruru-Topic




다음 날 나는 등교하기 전에 주민센터에 찾아갔다. 평일 오전인데 고등학생이 찾아 와도 눈치를 주지는 않았다.


"...."


문제는 내 신분을 증명할 민증이 아직 없어서,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근데 그것도 내가 어찌어찌 노력해서 가족관계 증명서를 받고 나서 확인을 해봤는데...


"...아..."


누가 진짜 존나 세게 내 뒤통수를 한대 때린 것 같다. ...꼴사납게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민 센터 입구에서 털썩하고 주저 앉아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가족 관계 항목에 아빠, 나, 엄마, 그리고 동생이 있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은 달랐지만, 동생과 나를 나라에서는 남매로 인정하고 있었던거지.


우리 아빠 성격에 그냥 지금 자기랑 같이 사니까. 그러니까 엄마라고 불러라~ 동생이라고 불러라~ 그런 말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런게 아니었다. 


"...시발, 그런거면 좀 제대로 이야기를 해주던가"


술 처먹고 가족이 생겼다. 내 밑에 동생이 하나 있다. 그런 말을 하면 누가 믿어주냐고. 아빠는 이래서 문제다. 그냥 나한테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시발 자기 멋대로 일을 처리했잖아. 


이러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마음이 심란했다.


나는 오늘 처음 동생의 이름을 알게 됐다. 이유정.


"...하.."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로 갔다. ...주민센터가 9시에 열어서 거기서 가족 관계 증명서를 발급받고, 버스타고 학교까지 가니까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일단 가방 놔두려고 교실로 가니 동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볼 일은 다 봤어?"


"어..."


안 그래도 동생한테는 오늘 주민센터에 가서 할 일이 있다고 말하니까. 혼자 등교를 했더라. 


"밥 먹었어..?"


"...아니? 오빠랑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지. 빨리 밥 먹으러 가자!"


...아침도 제대로 안 먹어서 밥을 먹고 난 뒤에 운동장에 있는 정자에 앉았다. 보통 때 같았으면 동생이랑 어디 학교 뒷산에 들어가서 젖탱이를 만지거나, 아니면 딸딸이를 쳐주거나 그랬는데.


"오빠? 뭐 고민거리라도 있어?"


내 표정이 안 좋으니까, 동생이 내 옆에 바짝 달라붙어서 귓가에 대고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가슴이라도 만질래..?"


...지금까지 내가 너무 동생과의 관계를 가볍게 생각 한 것 같다.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았다고는 하더라도, 이게 남매끼리 할 이야기냐고.


"...왜?"


"유정아."


"어?"


"우리 이야기 좀 할까?"


동생을 데리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 나도 그렇고 동생도 그렇고 공부랑 담을 쌓아서 학교를 나가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었다. 솔직히... 이 학교에서 나 정도면 꽤 모범생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는 사람을 패거나 사고는 안 치잖아. 


학교도 꼬박꼬박 등교하고. 근데... 여기서나 내가 모범생 취급을 받는거지. 평범한 인문계였으면 나는 그냥 양아치 취급을 받지 않았을까?


마치 나랑 동생의 관계처럼... 


지금 집안 환경이 개막장이라서 나랑 동생이 평범해 보이는거지, 우리도 정상은 아니다.


아는 사람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버스를 타고 집 근처까지 왔다. 그리고 별다방이 보여서 거기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시켰다. 


"오빠,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평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별다방에는 사람이 없었고, 우리는 구석에 박혀서 이야기를 했다.


"야, 내가 오늘 주민 센터에서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봤는데..."


나랑 나는 가족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일은 도덕적으로 맞지 않다. 앞으로는 평범한 남매로 지내자. 


내 말이 점점 길어지면 길수록 동생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왜..?


"오빠..."


"미안하다. 근데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 너도...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다 이해한거 맞지?"


동생은 내가 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런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생은 내가 하자고 하는건 언제나 다 좋다고 말을 해서, 이번에도 당연히 내 말을 따라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일로 하면. 전부 다 끝난거야? 오빠, 이걸... 말이라고 한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그걸 바로 잡자고"


한번 빠지면 더 이상 못 헤어나오는 깊은 수렁에 우리는 이미 발을 집어넣었지만, 지금이라면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다. 이미 얼룩지기는 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기회가 남아있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동생은 이 진흙탕 속에서 빠져나갈 생각이 없다는 걸.


"...우리 친 남매도 아니잖아. 그냥 이렇게 살면 안되는거야?"


"왜,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는건데?"


동생은 나랑 사고 방식이 달랐다. 


"나는...사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그냥 우리만 행복하면 된거 아닐까? 다른 사람 시선이 뭐가 중요한데? 오빠한테 있어서 나는 어떤 사람이야?"


"...나는 지금 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너는 정말 이게 맞다고 생각해? 우리끼리 덮고 지나가면 되는 그런 문제가 아니야. 정신 차려. 야, 너 여기서 일이 더 커지면 감당할 수 있어? 책임질 수 있냐고? 아니잖아"


"오빠는 나랑 있었던 일들을 전부 없던 일로 할 수 있어? 나는... 그렇게 못 해."


"...시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야, 너한테 있어서 나는 뭔데! 너가 나한테 말 했었잖아. 섹스..프렌드 같은 거잖아 왜 갑자기 이렇게 질척거리는건데?"


...야한거에 관심이 있다. 근데 다른 남자는 무섭고 나랑 하고 싶다. 우린 처음에 그렇게 이어졌고, 지금까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 나와는 다르게 동생은 어느 순간부터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 약간의 집착... 


남매 사이에서는 허락되지 않는 감정.


슬픈 동생의 얼굴을 보면서 이런 말을 하는 마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내가 너무 싫었다. 


우리 이러면 안 되는거잖아... 


"...유정아...끝내자"


"난 못 끝내. 우리가 왜 이렇게 끝내야 하는건데...? 오빠, 갑자기 왜 이러는건데...?"


...동생은 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오빠가 하고 싶은건 다 했잖아. 해달라는건 다 해줬잖아.... 근데 이제와서 갑자기 전부 다 없던일로 해버리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야...?"


...그러니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고. 화를 내야 하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오빠 좋아해...오빠도 내가 좋으니까...같이 섹스한거 아니야...?"


동생은 고장난 인형처럼 펑펑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동생을 뜯어말리거나, 아니면... 무시하고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못하고 나는 그냥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화를 내야할까? 아니면 달래줘야 할까? 


동생에게 있어서 나는 무슨 존재지?


오빠...? 아니면 연인..? 


왜 이렇게 흘러가버린걸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펑펑 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생을 데리고 별다방을 나왔다. 


"...미안하다"


"오빠가 미안하다고 말을 하면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은 뭐가 되는거야? ...오빠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잖아... 없던 일로 만들면 나는 어떻게 되는건데..? 그냥... 오빠한테 있어서 나는 뭐가 된 거야...?"


"이런 시발! 그러면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건데...?"


"...좋아해. 오빠, 사랑해... 내가 더 잘할게. 내가 다 책임질게... 그러니까 우리 그냥 이대로 쭉..."


"제발...!"


도돌이표처럼 똑같은 대화를 반복했다. 동생은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했고, 나는 이제는 그만두고 싶은데. 지금이라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단순한 내 오만이었다. 한번 달리기 시작한 기차를 멈출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동생은 나와 같이 선로의 끝에 있는 파멸까지 나아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근데, 이건 진짜 안 되는거잖아. 말도 안 되는거잖아...


"오빠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주면 안되는거야?"


"...집에 가자. 일단... 집에 가서 이야기 하자"


보는 눈이 많고, 일단 동생도 동생이지만 나한테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


지금은 얘가 이렇게 우는데, 나중에는 괜찮아지겠지. 분명...그렇게 되겠지.


동생은 계속 펑펑 눈물을 흘리기만 했고, 나는 줄담배를 태웠다. 


내가 시발 지금까지 뭘 잘못한거지? 나 처음에는 잘 했잖아. 근데 왜 이렇게 된건데? ...뭐가 문제였지? 리조트에서 그냥 동생이 어떻게 자건간에 신경쓰지 말고 누워서 잠이나 잤어야 했을까? 아니면 그 이전에 노래방에서 깽판이라도 쳤어야 했을까? 쓸데 없는 오지랖을 부리지 말고 동생이 왕따를 당하건 말건 신경쓰지 말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나와 동생의 관계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고, 이제 와서는 되돌릴 수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동생과 했던 모든 일들을 이미 서로의 마음 속에 남아서 이렇게 상처처럼 서로를 고통스럽게 만들뿐이라는 걸 왜 나는 몰랐을까?


발정난 새끼, 미친 새끼, 또라이 새끼.


....담배를 다 태우고 난 뒤에는 그냥 구석에 찌그러져서 병신처럼 울기만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나 혼자서는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떠맡게 되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막막하고 무서워서 나는 어린애처럼 자리에 주저 앉아서 우는거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ㅋㅋㅋㅋ 꺼억!!! 니가 선택한 남매 근친..!!


이제 와서 없던 일로 무를 수는 없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