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때에는 그저 이상했지.


어른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철부지스러운 모습에, 바보같고 변태스럽기까지 한 저런 어른이 도대체 어느 세상에 또 있을까 하면서, 초반에는 선생을 그닥 좋은 눈으로는 바라보지 못했었어. 



아무리 도움을 받고, 아무리 나를 열심히 챙겨주는 듯 싶어도, 늘상 못 미더웠어, 불편하기만 했었어. 


어른같지도 않은 어른에게 도움을 받는 것 조차 부끄럽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선생에게 "바보! 죽어!!" 라며, 심한 매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기도 했지만, 선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눈치 없는 환한 미소를 보일 뿐이었지.



그런 똑같은 일상이 지겹게도 반복됐지. 물론 그런 게 하루 이틀 반복되다 보니, 미운 놈도 오래보면 정든다는 듯이 처음보다는 꽤나 진전된 것 같은 관계를 나 역시도 체감하긴 했지만, 그 이상의 감정은 느끼지 못했었어. 



나는 학생이고, 그 이는 선생이니까.


내게 그의 이미지는 웃을 줄만 아는 철부지스러운 바보멍청이로 낙인 되었으니까.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어, 나는.





저번에 조금 큰 일이 있었지, 그 때 나는 하마터면 이 세상에서 이름만을 남녀놓고 떠나버린 이가 될 뻔 했었고.



소위 말하는 '악당' 들의 습격이 있었어. 


비록 그 전에 있었던 대규모 소탕 작전의 일 때문에 거의 절멸하고, 이제는 잔당 규모로 밖에 남지 않은 이들과의 전투였지만, 그들의 기세는 이상하리만치 거세었지. 



처음 보는 장비들로 치덕치덕 무장한 그들의 기습전은 우리들을 꽤나 놀라게 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 우리 선도부의 힘은 거기에 지기에는 너무 거대했지.



선생은 이 뻔한 전투에 굳이 참전했어, 총알 하나라도 맞는 순간 생사의 기로를 헤매는 주제에 뭐하러 걱정되게 끼어드나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았어, 지휘를 하는 역할의 있고 없고의 차이가 한 명 한 명의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현장에서 직접, 그것도 나를 포함한 모든 부원들 바로 곁에서 지휘라니, 정말 바보같은 모습에 웃음이 핏 하고 나와 버렸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우리들을 위해 저렇게까지 한다고 생각을 하니, 또 약간은 믿음이 갔어.



아무튼, 그런 선생의 지휘에도 결사를 다진 듯한 놈들의 맹렬한 저항에 시간이 살짝 지체되기도 했지만, 지렁이같은 놈들이 꿈틀대봐야 무슨 일이 생기겠어. 그 놈들은 결국 무너지고 빠르게 소탕되기 시작했지, 하나같이 쓰러질 때마다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먼지가 되었어. 



그렇게 전투를 계속하던 와중이었을까, 어느새 시가지 쪽에 도달하게 되었어, 놈들은 건물을 방해물 삼아 진을 치고 있었지. 



선생은 건물 내부는 폐쇄적이기도 하고 또 위험부담도 크니까, 물자와 실내전 특화 인원들이 오기 전까지 대기하는 게 어떻겠냐는 판단을 내렸지만, 나는 그럴 시간이 아깝기만 했어.



나를 필두로 한 소수의 인원들이 재빠르게 처리하고 오겠다 했지만, 선생은 반대했어. 위험은 방심과 오만을 먹고 자란다는 소리를 내뱉으면서. 



나를 제외한 인원들은 선생의 그런 필사적인 모습에 결국 들어가기를 포기했지만, 나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못마땅했어. 해봤자 저 놈들이 얼마나 된다고 저렇게 난리법석을 피우는 거냐는 생각을 하면서.



짜증나기도 했던 나는 결국 혼자 가기를 강행했어, 선생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던 사이, 나는 무리하게 건물 내부로 진입했지. 



박살나고, 탄흔과 폭연으로 황폐화가 된 내부였지만, 난 알 수 있었어. 그들이 어디 숨었는지, 이 건물 구조가 대강 어떻게 설계 되었는지.



*탕!!! 탕!!!!!!*

"게헨나의 스나이퍼를 얕보지 말라고!!!!!!"


쏘는 족족 먼지로 되돌아가는 저 놈들의 뻔한 수법에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지. 내가 전략가는 아니지만, 이것보다는 전략을 잘 세우겠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



...오만이었지, 방심이었지. 아직 1층도 점거하지 못한 주제에 의기양양하기만 했었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나 봐.



꽤나 많은 이들이 쓰러지고, 이 정도면 1층은 다 정리했겠다 싶어서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가던 도중이었지. 



*타탕!!!! 탕탕탕!!!!!!* 

갑작스레 들려오는 요란한 총소리가 양 귀를 스쳤어, 하나는 위쪽에서 울려퍼지는 소리, 하나는, 방금 내가 소탕한 아래 층에서 올라오는 소리였어. 



그와 동시에 수 명은 되보이는 적들의 말 소리가 들려왔어. 하나같이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먹었지만, 대충 나를 향한 욕인 것 같았지. 



"이런 젠장..!!!"

나는 늦게 되서야 위 아래로 포위가 됐다는 것을 깨달았어, 선생이 말한 오만의 결과였지. 하지만 난 그때가 되서도 인정하지 않았어, 인정하기도 싫었고, 결국엔 나는 또 급하게 밑으로 내려가는 오판을 하고 말았지.


어차피 저들의 총알은 내 몸에 생채기만 낼 뿐일 테니까, 놈들은 이 총알에 맞는 순간 먼지가 되어 날라갈 게 분명해 보였으니까.



"으큭...!?"

...하지만 뭔가 이상했어, 전까지만 해도 따가운 거에 그쳤던 탄들이 이번엔 살을 깊숙이 파고 들기 시작했어. 


피가 살갖을 타고 흐르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졌고, 그와 더불어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격통이 총상 곳곳으로 퍼지는 게 느껴졌어.



총탄이 이미 많은 곳을 스쳤던 거지. 힘이 점점 빠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살기 위해 급하게 옆에 있던 구덩이 속으로 몸부림 쳤지.



"으윽... 뭐야... 이거... 흐으.. 너무.. 아..파...."

상처는 생각보다 많았어, 때문에 더 이상 움직이는 것도 힘들 것 같았고, 안 그래도 보호구도 없이 혼자 무리하게 들어온 마당이었는데, 아직도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면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지. 



*쾅!!!!!!*

설상가상 최후엔 폭탄까지 터지기 시작했어, 일반적인 폭탄이라면 그나마 상관이 없겠지만...


...푸른 빛을 내뿜는 이상한 폭탄, 그래.. 그 폭탄은.. 분명.. 어째서 저들이 저 폭탄을 가질 수 있었던 건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이었지만.



*콰앙!!!!!!!!!*

의문을 품을 시간은 없었어, 그대로 절망에 빠져버렸지만 폭탄은 그런 거에 아랑곳 없이 미치도록 터지기 바빴어.



구덩이에 웅크린 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그저 가까워지는 죽음에 눈물만 흘릴 뿐이었어.


...그 때 들었던 선생의 말을 곱씹었어, 방심이 곧 위험을 부른다고, 그 말을 믿었더라면, 선생을 믿고 따랐다면 이런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하면서.



내가 그렇게 선생에게 내뱉던 바보 멍청이라는 말은 사실 내 자신을 향했던 욕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 



"흑... 흐아앙... 선생님... 선새앵니임...."


자비 없는 폭탄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어, 그럴 때마다 시야는 거칠게 일그러지고, 귀에서는 삐-하는 이명과, 폭탄 터지는 소리 외에는 거의 들리지 않았어.



그저 선생님을 부르짖었어, 하지만 이런 바보같은 녀석 앞에 나타날 리가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어. 그저, 선생님의 말을 따르지 않은 나쁜 학생이, 그에게 내뱉는 마지막 사과를, 이렇게라도 나타내고 싶었어, 물론 그가 들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삑...... 삑......*

폭탄이, 내 눈 앞에 떨어졌어. 이걸 정통으로 맞게 되다니, 난 어떻게 되는 거야? 죽는 거야? 진짜 죽어 버리는 거야..? 현실을 부정했어, 거짓말 치지 말라고, 난 아직 죽기 싫은데..



울지 마라고 홀로 마음 속으로 단언해도, 눈물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 결국엔 내가 자처한 일인데 이렇게 억울하게 울어 버리면.. 모든 게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삑.... 삑..*


"흐윽.. 으흑... 죽기 싫어.. 죽기 싫단 말이야.... 선생님... 제발... 도와줘......"


그 때 난 게헨나의 스나이퍼도, 자랑스런 선도부 부원도 아니었어. 그저 코 앞으로 다가온 죽음에 겁을 잔뜩 먹은 채로 같은 말만 내뱉을 줄 아는 보잘 것 없는 한 존재에 불과했지.



무서웠어, 폭탄을 앞에 두고 몸을 베베 꼬면서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어. 눈물 조차 이제 말라버린 눈 앞을 손으로 막아서라도 가리고 싶었어. 그만큼 앞을 보기 싫었어, 죽음을 겪기도 싫었어. 


모든 게 후회스럽고, 모든 게 한탄스러웠어.



그냥 그때는, 선생님이 보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어, 늘 부정했다지만 내가 힘들 때 잠시나마 등을 기댈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 싫은 티 못마땅한 티 이리저리 내어도, 그저 바보같이 웃어주고, 막아주고, 도와주던 사람.



하지만 난 그런 선생님의 등을 제 발로 밀어버렸어.



그 혹독한 결과가 이렇게, 내 앞으로 직접 나타나게 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초로 세며,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채 자포자기하고 눈을 질끈 감았지. 


진짜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 따위를 마지막으로 하며.










"흐윽... 흑... 선생님... 흐아아아앙...!!!"







...그런데, 그 때였을까.







더이상 내게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선생님이 




그저 하염없이 부르짖어대기만 했던 선생님이, 내 앞으로 갑작스레 나타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폭탄 위로 몸을 던진 건.







"이오리이!!!!!!!!!!!!!!!!!!!"












*콰앙!!!!!!!!!!!!!!!*

ㅡㅡㅡㅡㅡㅡ

ㅅㅂ 후피집 ㅅㅂ 후피집ㅅㅂ 후피집 ㅅㅂ 후피집ㅅㅂ

짧게 쓰든 길게 쓰든 내가 시발 너만큼은 꼭 기여코 다 쓰고 만다.


안쓰면 얀순이한테 몸 마음 다 바치겠음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