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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ㅡ

..간신히 눈을 떳을 때는 응급의학부 내 병실이었어.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지, 그 지옥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도대체 어떻게? 사실 이미 죽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말이야.



다행히도 잘 살아있다는 걸 실감하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어. 몸 이곳저곳 두껍게도 묶어둔 붕대들의 처참한 모습이, 틈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미약한 통증들이 그 감정을 느끼게 해줬지.



그 때의 일은 기억이 날락말락 잘 떠오르지 않았어. 워낙 충격이 컸던 것 때문인지, 그냥 단기적인 기억 상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별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았어, 다시는 겪고 싶지 않기도 했고.



"으...으윽...."

침대 위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어. 신이 도운 듯 치명상은 기적적으로 피해간 듯해 보였지만, 아직까진 안정이 필요해 보였지. 내가 지금 몇 시간을, 며칠을 여기에 곤히 누워있었는 지 알 수가 없었지만, 하루 빨리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컸었어.



분명히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선생님 역시 나를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을 테니까, 그런 사람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게끔, 라면서.



"이오리..!! 깨어났구나...!!"

병실의 문이 열리니, 보이는 건 히나 부장이었어. 여태껏 진지해 보이기만 했던 얼굴이 처음으로 감정에 복받친 듯 일그러져 있었어.



"부장...!!"

이렇게 살아서 부장의 얼굴을 보게 되다니, 감격에 벅차 눈물이 내 앞을 가리기 시작했지만, 부장 앞에서 울게 되면, 선도부의 이름에 그대로 먹칠을 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 꾹 참고 참았지.



부장은 단숨에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어. 다행이라고, 정말 다행이라고 속삭였지.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함이었을까, 그때만큼은 그 감촉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었어. 



..한참을 그렇게 부둥켜 안고 있던 와중에,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어. 선생님은 어디로 간 거지? 선생님이라면, 분명 선생님이라면, 히나 부장 혼자 보내지 않고, 자기도 같이 왔을 텐데.



...선생에게 사과할 것도 있었고, '위험은 오만과 방심을 먹고 자란다.' 는 말을 믿었더라면.. 이렇게 걱정같은 거 끼칠 염려는 없었을 텐데.



시간을 보니 시침은 거의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어. 오기에 그리 막 촉박한 시간도 아니고, 뭔가 의문이 들었지.



"...근데... 선생님은 어째 같이 안 따라왔대?"

...난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어, 그 이유를 알려고 하지 말았어야 했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 텐데, 왜 굳이 똑같은 실수를 하지 못해서 안달인 걸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그 말을 듣고 점점 어두워지는 부장의 안색이 그 질문에 답을 대신했지, 어느 때보다 길게 내쉬는 숨은 부장의 근심을 나타내기엔 충분해 보였어.



내게 말하기 꺼려하는 걸 보자니 괜히 속이 타기 시작했어. 아직 이유가 뭔지 듣지도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시간을 끄는 히나 부장의 모습은 대강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구나, 하는 생각을 품기에는 마땅했지.



선생님이 다쳐도 얼마나 다쳤겠어, 하는 마음이었기에 그렇게 막 대수롭게 생각은 하지 않았지.



....부장이 말을 아낀 탓에, 억지로 그 기억들을 쥐어짜내기 전까지는 말이야.




"뭐야... 뭔데...? 뭔 일 생긴 거야..? 에이.. 설마..."

마지막으로 본 선생의 모습은.. 분명 그랬어, 부상을 입은 학생들을 후방에 있는 지휘소로 데려가는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것 외에는 그렇다 할 기억이 없었어.



그렇게 조각난 기억들을 하나하나 모아 되짚어 봤어. 


...그래, 그 때 분명 선생님이 없는 틈을 타, 몰래 뒤로 빠져서 홀로 적진에 들어갔었지... 



ㅡㅡㅡㅡㅡ


"...응? 뭐야... 잠깐만... 이오리..? 이오리..!? 뭐야..!? 어디로 간..!?"



"ㄱ.. 그.. 이오리 선배라면... 아까 저 건물을 소탕하겠다고... 홀로 들어가셨습니다..."



"..뭐..라고..? 그.. 그걸 말리지도 않았단.. 말이야..? 이런.. 이런 젠장할...!!!!!"





*탁탁탁탁!!!!!!!*



"..!!! 서.. 선생님..!! 그 쪽은 위험합...."


ㅡㅡㅡㅡㅡ



...그래, 분명 그랬었어... 그리고는 내부로 들어가서.. 적들을 소탕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있었지...



ㅡㅡㅡㅡㅡ


"허억... 헉.. 이오리...!!!"



*탕...타앙..!!! 탕!!! 두두두두두...."


 

"적.. 발견.. 섬멸ㅎ..."



*탕!!!!!*



"저리 꺼져!!!!! 나.. 난 지금....!!!!!!"


ㅡㅡㅡㅡㅡ



으윽.. 그 다음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뭐였더라...


으..으으... 기억해... 나는... 나는... 분명.. 분명히...



ㅡㅡㅡㅡㅡ


"헉.. 허억..!! 이오리..!!! 여기 있어..!!?"



"제발... 도와...줘..."



*탕!!!!!!*



"으윽...!!!"



"""적 발견, 섬멸한다."""



"으...으...!! 너네들하고.. 어울릴 시간 없다고...!!!!"


*툭.... 팅!!!!!....* .......   *쾅!!!!!!!!!!!!*


ㅡㅡㅡㅡㅡ



......!! 잠깐만...


아니야.. 아니야아니야... 설마.....



ㅡㅡㅡㅡㅡ


"이오리..!! 이오리..!!!"


*삑...*


"흐윽... 흐아아아앙....!!!"


*삑..*


"찾았다...!! 여기 있었...!?"


*삑..*


"저건... 저 폭탄은.... 



아니야... 안 돼... 안 돼...!!!"


*...삑...삑..삑.삑.삑삑삑삑*




*탁탁탁탁탁!!!!!!!!*







"이오리이!!!!!!!!!!!!!!!!!!!"


ㅡㅡㅡㅡㅡ



"...!!!!!!!!! ..허억... 후우... 으웁....!!"



...설마... 선생님이...? 그럼... 내가 살아남은 이유도..


아니야... 아니야아니야... 아닐 거야... 분명.. 왜곡된 게 당연하잖아...



분명.. 지원조가 도착해서 구해준 거겠지.. 지원조가.. 온 게 당연하잖아...? 그건 아닐 거야.. 아니라고 해줘.... 




총알 하나라도 맞는 순간 치명상인 몸을 가져놓고선.. 고작 나 하나 구하겠다고.. 폭탄에 몸을 던졌다고...?



아니야.. 아니야...!!! 



날 살리려고...? 나 같은 거 하나 구하겠다고...? 아니야...!! 아니야아니야..!!!! 아니란 말이야아아...!!!!!! 그냥 바빠서 안 온 게 분명해... 분명.. 그래야만 해..!! 

선생님이... 폭탄에.. 몸을 던진다니...... 



불가능한 게... 당연하잖아... 그 폭탄을...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선생님이 맞아 버리면.....



ㅡㅡㅡㅡㅡ


"....선... 선생님...? ㅇ...어...어어어..어째서...?"




"으...으...하...하하... 이...ㅇ리......."




"ㅅ..서...선생...님은... ㄱ..괜찮...ㄷ...다......"




*빨리!!!! 빨리 진입하란 말이야!!! 선생님이 지금...!!!!*




"이오..리의.... 잘못이..... 아니니...ㄲ......"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선생!!!! 선생님!!!!!! 일어나 봐...!!! 왜.. 아니야... 아니야아니야아니야..!!! 눈 떠봐..!!!! 눈 뜨라니까아...!!!!!! ㅇ..여..여기.. 아무나 도와줘..!! 도와달란 말이야!!!!! 선생님이 지금..!! 선생님이..!!!!!!! 정신 차리라고오..!!!!!"


ㅡㅡㅡㅡㅡ


....

"이오리..!! 이오리!!!!! 정신 차려..!! 이오리!!!!"



"... 선생님...!! 선생님..!!!!!"



"잠...잠깐만..!!! 이오리!! 어디 가는 거야!!!! 아직 안정을 취해ㅇ.."



*탁탁탁탁!!!!!!!!*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어..!!! 그런 게 당연하잖아..!!!! 나 하나 때문에... 그런 바보같은 짓을..!! 나 때문에...!! 나때문에나때문에나때문에...!!!!!! 



분명..!! 분명히..!! 부실에 있을 거야..!! 착각인 게 분명해..!! 그 기억은... 분명.. 왜곡이야..!! 왜곡이라고오..!!!!!




*쾅!!!!!!!*

난 언제 아팠냐는 듯 미친듯이 부실로 향해 달려 들었어. 선생이 있을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그 어디에도 선생의 자취는 보이지 않았지.



부원들이 갑작스레 나타난 나를 보고 하나같이 당황에 빠진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런 거에 아랑곳하지 않았어. 지금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생님, 선생님이었으니까.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임에도 난 간단한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어, 인사 대신, 급한 아우성이 그보다 먼저 입 밖으로 튀어나왔지.



"끼야악!!! ㅇ...이..이오리..!?"



"선생님...!! 선생님은 어디....!!!"



"선생..님? ㅅ..선생님이라면... 저기.. 그.. 중환자실에...."



'중환자실' 이라는 말을 절반도 채 듣지도 않고 다시 복도로 뛰쳐나갔어, 그 뒤로 아무런 말도 남기지 못하고 말이야. 눈물이 바닥을 적시고, 벽에 부딪히고, 넘어지고, 붕대가 눈이 띄게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짐에도, 난 멈출 수가 없었어, 그럴 시간 조차 너무나도 아까웠으니까.



*탁탁탁탁탁!!!*



망연자실하고 싶어도 망연자실할 수 없었어,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비명을 지를 수 없었어, 그대로 축 처진 채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어. 



숨 쉴 새 없이 전속력으로 달렸어, 주변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격한 심장 박동 소리와 숨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



선생님, 선생님, 제발 살아줘, 제발, 떠나버리면 가만 안 둘 꺼니까, 부탁이니까, 간절하니까, 너무나도 간절하니까.



"헉...허억..!!"

눈 앞에는 어느새 '중환자실' 이라는 팻말이 붙여진 방이 보였어. 그 옆으로는 환자의 인적사항 같은 것이 적혀 있었지.



환자 명에는 선생님의 이름이 적혀 있었어. 다른 정보는 제대로 확인 조차 하지 않은 채, 황급히 문고리에 손을 뻗었지만.



갑자기 두려웠어. 



만일 선생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떠나버렸다면, 살아있다 하더라도, 나를 보고선 그대로 경멸에 빠진 표정으로 '너가 뭔데 여기를 오냐.' 같은 말을 듣게 돼 버린다면..



..수많은 생각들이 머릴 억지로 파고 들었어. 선생님을 코 앞에 두고 이렇게 허둥지둥하다니, 그러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지만, 혼란 속에 스스로 빠져버린 주제에 뭘 또 할 수가 있겠어.



다 와 놓고서는 문을 열지 말지를 셀 수 없이 번복만 해대다 가슴이 뒤엉켜 결국엔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울고 말았어, 그 어느 때보다도 절망스럽고 처절하게. 



"흐윽...흡.. 흐아아아아앙......흐으아아아아아앙......."



애초에 내가, 선생을 볼 자격이 있기나 한 걸까, 한번의 바보같은 선택으로 그 이의 목숨을 취하려 한 내 자신이 당당하게 선생 면전에 서도 괜찮은 것일까. 



그 이 앞에서, 이렇게 울어도 되는 것일까. 정작 울면 안 되는 사람이 이렇게나 울어 버리는 게 말이나 되는 것일까.



그러나 멈출 수가 없었어.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 몇 분간을 쉬지 않고 울기만 했어. 숨을 쉬지 않는 그 이를 생각하자니, 하얀 면포 아래 차갑게 식어버린 그의 육신을 생각하자니 더더욱.



설령 살아있다 하더라도, 자기 목숨을 뺏을 뻔한 나를 어떻게 대하겠어, 어떻게 좋아하겠어, 분명히 저주할 게 분명했어, 경멸할 게 당연하다 생각했지.



...난 결국, 그에게 쓰레기나 다름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겠지.



"미안해... 미안해... 선생님... 정말 미안해.. 흐윽... 정말... 용서해줘... 용서해줘어... 흐아아앙......"



들리지도 않을 게 분명한 사과를 했지, 돌아오는 것 하나 없는 일방적인 사죄인 걸 느꼈기에, 마음은 더욱 아려오기만 했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문턱 앞에 쓰러진 듯이 누워, 미안하다는 말만 내뱉으며, 초라하게 혼자 울기만을 반복하는 것 뿐이었지.



"선생님... 선생니임....."







...하지만 이오리, 선생님은 있잖아, 애초부터 이오리를 걱정했으면 걱정했지, 이오리가 했던 암울한 망상들 처럼 행동할 생각이 없는 걸.



이오리 뿐만 아니라, 그 어떤 학생들이 내게 피해를 끼치더라도, 설령 그게 곧 죽음이라 할지라도.



*드르르륵*



걱정하지 마렴 이오리, 내가 어떻게 너를 거부할 수 있겠니, 선생이 되어놓고선 어떻게 너를 매정하게 내칠 수가 있겠니.



선생님은, 뭐가 어찌 되었든 이오리를 보듬어줄 거야. 언제, 어디서든 너를 위해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되어주고, 험난한 산중의 유일한 길이 되어줄 것이란다.



"흐..흐윽..... 으...으응...?"



그게 선생으로서 우리 이오리에게 보여야 할 마땅한 모습이지 않겠어?



그러니까 이오리, 너무 자기 자신을 문책하려 하지 마렴.





이오리의 잘못이 아니니까.







"이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