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나한테 숨기는게 있는 것 같지만, 굳이 뭐... 무슨 일 있냐고 캐묻지는 않았다. 최근에 오지랖 넓게 여기저기 설치고 다닌게 후회되기도 하고. 지금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게 웃기지만, 나는 원래 다른 사람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람을 봐도, 그냥.. 뭐 사람이네? 밥 먹고 있네, 그 정도...? 


존나 호들갑 떨면서 어어..! 얼굴이 왜 그렇게 반쪽이 된거야? 하고 소리치고...나는 그런걸 잘 못 하는 사람이다. 갑자기 팔자에도 없던 동생이 생겨서,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한 거지.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가지고, 신경 쓰는 사람을 좀 싫어해. 그래서 밥 먹으러 갈때도 거기 사장이 갑자기 아는척을 하면 다음부터는 그 가게에 안 가거나... 뭐 그렇지.


집에 도착해서는 끼니를 대충 해결하고 평소처럼 컴퓨터를 키고 메이플을 했다. 최근에 쇼 케이스에서 예고한대로 대형 업데이트를 했고, 그 이후로 할게 많아졌거든. 직업 리마스터도 하고, 새로운 전직 스킬도 엄청 많이 생겼고, 보스도 새로 생기고...사냥터도 많이 생겼다.


요즘에는 스트리머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진짜 정 할거 없으면 나도 그런거나 해야겠다. 개꿀일 것 같은데? 맨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데 돈은 엄청 많이 벌잖아.


...후원 받은 돈으로 아이템 강화하고, 큐브 지르는 상상을 하면서 열심히 일일 퀘스트를 깨고 있는데 뒤에서 동생이 내가 게임 하는 것을 말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동생은 내가 게임을 하고 있으면 옆에서 구경하고 그랬거든. 


처음에는 나 혼자 컴퓨터를 쓰고 있으니까, 눈치도 보이고 얘도 혹시 컴퓨터를 하고 싶어서 눈치를 주는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동생한테 몇번 해볼래? 그렇게 말도 하고 메이플이나 스타 같은것도 몇번 시켜봤는데, 재미 없어했다. 


내가 하는 것보다 오빠가 하는 걸 지켜보는게 더 재밌다나 뭐라나..?


근데..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 하니까~ 이제는 그냥 뒤에서 동생이 지켜보건 말건 게임을 하는데... 오늘은 솔직히 좀 신경쓰였다.


어... 어떤 느낌이냐면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선생이 된 것 같은 느낌..? 근데 이제 학생 하나가 존나 사고쳐서 교무실로 쭈삣쭈삣 들어오는데 내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언제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눈치 보는 그런 거 있잖아.


"...왜? 무슨 일인데?"


보다 못해서 게임을 그만두고, 동생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오빠아아..."


내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동생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어...어어..? 야... 너 왜 그래...?"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체 펑펑 눈물을 흘려대니까.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얘가 왜 이럴까? 그런 생각도 들고... 뭐 때문에 왜 이렇게 우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고.


이유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눈물부터 흘리고 보니까...


일단 하던 걸 대충 정리하고 동생 앞에 앉아서 얘가 하는 이야기를 경청할 준비를 했다.


"...있잖아 사실..."


"...어, 그래. 듣고 있다. 울지말고 천천히 말해봐..."


...머뭇...머뭇...거리면서 얘가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놨는데...


"...아..."


진짜, 좆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 예전에 동생이 자기가 심심하다고 야한 동영상을 찍어서 토렌트나 p2p에 올린거 있잖아. 나는 그때 동생한테 동영상 다 삭제하고 말을 해놔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원본 파일을 지워도 이미 복사본들이 많이 퍼져서, 자기도 어떻게 수습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더라... 


존나 이것만 해도 심각한데. 더 최악인건... p2p에 그런걸 올리면 사람들이 포인트를 주고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많이 받으니까. 포인트를 버는 걸로 수입을 얻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런 사람들이 계속 동생의 동영상을 자꾸 p2p에 올려서 포인트를 받았고, 심지어 그게 사이트에서 가장 다운로드수가 많다더라.


그래서 계속 사람들 기억에 잊혀지지 않고 새롭게 사이트에 올라오는거지.


"...막... 학교에 있는 애들이 나를 알아보는 것 같고.....오빠...나 어떻게 해...?"


"...하...시발.. 그런거 올리지 말라니까... 왜 올려서..."


고등학생 두 명이서 수습하기에는 이미 사건의 범위가 너무 커졌다.


"...엄마, 아빠는 아직 모르잖아."


"...응"


근데, 이걸 엄마나 아빠가 알면 진짜... 동생은 끝장이었다. 따귀 한대로는 도저히 안 끝날 것 같은데...


"...야, 오늘 만난 그 돼지...? 걔도 너가 그런 동영상을 찍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으응..."


"...아.....씨...이바알..."


어쩐지 존나 동생이랑 말 한마디도 안 통할 것 같은 찐따 같은게 자꾸 앵기는게... 그거 때문에 그런거였구나...


"그러면, 혹시. 뭐 걔가 돈 같은걸 협박하고 그런건 없었지?"


"...아직은.."


"..."


머리 속으로 최악의 상황이 스쳐 지나갔다. 대가리에 든거라고는 똥밖에 없는 병신 같은 애들이 우리 학교에는 수두룩하게 많으니까. 그 중에 한명은... 시발 야동에서 본 것처럼 크큭... 이 사진이 학교에 퍼지면 너는 어떻게 될까? 


뭐 그런거 있잖아.


"야, 일단 진정하고. 눈물 좀 닦고. 그 다음에...너한테 이상한 일을 시키거나, 뭐 협박 같은거 하면 나한테 말해. 그냥 아주 반병신으로 만들어줄테니까."


"오빠..."


"야, 그 괜찮아. 학교에 애들이 뭐라고 해도 나는 그런거 신경 안 쓰니까. 뭐가 됐건간에 나는 무조건 니 편이니까. ...아..씨... 이런건 부끄러워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우리 학교 그거 거든...? 좀 치니까. 이상한 애들이 엥겨붙으면 무조건 나한테 말하고. ...하... 진짜... 그런걸 왜 올려서... 아니, 그... 니가 잘못했다는건 아니고... 괜찮아... 응 괜찮아... 그래, 뭐 아무 일 없을거야..."


시발 인터넷에 이런게 한, 두개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뭐 솔직히 말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몇년 동안 시간이 지났는데, 그래도 지금처럼 막 어..? p2p 사이트에 존나 올라오고 그럴건 아니잖아. 동생한테 못 할 소리지만 자퇴를 해도 되고... 고3 정도만 되면 보통은 다 각자도생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다른 애들한테 관심을 두고 그러는 일은 없으니까...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나... 너무 무서워..."


"..어...어 그래..."


자연스럽게 동생이 내 품에 안겨들었다. 나는 어린애 달래는 것처럼 두 팔을 벌려서 동생을 꼭 안고, 머리랑 등을 토닥토닥 만져줬다. ...떨리는 이 마음이 진정 될 때까지...


"...오빠는 따뜻해"


...울만큼 울었고, 좀 괜찮아진 것 같은데. 여전히 동생은 내 품에 파고들어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응.."


달짝지근한 과일 향, 애기 분유같은 은은한 살 냄새가 한데 어우려졌다. 동생은 내 품이 따뜻하다고는 했지만, 그건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따뜻하고, 말랑하고...포근해서 잘 때 껴안는 바디 필로우 있잖아. 그거 느낌 좀 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거야?


좀... 마음에 걸리지..? 얘가 무슨 유치원생도 아니고, 이미 다 큰 애잖아. 부모님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시겠어..? 


"...오빠. 오늘은 이렇게 잘까...?"


"어..? 야, 뭐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있어? 아빠가 이거 보면 뭐라고 하겠다"


"오늘 부모님 안 오시는데?"


"...어?"


"엄마가 말 했잖아. 오늘 아빠 사업장에 일이 있어서 안 들어온다고."


"...어...어...? 그래?"


나는 왜 못 들은것 같지..? 반쯤 졸고 있을 때 뭐 말한건가...? 사실,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나기도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까 지금 시간이면 엄마랑, 아빠가 집에 있어야 하는데 없네.


뭐... 그건 대충 넘어가고.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잖아.


"...오빠...! 팔.."


나는 뭐 하겠다 말도 안 했는데, 동생은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팔은 무슨 팔이야...? 뭐 팔 베개라도 해달라는건가..? 


"...에...뭐, 그래 알겠다..."


이게, 시발... 뭐... 얼마나 많이 무서웠겠냐..? 나도 이야기를 듣자마자 좆됐다. 딱, 그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이 시발 사건의 당사자인 동생은 얼마나 많이 힘들었겠어...? 아까 살짝 안아 봤을 때... 무슨 냉동실에 갇혀있었던 사람마냥 오들오들 떨고 있더만.


오늘 뭐, 엄마, 아빠도 없겠다. 


...너무 피곤하게 나는 오빠고 너는 동생이야. 그런식으로 벽치고 이건 하면 안되고, 저것도 하면 안되고. 무작정 밀어내는 것도 얘한테 못할 짓이라는 생각도 들고.


솔직히 지금 개박살났는데, 나쁜 생각 안하고 잠이나 자자고 말하는 동생이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 들기도 하고... 뭐 그래. 


"오늘만이다..?"


그런 느낌으로 동생이랑 나는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게 됐다.






페이커 아자르로 게임 케리하는거 보니까. 미쳐따리 미쳐따;;;;


우리는 지금 대상혁의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