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늘 느끼는거지만 우리 아빠의 소통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다.


예전에 동생이 생겼을때도 밑도 끝도 없이 너한테는 여동생이 있다. 그런식으로 대충 퉁치고 넘겼는데, 이번에도 그럴줄은 몰랐다. 


누나라니... 나한테 누나가 있다고...?


"인사해라. 동생이다."


"......안녕"


누나....?라고 불러도 되겠지...? 누나는 완전 썩어들어가는 표정으로 내 옆에 앉았다. 마음 같아서는 도망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운...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건 솔직히 말해서 나도 마찬가지야. 이런 식으로 가족을 소개시켜주는 사람이 어딨어...? 아빠는 확실히 사람과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게 정상적인 사람과는 달랐다.


"밥은 뭐 먹었냐? 식사는 하고 가지?"


"...밥은 먹고 왔어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금방 가야해요"


"그렇냐? 아쉽네"


...나는 내 옆에 앉은 누나를 힐끗 쳐다봤다. ...누나는 입고 있는 옷 위에 파란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파란색 조끼, 아까 봉사 활동을 하면서 봤던 그 파란색 조끼다. 누나는 한국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걸까..? 나랑 동생이랑은 다르게 머리가 엄청 좋은 것 같다. 엄마를 닮았나...? 


...옆에 앉기만 했는데도 좋은 향기가 났다. 과일향이라고 해야할까...? 은은한 샴푸 향이 좋았다. 동생이랑 나는 키가 큰데, 누나는 키가 작았다. 대충 눈대중으로 봤을때 아무리 크게 잡아도 내 명치까지밖에 안 올 것 같은데. 근데, 머리카락은 길어서 허리까지 내려왔다. 북슬북슬한 머리를 잘 정리해서 포니테일처럼 묶었고, 대학생이라서 그런지 염색을 해서. 색은 옅은 갈색이었다. 엄마가 미인이라서 그런지, 누나도 예뻤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냐면... 고양이 상이라고 해야할까? 살짝 그런 느낌인데. 지금 상황이 상황이라서 그런지 까칠하고 날카로워 보였는데...


"야, 누나 얼굴 좀 그만 뚫어지게 쳐다봐라. 닳겠다."


아.


맞은편에 앉아있던 아빠가 발로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내가 뭘 봤다고..? 그러는건데..?"


....졸라 아프네, 시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정강이를 까놓고서 아빠는 실실 웃고 있었다.


"야, 한국대생이다 한국대생. 지금부터 점수 좀 잘보여야 나중에 떡고물같은거 떨어지지 않겠냐?"


"...저, 동아리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어..? 어어... 그래..? 좀 더 있다가 가지...? 뭐... 동아리 활동 열심히 잘 하고~ 앞으로 동생 좀 잘 챙겨줘. 얘도 앞으로 복지관에서 봉사 활동 열심히 할 것 같으니까~"


앉은지 얼마 됐다고, 누나는 식당을 나갔다. 내가 보기에는 아빠가 너무...천박하게 굴어서 기분 나쁜 것 같은데... 아빠만 저런식으로 말하는거지, 도매급으로 나도 아빠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시 뒤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밥을 먹었는데. 식사 중에는 따로 입을 열지 않았다. ...엄마...? 누나의 엄마는 원래 말이 없었고, 아빠랑 나는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데만 집중했거든.


식사가 다 끝난 뒤에 계산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아빠는 엄마의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서 나온 카드로 계산을 했다. ...눈 앞에서 자기 돈을 털어가는데, 아무 말도 안 하는 걸 보면 이게 한, 두번 있었던 일이 아닌 것 같다.


"아, 맞다. 야...아들 용돈 필요하냐?"


손에 잡히는데로 지갑에 있는 지폐를 꺼내서 내 손에 쥐어줬다. ...아니, 아빠. 자기 돈도 아닌데, 이렇게 막 써도 되는거야...? 살짝 엄마 눈치를 봤는데, 엄마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변호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우리 아빠 같은 사람한테 찍소리도 못할까? 이게 진짜 궁금해. 동생의 엄마도 그렇고... 누나의 엄마도 그렇고 왜 그 정도 되는 여자들이 다 우리 아빠한테 꽉 잡혀 사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팔 떨어진다. 빨리 받아라"


침묵은 긍정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엄마...가 주는 용돈을 받기로 했다. 혹시 생각이 바뀔까봐, 허겁지겁 바지 호주머니에 지폐를 쑤셔 넣었다. 어림잡아서 몇십은 되는 것 같다. 이걸로 메이플 큐브나 사야지 히히...


"집에 갈거냐? 집에 가라"


"...어..? 어어... 아빠는..?"


"나는 볼일 있어서. 너 먼저가라. 엄마한테는 늦는다고 말하고"


식당을 빠져나와서 아빠는 자연스럽게 엄마 차를 타러 갔다. 차에 타기 전에 아빠는 엄마의 엉덩이를 대놓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래... 뭐...저것도 볼일이지. 어쩌면 빠른 시일내에 동생이 한 명 더 태어날 수도 있겠다.


아...뭐... 하고 싶은 말은 엄청 많은데, 개인적인 사정인데, 여기에 대고 내가 이래라, 저래라 말 하는건 좀 웃긴 것 같고. 용돈도 받았잖아. 봐도, 못본척 입 다물고 있어야지.


....용돈 받은걸로 본캐 스펙업이나 좀 해야겠다.


집에서 게임 할 생각을 하니, 좀 기분이 괜찮아졌다.


게임 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왔지만, 좋았던 기분은 다시 가라앉고 말았다.


"...뭐? 왜...? 그러고 있는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동생은 두 팔을 활짝 벌린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십자가에 메달린 예수님처럼 팔을 벌린 여동생을 보니... 뭘 어떻게 해달라는건지도 모르겠네, 당황스러웠다.


"안아줘"


"안아달라고...?"


동생의 복장은... 좀 그랬다.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돌핀 팬츠에 짝- 달라붙는 민소매를 입고 있었는데, 이게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이라면 옷인데. 이걸 입고 오빠한테 안아달라고 말하는 건 좀....


"...빨리, 안아줘. 나 팔 아파"


"...하...알겠다."


비키라고 말하기에는 동생한테 약점을 잡힌게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나도 팔을 벌려서 동생을 꼭 끌어안아줬다. ...얇은 면티 아래에 숨겨진 동생의 크고 말캉한 젖이 내 가슴에 사정없이 비벼졌다. 자연스럽게 다리 사이에 반응이 왔다.


동생이 이상하다, 아빠가 정상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나도 다른 사람보고 뭐라 할 처지가 되질 못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내가 오기전에 샤워라도 한 것인지 동생의 몸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나오고 있었고, 따뜻하고 촉촉한...촉감이 전해져 왔다.


"...오빠"


"어, 왜...?"


"...뭐하고 왔어...?"


"나, 봉사 하고 왔지. 복지관에서"


"...그 다음은..?"


"밥 먹었는데?"


"누구랑?"


"아빠랑"


"...근데 왜 향수 냄새가 나..? 아빠는 그런거 안 뿌리잖아"


"...어...? 어어..."


뒷목에 솜털이 바사삭-하고 솟아오르는 느낌에 내 품에 안겨 있는 동생을 바라보니...어딘가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여전히 동생은 내 품에 안겨 있었지만... 두 팔로 내가 도망칠 수 없게 꽉 끌어안고 있었다.


왜, 레슬링 기술에서 나오는 베어허그처럼. 이대로 내 허리를 꺾어버릴 것 같은....느낌...? 물론 동생이 아무리 힘이 세도,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없겠지..? 막... 저번처럼 자고 있는데, 내 위에 올라타는거 아니야..?


"...아, 그... 오늘 엄마하고 누나랑도 같이 밥을 먹었거든... 그... 향이 베인것 같다."


"...누나...? 오빠한테 누나가 있었어?"


구라 치지 마라.


동생이 딱, 그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데 나도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 


"야, 나도 오늘 나한테 누나가 있다는걸 알았어. 나중에 아빠한테 물어보던가. 진짜야. ...야, 풀어줄래..? 답답하거든 이제"


...굉장히 수상쩍은 표정으로 동생은 팔에서 힘을 뺐다.


"...언니...? ...??"


자기 혼자 중얼중얼거리면서, 방에 들어가는데. 이게 참... 얘한테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솔직히 나도 혼란스러운데, 동생은 또 얼마나 마음이 그렇겠냐...


나 나름대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이게... 아... 뭐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대충 밥이나 먹고 씻고 게임 좀 하다가 자는데... 나한테 누나가 있다는게 동생에게 있어서는 어지간히 충격이었나보다.


아까부터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서 오빠한테...언니가 있었어...? 막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는데, 뭐..사춘기 소녀의 감성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뭐 그런거겠지.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잘 해주지 않을까?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복지관에 출근했다. 보호 관찰 담당자도 만나고 사회복지사한테 가서 업무도 배정 받아서... 어제처럼 일을 하는데, 오늘도 그 한국 대학교에서 봉사 활동을 하러 왔다.


저 사람들이 하는 봉사 활동이랑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봉사활동이랑은 아예 다른 활동이라서, 그냥 그러려니했다.


오늘 내가 하는 일은 그 무슨 화단에 잡초 뽑는거였다. 날씨도 이상할 정도로 더워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개빡세게 일을 하고 있는데, 건물 밖으로 도도도-하는 느낌으로 누가 뛰쳐나왔다.


무슨 바람처럼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가서 뭐고...? 하는 느낌으로 뒤를 딱 돌아봤는데.


아담한 체격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포니테일을 한 누나... 그래. 우리 누나가 심각한 얼굴로 누군가하고 통화를 하고 있었다.


진짜, 두 손으로 공손하게 전화를 받으면서 뭐 이야기 할때마다 머리를 꾸벅꾸벅 숙이길레... 뭔가 했지.


"...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도무지...새로운 신도님을 구할 수가 없어서... 저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어떻게 안 될까요..? 한번만 더 제게 기회를...부탁드려요..."


....아, 근데... 동생한테 손을 댄 내가 할 소리는 아닌데, 원래 나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뭘 하는지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성당이나 교회에 다니고 있겠지. 뭐.


대충 그렇게 생각하고 화단에 있는 잡초... 시발 존나게 많은 잡초를 뽑으면서 열심히 뺑이를 치고 있는데... 누나가 내게 먼저 아는척을 했다.


"...동생...? 너... 동생 맞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