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헬스장의 샤워실.
이제 막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고 있었다.
방학을 즐기기에 열을 올리던 나는 이대로 집에 가, 게임을 하다 잘 생각이었다.
탕! 탕! 탕!
”어…?“
멀찍이서 총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머리는 빠르게 굴러갔다.
이대로 완전히 밖에 나가는 것은 하책.
이렇게 된 이상, 1층 화장실의 넓은 창문으로 도망친다.
그러기 위해서 옷을 챙겨입고, 짐을 잘 붙들어 맨 다음 문을 열면-
로비를 넘어, 유리 문을 통해 보이는 것.
그것은 회색 머리와 늑대 귀, 푸른 머플러와 교복.
[응… 여기, 맞아.]
일본어였지만, 오타쿠인 나는 알아듣고도 남았다.
그 마르이 뜻도, 속에 담긴 진실도.
저 존재는, 자신의 ‘선생’을 찾아 넘어온 것이었다.
”뭐야, 나랑 상관없겠는데?“
내가 블루 아카이브를 하면서 시로코를 열심히 키우고 호감도작에 2차창작 쪽으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접은 지도 3개월이 지난 상황.
올 거라면 이제와서 올 이유도 없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냥 나가자.“
천천히 걸어, 헬스장 벽에 기대어진 내 자전거에 조용히 올라탄다.
그러나 말이 조용히지, 주변이 조용해진 상황에서 근처에서 자전거에 올라타는 사람이 있는대 모를 리가 없었다.
”…와, 시로코 코스프레 개쩐다.“
뭐랄까, 말실수한다고 총부터 갈길 것 같지는 않지만…
무언가, 절제된 광기가 느껴지는 눈빛.
애초에 게임 캐릭터가 현실로 넘어온 것부터가 기괴했기에, 도망치기로 했다.
다리가 터지도록 밟는다.
큰길을 통해 집으로 가면 된다.
[…응, 드디어 같이 라이딩.]
아까의 말을 무시당했다. 한국어를 못 알아듣지는 않는데 일부러 저런다는 느낌.
순식간에 따라잡혔다.
초인의 가속과 천만원짜리 장비빨은 무시할 수 없지, 암.
“…”
시선이 부담스럽다.
온 힘을 다한 질주를 가볍게 따라오며 나를 바라본다니.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장난은 끝이야, 선생님.]
철컥-
총.
게임과 모형으로만 보던 시로코의 총.
끼이이이익-
“으아악!”
급정거, 그리고 비행.
총의 등장에 당황한 나는 급정거했고, 아스팔트 바닥에 구르고 말았다.
[바보야? 난 선생님을 쏘지 않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선생님을 지켜…]
”거, 참 감사한데… 저는 이제 막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학생인데요…“
[하지만 키보토스에서 본 그 사람.]
”키보토스가 뭔… 아, 안 할게.“
안 쏜다면서 총을 과시하는 건 당최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선생님이 무언가 기계적으로 변한 지 3개월. 우리는 선생님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어. 그리고, 우리를 게임을 통해서 관찰하는 이 세상을 알아내고, 데리러 온 거야.]
“무섭네, 기술이란. 그래서 날 키보토스로 데려가려고?”
[…라는 게 표면적 목적, 그렇지만 난 돌아가지 않아.]
“뭐!?”
[응, 내 목적. 선생님이 사라지기 전부터 같아. 선생님을 독차지하고 영원하 사랑하는 것.”]
“그런 거, 인정할 수-“
[쉿.]
시로코는 내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내 손을 잡고 일으켜, 내 뒤에 섰다.
”…뭐하니?“
[안내해줘. 선생님의 집.]
”일단 선생이랑 불리지만 난 고등학생이란다? 그것도 기숙사 생활을 하는 몸.“
[응, 성화외국어고 영어일본어과 2학년.]
이젠 신기할 지경이다.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그리고 나, 백사랑. 일본 이름은 스나오오카미 시로코. 키보토스의 언어는 이곳의 일본어니까. 유학생. 거기에 난 원래 2학년.]
[그리고 그와 별개로 선생님과 가장 가까이서 지낼 거니까 안내해.]
”시로코야, 제발…“
어쩔 수 없이 발을 옮기던 그때, 시로코가 조용히 총을 들어올리며 내 앞으로 나섰다.
그에 답하듯, 골목 뒤에서 인영이 나타났다.
”쿠로ㅋ… 시로코.“
“쿠로코, 아냐.”
한국어인가.
공부를 더 해왔네.
[선생님은 내 거, 안 내어줘.]
”그거, 민폐.“[하아… 민폐끼치지 말고, 이쪽으로 와. 선생님의 거주지 근처에 너와 나의 신분이 준비되어있으니까.]
”어어? 잠깐만, 그 소리는-“
[응, 선생님의 동네 이웃. 이곳에서의 생활은 도와줘야 해.]
쿠로코의 말이 끝나자, 시로코가 쿠로코에게로 걸어갔다.
[…연락할게, 학교에서 봐,]
뭐랄까, 심각하게 어지러운 상황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늦잠의 상쾌함에 눈을 뜨면…
“…해, 잘 부탁해.”
“우리 동네에 또 이런 학생이-“
마당 쪽이 소란스러웠다.
가보니, 부모님이 마당에서 누군가를 마주하고 계셨는데…
”어라.”
“아들! 여기 너희 학교 전학생이래!”
이것들이, 주변 공략이라도 시도하는 건가?
그렇다면, 나 이렇게 당당히 외치겠다.
뭐야, 무서워. 오지 마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