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0KNvkAuZHbw&ab_channel=%EC%9B%85%ED%82%A4


누나랑 동생이랑 만난 순간 나는 그 둘 사이에 끼어서 얼어붙고 말았다.


집에서 동생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몇번 누나에 관해서 이야기가 나올때가 있었는데...그때마다 누나..그러니까, 동생 입장에서는 언니가 되겠지? 언니는 어떤 사람이야..? 뭐하는 사람인지. 흥미를 가졌다. 그래서 언젠가 동생도 누나를 만나는 순간이 오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번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둘이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은 진짜 못했다.


"...으음... 언니가 유선이 오빠의 누나에요..? 이름이 뭔데?"


"..어..? 어어... 이름...? 내 이름은 진아야. 이진아"


"이진아... 예쁘네요?"


"...응..고..마워?"


누나는 동생을 보자마자 굉장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슥-하고 나를 바라보는 누나의 시선을 나는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이렇게 될 줄 나는 알았냐고.


날씨가 많이 따뜻해서 그런지, 동생은 옷이 얇았다. 그 왜...여자들 조깅할 때 레깅스에 얇은 민소매티에 여름용 가디건을 입었는데, 솔직히 말해서...그 나이 또래의 애들이 입는 옷이라면 옷이겠지만. 문제는 그걸 동생이 입고 있는게 문제였지.


솔직히 동생이 아니라 다른 여자였으면


와, 저 여자 몸매 진짜 개 좆되네.


속으로 생각하면서 한번쯤 뒤돌아봤다.


이게 어딜 봐서 고등학생이냐고.


"너는 학교는 안 가는거야?"


"...학교..? 안갔는데요?"


"학교는 왜 안가..? 학생이면 지금 학교에 있어야하는거 아니니?"


"오빠도, 학교에 안 갔잖아. 근데 왜 나보고 뭐라 하는거야"


"...야, 그... 너랑 내가 같냐..? 저기, 누나 빨리 가봐야 하는거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누나가 내 손을 잡고 나를 데리고 어디로 데려가는데, 동생도 그림자처럼 우리를 졸졸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오빠한테 들었는데, 포크 댄스..? 그거 하러 간다고 들었어요. 거기에 저도 가고 싶어요"


"...그건 좀 곤란한데?"


"왜?"


"....."


동생의 말투는 평소와는 좀 달랐다. 시비를 거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좀 싸가지 없이 틱틱..거리는거 있잖아. 지금까지 동생이랑 같이 살면서 한번도 얘가 나한테 이렇게 말을 건 적은 없어서 좀...당황스러웠다.


"교육을 받으러 가는데, 복장이 그게 뭐야...? 그렇게 입고가서 뭘 배운다는건데?"


"내가 뭘 입든 언니가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내가 언제 춤춘다고 했나? 그냥 옆에서 오빠가 뭘 하는지 구경만 할 건데..?"


"너, 말이 좀 짧다?"


"...몇살 차이도 안 나면서"


"야!"


이게 참다참다 안 되니까, 누나가 소리를 빽!하고 질렀다. 평생 다른 사람한테 화 한번 못낼 것 같이 생긴 누나가 화를 내니까, 아... 시발 미칠 것 같다. 동생도 평소 답지 않게 사람 신경을 박박 긁고 있었고...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일단 이걸 중재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서, 누나를 동생이랑 떨어트려놨다.


"둘이 싸우지말고, 일단... 너 저기 앉아서 좀 반성하고 있어라. 아무리 그래도 누나한테 그게 무슨 말 버릇이야...?"


"...어차피 친 언니도 아니잖아"


"얘가 평소에는 안 이런데... 일단 누나도 저기서 화 좀 식히고."


"...오빠는 왜, 내 편을 안 들고. 언니 편을 들어?"


"니가 잘못했잖아. 너, 연장자한테 그렇게 말하는거 아니야. 우리 지킬건 지켜야지"


여기서 좀만 건드리면 폭발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동생을 노려보고 있는 누나를 데리고 으슥한 공원 벤치에 앉아서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원래, 다른 사람한테 저렇게 함부로 말 걸고. 틱틱거리고, 짜증내고. 그러는 애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나한테는 왜 이런식으로 말하는거야?"


늘 조용하던 애가...무슨 피에 굶주린 투견처럼 누나한테 달려드니까...좀 당황스럽기는 했는데.


...설마...질투...는 아니겠지..?


어쩌면, 동생은 내가 자기한테 손을 댄 것처럼...누나도 건드리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까지 누나를 만나면서 나는 한번도 누나를 이성의 대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내가...만만해 보여서 저렇게 말 하는걸까..? 유선아...유선이가 생각하기에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누나는 그냥 자기가 키가 작고 여리여리하게 생겼으니까, 동생이 얕잡아보는건 아닐까? 사실...보통 사람 같으면 그렇게 생각하는게 맞긴 해. 뭐...동생이 나를 좋아해서 누나를 견제하는거다. 그렇게 생각하는것보다 이게 정상적인 생각에 가깝기는 하지.


"...누나가 만만해서?"


그렇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나는 동생이 누나를 질투...해서 까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생각보다는 누나처럼 동생이 누나를 만만하게 보고 있다. 


사실, ...내 생각은 다르지만... 누나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솔직히 동생이 누나를 만난게 이번이 처음인데, 잘 모르는 사람을 무턱대고 의심하고 멀리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마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동생의 머리 속을 내가 들여다 볼수도 없는 노릇이고...


"유선이도 내가 만만해 보여?"


"...아니, 그건 아닌데"


사실, 동생이나 나는 또래 애들과 비교해서 키도 크고... 신체적인 발육도 좋은 편인데. 누나는 그렇지 못한 편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동생이 누나같고, 누나는 동생이라고 생각 할 것 같으니까. 


"...누나"


나는 몸을 숙여 벤치에 앉아있는 누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지금처럼 심각한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게 맞는걸까? 


내가 생각해도 못 됐다고 생각하는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누나가 좀...귀엽게 느껴졌다.


자기 혼자 화를 못 이겨서 씩씩거리면서 내게 투정을 부리고 있는 모습이 어린애같다고 해야할까..? 만약에 이런 동생이 있었으면 지금처럼 담배도 안 피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모범이 될 수 있는 좋은 오빠가 될텐데.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누나는...연장자로서의 모습 보다는 아껴주고 싶고, 돌봐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었다.


"...나는 지금까지 누나를 보면서, 한번도 누나를 만만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어. 그리고 유정이는...아마, 사춘기라서 그런걸거야. 걔도 얼마나 당황스럽겠어. 자기 위에 오빠 말고 누나가 한 명 더 있다는게... 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1년도 안 지났는데... 누나가 또 있었다? 사실, 우리 집안이 그렇게 자랑스러운...집안도 아니고. 그런 사실을 알게 된 것 만큼 아빠나 엄마에 대해서도 엄청...화가 많이 났을거야. 그래서 누나한테 화풀이를 하는 거고. 지금은 이렇게 유정이가 까칠한 모습을 보이지만, 누나가 누나다운 모습을 유정이에게 보여주면, 언젠가는 유정이도 누나를 진심으로 따르고, 자기 잘못을 반성하지 않을까?"


"...유선이는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지"


손등으로 눈을 비비던 누나가 기운을 차린 듯, 내게 미소를 보여줬다. ...손으로 와아-하고 누나의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은 충동을 억누르면서, 최대한 표정 관리를 했다.


왠만한 남자들은 누나가 웃는 모습을 보면, 바보처럼 웃지 않을까?


이런 여자친구가 곁에 있었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수 있는데...이 사람이 우리 누나라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조금...늦었지만, 우리 그럼 춤...배우러 갈까?"


벤치에서 일어난 누나가 나를 데리고 움직였다. 나는 천천히 누나의 뒤를 따라 걸으며, 저 멀리 나무 뒤에 숨어있는 동생을 한번 쳐다봤다. 


...뚫어지게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동생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나는 동생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누나가 알아차리지 못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 근데 대학생은 뭘 배워?"


"아...대학생은...학과마다 다른데, 일단...학과에 상관없이 모든 대학교가 해당되는 부분부터 먼저 설명을 하자면. 음... 모든 대학생들이 자기 시간표를 마음대로 짤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시간표를 짤 때 가장 중요한게 생각해야 되는 부분이 바로 전공 과목이랑 교양 과목이야. 전공 과목은..."


누나와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약속 장소로 걸어갔다.


복지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연습실..? 그런게 하나 있었고, 거기에는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었다.


뭐, 포크 댄스 무료 교육회. 그런거 있잖아. 주위를 둘러보니까. 어제 나랑 같이 성경 공부를 했던 사람들도 몇명 있긴 했는데. 솔직히 얼굴만 한번 봤지, 그 사람들이 뭘 하는 사람인지는 관심없고. 


이 곳에서 내가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누나가 유일했다. 


"...안녕하세요. 포크 댄스 배우러 왔는데요?"


누나가 교육 관계자 사람과 이야기를 잠깐 나눈 뒤, 내게 오라고 손짓을 건넸다.


"조금 있으면 강사님이 오신다고 하시니까... 우리 저기 무대에 가서 준비를 좀 하자"


나는 댄스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누나가 시키는데로 움직였다.


"자세한건 강사님이 가르쳐주시겠지만, 그 전에 내가 사전에 설명을 좀 하면 포크 댄스는 두명이서 추는 춤이야. 일단...손부터 잡아보자"


"...손?"


"손을 잡아야 춤을 출 수 있지!"


누나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내 눈 앞에 있는 조그마한 손을 바라봤다. 누나는 손이 작아서 내 손의 절반 조금 넘는 크기 밖에 안 됐다. 


...조심스럽게 누나의 손을 잡았다.


"...앗!"


"왜 그래?"


"아니... 전기가 통해서.."


아무 이유도 없이 두근거리고, 얼굴에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어제...덥다고 창문을 열어놓고 자서 그런지 감기에 걸린 건 아닐까..? 재채기가 나올 것처럼 간질간질거리는 기분을 느끼며, 다시 누나의 손을 잡았다.


내 손에 잡힌 누나의 손은 작고,부드럽고,가늘어서 조금만 힘을줘도 톡-하고 부러질 것 같이 연약했다.


혹시나 이 쪽에서 힘을 줘서 누나를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 힘 조절은 자신 없는데. ...나 때문에 누나가 울면 죄책감이 들어서 제대로 잠도 못 잘 것 같다.


"...앗! 유선아..! 강사님 오셧다!! 우리 오늘 열심히 해보자! 알겠지?"


누나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명랑한 목소리와 함께 밝은 미소를 보여줬다.


압도적인 다크 호스의 등장...!!!!


누나가 달리기 시작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