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한 번 멸망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일까...


평범한 C급 모험가인 '내'가 10년 전으로 회귀했다.


난 곧바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할 일을 적기 시작했다.


'서울역 지하 게이트에서 '당신의 헌신 검' 챙기기'


'대격변 후 다음 년도 마지막 크리스마스 이브 날 변장귀의 산타 처지하기'


'사이판 해변의 '빛을 머금은 달' 히든피스 수집하기'


'윤서아의 죽음 막기'


등등


하루 종일 무엇을 해야할지 전부 적어놨다.


그렇게 어느덧 하루밤이 꼬박 지나고...


이른 아침, 세상이 내가 알던 모습으로 아비규환이 됐다.


난 미래를 알기에 그나마 멀쩡한 구역의 위치를 정부와 사람들에게 알렸고


지난 인생보다는 조금 더 살아있는 것... 같았다.


피를 흘리고, 울고, 절망하는 사람들을 보며 영혼에 새겼다.


내가 반드시 이 지옥도를 끝내겠다고


시간은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갔다.


#


그리고 지금의 나


"씨발 이게 뭐야... 나로는... 나로는 안 되잖아!"


난 뭘해도 이 참극을 끝낼 수 없었다.


대격변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필연적으로 천마룡이 나와 세상을 멸망시킨다.


나는 잘 키웠고, 노력하고, 다듬었으나 끝끝내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또 다시 회귀했다.


한 번 인줄 알았던 회귀가 끝이 아니었다.


어째서인가 이 세상은 내가 천마룡을 잡기를 반드시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금 반복됐다.


나름의 깨달음을 얻어 벽을 부셔 등급이 올라도


내가 먹을 수 있는 모든 히든피스와 기믹을 다 모아도


중요한 S급 랭크의 헌터와 인재들을 최대한 키워도 말이다.


난 의지가 꺾여 다음생의 10년을 병신짓을 하며 살았다.


은행도 털어보고, 대출을 끝까지 당겨 섹스만 하며 지냈다.


어느샌가 미래를 알고 투자한 돈들마저 다 써서 두손에 담배와 술만 들려있을 때...


그때 떠올랐다.


모든 건 내가 문제였다.


만약 내가 먹었던 세계수의 눈물을 윤서아에게 줬다면?


만약 엘릭서를 우리 어머니가 아니라 성녀에게 사용했다면?


만약 내가 쓰던 모든 장비를 알맞는 헌터에게 배분했다면..?


그럼...


그럼..?


난 미친듯이 웃었다.


다시금 한줄기 희망이 도래했다.


내가 압도적인 벽을 보고 꺾여버린 의지가 다시금 되살아났다.


#


이번 생은 다를 것이다!


육체는 술과 담배를 깨끗히 잊고, 오로지 피폐한 것은 약간의 정신력 뿐!


다시금 돌아왔다!


마지막에 천마룡이 내 눈을 보고 몇 초 얼어붙은 게 이상하긴 하다만... 


착각이겠지


아무튼 상관없다, 이번 생에 죽이면 되니까


난 다시 머리속에 꾹꾹 담은 지식을 토해내듯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최강의 파티는 이러했다.


검사 하나


방패병 하나


성녀 하나


마법사 하나


단순히 보일지 몰라도, 가장 간단하고, 가장 강력하며 미래의 기억을 가진 내가 짜기에 가장 마찰없는 조합이다.


검사인 윤서아


앞뒤 볼 것 없이 더러운 가정사를 과감히 도려내고,


파티의 메인딜을 담당하는 만큼 모든 템을 몰아준다.


방패병이 될 다소 양아치 기질이 있는 박현수 


파티원의 유일한 남자이므로 이성관계를 주의하며, 최대한 방패병을 위한 템을 나눠준다.


성녀가 될 다이나는 잘 사는 부잣집이다.


그렇기에 너무 잘 살아서, 게이트도 몇 번 안 들어가고, 결정적으로 성장이 더뎠다.


팔 다리 잘린 헌터들을 전부 힐하는데 급급해 지쳐 마력소진이 왔던 모습을 기억한다.


이번생은 다이나 가문의 비리를 폭로해 거지로 만들어서 밑바닥부터 키워주겠어


마지막으로 마법사인 라비엘


저번 생은 악마와 계약을 해서 강해졌으나,


결국 끝끝내 천마룡이 등장 할때 악마에게 세뇌당해 인류를 무참히 죽였지


이번생은 반드시 악마와의 계약을 막고, 고대 룬어로 가득 지식을 채워줄게


마지막으로


이들을 한 번에 통솔할 수 있는 조직인


빛의 여신교를 창설한다.


#


"안녕"


"넌 뭐야?"


대격변의 날, 학교에서 가위를 들고 힘겹게 괴물을 찌르던 네 모습을 기억한다.


"아까 네가 날 구해줬거든... 이거 고마워서... 받아"


내가 건네준 건 몬스터의 마력핵이다.


그냥 먹으면 사방팔방 날뛰다가 죽어버리지만...


마력을 깨우친 헌터가 조금 손을 봐주면


이렇게 빛을 내며 성장에 도움을 준다.


"뭔진 몰라도 먹으니까 네 말대로 한결 편해지네"


"그렇다니 다행인데?"


#


"후, 누나 봤지? 내가 살려줬으니까 나랑 하룻밤-"


"박현수"


"엥 뭐야 꼬맹아, 넌 뭔데-"


"아니, 그보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아?"


아니나 다들까 여자를 꼬시고 다니는 박현수


난 네 고통을 알고, 그 행동의 까닭을 알지


"3년 전 이별한 너의 어머님"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찾게 도와줄게"


"그러니까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나와 협력하자"


#


'sunlight nursery'


햇빛 보육원


내가 뼛속까지 씹어먹은 회사의 외동딸


성녀 다이나를 키운다.


"누나 많이 힘드시죠?"


"저랑 같이 일 하나 하실래요?"


물론 난 영어를 못 해서 옆에 통역사가 대신 말해준다.


#


"라비엘..."


"악마랑 계약하려고?"


"왜? 악마가 네 남동생을 살려준다고 해서?"


"그래 물론 살려는 주겠지? 좀비나 구울같은 걸로"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칙칙한 악마말고 나랑 계약하는 거 어때?"


"뭐? 내가 악마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고?"


'그럴리가 있나'


#


그렇게 난 4명을 전부 포섭했고


각자 길드를 만들어서 휘하에도 전력을 육성하라고 했다.


아무리 강한 4명을 육성해도 전세게를 커버 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흘러 각자 만든 길드는 세게에서 가장 강한 4대 길드가 되었다.


역시 보상을 밀어줘서 그런가, 지난 회차보다 훨씬 강력해져있었다.


어중간한 50렙 10명보단 100렙 고인물이 더 좋겠지


"그럼 오늘도 회의를 해볼까"


지하 깊숙히 생긴 던전을 개조해서, 빛의 여신교의 아지트로 만들었다.


물론 비용은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전부 다 아는 내가, 대기업 몇 개는 우습게 인수 할 수준의 돈 사용해 완성했다.


"오늘 회의를 시작해볼까"


"우리 쪽은 이상없어"


"이쪽도 마찬가지야!"


"물론 이쪽도요"


"늘 사소한 문제야 있지만, 이렇다 할 커다란 문제가 없긴 해.."


"역시 다들 잘 해내주고 계시네요"


"그럼 오늘 회의 주제인 천룡 집단에 대해 설명해볼까요"


그렇게 회의는 3시간 정도 진행됐고...


회의가 끝나고 잠깐의 침묵을 깬 사람은 서아 누나였다.


"참 늘 신기하단 말이지, 이런 지식은 도대체 어떻게..."


"너무 헷갈려도 걱정 마세요, 제가 비슷한 몬스터도 준비해드리고, 이론도 몇 번 더 설명해드릴게요"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거기까지 해, 서아"


성녀 다니아가 입을 열였다.


"그래, 의심하지말고 받아들여, 지금껏 봐온 수많은 기적이 그렇잖아"


라비엘도 거들었다.


"그나저나 형은 연애사업 잘 되가세요?"


"나야 뭐... 한결같지"


볼을 붉히면서 좋아하는 걸 보니


확실히 갱생한 듯 싶다.


이 여자 저 여자 후리던 망나니 시절은, 과거로 넘기면 되는 것이다.


내가 저지른 수많은 죄악들처럼...


"난 이 시간이 제일 좋아"


"나도"


"3시간의 회의끝에 잠깐 나누는 사담이 왜 이렇게 즐거운지..."


"다들 모였으니까 제가 좋은 소식 하나 전할게요"


"뭔데?"


"저 이번에 결혼해-"


사락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바람처럼 살짝 베인 그것은


내가 선물해준 서아 누나의, 오직 서아 누나만을 위한 적귀검이었다.


'어?'


원래 그랬던 것 처럼, 볼에 피가 주르륵 흐르니 뭐라 말할 바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분위기가 짓눌려짐을 느꼈다.


이건 중력조작의 스킬을 가진 라비엘의 주문이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순간 느껴진 살기에, 회의고 뭐고 스크롤을 써서 탈출을 감행했다.


그리고 채 내가 이동하기도 전에


"가긴 어딜가?"


빛나는 황금빛 사슬이 내 온 몸을 속박했다.


'뭐야 무섭게... 다들 왜... 그래?'


마지막으로 본 건 나 만큼이나 안절부절하는 현수형의 얼굴이었다.
















다음편에 얀데레 씨게 넣어서 써보겠음


오늘은 계속 생각만 했던 주제를 구상만 해봤음


얀 요소가 지금은 좀 적고, 내가 만든 씹덕 설정만 가득할 수 있음


그래도 끝까지 봐줘서 고맙다!




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