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연인과 길을 걸으며 함께 먹는 겨울 간식들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따뜻한 집안에서 보내는 가족들과의 시간이 떠오를 수도 있으며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꽃들이 생각 날 수도 있다.



겨울은 그런 계절이다.



끝나가는 한 해가 아쉬우면서도, 더 나은 내년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는 계절



하지만



겨울 간식 대신 떨어진 음식들로 굶주린 배를 채우고



추운 날씨를 혼자 외롭게 버티며



눈꽃들이 피부에 닿을 떄마다 피부가 찣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소녀에게 만큼은



겨울이란 무엇보다도 끔찍한 단어일 것이다.






소녀가 처음부터 혼자였던 것은 아니다.



남들에게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나 가족만은 아끼는 조폭 아버지



집에 오면 늘 집안을 지키고 있던 어머니



자신의 어리광을 잘 받아주는 삼촌들까지



소녀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의 조직이 동료 조직으로 부터 배신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돈 때문에 소녀의 가족들은 목숨을 잃었다.



자신과 어머니를 대피시키다 총에 맞으신 아버지



상대 조직원들에게 당해 하나 둘 쓰러지는 삼촌들



자신을 옷장에 숨기고 목숨을 잃는 어머니를 보며 소녀가 할 수 있던 건 



그저 들키지 않기 위하여 숨을 참고 눈물을 흘리는 것 뿐이였다.



소녀를 못 본것일까?, 아니면 소녀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고 싶었던 것일까?



잘 모르겠지만 결국 소녀는 살아남았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만 바꿀 힘은 없는



비참하고 의미없는 인생



그런 비참한 인생을 소녀는 살았다.



소녀에서 숙녀가 될 때까지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에서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까지



소녀는 살아갔다.






소녀의 처지를 하늘이 가엾이 여긴 것일까?



소녀에게 찾아왔다.



"저.....괜찮으세요?"



소녀의 인생을 바꿔 줄



"이런데서 주무시면 입 돌아가요...."



한 남자가



"말을 하지 못하시나요?"



"꺼져"



"네?"



"꺼지라고 그 쪽은 말을 들을 줄 모르나봐?"



익숙했다 저런 남자들은 자신의 처지와 외모만 보고 다가오는 역겨운 녀석들



"저..저는 그냥 걱정되서"



"너 같은 놈 한 두번 본 줄 알아? 내 몸 원하는거 아니까 꺼지라고"



친절한 척 하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연 티를 내면 돌변할게 눈에 선하다.




"아니다 한번 대줄까? 응? 그럼 갈꺼야?"



"그런거 아니에요!"



"아니면 갈길 가 됐지?"



"그....그..."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숙이고 달려가는 남자



더 이상 저 남자와 입씨름할 힘조차 없다.



멀어지는 남자의 등을 보며 감겨오는 눈꺼풀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잠에 들고 말았다.











"으으윽..."



얼마나 잔 걸까?



바닥에 깔아놓은 신문지가 바람에 퍼덕이는 소리에 일어나 주변을 살핀다.



골목에서 살면서 생긴 일종의 버릇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안심하던 찰나



부시럭



손에 잡히는 비닐의 감촉



이질적인 느낌에 내려다 보니 보이는 건



편의점에서 사온 빵과 흰 우유 그리고 위에 위태롭게 붙혀져 바람에 날아가려 하는 메모지였다.



뭐지?



길거리 생활을 하며 처음 보는 모습에 편지지를 읽어보니




-귀찮게 했다면 죄송해요 걱정되서 그랬어요-

               ps. 빵은 그냥 드세요! 선물이에요



아까전 남자가 쓴 모양이다.



내가 저 빵과 우유를 먹을거라 생각한 건가?



저기에 무엇이 들어있을 줄 알고 



내가 저런 음식에 넘어갈 꺼라 생각한건가?



물론 부드러운 빵과 시원한 우유가 먹음직스럽긴 하지만....!



내가 하루종일 쫄쫄 굶었긴 하지만....!



난 저런 음식에 넘어갈 만큼 나약하지 않다고!





.........





"한 입...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한 입. 딱 한 입만 먹고 버리는 거야......!"



부시럭 소리를 내는 비닐을 뜯어 꺼낸 빵을 조심스레 한 입 깨물자



부드럽게 씹히는 빵 뒤로 느껴지는 단 맛.....



이거 생크림 빵이였어?



이건 반칙이야



여기에 옆에 있는 우유를 곁들인다면....?



"꿀꺽"



나도 모르게 생긴 침을 삼키고 우유곽을 뜯어 마시자 



빵이 수분을 흡수해 건조한 입을 순식간에 촉촉하게 만드는 우유의 맛



이걸 어떻게 참아.....



한 입만 더?



"맛있다..."



따악 한입만 더..?



"너무 맛있어..."



진짜 마지막으로 한입....!



결국 나는 빵과 우유를 모조리 3년간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먹어치웠다. 



저기 누군가가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