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할 이야기가 있으니. 여기로..."


"...어...? 저기, 유선아. 잠시만... 나 이야기 좀 하고 올게...?"


...굉장히 사무적인 태도로 요한이형이 누나를 불러서 으슥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나는 그냥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는데... 뭔가...느낌이 이상했다.


왜, 그런거 있잖아. 얘가 내 여자친구인데, 자꾸 다른 남자랑 이야기하고 시시덕거리니까, 기분이 나쁜게 아니라. 어떻게 뭐라고 표현은 내가 잘 못하겠는데.


그... 군대 예능 같은걸 보면, 항상 선임이 일 못하는 후임을 끌고 쪼인트 까는 느낌..? 


다른건 모르겠는데, 이런건 내가 귀신같이 눈치 채거든. 이 사람이 쪼인트를 까일 것 같다. 뭐 그런거 있잖아. 예전 같았으면 누나가 뭐 실수라도 저질렀나? 좀... 불쌍하게 생각하고 넘어갔겠지만, 내 몸은 자연스럽게 요한이형과 누나의 뒤를 밟았다.


내가 지금까지 복지관에서 일을 하고, 또 요한이 형이나 누나랑 같이 어울리면서 느낀 사실인데. 


한번도... 진짜, 한번도 애인으로써 할 법한 행동을 본 적이 없었다. 보통 뭐 연인끼리 카페 같은데 가면 맛있는것도 먹여주고, 챙겨주고, 돌봐주고 그러는데. 요한이 형은 한번도 누나한테 그런 적이 없었거든.


지금까지는 그냥...아. 이게 똥통 고등학교에 다니는 나랑 우리 나라 최고의 명문대에 다니는 요한이 형이랑은 연애를 하는 것부터 다르겠지. 뭐, 좀 배웠다고 사람들 앞에서는 물고 빨고, 그러지는 않나보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하잖아. 누나 같이 귀여운 여자애가 자기 여자친구인데, 지금까지 손 한번 잡는걸 본적이 없었다. 무슨 60먹은 할아버지도 아니고, 당신도 나랑 비슷할거 아니냐?


...그리고 좀...불쾌한 생각도 들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저 두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나는 동생을 으슥한 곳에 끌고 가서...말로 설명하기 그런 여러가지 일을 저질렀는데, 혹시...설마..? 


입에서 쓴 맛이 감돌았다. 누나는 좋은 사람인데, 요한이 형... 아니 그 새끼가 그런 식으로 누나를 취급하면... 거짓말 안 하고 그때는 소년원에 가는 한이 있더라고, 반병신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살금살금 그 두 사람의 뒤를 밟았다.


복지관 뒷뜰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벽에 바짝 붙어서 최대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이번에 할당량 못 체운거 알고 있죠?"


"어떻게, 시간을 주면..."


"그 소리만 지금 내가 몇 주째 듣고 있는데, 언제까지 내가 참고 버텨야 하는거죠? 이번 달 안에 성과가 없으면 지파장님에게 말해서 당신 이름을 명단에서 제명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건...안 돼..."


....??? ...??


고개를 빼꼼 내밀면 그 두 사람이 눈치를 챌 것 같아서, 요한이형..이랑 누나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좀...평범한 애인 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 진짜...전형적인 갑과 을의 관계라고 해야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에게 할 법한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좀 더 잘 듣고 싶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데...


-찍...


"...헉..!"


쥐 새끼 한 마리가 내 신발 위에 올라왔다. 구라 안치고, 진짜... 우리 집이 씹창이지만, 쥐 새끼는 본적이 없어서. 헉..! 소리부터 나오더라.


"...누가 있나..?"


무릎을 때리면 조건 반사적으로 발이 올라가는 것처럼, 쥐를 보니까. 자연스럽게 비명이 터졌고, 인기척이 들리니...요한이 형이 이쪽으로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다. 일단 여기서 들키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빠르게 그곳을 빠져나왔다. 


진짜...들킬까봐 허겁지겁 집까지 달려가는 동안 머리 속에서는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다. 지파장...? 명단...? 요한이형이랑 누나의 관계는 대체 뭘까?


집에 도착하고 보니,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분명 어제도 허겁지겁 집까지 뛰어 온 것 같은데. 


"오빠 왔어? 오늘은 좀 일찍 왔네?"


동생이 나를 반겨줬다. 


"야, 미안한데. 좀 비켜줄래..? 일단 좀 씻고 싶거든?"


"확실히...땀 냄새가 많이 나네. 오빠의 그런것도 나는 좋지만... 오빠가 찝찝하다고 생각하면, 이 정도는 양보해줄 수 있어"


집에 들어오면 사람이 안식을 얻어야 하는데, 오히려 피곤해지는 느낌이야.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욕실을 나오니. 동생이 식탁에 밥을 차리고 있었다.


"밥 먹자, 오빠가 좋아하는 걸로 차려놨어"


저런건 대체 언제 샀는지, 동생은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국자가 들려 있었고...식탁에는 계란말이랑 옛날 소세지...미역국이 반찬으로 올라와 있었다. ...엄마, 아빠가 없는 동안에는 보통 우리가 밥을 만들어서 먹다 보니까, 어느새 동생은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배도 고프기도 하고, 어차피 안 먹는다고 버팅기면 동생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최근 들어서 동생과의 관계는 항상 이런 식이다. 적당히 동생이 하고 싶은걸 하게 내버려두면 더 이상 무리한 짓은 하지 않았다. 그냥...밤에 몇번 푹푹- 박아주고, 밥 같은거 차려주면 먹고, 가끔 게임 할 때 허벅지 위에 올라가게 내버려 둔다거나, 아니면 내 품에 파고들어서 밀린 예능을 본다던지. 그런것만 해주면 얘는 더 이상 나한테 어떤...피해를 주지도 않았으니까.


처음 만났을때 같은 관계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나를 엿먹이려고 온갖 꾀를 쓰고, 협박을 일삼는 그런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사는게 만족스럽냐? 그 물음에 대해서 나는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그렇다고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은 있냐? 마땅한 해결책도 없는지라. 대충 이렇게 살다보면 얘도 나중에는 나한테 질려서 다른 남자한테 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 얘는 그냥 자지만 크면 다 좋아하잖아.


"오빠, 무슨 생각해?"


"니 생각"


"...오빠"


"야, 밥이나 먹자. 배고파"


-슥슥...


동생이 내 옆에 바짝 달라붙어서, 손으로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이거 먹을래? 맛있어"


젓가락으로 내 밥그릇에 계란말이를 올려주는 동생이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동생의 요리 솜씨는 날이 가면 갈 수록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라면도 잘 못 끓였는데, 이제는 제법 그럴듯하게 생긴 계란 말이도 혼자 구울 수 있었고... 생긴것 만큼이나 맛도 있었다.


"오빠, 물어볼게 있는데. 교회는 계속 다닐거야? 주말에 늦잠도 못 자고 아침 일찍 움직이는게 피곤하지는 않아?"


"...생각보다 재밌던데?"


"오빠가 다니는 교회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야, 그건 왜 물어보는건데?"


"...궁금해서"


밥을 먹다 말고 동생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하나가 된 것처럼 동생은 내 팔을 꼭 붙잡고 놔줄 생각을 안 했다. 


"오빠가 오기 전에 내가 TV를 봤는데, 사이비 교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거든. 오빠가 다니는데도 그런데 아니야?"


"야, 시발 니는. 말을 해도 그런식으로 하냐?"


"오빠, 상식적으로 오빠가 진짜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이야...? 근데, 복지관에서 사회 봉사나 하는 양아치랑 어울리면서... 걔한테 교회 다닐 생각은 없냐..? 그렇게 말하면서 친한척 달라붙는거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해본적 없어? 내가 만약에 한국대 다녔으면, 오빠같은 양아치는 교회 물 흐릴까봐 그냥 꺼지라고 말 했을 것 같은데?"


...사실 나도 동생처럼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 새끼들은 왜 이렇게 나한테 잘 대해주는거지..? 심리 검사도 하고. 뭐... 교회도 같이 가고, 공부도 시켜준덴다. 초딩때처럼 뭐... 친구 한명 데리고 오면 문화 상품권 주고. 뭐 그런것도 없을 텐데. 왜 이렇게...나한테 엥겨붙는 걸까..?


"그, 사람들이 너랑 같냐? 믿음이 있으니까 그런거 아니겠냐..?"


"...거기, 사이비 사람들도 처음에 전도 할 때. 요즘에는 도를 믿습니까..? 그런 식으로 말 안 하고, 심리 테스트...? 그런걸로 먼저 말을 걸더라. 거기서 검사를 하는 척 하고 나서, 그 다음에... 결과가 안 좋다.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가 심하다. 그렇게 막... 사람을 깍아 내린 다음에, 자기네 교회나 심리 상담소로 끌고 가서 거기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그 사람이 종교에 빠질 수 밖에 없도록...세뇌한다는데..."


나는 한번도 동생한테 내가 있었던 일을 말한적이 없었다. 


....야...설마...아니겠지... 누나잖아. 누나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오빠, 거기 교회 이름이 뭐라고 했지..? 우리 나라에 교회는 대한 예수 장로회..? 거기랑 감리교 말고는 다 이단인거 알고 있지?"


"...야, 잠시만.. 너는 뭘 그렇게 잘 아는데?"


"TV에서 다 설명해주더라. 그렇게 말하면...오빠 안 믿겠지? 사실, 나 그런 사이비 교회... 몇번...다닌적이 있었어. 옛날 이야기니까. 그거는 뭐...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 죽어야 갈 수 있는 천국이 뭐가 중요해? 나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지옥이라도 오빠만 옆에 있으면 나는 괜찮아..! 솔직히, 오빠도 천국에 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거 아니야."


동생이 내 가슴에 얼굴을 파 묻었다.


"...오빠, 살아있는것도 지옥이고. 죽어서도 지옥에 갈거면 자기 하고 싶은데로 마음껏 즐기는게 맞잖아. 그 순간만 행복하면 나는 뭐든지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천천히...동생이 나를 쓰러트리고, 내 위에 올라탔다.


"...밥은 나중에 먹고, 섹스나 하자 오빠."


다음 화부터 사이비 종교에 빠진..! 누나를 구원한 썰 푼다...! 로 찾아올 수도 있고, 안 찾아 올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