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https://arca.live/b/yandere/94383504


창 밖의 풍경은 나에게 정말로 익숙했다.

러블리 판타지아의 주가 되는 무대인 수도 베르게티아의 상징인 진실의 시계탑. 그 특유의 종소리가 지금이 9시임을 알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꿈이라기엔 너무 현실적이다. 

볼따귀도 몇 번씩 쳐보았지만 그저 아플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현실이라는 건가?

그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내가 게임 속에 들어왔다니.

차라리 내가 한시간 안에 여친 하나 만드는 게 더 현실성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명백한 현실이다.

나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여기에 왜 끌려온 것일까?

분명 트럭에 치인 기억은 없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일리아의 해피엔딩 모드를 만들다가 잠든 것이다.

설마 신이 이런 인간말종을 최애로 삼은 것에 대한 벌을 주는 것일까. 아니 그럼 좀 못생기게 만들던가.


그때 문 밖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슈타튼 도련님, 이제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보아하니 슈타튼은 나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도련님이라고? 

그렇다는 건 내가 귀족이 됐다는 뜻인가? 

다행히도 신이 벌을 내린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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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나는 몇가지 사실들을 알아내었다.

현재 나의 이름은 클라렌 슈타튼. 백작 가문의 자제이다.

현재 시점은 제국력 754년. 작중 시점으로 부터 3년 쯤 전이다.

그리고 나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인 베르게티아 왕립대학의 신입생이다. 게임에서 일리아가 4학년이었으니 지금 그녀도 나와 같은 신입생일 것이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저에게 벌이 아니라 축복을 내려주셨군요.

공작인 그녀에 비해 작위가 살짝 딸리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길바닥 거지가 아닌 게 어딘가.

꼭 그녀를 갱생시켜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해줄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신입생 환영회에서 그녀를 만나 호감을 얻어야 한다.

신입생 환영회는 일주일 뒤로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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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신입생 환영회가 열렸다.

환영회에서는 이곳이 내가 알던 그 세계가 맞다는 듯이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 둘씩 보인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시선을 확 끈 것은 역시 일리아.한 눈으로, 아니 눈을 감고 봐도 그 아름다움이 드러났다.

좋아, 슈타튼. 계획한대로만 하자. 넌 할 수 있어.

심호흡을 하고, 그녀에게로 다가가 말을 건다.


"저기, 사베르타양?"


"앗, 네... 안녕하세.. 아니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저는 클라렌 슈타튼이고 올해부터 이 학교에 다니게 될 신입생입니다."


"어... 슈타튼이라면... 슈타튼 백작님의 아드님이시겠군요. 저도 신입생이니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일단 첫인상을 조지진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예의바르네. 내가 아는 일리아는 어딜 백작 주제에 공작에게 말을 거냐고 온갖 욕을 퍼부울 사람인데 말이다.

생각해보니 그녀가 존댓말을 쓰는 것을 처음 보는 것 같다. 사실 이름만 같은 사람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가 아는 그녀와 확연히 달랐다.


"혹시 무슨 수업을 들으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 저는 마법약 제조 수업 들어요."


"오! 저도 그거 들어요.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친하게 지냅시다."


다행히도 그녀가 듣는 수업은 게임과 같은 마법약 제조 수업이었다.

게임 속에서 그녀는 이 마법약 제조 지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해피엔딩을 맞게 해줄것이다.

그러려면 일단 그녀와 가까워져야 한다.


신입생 환영회가 끝난 뒤 집에 돌아온 나는 그녀와 가까워질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일리아는 내가 아는 그녀와 상당히 다르다.

내가 아는 그녀에 대한 정보는 현재로선 별로 쓸모가 없다.

오랜 시간 고민하던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었다.


'일단 몸으로 부딪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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