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yandere/67193542?target=all&keyword=%EC%A2%80%EB%B9%84%EA%B0%80+%EB%90%9C+%EA%B7%B8%EB%85%80%EC%99%80+%EB%82%98&p=1


“…끄응”


눈을 떠보니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으윽…!”


가만히 팔을 잡아당기자 단단한 무언가가 내 팔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몇차례 끙끙거리던 나는 곧 팔을 푸는 걸 포기하고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수연이가 있었다.


“아, 깨어났구나!”


“너…네가 왜 여기에 있어?”


“응?”


“네가 왜 우리집에 있냐고….”


힘없이 중얼거리자 수연이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너도 참 이상한 이야기를 하네. 신혼집에 아내가 있는건…. 당연한 거잖아?”


“뭐?”


어이가 없어진 내가 되물었지만 수연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빙긋이 웃어보였다.


“그보다 여보, 이 옷 어때?”


수연이가 입고 있는 옷은 지난날 내가 지혜에게 사줬던 옷이었다.


“그 옷 지혜 옷이잖아. 그걸 왜 네가 입고 있는 거야.”


그리고 저 옷은 지혜가 오늘 아침에 입고 나갔던 옷이다.


“응? 너야말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옷은 네가 나를 위해 사준 옷이잖아?”


“뭐라고?”


“기억나? 우리 이 옷 입고 여행도 갔었잖아. 정말 즐거웠는데.”


“네가 왜 그 옷을 입고 있는 거냐고 묻잖아! 이 미친 씨발년아아아아아!!!!!!!!!!”


“응? 어? 어라? 이상하다? 남편이 나한테 이럴리가 없는데? 남편이 이렇게 나한테 소리를 지를 리가 없는데? 어라?”


수연이는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붙잡고 중얼거렸지만 나에게 그런 광경이 눈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당장 대답해애!!!!!!!!!!!!!!”


내가 다시 소리를 지르자 수연이는 몸을 움찔한 뒤 말했다.


“아, 그거.”


마치,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 수연이는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거 하나 샀어.”


“뭐?”


“너희 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옷이지? 그래서 하나 샀어.”


아까는 선물 받은 옷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하나 구입했다고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지혜와 수연이는 체격차이가 제법 있었다.


지혜가 키가 작고 귀여운 상이라면 수연이는…. 키가 크고 늘씬했으니까.


“그래서 지혜는? 지혜는 어떻게 됐는데?”


“이제 곧 올 거야.”


“뭐?”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수연이는 문 옆으로 가서 숨었고 곧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지혜가 들어왔다.


수연이와 같은 옷을 입은 채로.


그리고 지혜를 보자마자 나는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여보 나왔….”


“안 돼! 돌아가! 오면 안 돼!”


“뭐?”


내가 고함을 질렀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잡았다.”


“꺄악!?”


지혜를 뒤에서 붙잡은 수연이는 그대로 현관문에 지혜의 머리를 찍은 뒤 기절시키고는 지혜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왔다.


“안 돼! 지혜를 놔줘!”


“아, 물론 놔줄 거야. 그런데 이제부터 얘가 어떻게 될지는 전부 남편한테 달렸어.”


“뭐라고?”


수연이는 어디선가 준비해온 끈으로 지혜의 몸을 묶으면서 말했다.


”이제부터 남편은 나한테 키스를 해줘야 해. 이제부터 남편은 나하고 섹스를 해줘야해. 안 그러면….“


수연이는 입을 크게 벌린 뒤 지혜의 목덜미에 입을 가져다 댔다.


“하지마.”


내가 고개를 저으며 간절히 말하자 수연이는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무짓도 안할 거야. 아직은.”


“아직은?”


“응, 아직은.”


수연이는 지혜의 머리를 쥐고 흔들며 말했다.


“마음에 안들지만 이 여자를 죽이면 너는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살려둘게. 하지만 대신에 남편은 이제부터 나만 봐줘야 해. 나만 사랑해줘야 해. 안그러면 이 여자를 먹어버릴 거야. 어차피 내가 사랑받지 못한다면 이 여자도 살아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어때 남편? 이제 나를 사랑할 마음이 들어?”


“…았어.”


“으응?”


“알았다고…. 이제 제발 지혜를 놔줘.”


수연이는 지혜를 내버려둔채 나에게 다가왔다.


“우선 키스부터 할게? 얼마나 나한테 적극적으로 호응해주느냐에 따라 저여자가 먹을 식사의 질이 달라질 거야. 만약에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저 여자의 살로 요리를 해서 저 여자에게 먹이겠어.”


“뭐라고?”


“아, 걱정하지마 남편. 나는 너를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해서 계속 최고의 식사, 최고의 대우를 해줄테니까. 괴롭힘 받는 건 오직 저 여자뿐이야. 저 여자는 남편을 빼앗아가려고 했으니까.”


수연이는 나를 바라볼 때와는 다른 차가운 눈으로 지혜를 쏘아본 뒤 나에게 입을 맞췄다.


“우음….”


입을 맞추는 내내 수연이는 눈을 뜨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렇게 입맞춤이라는 이름의 지옥이 이어진지 5분이 지나고 나서야 수연이는 내게서 떨어졌다.


“남편, 정말 나를 사랑하는 구나. 그렇지?”


“….”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수연이는 무표정이 되더니 그대로 지혜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지혜의 손가락을 붙잡았다.


“잠깐만 뭐하는 거야?”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수연이는 그대로 지혜의 손가락을 붙잡고 꺾어버렸다.


“으읍! 으으으으으읍!”


“괜찮아 남편…! 사랑한다는 말을 늦게 한 이유가 이 년 때문이지? 그렇지? 그러니까 내가 이 년을 혼내줄게…!”


“으으으읍!”


다른 손가락을 붙잡고 또 꺾으려 하자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사랑해!”


“으응?”


“사랑해, 사랑한다고. 사랑하니까 제발…. 그만해.”


“그 말 정말이야?”


“그래, 정말이야. 그러니까 제발 지혜 좀 그만 괴롭혀….”


그만 괴롭히라는 말에 수연이는 미소를 지으며 지혜의 손가락을 다시 정방향으로 맞춰줬다.


그러자 아까까지 고통에 몸부림치던 지혜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릴 지언정 비명은 지르지 않게 되었다.


“있잖아. 아무래도 이 몸이 되고 나서 나는 아무래도 사람의 구조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알게 된 모양이라서 말이야. 그래서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사람을 고문 할 수 있게 됐어. 특히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말이야.”


수연이는 지혜의 뺨을 두어번 두드린 뒤 다시 내게 돌아왔다.


“이것봐 남편, 전부 남편이 내게 준 거야. 남편은 나를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존재로 만들어 준 거라고. 정말정말 사랑해 남편. 나 정말 정말 너를 사랑해. 너무 좋아서 미칠것 같아. 너무 너무 좋아서 너 말고는 다른 사람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정말 정말 사랑해 남편!”


수연이는 그대로 내 품속에 얼굴을 묻고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제발 아무나 도와줘. 제발.


그렇게나 간절히 바랬지만 아무도 도우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남편,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맛있는 오므라이스야.”


어느순간부터 수연이는 지혜에 대해서는 아예 말하지도 않았다.


내가 계속해서 사랑한다고 말해주며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감내한 덕이었다.


처음 수연이는 지혜에게 굉장히 가혹하게 굴었다.


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거짓사랑을 연기하자 수연이는 점차 폭력의 강도를 줄여나갔다.


엎드려서 개처럼 먹을 것을 먹게 하지만 그뿐.


물그릇을 바닥에 내려놓고 개처럼 햝아먹게 하지만 그뿐.


그 뒤로 나는 제법 신체의 자유를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집 밖으로 나가는 건 금지되어 있었다.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지난날 내가 집 밖으로 나간 것이 수연이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된 탓이었다.


바깥으로 나갈때마다 수연이는 신경증이 의심되는 수준으로 내 몸을 묶고 나갔다.


두번 다시 잃기 싫다는 듯이.


“남편 다녀올게! 심심할테니 텔레비전 보고 있어?”


“…응, 다녀와.”


그리고 수연이가 나가고 나면 언제나 지혜와 대화를 나누었다.


사괴에서부터 아무것도 못하는 나약한 자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자학.


그럴때마다 지혜는 나를 위로해줬다.


사실 정말로 위로를 받아야 할 건 내가 아닌 지혜였는데도.


텔레비전에는 여전히 탈옥한 수연이의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하루하루 수연이에게 강간당하고 강제로 입맞춤을 당하면서 지내던 나날들 중 하루.


그때까지 나는 은연중에 이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


수연이는 좀비니까 혹시 임신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정말로 큰 오산이었다.


“남편.”


화장실로 들어갔던 수연이가 어째선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좋은 소식이 있어.”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수연이에게 말했다.


“무슨 일인데?”


“나,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어!”


“뭐…?”


수연이가 보여주는 임신 테스트기에는 선명한 두줄이 새겨져 있었다.


이번에는 악몽이 아닌 분명한 현실이었다.


“남편.”


“으, 응?”


“내가 이렇게나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데 표정이 왜 그래?”


수연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한순간이나마 표정을 관리하는 것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기 수연아. 그게 아니라….”


“역시 저년 때문이지?”


“뭐?”


“역시 저년 때문에 마음놓고 기뻐할 수 없는 거지? 저년이 뒤에서 남편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아니야, 아니야! 나 지금 정말로 기뻐!”


“거짓말.”


수연이의 눈은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