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https://arca.live/b/yandere/94378263?mode=best&p=1

2막:https://arca.live/b/yandere/94560466


오페라 하우스 가장 높은 곳에서 


그녀는 그가 그녀의 비서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응? 요 쪼끄만 녀석! 이리 와!" 


야심한 밤 중 푸리나는 고양이 한 마리를 쫓고 있었다 




"냥!" 


"감히 도망을 쳐? 거기 서!"




고양이를 쫓아가며 놀고 있던 푸리나를


검은 후드를 쓴 누군가가 의미심장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으아!"




"....예상대로 신의 심장은 물의 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건가…."




"너, 넌 누구야? 부탁이야 제발 날 죽이지 말아줘…."




"물의 신이라는 자가 목숨을 구걸하다니…."




그 순간 검은 후드를 쓴 여인을 향해 누군가 검을 던졌다


여인은 간발의 차이로 그 검을 피했다




"푸리나님!! 괜찮으세요?!" 


"비, 비서?"




잠깐 바람을 쐬고 온다던 푸리나가 돌아오는 것이 늦어지자 그녀의 비서는 


쏜살같이 그녀를 찾으러 튀어나왔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그의 맑고 상냥한 눈빛이 크게 떨리는 걸 보고 푸리나 또한 슬픈 감정을 느꼈다.




"아니야…. 네가 밤에는 조심하라 했는데 내가 너 말을 무시하고 나가는 바람에…."




"참…. 눈물 없이 못 봐 줄 신파극이군."




"아를레키노…!"


조금 전까지 푸리나를 상냥하게 달래던 그는 


당장이라도 상대를 죽일듯한 살기를 품고 우인단 집행관을 노려보았다.




"나름대로 들키지 않으려고 변장을 한 건데 잘 안 통했나 보군?" 




"그런 기괴한 눈을 가진 사람은 너 말고는 폰타인에 있을 리가 없으니까, 


우인단 집행관이 폰타인의 신을 공격하다니 이게 대체 뭐하자는 짓인 거지? 


원래도 강압적인 태도로 푸리나님을 대했다고 들었지만


이번 일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어,


폰타인과 스네즈나야와의 교류가 끊겨도 상관없다는 건가?"




"내가 물의 신에게 무슨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지? 


그저 고양이를 쫓고 있던 물의 신과 함께 놀고 싶었던 것뿐인데 말이지…."




"헛소리 하지 마! 나, 나를 죽이려고 했잖아!"




"죽이려고 했더라? 설마요 우인단 집행관은 3위부터 신에 대적할만한 힘을


가졌다고 알려졌지만 그런데도 번개의 신이나 바위의 신과 같은 전지전능한 신들에겐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특히나 푸리나님은 폰타인 백성들의 열렬한 지지와 


신앙을 한몸에 받고 계시는데, 한낱 우인단 집행관 중에서도 4위인 제가 어찌 감히 


푸리나님을 해한다는 한다는 말입니까?"




"...말하고 싶은 게 뭐야…?"




"제 말은 그저 폰타인의 백성들이 자신들이 믿고 따르던 물의 신 푸리나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질까 걱정이란 겁니다….


어쩌면 그들이 믿는 신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를레키노, 푸리나님에 대한 근거 없는 모욕을 그 이상 지껄였다간…."




"모욕? 모욕이라? 예언은 날카로운 칼처럼 모두의 목을 겨누고 있고, 


폰타인의 다양한 세력이 재앙을 막거나 구할 방법을 찾고 있지. 


그런데 당신은?


 마신 포칼로스, 당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어.


 놀라울 정도로 느긋하지"




"물의 신이여, 당신은 어떻게 그들을, 우리를 구할 거지? 당신이 지켜야 할 백성들은 곧 침몰할 이 땅에서 대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그, 그건…."


당황해하는 물의 신을 뒤로하고 그녀의 비서가 집행관에게 


책 여러 권을 건넸다




"책?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https://youtu.be/d2EPSJ_-prw?si=dngsicQMJXmUGgDe

https://youtu.be/d2EPSJ_-prw?si=dngsicQMJXmUGgDe


"...지난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폰타인 과학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른 해수면 상승 보고서다"




"야 비서! 그건…!"




"평소에는 틈만 나면 자기 자랑하시기 바빠하셨으면서 왜 이런 일에만 사리십니까?


저 자는 이미 예언에 대해 상당한 조사를 마친 상태니 상관없지 않습니까?"




"푸리나님은 폰타인의 해수면, 수온, 수압, 조차까지 500년 동안 꾸준히 조사해오고 계셨다,


단지 폰타인 백성들이 예언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걸 막기를 위해 숨기고 계셨을 뿐이지,




아를레키노…. 폰타인 사람으로서 당신과 벽난로의 집이 


예언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신에게 푸리나님을 부정할 자격은 없어"




"푸리나님은 네가 생각하는 거처럼 그렇게 우매한 자가 아니야!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예언을 막기 위해 남몰래 노력하고 홀로 괴로워 하셨단 말이야!"




그는 마치 제 일인 양 푸리나에 대한 비난을 깊이 억울해했다.


아를레키노는 그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듯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폰타인성 측과 우인단 양측 모두를 위해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하지요,


그리고 푸리나님, 실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당신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모양이군요."




그 말을 남기고는 그 집행관은 떠나갔다. 




아를레키노가 떠나가고 푸리나는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푸리나 님?!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비서….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다리가 후들거려서"




"음…. 아무래도 궁전까진 제가 업어 드려야겠네요."




"어? 아니야 나 걸을 수 있어! 어어…!"




넘어지려 하는 그녀를 그가 잘 받아냈다. 




"고집부리지 마세요, 아까 그 집행관이랑 제가 얘기할 때도 다리가 엄청 떨리시더만요" 




"아니거든? 내, 내가 그깟 우인단 집행관한테 쫄 리가 없잔…. 으아!" 




그는 그녀의 말을 끊고는 그녀를 번쩍 들어 업었다




" 그런 말은 일단 멤모니아 궁전으로 돌아간 다음에 하시죠"




푸리나는 처음에는 부끄러워했지만 금세 그의 등이 편안하다고 느꼈다




"저 비서 그런데 내가 조사한 자료를 네가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야?


챙길 시간도 없이 급하게 나온 거 같던데…."




"푸리나님 뒤치다꺼리가 끝나면 저도 예언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있어서 


평소에도 그 자료를 자주 읽곤 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왜?"




"아니 뭐…. 푸리나님이 남몰래 500년 동안이나 조사하신 자료니까요


그 자료에 필기 된 흔적들을 보면…. 신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푸리나로서의 노력을 알 수 있으니까 그게 참


좋더라고요"




"..................."




그의 말의 푸리나는 조용히 얼굴을 붉혔다. 


그는 단순히 푸리나의 진실을 알고 공감해줄 친구가 아니라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드려 주고 찬송하는 진정한 의미의 첫 번째 신도였다




그날부터 그는 푸리나에게 있어 구원자와 유일한 친구를 넘어 


사랑하는 사람의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그와 그녀가 함께한 1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와 함께한 1년이 500년을 살며 처음 느낀 행복이었기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항상 불안했다.




처음 물의 신이 되어 취임연설을 할 때


폰타인 사람들이 진실한 그녀의 모습에 실망하고 의심했듯


그도 언젠가 그녀의 모습에 실망하고 언젠가 떠나버리지 않을까?




그가 소녀 연쇄 실종 사건을 이유로 장기휴가를 신청했을 때도


푸리나는 내심 자신에게 정이 떨어져 사건을 핑계로 자신을 떠나려 하는 게 아닌지 


끊임없이 불안해했다. 


그녀는 그를 믿었지만, 너무나도 오래 기다린 너무나도 소중한 행복이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그 행복을 다시 잃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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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시 푸리나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마술 공연을 보고 있었다


당시 마술을 공연 중이던 마술사 리니가 


추첨한 관객과 리니가 각각 다른 방향에 상자에 들어가고 


1분 뒤 서로 반대편 상자에서 나오는 마술을 시행하는 도중 리니는 예정대로


반대쪽에서 나왔지만 추첨이 된 소녀 할시가 나와야 할 상자에


직전 마술에서 사용하던 수조가 떨어지는 


대참사가 일어나게 된다 




어째선지 소녀가 들어있어야 할 상자엔 리니의 마술 조수 코웰이 들어있었고


그는 그대로 상자 안에서 사망하였다. 또한, 추첨으로 뽑힌 소녀 할시는 실종된 상황




소녀 연쇄 실종 사건과 유사해 보이는 이 사건을 푸리나는 기회로 여겼다. 




다시 한번 그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그를 돌아오게 할 기회이자 


푸리나 본인이 그 가시 장미회의 보스보다 그에게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할 기회였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위험한 생각이었지만 오랜 악몽과 스트레스로 


정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푸리나는 판단력이 상당히 흐트러진 상태였다




"무소 불능의 위대한 마술사 리니, 그가 바로 소녀 연쇄 실종 사건의 범인 아닌가?"




"네? 저라뇨? 이 사건은 단지 사고일뿐입니다!"




"푸리나님 방금 말씀하신 건은 마술사 리니에 대한 고발로 받아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공식적으로 말하지, 마술사 리니 너를 고발하겠어."




예상과 달리


푸리나의 전혀 물러서지 않는 당당한 태도에 드물게 느비예트도 살짝 당황하였다.




"그럼 리니씨의 변호인은…."




"하! 모르는 척 하는 거야 느비예트? 이제 곧 [그 녀석]이 올 거 아니야?"




푸리나의 말이 끝나고 얼마 뒤 오페라 하우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빨리도 왔네, 내 비서님?"




"푸리나 님…."


그는 평소와 달리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함께 웃던 그들의 관계에


처음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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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판장에 도착하자 


관객들은 크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거 그 화제의 푸리나님 비서 아니야?"


"지금 휴가 내고 쉬고 있는 거라 들었는데 설마 푸리나님과 싸우려는 건가…?"




그리고 내 뒤를 이어 곧장 


나비아와 실버 마르시악이 따라 들어왔다 




(가시 장미회의 어린 보스….)




나비아를 보자 푸리나의 표정이 더욱 안 좋아진 게 느껴졌다




"편지는 잘 읽었어, 내 비서직을 쉬고 한다는 게 고작 저런 아이랑 탐정 놀이였더라…."




"그런데 어쩌나? 너희가 탐정 놀이를 하는 동안 난 이곳에서 


공연을 관람하면서 범인을 찾아버렸는데?"




푸리나의 평소와는 다른 공격적인 태도에 나는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헤어지기 직전보다 많이 야위고 눈이 충혈되어있었다. 


그런 모습을 가리기 위해 평소보다 화장을 많이 한 모습에 특히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았다






"탐정 놀이를 하는 게 어느 쪽인지는 결과가 말해주지 않을까요?"






나비아도 푸리나에 지지 않고 대꾸했다




"정숙! 




양측의 기 싸움이 가열되자 느비예트가 법정 분위기를 조정했다




"심판은 내일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립니다. 양측 모두 진상을 밝히기 위해 


자유롭게 조사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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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저 피고인 리니와 리넷과 대화를 해보기로 하였다






"...당신이 왜 우리를 왜 도와주려 하는 거지?"




벽난로의 집 출신인 리니와 리넷은 우리의 도움이 미심쩍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간단해, 소녀 연쇄 실종 사건의 범인은 너희가 아니니까,


아를레키노가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을 빌미로


너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협박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오빠, 아버지도 물의 신의 비서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했잖아,


이번은 이 분을 믿어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알겠어 리넷….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럼 일단 마술트릭에 대해서 설명해 줄래?" 



리니의 진술에 의하면 마술에 사용된 상자 안쪽에는 또 다른 상자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지하통로가 있었다. 두 마술 상자는 지하통로 양 끝 입구 위에 자리 잡고 있었고 카트로 참가자가 들어있는 상자 중 바깥 상자는 남고 안쪽 상자가 건너편으로 보내지는 것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함께 계시던 여성 분은 어디 계세요?"




"나비아? 어디 갔다 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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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아는 궁전으로 돌아가는 푸리나를 쫓고 있었다 


"물의 신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가시 장미회의 보스? 유감이지만 심판 이야기로는 난 너와 나눌 말이 없는걸?"




"물의 신으로서 소녀 연쇄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리니를 지목하신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몰라도 왜 그에게 이렇게 적대적이신 건가요?"




"그는 1년 동안 당신을 곁에서 보좌하고 저희와 조사하고 있을 때도 


항상 당신에 대해 걱정을 했는데…."




"하하하! 적대적이라고?"


푸리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적대적이라는 건 수준이 맞을 때나 쓰는 얘기가 아니니?"




"폰타인에 내 비서가 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그런데 주제도 모르고 그깟 사건 조사하겠다고


몬드 출신 고아 주제에 내 곁에 있을 과분한 기회를 버린 게 우스울 뿐이라 그렇지"




푸리나는 살짝 자존심을 부린다는 게 자신도 놀랄 정도로 그에 대한 


모진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곁을 떠났다는 서운함과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과분한 기회를 버린 건 당신 쪽인 거 같네요."




나비아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푸리나는 그 말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생각했다




(...이제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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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당일 


물의 신과 물의 신을 보좌하던 비서가 오페라 하우스에서 맞붙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날 오페라 하우스의 입석권까지 매진될 정도로 세간에선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나비아 이번 심판은 긴장을 놓치면 안될 거야"




"왜? 소녀 연쇄 실종 사건엔


 가지고 있는 자료나 준비 기간은 우리 쪽이 훨씬 길어서 우리가 유리하지 않아?"




"푸리나님은 슈퍼스타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 줄 아시는 분이라고,


푸리나님의 화려한 언변으로 인해 심판 시작 전부터 푸리나님의 편을 드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나비아는 그의 말에 오페라 하우스 관객 쪽으로 귀를 기울여 보았다




"저 물의 신의 비서 그럼 물의 신님을 가지고 놀고 튄 거야?" 




"잠깐 휴가 낸 사이에 가시 장미회 보스를 잘도 꼬셨네!"




"...."


"저…. 아무래도 푸리나님 편이 많은 건 너 때문인 거 같은데?"




"아무래도 비서님을 아가씨와 너무 가까이 있게 두면 안 되겠군요…."


옆에서 마르시악이 능청스럽게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물의 신에 이어 우리 보스까지 꼬시려 하다니 간도 크시군요."


실버도 한 수 거들었다




"오빠, 물의 신의 비서님은 여자를 가지고 노시는 게 취미인가 봐"




"아하 하하, 비서님이 얼마나 좋으신 분인데 설마 그럴 리가" 




드디어 본인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생기자 그는 신이 나서 끼어들었다




"역시 내 편을 들어주는 건 우리 리니랑 리넷밖에 없구나~"




"저…. 그런데 리넷한텐 너무 가까이 접근하진 말아 주세요"




"..."




일행이 농담을하며 긴장을 푸는 동안 푸리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랑 있을 때보다 더 즐거워 보이네….)




시간이 되자 느비예트가 심판의 시작은 알렸다.




"양측이 모두 출석했으니 지금부터 심판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심판이 시작했네! 항상 나와 함께하는 영광을 누린 넌 잘 모르겠지만 


정의의 신인 이 몸을 오페라 하우스에서 대적하는 건…. 어…?,"




푸리나는 평소처럼 허세를 부리며 말을 이어가던 중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전 비서의 눈빛을 보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얼마 전까지 푸리나와 함께했던 사이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푸리나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만으로도 푸리나의 기세가 조금 꺾였다.


상황을 냉철하게 지켜보던 느비예트는


그의 눈빛을 보고 이 심판의 승자가 누구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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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는 그렇게 통로 안에서 그 소녀를 납치하려다가 


그 과정을 자신의 조수 피해자 코웰에게 들켜 그도 기절시키고 미리 잘 끊어지게 준비해둔 


수조를 지탱하는 끈을 마술의 마지막에 장치를 조작해 끊어서 그를 살해해버린 거야!"




"푸리나님 주장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확실히 수조의 끈이 누군가에 의해 잘 끊어지도록 


사전에 작업 된 흔적이 발견되긴 하였지만


 리니가 만약 코월을 우발적으로 살해하였다면 수조의 끈을 사전에 


작업하는 등의 살해계획을 준비할 이유가 없습니다."




초반에는 모두가 기대했던 대로 물의 신과 그녀 비서의 팽팽한 접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련의 토론이 진행되던 중 푸리나가 미끼를 물었다.




"네 말대로라면 리니는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거야? 


그렇다면 말해보시지! 사건의 범인이 대체 누구라는 거야?"




기다렸던 질문이라는 듯이 그녀의 비서가 곧장 자신감 있게 대답하였다


"리니의 조수 코웰이 바로 범인입니다


소녀할시는 납치된 것이 아니라 실종된 것이고, 


코웰은 피해자의 옷 외에는 흔적도 남지 않는 방법으로 그녀를 소멸시켜버린 것이죠"




그의 터무니없는 말에 오페라 하우스 모두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푸리나또한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이봐 비서 네가 지금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그런 일이 가능해지려면 사람을 물로 만드는 수준의 범행도구가 있어야 하는걸?" 




푸리나의 말에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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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측은 폰타인 사람을 용해하는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이라는 액체에 관해 주장하고


실제로 코웰의 소지품을 검사하자 그가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을 이용해 


소녀를 해할려고한 정황이 들어있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즉 코웰이 마술 장치를 이용해 할시를 용해했으나 지하통로에서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해


 증거 은폐를 위해 사용하려던 수조에서 죽고 만 겁니다"




"아 그러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네…."




"사람을 용해하는 물이 있다니…. 정말 충격적이야."




결정적인 증거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여론은 비서 쪽을 향하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푸리나는 상당히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이번 심판에서 져버리면……. 비서는 다시 나를 떠날 거야…. 어떡하지?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그, 그래! 설령 네 추리가 바르다고 해도 코웰이 지하통로에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모르는 거잖아?!"




"확실히 그 부분은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증거로도


충분히 리니의 무죄는…."




"그건 제가 설명해드리죠!" 




"나비아!?" 




(...또 저 여자야?)




나비아가 갑작스레 끼어들었다.




"나비아씨 심판에 대한 갑작스러운 개입은 불허합니다만" 




"나비아와 가시 장미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저와 협력관계입니다.


그녀를 이번 사건의 증인으로서 발언권을 요청합니다."




"...알겠습니다. 합리적인 요청이니 허가하도록 하죠"




"정확히는 제가 아니라 여기 있는 이 친구가 직접 설명해 주겠지만요."


"우으…. 정말 사실대로 말한다면 형을 줄여주신다는 거죠?"




나비아는 놀랍게도 실종된 소녀 할시 본인을 데리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웰을 죽인 사람은 바로 저에요…."




진실은 이러했다 추첨이 된 소녀는 사실 폰타인사람이 아니라 몬드 출신 사람이 


표를 도둑질하여 공연에 참석한 것이었고 


본인의 도둑질이 들통나면 벌을 받는 게 두려워 사건 현장에서 숨어있었다


몬드 사람인 소녀에겐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이 통하지 않아 몸 싸움 중 코웰은 소녀에 의해 기절하고


수조가 떨어진 쪽 상자로 넘어가 본인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트릭으로 사망한 것이었다




"조사를 하다 보니 그 부분이 생각할수록 이상하다고 느껴져서 심판 진행 중에도


추가로 조사를 좀 해봤는데 사건 현장 구석에서 벌벌 떨며 둘의 법정공방을 듣고 있던


이 자를 발견한 거죠"




"역시 나비아야!"




"그럼~ 내가 누군데!"




사실상 진실이 모두 밝혀지자 느비예트가 최종판결을 준비했다.




"리니 씨 측 발언에 반박하실 내용 있습니까, 푸리나 님?"




푸리나는 완전히 생기를 잃은 눈으로 조용히 대답했다.




"...없어…. 내가 졌어……."




푸리나의 대답을 듣고 느비예트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계시 판결 장치의 판결에 따라…. 리니와 리넷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됐어!!! 성공이야!!!" 


느비예트의 판결이 발표된 이후 곳곳에선 큰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오직 울상을 짓고 있는 물의 신과 그런 그녀를


복합적인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녀의 비서만이 맘 편히 웃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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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 끝나고 난 직후 난 리니와 리넷, 가시 장미회 사람들과 느비예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물의 신의 비서님, 덕분에 누명을 벗을 수 있었어요!!"


"벽난로의 집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도우러 갈게요"




"정말 고마워 리니, 리넷, 하지만 아를레키노 그 양반이 너희가 날 돕는 걸 허락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비서 씨, 소녀 연쇄 실종 사건의 조사가 예상보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데 


멤모니아 궁으로의 복귀는 언제쯤 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소녀 연쇄 실종 사건을 끝내는 게 제 목표니까요, 코웰은 그의 수하에 불과해요


범인의 정체는 이미 특정지어 두었어요. 한 다음 주까지 자료를 정리해서 


새로운 고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마 최대한 빨리 돌아와야 할 겁니다, 


실은……. 그 녀석이 당신이 떠나고 나서 최근 상당히 이상해진 상태입니다."




느비예트의 말을 듣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푸리나는 500년 동안 폰타인을 위해 무거운 짐을 짊어진 강인한 자였다 


그렇기에 나는 별걱정 없이 푸리나를 떠나 소녀 연쇄 실종 사건을 조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500년간 혼자 고생하던 그녀이기에 오히려 


더욱 내가 그녀를 떠난 것이 그녀에게 큰 시련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어째선지 나비아도 나와 같이 고민에 빠진 표정이었다




"저…. 사실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나비아가 어렵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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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신님 이번 심판 수고 많으셨어요!" 


"맞아요. 설마 사람을 용해하는 액체가 있을 거라곤 물의 신님도 생각 못 하셨을 거에요"




"아하하 고맙구나! 나의 백성들아!,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어서 그만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심판이 끝나고 직후 나는 곧장 오페라 하우스를 빠져나왔다. 


심판은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되어 밖은 이미 새벽 시간대였다




멤모니아 궁전으로 돌아가려던 내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나는 홀린 것처럼 그 고양이를 따라갔다. 


그러자 1년 전 나를 죽이려던 아를레키노로부터 


그가 나를 구해준 그 장소가 나타났다. 




(비서가 늦은 밤에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 했는데…. 또 여기 와버렸네….)




그와의 추억이 담긴 장소가 보이자 참았던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오열하고 있었다.




"난 지금….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




조금만 더 참았어야 했는데, 그를 빨리 만나고 싶다는 내 어리석은 욕망 때문에,


그를 독점하고 싶다는 내 이기심 때문에 다 망쳤다. 




(나보단…. 그 여자애랑 훨씬 더 잘 어울리겠지….)




그나마 친구로라도 지낼 기회를 내가 내 손으로 차버렸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500살이나 먹은 나보다 젊고 예쁜 그 가시 장미회의 아가씨와


더 잘 어울리는 게 당연한 건데  


500년 만에 찾은 행복에 눈이 멀어 괜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울뻔하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그를 험담하고...




이젠 두 번 다시 그를 못 볼 것이라는 날카로운 사실이 나를 감쌌다


이제 더는 버티기가 힘들다 


차라리 전부 포기해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모든 것이 의미 없다 


나 스스로에 대한 후회도 그녀에 대한 적대심도 더 느껴지지 않는다


희미해지는 감정 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오직 그를 한 번만 더 보고 싶다는 소망뿐….


울다 지쳐, 나의 눈은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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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7p2UeB_QRM?si=TP-OxGY1QVktEL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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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푸리나..."




"푸리나님!!"




그녀를 애타게 부르는 그녀가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의 목소리에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비서…?"




"하하, 그 녀석이 여기 있을 리가 없는데, 이제 정말 지쳤나 봐…."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환각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무슨 헛소리에요 푸리나님 저라니까요?"




"비서…? 진짜 너야?"




"그럼 이 시간까지 푸리나님을 찾아 돌아다닐 사람이 저 말고 또 있겠어요?" 




"나비아가 어제부터 계속 푸리나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니까 찾아가 보라 그러길래 


온 동네를 뒤져가며 찾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여기 계셨었군요."




"그 가시 장미회의 아가씨가?"




(나는 걔한테 그렇게 모진 말을 했는데….)


푸리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다시 한번 부끄러움을 느꼈다




"제가 분명히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잖아요, 


당신이 멤모니아 궁전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늦은 시간에 밖에서 자면 입 돌아간다고요."




일부러 장난을 섞어 이야기하는 그였지만 그의 눈망울도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푸리나는 그것을 보고 더욱 크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왜, 왜 나 같은걸 챙겨주는 거야? 아직도 그때 봤다던 그 꿈 때문에 그런 거야?


아니면 내가 단순히 불쌍해서?


나, 난 너한테 동정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인데…."




평소에 자신만만해하던 푸리 나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그녀의 진실한 태도에 


그는 그녀 또한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실감했다 


500년을 버티든 뭘 하든 그녀 또한 외로움을 느끼고 고독에 힘들어하는 인간이었음을….




"우린 친구잖아요, 그것도 서로에게 제일 친한 친구!" 




그에 대답에 푸리나는 쓴웃음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에? 왜 웃는 거예요?" 


그는 어리둥절해서 하며 물었다




"아니, 그냥 너는 참 멍청할 정도로 순수하다 싶어서,


오페라 하우스에서랑은 완전 다른 사람이잖아?"




"그야 푸리나님한테 그 순수함이 옮아서 그런 거잖아요?"




둘은 오랜만에 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푸리나도 그녀의 비서도 


일과 중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정말 소중히 했기에 오랜만에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사이 해가 이미 서서히 뜨고 있었다 




"어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오늘은 슬슬 저희도 돌아가야겠네요."


그의 말에 푸리나의 표정은 다시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이번에 떠나면…. 언제 다시 돌아올 거야…?"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그녀의 질문에 그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딱 1주일…. 1주일만 기다려주세요."




"1주일…. 그래! 이번에는 1주일 동안 잘 견뎌낼 테니까 


걱정 말고 진범을 잡고 와!"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요?~어어?"


그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그때처럼 그에 등에 업혔다 




"왜? 이번에는 안 태워줄 생각이었어?"


"하하 지난번에는 그렇게 부끄러워하시더니…."




푸리나는 그렇게 궁에 도착하고 곧장 잠들었다. 


워낙 늦게 들어온지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푸리나는 오랜만에 악몽을 꾸지 않고 미소를 머금고 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