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워커 한 때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가다가 천운이 있었는지 한 번 떡상하여 지금까지 연명했던 게임으로 이 게임을 참 즐겁게 했었다 집에 컴퓨터가 안 좋아서 PC방에서 하다가 집 컴퓨터를 바꾸면서 소울워커부터 깔았는데 그 때 얼마나 좋았는지.... 그렇게 2년 넘게 했었다


이 게임의 미래가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다 예전부터 운영이 좋지 않았고 유저 사이에는 몇 년 못 가서 다시 망할 거라는 말이 팽배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을 하고 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으로 이리스 때문이었다


이리스 유마, 소울워커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하나이며 내가 소울워커를 계속한 이유, 분노의 소울워커이며 흑발적안의 거유라는 캐릭터성은 내게 아주 마음에 들었고 나는 이리스에게 여러 코스튬을 사주기도 했다


지금 이리스에게 적용된 코스튬은 웨딩드레스 코스튬에 검은 군세의 주인 코스튬을 섞은 것으로 은발적안, 마족 눈과 얼굴 문양 마지막으로 웨딩 드레스의 조합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던 코스튬이다


소울워커가 서비스 종료 공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유저들은 사실상 서비스 종료라 할 공지가 나왔고 나는 이리스를 내가 아끼는 코스튬을 입혀준 채 보내주려고 한다


"누나에게 반했어?"


웨 드레스 코스튬에 전용 제스처를 사용했을 때 나오는 두 음성 중 하나를 들으며 웨딩드레스 세트에 포함되어 있는 웨딩 홀 맵 입장권을 통해 웨딩 홀 맵에서 나와 이리스만 있는 소박한 결혼식과 마지막 사진을 찍은 채로 게임을 종료한다 참으로 씁쓸하다


"이제 전부 끝났구나.... 어차피 서비스 종료 될 게임 이대로 끝내자... 보기 힘든데 그냥 삭제를..."

"저기 기대도 괜찮을까?"


절대 들릴 수 없는 소리에 몸이 굳었다 방금 그 목소리는 이리스의 웨딩드레스 제스처 목소리 중 다른 음성이다 그대로 굳은 어깨에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 거 같은 상황에 천천히 돌아본다


"후훗 오랜만이야, 아니 너에게는 잠깐일까?"


내게 머리를 기대고 있는 이리스 내 얼빠진 표정을 보며 기댄 머리를 다시 들어올려 자신의 모습을 내게 보여준다 내가 맞춰준 코스튬 그대로 은발적안과 웨딩드레스까지 게임 속 모습과 완전히 같다 나는 여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바보 같은 질문을 한다


"어떻게...?"

"아 별거 아니야... 그저 멈춰버린 세계에서 아카샤를 찾아내고 여러 고생 끝에 이곳에 도착했을 뿐이야 너에게는 몇 초지만 내게는 얼마나 긴 시간이었는지....."


마지막 말을 하면서 이리스의 목소리가 일그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리스의 힘을 담당하는 기본적인 감정은 분노, 나는 본능적으로 말을 돌린다


"그러면 치이나 스텔라는? 그렇게 귀여워했었는데 모르는 ㄱ... 아아악"

"지금 다른 애들 애기를 할 때가 아니잖아...? 너 앞에 내가 있다고 너가 사랑하고 결혼하고 그대로 포기한"


이리스가 약간 분노한채로 내 팔을 비틀어댄다 소울워커의 플레이어블 소울워커들은 설정상 초월적인 힘을 자랑하며 하나 하나가 핵병기 정도는 견뎌내고 화력도 핵병기에 준할 것이다 그런 이리스에게 힘으로 벗어날 방법은 없고 내가 고통으로 눈물을 흘리자 놀란 그제야 이리스가 놓아준다


"괜찮아? 미안 힘조절을 잘못 했어.. 그래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 다행이야 그래도 나를 포기하고 떠난 너를 직접 본 순간 더 크게 다치게 할 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감정 조절이 되더라 이게 사랑인가봐 우리는 결혼한 부부니깐♡~"


내게 약간이나마 무력을 사용한, 그리고 갑자기 다시 친근히 대하는 이리스를 면밀히 살펴본다 그리고 안 좋은 가능성을 생각한다 소울워커는 부정적인 감정, 정확히는 욕망에 몸을 맡긴다면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행동하는 데자이어워커가 된다 이리스는 지금 데자이어워커인 것이다 욕망은 대체 뭐지? 소유욕? 사랑? 그렇게 생각하다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데자이어워커인 이상 대화로 해결할 수는 없으며 이리스의 욕망을 나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막을 이유도 없을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사랑이 욕망인 이상 이리스는 끝까지 나와 함께 할 것이고 욕망을 채워주는 이상 위험하지 않을테니깐


"이리스... 보고 싶었어.. 너가 얼마나 아팠는지 나를 바라는지는 가늠할 수 없겠지만 같이 있어줄래?"

"후훗 결국 전부 깨달았구나? 표정도 감정도 좋아진 거 같네~ 그러면 다시 한 번 가약의 키스를 해볼까♡~"


그렇게 처음 맛본 이리스의 입술은 부드러웠다 나는 이리스를 느끼면서 여태까지 셀 수 없이 들어본 대사를 듣는다


"앞으로도 누나가 지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