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yandere/95852663?p=1


내 이름은 김얀붕


"얀붕아 안녕?"

얀진이다.

"어."

얀진이에게 건성으로 대답하고, 다른 남자애들하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뭐야? 하 진짜 짜증나."

얀진이가 나를 흘겨보다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러간다.

'미안. 하지만 내가 너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순간 옆자리의 얀순이가 널 어떻게 해버릴지도 몰라.'


"얀순아, 집에 가자."

"응!"

환하게 웃는 이 여자애.


강얀순.

내 여자친구고,




엄청나게 위험한 녀석이다.



얀순이는 조용한 여자애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나 역시 그녀에게 처음엔 관심이 없었다.

옆자리가 된 나는 말이 없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주고, 점심시간에 같이

어울리며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어', '그래.'라는 말로만 대답해 주던 그녀는 어느 순간

조금씩 나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야자를 끝내고 나온 나는 에어팟을 끼고 횡단보도에 서있는 얀순이를 발견했고,

인사를 하기위해 그녀에게 다가가던 중이었다.


"엥? 저 차 뭔가 운전을 ㅈ같이 하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차는 라이트를 키지도 않은 채로 좌우로 살짝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와 저거 음주운전 아니야?"

그때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오고 얀순이가 그대로 횡단보도에 진입하고 있었다.


"위험해!!!"

내 몸이 생각보다 더 빨리 튀어나갔고 그녀를 홱 밀치고는....


쿵!!


나는 살짝 튕겨나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고 잠시 의식을 잃었다.



잠시 후 응급실에서 눈을 뜬 나는 다리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들었고,

추가 MRI, CT까지 모두 찍고 깁스를 한 채로 퇴원할 수 있었다.


"얀붕아... 미안해..."

엉엉 울면서 나에게 사과하는 얀순이를 보며 미소지었고 내가 대답했다.

"안다쳐서 다행이네. 나한테 빚진거다?"

얀순이는 엉엉 울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얀붕아."

"왜?"

"너 어떤여자 좋아해?"

"ㅋㅋㅋ 예쁜여자."

"구체적으로 어떤?"

나는 연예인 사진을 보여주었고 얀순이는 그 사진을 보며 한참동안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날 여자애들 남자애들 할 것 없이 웅성거리고 있는 교실에 들어가자 내 옆자리에 예쁜 여자아이가 앉아있었다.

"???"

"얀붕아 안녕?"

목소리를 듣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얀순이?"

"왜 그렇게 놀라?"

"아니... 사람이 달라져서. 머리 잘랐네? 항상 눈까지 가리고 다녔는데."

"이제 날 꾸며보고 싶어서. 어때?"

"쩌는데? 몰라봤어."

얀순이는 만족한 듯이 미소를 지었고, 그때부터 였던가,


얀순이가 나를 자신의 남자친구라고 폭탄선언을 한 날,

 나는 '얀챈고 최악의 남자' 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당연히 나도 남자인지라 처음에는 좋았다.

친구들이 '기만자', '배신자'라고 부르는 것을 즐기기도 했고.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얀순이가 부담스럽다.


"아 핸드폰 죽었네."

방전이 된 핸드폰을 충전기에 연결하고 전원을 키자 갑자기 카톡메세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카톡!

'얀붕아 뭐해?'

'얀붕아?'

'어디야?'

'어디냐고.'

'야 김얀붕. 너 설마... 아니지?'


-부재중 전화 102통-


'전화 받아줘.'

'전화 받아....'

'장난치지 말고 전화 받아.'


"와... 뭐야.."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강얀순-

전화를 받자마자 얀순이가 소리쳤다.


"야!!!!!!"

"아씨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질러!"

"너.. 너 뭐하다가 지금 전화받아? 지금 어디야? 뭐하는데? 왜 내 전화 안받는데? 너 혹시 딴짓하고 있었니?"

"내 폰 방전, 지금 충전중이었어."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너 내가 알면 안되는 짓을 하고 있던 건 아니야?"

"아니... 뭔.... 방전된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쓰읍...."

이런 식의 집착은 애교다.


"잠깐."

서슬퍼런 얀순이의 목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지나가는 저 애. 왜 쳐다봤어?"

"멍 때렸는데?"

"아니? 정확히 3초 쳐다봤어. 왜 그랬어?"

"멍 때렸다니까?"

"거짓말..."

하루종일 그 일로 짜증을 낸 얀순이.


그 외에도 이런식이다 보니 솔직히 질린다.

무섭기도 하고.

그렇지만 헤어지자고 말하면 큰일 날 것 같다.

왜냐면...



영화관에서 데이트 후 얀순이가 나에게 질문했다.

"만약 우리가 헤어지게 된다면 넌 어떨 거 같아?"

"흠... 슬프겠지?"

"그래?"

얀순이가 별안간 내 얼굴을 꽈악 잡고 말했다.

"틀렸어."

얀순이가 죽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왜 헤어져?"

"음..?"

"내가 원한건 그게 아닌데? 당연히 그럴 일은 없다고 말해야 하는거 아니야?"

"아?"

"너.. 혹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얀순이의 목소리가 차가워지고 본능적으로 ㅈ됨을 감지할 수 있었다.


얀순이가 죽은눈으로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만일... 그런 개소리를 하면 널...."

뒤에 말이 뭔지 알고 싶지도, 알면 ㅈ될거라는 것을 파악한 나는 얀순이를 꽈악 끌어안고 말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으면,"

얀순이가 움찔했다.

"당연히 슬프지 않겠어? 이별은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는거잖아.

내가 널 위험에서 구해주고 다친 걸로 끝났지만 만약 내가 거기서 죽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사람은 모르는거야 얀순아."


얀순이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미..미안해.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너를 의심했어."

"나도 미안해 얀순아. 말을 내가 이상하게 했네."

얀순이는 나를 꽉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쩔었다. 대단했다 김얀붕! ㅈ될 뻔했네...'




그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함부로 혀를 놀리겠는가.

진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얀붕아, 우리 2인 수행평가 있잖아~ 우리 집에서 할래?"

"으응... 그러자."

"왜그래? 뭔 일 있어?"

"아니야! 가자.."


얀순이네 집으로 들어선 나는 곧바로 얀순이네 방에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방은 깔끔한 여자아이 방이였고 좋은 냄새가 났다.


얀데레 채널인가 하는 곳에서 얀데레의 방으로 들어가면 끝이라고 했지만

의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잘가~ 내일 우리 집에서 마저 마무리하면 되겠다."

"어.. 내일 봐."


"하아.. 어쩌지. 얀순이가 다행히 오늘 나에게 별 짓은 안 했지만... 다음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아니, 생각해보니 짜증나네? 왜 내가 걔 눈치를 봐야 하는거지?

맨날 나 의심하고, 맨날 감시하고!!

이젠 지긋지긋해! 짜증 난다고!

일단 내일 생길 일은 내일로 미루고 씻고 자야겠다."



학교에 가니 얀순이가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안녕?"

"응..."

"뭔가 생각이 좀 많아 보인다?"

"......"

'얘가 오늘 아픈가?'


얀순이 집에 가는 동안에도 오늘따라 얀순이가 말이 없다.

"왜 그래? 오늘따라 많이 이상하네?"

"아니야."

"?"

"....일단 들어와."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얀순이 방에 들어서니 얀순이가 문을 닫았다.


"야."

"?"

고개를 돌리자 얀순이가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너 대단하다?"

"뭐..뭐가?"

"지금까지... 날 잘도 속였구나?"

"...어?"

그리고 얀순이는 핸드폰 녹음을 틀었다.

핸드폰 속에는 침대에 누워 한숨을 쉬며 신세한탄을 하는 내가 녹음되어있다.

"이..이건 어제?"

"얀붕아... 얀붕아... 우리 귀여운 얀붕아..."

점차 얀순이가 나에게 다가온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역시 내가 귀찮다고 생각한 거지?"

"잠깐 얀순아. 이건!"

"원래는 너 감시하려고 몰래 니 가방에 붙여 놓은 게 월척이 걸려버렸다 그지?"

"으아..."

"니 진심을 알았으니, 나도 내 진심을 내볼까?"

그날 이후... 나는 얀순이에게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