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하는데 이 소설시리즈는 개 씹 하드얀데레물임

소프트한거 좋아하는 놈들은 다른 소설 찾아보는 걸 권장

하드 얀데레를 원하는데 안 보이길래 내가 직접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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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천장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잠에서 깨었다.

무언가 악몽을 꾼 것만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꿈자리가 영 사나워서 그런 걸까나.


이불을 대충 내던지고 핸드폰을 확인하자 시간은 8시 반.

그렇게 떠있는 화면을 보자마자 잠이 확 달아났다.

늦잠을 자는 것도 아주 제대로 쳐 자버렸다.

악몽 때문에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모르겠다.

일단 당장에 중요한 일은 그게 아니니 패스.


"...오 좆됐네."


망했다. 내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8시 50분이 커트라인이니 전력질주해도 겨우 들어갈까 말까다.

물론 체육이라고는 늘 B이하만 받는 나.

전력질주 30분 풀코스란 어림도 없는 소리다.

가다가 쓰러지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이지.


최대한 빨리 옷을 갈아입고 대충 식빵을 입에 쑤셔넣은 뒤 문을 열고 나가자,

내 눈앞에 구원의 빛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얀붕아~ 가는길에 태워주러 왔어!"


고급진 차에 앉아서 나를 향해 웃는 갈색 머리의 소녀.

내 소꿉친구 얀진이.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예쁜 소녀다.

잘사는 집에 외모도 좋아 인기도 많지만,

어째서인지 나와 계속 친하게 지내주는 좋은 친구다.


일단은 어서 차에 타자 뒷자석에 앉아있던 얀진이가 말했다.


"왜 이렇게 늦잠을 잤어? 

집에 불이 안 켜져있길래 기사아저씨한테 부탁해서 멈춘거야."


"아, 별건 아니고 꿈을 꿨어. 그것 때문인가봐."


"꿈? 누가 꿈 꾼다고 그렇게 늦잠을 자냐?"


그렇게 얀진이는 날 보고 키득키득 웃으며 머리를 툭툭 쳐댔다.

어릴적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신 나를 이렇게 얀진이는 늘 챙겨주고는 했다.

가끔은 돌아가신 부모님 보다도 가족같은 그녀다.

그런 얀진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나는 살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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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도착해서 바뀐 자리표를 훑어보았다.

얀진이는 창가 자리,

나는 역시나 구석의 자리였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 때문일까?

나는 어릴 때 부터 친구가 없는 편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들어가서 가방을 정리하는데,

선생님이 평소보다도 더 빨리 찾아왔다.

원채 게으른 사람이라 늦으면 늦지 일찍 오는 건 신기하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말했다.


"자자, 다들 조용히 하고.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 

먼 타지에서 온 친구니까 잘 대하도록."


전혀 뜻밖의 말에 나도, 얀진이도, 반 전체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고등학생이. 그것도 고 3 중반 이라는 끝내주게 재미없는 시기에 전학을 온다고?

그것도 먼 타지에서?

보통 이런 경우는 소문이 돌기 마련인데 그런 것도 없었는데?

역시나 반은 곧 시끄러워졌다.


"고 3이 전학? 세상이 멸망하려나..."


"남자에요, 여자에요?"


"예뻐요?"


"어디서 왔길래 강조까지 해요?"


연말이 아니면 늘 고요한 고3의 교실.

그런 교실이 갑자기 시끄러워지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나는 이런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가방을 마저 정리했다.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전학생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드르륵'


"아, 마침 왔구나! 인사하렴!"


"네, 선생님.

흠흠... 안녕? 얀순이라고 해."


갈색 머리에 까만 눈, 길게 늘어뜨린 장발의 소녀는 내 눈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평범한 고3 보다는 마치 성인 여성 모델같은 몸.

청순한 목소리에 어울리는 웃음.

그런 얀순이를 바라보는데 선생님이 활기차게 말했다.


"자자, 다들 조용! 질문은 선생님이 한다.

그래, 실례지만 선생님도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야...

고3이 전학 다니는 건 흔한 일이 아니긴 하잖아?

어쩌다 고3에 전학을 하게 된거니?"


"고등학교 1, 2학년 때 영국쪽에서 유학을 좀 다녔어요. 

그러다 다시 한국으로 오고 싶어져서요."


영국. 한번쯤은 어릴 때 부터 꼭 가고싶던 곳이었다.

'영국에서 왔다고? 진짜? 저런 여자애가?'

라는 생각이 머리를 뒤덮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완벽한 이상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끼던 순간.


"음?"


"...!"


얀순이와 두 눈이 마주쳤다.

순식간에 눈을 돌렸다. 혹시... 내가 너무 대놓고 쳐다본걸까?

눈치 못 챘겠지?


"그것 말고도...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이유도 있네요."


"그렇구나, 영국이라... 대단하네. 그럼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자리는 어디로 할래?"


그 말에 순식간에 조용해진 교실.

누구라도 자신의 옆에 두고 싶은 그녀.

자신의 옆에 오기를 바라며 조용히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난 머리를 숙인채 달아오른 얼굴을 겨우겨우 자제했다.

어차피 그녀가 내 옆자리를 고를 일은 없다.

그렇게 혼잣말로 되뇌이면서 말이다.


"...후우...후...그래, 설마... 여기겠어?"


그러나 그녀가 잠시 고민하다 고른 곳은.


"저기 구석 자리 옆이 비네요?"


다름아닌 나의 옆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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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얀붕이 옆자리? 별나네. 구석인데 불편하지 않겠어?"


"네, 교실이 한눈에 보여서 괜찮을 것 같았어요."


"뭐... 그렇다면야 거기 앉으렴."


잔뜩 당황한 채 얀순이를 바라보자,

얀순이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는 내 옆에 앉았다. 

다시 흘깃 보아도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녀.

애써 그녀를 무시하려는 나에게 그녀는 무심하게도 말을 걸었다.


"안녕? 이름이 뭐야?"


"ㅇ...얀붕이..."


"얀붕? 멋진 이름이네. 잘 지내보자."


"아, 응."


그렇게 대화를 끝내고는 한쪽 손을 내미는 얀순이.

악수하자는 듯한 제스처에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반 애들이 전부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을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그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녀는 아름다웠으니까.


'스윽'


"...?"


그렇게 악수를 끝낸 순간.

손에 무언가 이물감이 느껴졌다. 종이인가? 쪽지? 

상황을 보아서는 얀순이가 손으로 넘겨준 것이겠다.

일단은 종이를 슬쩍 숨기고 얀순이를 바라보았으나,

얀순이는 그저 교실을 둘러볼 뿐이었다.


만난지 30분도 채 안되는 사람한테 무슨 쪽지를?

그렇게 생각하고는 슬쩍 아무도 보지 않는 사이에 쪽지를 열어보려하는데,

얀순이가 어느새 나의 옆에 달라붙어 살짝 말했다.

순간 느껴지는 온기에 멈춘 나에게 들리는 목소리.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열어봐."


집에 가는 길. 그리고 지금은 조회.

왜 이걸 지금 주는거지? 의문은 머리를 가득 채웠지만

그 이상으로 가슴이 뛰고있어 어지러웠다.

방금 순간 달라붙은 얀순이에게서 느껴진 건 온기 뿐 만이 아니었으니까.

무슨 쪽지일까? 왜 하필 나에게?

그것도 그렇게까지 달라붙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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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학교에서는 수업에 집중 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나에게 달라붙어 말했던 얀순이의 목소리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어떻게 학교에서의 시간을 보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골목길 구석에서 조용히 쪽지를 열고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적힌 메세지.


'오늘 8시에 공원으로 나와봐, 친해지고싶어.'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분명 이상했다.

나와 얀순이는 만난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 얀순이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에게 이런 쪽지를 보낸다고?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친해지고 싶다는 그 쪽지의 내용.

나를 향해 웃어보이던 얀순이의 표정.

그것들을 생각하자 다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온기.

그리고 마치 빨아들이는 듯한 검은 눈.

그런 그녀의 이런 쪽지를 차마 나는 무시할 수 없었다.


"오늘 밤... 8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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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지의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흘러갔다.

마침내 시간은 어느덧 7시 30분. 

나는 옷장에서 최대한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저벅 저벅'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시내는 평소답지 않게 조용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런 시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오직 얀순이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만이 나를 지배했으니까.

첫눈에 반해버리기라도 한 걸까.

그렇다면 그녀도 나와 같기를.

그런 바람을 하며 나는 길을 아무 생각없이 걸었다.


'콩'


"윽?"


누군가와 부딫치기 전까지는.


"아얏! 누구... 어라, 얀붕이? 여기서 뭐해? 한참을 찾았다고!"


"아, 얀진아? 무... 무슨 일이길래?"


"뭐? 너 까먹은 거야?"


얀진이가 어째서 여기 있는 걸까?

순간 기억을 되짚자, 오늘 영화보기로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그것 때문에 나를 찾아다니고 있던 걸까?

아무튼 얀진이는 잔뜩 화가난 표정으로 말했다.


"7시에 우리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면서...

어딜 그렇게 돌아다녔던 거야?"


"아, 미안..."


"됐어, 영화 곧 시작하니까 빨리 따라와!"


"에? 얀진아?! 잠깐만!!"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시내를 뛰어 사라지는 얀진이.

평소에 운동도 열심히 하는 그녀는 금방 저 멀리 먼저 뛰어가고 있었다.

얀순이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일단 얀진이에게 잡힌 이상 달아나기는 무리.

어쩔 수 없이 나는 얀진이를 따라갔다.

얀순이에게는 내일 사과라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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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완벽했는데... 말야."


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오는 공원에 한 소녀가, 아니. 무언가가 서있다.

얀붕이의 부모를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한 것도.

자신의 존재를 이 세계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든 것도.

세상의 모든 인간을 손아귀에 넣어 이끄는 것도 그 소녀였다.


소녀는 그럼에도 얀붕이와 얀진이만큼은 마음대로 하기 싫었다.

사랑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해야만 하는 것이기에.

그녀에게는 고통스럽지만 얀진이도 존재해야만 했다.

얀붕이를 구성하는데 있어 그녀는 필수적인 존재였으니까.

물론 인내심이 언제까지 버텨줄지는 모르지만.


귀여운 차림의 옷과는 상반되는 무엇이든 얼어붙게할 정도로 차가운 눈.

그리고 그런 소녀의 몸에서 배어나오는 검은 무언가.

형언하기 힘든 모습의 소녀가 그렇게 서서 손가락을 튕기자,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건물에서 걸어나왔다.

그리고 원래 하던대로 일상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얀붕이가 혹여나 이 시내를 걷다 해를 당할까,

또 혹여나 잘못된 사람을 만나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에 얀순이는 이 세계의 거의 모든 인간을 통제하고 있었다.

오늘도 그런 통제속에 얀붕이는 이곳으로 와야만 했다.

그러나 얀진이, 그 하등생물이 훼방을 놓은 것이다.

그 분노를 억지로 억누르며 얀순이는 중얼거렸다.


"이 세상을 지배할 때 저 원시생물을 남겨놓은 게 실수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무리 얀붕이를 위한 것이지만..."


그렇게 말하고는 소녀는 조용히 인파속으로 걸어나갔다.

마지막 말을 남기며.


"조금만 기다려 내 사랑. 나를 사랑하게 될테니까.

그 더러운 미물에게 벌을 주마.

너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도록 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