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짜릿해, 흥분돼!’

   

잠의 마법소녀 닉스의 모습을 한 마법소녀.

   

얀붕에게 변신의 마법을 받은, 전 바람의 마법소녀인 김다현이었다. 

   

닉스의 모습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스티챠가 벌벌 기고 있다.

   

‘닉스 년 때문에 마지막 기회도 못 잡은 병신 같은 년. 멍청한 년.’ 

   

김다현은 싱글싱글 웃으며 유스티챠에게 남길 마지막 한 마디를 날렸다. 

   

“네가 알고 있던 것들... 다 거짓이었는데... 네가 호의호식 하던 동안 저 소녀는 고통 받았을 텐데... 너랑 ‘대악당’ 얀붕이 다른 게 뭐야...?”

   

“아니야! 아니라고!”

   

유스티챠는 끝까지 부정했다. 

   

어쩌면 그녀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마력 충전기 신세가 된 인간들의 삶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사실을.

   

허나 유스티챠는 진실을 확인하는 것을 포기하고 황제 선거와 수련에만 매진했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증거를 보기 싫어서.

   

‘마지막은 얀붕 관리자님이 명령하신 대로.’

   

김다현은 권총을 들고 유스티챠의 머리를 노렸다. 

   

얀붕에게 용서받고 싶어서 미쳐 있는 그녀.

   

허나 그런 열렬한 마음 덕분에 유스티챠에게 허점을 보이고 말았다. 

   

마법소녀 닉스는 절대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잠’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그녀에게 물리적 공격 수단은 필요하지 않았고, 무기 따위 거추장스러울 뿐이었니까.

   

허나 김다현은 대놓고 권총을 들고 있었다.

   

타락 마법소녀의 마법이 일부 포함되어 변신이나 마법 배리어는 순식간에 없애버릴 수 있는 권총이었다. 

   

타락 마법소녀의 공격과 인간들의 처우에 대한 진실을 직접 확인해 제정신이 아닌 유스티챠도 알아챌 수 있었다.

   

“너, 닉스 아니지?”

   

“아니면 어쩔 건데!”

   

“감히 닉스를 모독해? 그 아이야 말로... 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 정의의 여신이시여! 이 악인에게 지옥의 업화를!”

   

화르륵-

   

그녀는 얀붕의 제어로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짜내 불꽃을 피어내었다.

   

허나 김다현도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허점을 보였어도, 마법을 빼앗긴 적이 있어도 마법소녀는 마법소녀.

   

바람의 마법은 쓸 수 없지만 새로운 마법이 ‘변신’으로 허를 찌를 수 있었다. 

   

그녀는 유스티챠가 현 시점에서 가장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얀붕으로 변신했다. 

   

“도대체 뭐야!”

   

“뭐긴, 뭐야! 천벌이지!”

   

타앙-

   

유스티챠의 마법 정의의 업화와 김다현이 쏜 총알.

   

그것들이 동시에 서로를 공격했다. 

   

“커헉!”

   

“꺄아악!”

   

총알은 정확히 유스티챠의 이마를 꿰뚫었고, 정의의 업화는 김다현의 온 몸을 활활 태워 버렸다. 

   

두 마법소녀의 단말마가 인간 거주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에휴.”

   

타락 마법소녀는 바싹 타 버린 김다현의 몸을 회수했다. 

   

정의의 업화는 김다현을 완전히 태워 버리고 나서야 멈췄다. 

   

“끄으윽... 관리자님... 용서를...”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숨은 아직 붙어 있었다. 

   

허나 둘의 싸움터가 되었떤 쓰레기장 절반이 타 버린 상태.

   

타락 마법소녀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관리자님께서 인명 피해 최소한으로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끄르륵...”

   

마인이 업화에 휘말려 죽어가고 있었다. 

   

콰직-

   

타락 마법소녀는 마인의 머리를 밟아 터뜨렸다. 

   

“뭐, 어린애를 죽이려는 쓰레기가 죽었으니 이 정도는 봐 주시겠지.”

   

양산형 마법소녀와 무고한 소녀.

   

두 사람을 구했으니 충분했다. 

   

타앙-

   

타락 마법소녀는 꿈틀거리던 유스티챠를 확인사살하고 자리를 떠났다.

   

□□□□□

   

 감금 23일차.

   

얀붕과 타락 마법소녀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유스티챠가 죽었으니 그녀가 그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했다. 

   

얀붕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전설의 양산형 마법소녀’ E018이 어째서 타락 마법소녀가 되었는지.

   

그는 전말을 알기 전에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어디서부터 설명하는 게 좋을까요?”

   

타락 마법소녀는 얼굴을 붉혔다. 

   

얀붕은 타락하기 전의 그녀의 얼굴을 현재의 얼굴에 겹쳐 보았다.

   

양산형 마법소녀는 마법소녀의 소질을 가지고 있지만, 관리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마법소녀다.

   

세상에 소녀는 많고 관리자들이 부여할 수 있는 마법소녀의 힘은 한정되었으니 양산형 마법소녀가 생길 만 했다.

   

그녀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게 바이저를 쓰고 단발을 해 개성을 없앴다.

   

그녀들에게는 이름도 없었다.

   

그래야 관리가 편하니까.

   

그래야 한둘쯤 죽어도 티가 나지 않으니까.

   

몇몇 마법소녀들의 만행에 가려진 마법소녀 협회의 진정한 피해자들이 그녀들이었다. 

   

관리자 시절 얀붕은 강해지고 싶었다. 

   

강해져서 양산형 마법소녀 제도 자체를 없애고 싶었다. 

   

존재 자체로 소중한 소녀들이 양산형이라는 이름으로 죽어가게 둘 수 없었다. 

   

그는 왼손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어쩌면 도피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타락 마법소녀 E018은 하루에 마인들에게 몇 명이고 쓸려나가는 양산형 마법소녀 중 특출난 마법소녀였다. 

   

마법소녀 협회 설립 이후 가장 오래 살아남은 양산형 마법소녀.

   

그래서 양산형 마법소녀 중 가장 강했던 마법소녀.

   

그녀가 바로 E018이었다. 

   

얀붕은 마법소녀 협회에서 만난 그녀를 떠올렸다. 

   

그는 모든 마법소녀들에게 친절했다. 

   

물론 양산형 마법소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을 구하는 마법소녀들을 따뜻하게 대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실적이 좋아 매일 임무를 받으러 다니는 양산형 마법소녀 E018과 모든 마법소녀들에게 친절한 관리자 얀붕.

   

그들은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칠 때가 많았다. 

   

「안녕.」

   

「안녕하십니까, 얀붕 관리자님.」

   

양산형 마법소녀는 성격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직 쉽게 관리하기 위해 통제당하는 양산형 마법소녀들.

   

그런 그녀들 중에서 튀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기 십상이었다.

   

E018과 얀붕의 첫 만남은 딱딱하기 짝이 없었다.

   

다른 관리자들이라면 지나쳤을 지도 모른다.

   

허나 얀붕은 자기 눈에 들어오는 마법소녀들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양산형 마법소녀 주제에 강하다는 이유로 다른 마법소녀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E018을 도와주었다.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일 때, 얀붕은 자신이 좋아했던 칵테일 이야기를 해 주기도 했다.

   

E018은 무표정으로 일관했지만, 그녀의 바이저 속에 감춰진 눈은 웃고 있었다.

   

허나 얀붕은 완전히 그녀를 구원하지 못했다.

   

“어쩌고 보면 흔한 일일지도 몰라요. E019와 E020... 아니, 제 동료들을 학대하는 S급 마법소녀가 있었어요. 네레이드. 아시죠?”

   

마법소녀 협회가 존재할 당시.

   

고위급 마법소녀들은 스트레스 해소의 일환으로 양산형 마법소녀들을 괴롭혔다. 

   

타 관리자가 육성했던 마법소녀, 바다의 마법소녀 네레이드.

   

그녀는 양산형 마법소녀들을 가장 심하게 괴롭히는 마법소녀였다. 

   

네레이드의 담당 관리자도 그녀를 방관했다.

   

마법소녀는 신성불가침의 존재였기에.

   

양산형 마법소녀 몇몇만 희생하면 그녀의 힘을 빌릴 수 있었기에.

   

네레이드를 제어해 보려 시도한 관리자는 오직 한 명.

   

당시 막 관리자로 각성했던 얀붕 뿐이었다.

   

‘그 시도는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신입 관리자의 어설픈 제어 능력은 오히려 마력 폭주를 발생시켰고, 그는 네레이드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았다.

   

E018은 그런 얀붕을 구해주었다. 

   

그 후, 이야기를 하거나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타락 마법소녀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녀를 죽이고 타락한 거야?”

   

“네. 타락 마법소녀는 관리자님과 함께할 수 없잖아요.”

   

“말만 했으면... 내 모든 마력을 부어서라도 널 마법소녀로 만들었을 거야. 내 타락은 나 때문일지도 몰라.”

   

“아니에요. 전 네레이드가 제 동들을 죽이려고 했을 때부터 그녀를 없애려고 했어요. 만약 그러셨다면 더 실망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나간 이야기는 그만! 얀붕 관리자님, 저도 소원이 있어요. 부끄럽지만... 들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우리는 동료잖아.”

   

타락 마법소녀는 손으로 붉은 칵테일이 담긴 잔의 환상을 만들었다.

   

“얀붕 관리자님이 해 주신 칵테일 이야기... 정말 감명 깊게 들었어요.”

   

“설마.”

   

“그 중에서 제 이름을 지어주시면 안 되나요?”

   

“...시 브리즈.”

   

얀붕은 자기도 모르게 그 이름을 되뇌었다.

   

시 브리즈(Sea Breeze).

   

바닷바람의 이름을 가진 붉은 칵테일.

   

20살 때 도전한 첫 칵테일.

   

달콤새콤해서, E018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몰랐지만 타락 마법소녀의 붉은 눈과 잘 어울리는 색의 칵테일이었다. 

   

“바닷바람... 생각해 보니 그것만큼 자유로운 게 있을 까 하네.”

   

“그렇죠? 복수가 끝난다면 바다에 가서 시 브리즈를 마셔요!”

   

악의 제국을 멸망시키기 전.

   

복수해야 할 마법소녀는 단 한 명이었다. 




타락 마법소녀 과거 빌드업이 짧아서 아쉽네


좀 더 길게 써보고 싶지만 결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복수하고 후회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