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은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저 소꿉친구라 생각했던 얀순이 돌변한 날.

   

첫 여자친구에게 환승이별 당하고 얀순의 집에서 술 마시며 울던 날.

   

그녀는 갑자기 전여친의 손을 들어 보여주었다. 

   

그것도 잘린 손목을.

   

머리를 보여 주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널 좋아해. 그래서 네가 슬퍼하는 건 보기 싫어.”

   

“뭐?”

   

“그래서 다 죽여 버렸어.”

   

“그건 범죄잖아!”

   

“응, 그러니까…… 우리 같이 살자. 평생.”

   

그렇게 그는 감금당했다.

   

하필이면 감금당한 날은 얀붕의 생일이었다. 

   

환승이별에 감금이라니.

   

최악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1년 후.

   

“키에에에엑-!”

   

대한민국 전역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다.

   

□□□□□

   

 좀비 사태 1일차.

   

얀붕의 지인 중 가장 먼저 감염되었던 이는 그를 감금했던 얀순이었다. 

   

“얀붕아, 좋아…… 해……”

   

막 얀붕의 방에 들어온 그녀.

   

원피스에 가려졌던 얀순의 허벅지에는 이빨 자국이 있었다.

   

좀비화가 진행되어 가는지, 그녀의 눈은 붉어져 있었고 얼굴과 팔다리에 실핏줄이 돋아 있었다. 

   

「좀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좀비 발생. 그 영향으로 폭동 발생.」

   

「감염자 50만명 돌파. 서울시 봉쇄 결정.」

   

「1호 확진자 발생으로부터 고작 한 달... 무슨 일이 있었나.」

   

액정이 깨진 그녀의 휴대폰에는 재난 뉴스와 문자 메시지 창이 여러 개 떠 있었다. 

   

“너를…… 지킬 거……”

   

“으아아아!”

   

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복도에는 자신을 노리던 여자들을 죽였던 골프채가 놓여 있었다.

   

얀붕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잡았다.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얀붕은 좀비가 될 것이었다. 

   

빠악-

   

골프채가 얀순의 머리를 내려쳤다. 

   

“……”

   

하지만 그녀는 어떤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움직이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죽은 건가?’

   

얀붕이 골프채로 그녀를 건드린 순간.

   

콰악-

   

그녀의 손이 얀붕의 발목을 잡았다. 

   

“얀붕아, 나 멀쩡해. 그러니까……”

   

“지랄 마!”

   

좀비가 등장하는 어떤 매체를 보든 자신이 감염되었다 주장하는 감염자는 없다.

   

다들 자신은 감염되지 않았고, 상처는 그저 넘어져서 생긴 거라고 하지.

   

얀붕은 믿지 않았다.

   

눈앞의 여자는 분명 좀비가 되어 자신을 물 터.

   

그리고 물린다면 좀비로 변할 것이다.

   

빠악- 빠각-

   

얀붕은 얀순을 골프채로 계속 내리쳤다. 

   

하도 많이 내리쳐 숨이 찰 때까지.

   

“허억, 허억……”

   

얀순의 미동이 없어지자, 그는 그제야 주저앉아 사태를 확인했다.

   

‘대학은? 내 집은? 보육원은? 어떻게 된 거지? 어째서 좀비가 득시글거리게 되었냐고!’

   

얀붕은 그녀가 빼앗았던 휴대폰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하도 꼭꼭 숨겨 놓아 찾을 수가 없었다. 

   

“얀붕아, 휴대폰 찾고 있어?”

   

갑자기 얀순이 고개를 들더니 얀붕에게 물었다. 

   

골프채 때문에 내려앉았던 머리가 회복되고 있었다. 

   

얼마나 때려 죽여야 죽일 수 있는 걸까.

   

얀붕은 이를 악물고 골프채를 잡았다.

   

“뭐야, 너! 왜 살아 있는 거야?”

   

“난 너를 물지 않아. 사랑하니까.”

   

얀순은 양 손을 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다른 것들은 물 거야. 널 위해서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