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두근, 두근.

   

얀붕은 떨리는 손과 요동치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만 물지 않는 좀비라니.

   

그리고 아무리 도망쳐도 어디든 따라가는 좀비라니.

   

좀비 얀순이에게 끌려 다니는 한 생존자 그룹과의 합류는 불가능하다.

   

생존자 그룹은커녕 생존자를 만나면 좀비인 얀순을 보자마자 도망칠 것이었다.

   

‘소문이 위험인물로 몰릴 수도 있겠어.’

   

포옥-

   

얀순은 걱정하는 얀붕을 껴안았다.

   

“걱정 마. 내가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그가 자신을 껴안은 얀순을 내려다 본 순간.

   

좀비의 특징인 붉은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얀붕은 고민했다. 

   

얀순은 1년 동안 자신을 감금해 왔고, 

   

전 여자친구를 포함해 주변인들을 하나하나 없애 왔다. 

   

그는 이제야말로 자신을 놓아 달라 하고 싶었다. 

   

인간이었을 때도 남자인 자신보다 강했던 그녀.

   

좀비가 그녀는 치유 능력이 생긴 데다, 무력도 더 강력해졌다. 

   

아직도 평범한 인간인 얀붕이 좀비인 얀순이를 이길 수 있을까, 라고 물어본다면 정답은 불가능딱 하나였다.

   

현재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협상.

   

좀비사태 발발로 얀순이 그를 감금한 상태로 돌보는 것은 힘들어졌다.

   

게다가 경찰과 군대도 해체되어 그녀에게 법의 심판을 내릴 집단도 없어졌다.

   

얀붕은 마른침을 삼켰다.

   

“외출을 할 수 있게 해줘.”

   

“으응?”

   

얀붕은 순간 뒤로 넘어질 뻔 했다. 

   

좀비가 되어 날카로워진 이빨이 빛났다.

   

여기서 자신을 물어 좀비로 만들 것 같은 기세.

   

얀순이 아무리 특별한 좀비라지만, 그녀에게 물린다고 해서 자신도 특별한 좀비가 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절대 너를 떠나는 일은 없을 거야.”

   

얀붕은 얀순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쳤다.

   

그 손은 차가웠고, 눈은 섬뜩했지만 한때는 소중한 소꿉친구인 얀순이었다.

   

설득이 먹힌다면 최고의 우군이 될 터.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노력해야 했다.

   

“정말...?”

   

얀순이 순수한 표정으로 물었다. 

   

얀붕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감시해도 괜찮아. 나도 널 사랑하는 만큼 신뢰받고 싶으니까.”

   

“그래!”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협상이 이렇게 쉽게 흘러가도 되는 걸까.

   

얀붕은 잠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얀순이가 외출을 허락해 줄지 몰랐다. 

   

“그럼 상황 좀 살펴보고 올게.”

“잘 다녀와!”

   

‘자유다!’

   

얀붕은 1년 만에 감금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삐익-

   

자신의 몸에 위치추적기가 붙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

   

 츄릅.

   

얀붕이 밖으로 나간 동안 얀순은 창 밖에 널브러져 있는 좀비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좀비에 물렸을 때부터 이상했다. 

   

평소처럼 장을 보고 있는데 좀비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감염자에게 허벅지를 물리고 말았다. 

   

그렇게 좀비가 되는 줄 알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자신은 멀쩡했다. 

   

몸은 시체가 되어 갔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그녀는 크게 안도했다. 

   

얀붕이 앞에 서도 되는구나.

   

그와 만나도 되는구나.

   

좀비가 되어 재회하자마자 얀붕은 골프채로 얀순의 머리를 후려쳤다. 

   

허나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좀비를 처음 봤을 때 주위에 굴러다니는 각목으로 머리를 후려쳤으니까.

   

인간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얀붕을 위협하는 인간은 예외지만.

   

‘왜 얀붕이를 나가게 해 줬을까...’

   

얀순은 순간적이지만 외출을 허락해 준 자신의 행동에 의문이 들었다.

   

가두고 싶은데.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데.

   

“뭐 어때. 나에게 돌아와 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녀도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그녀의 가방은 온갖 둔기와 무기로 한가득이었다. 


□□□□□

   

 얀붕에게 세상은 각박한 곳이었다. 

   

부모 없이 태어난 얀붕.

   

아무도 그에게 사랑을 쏟아 주지 않았다. 

   

몸도 약했던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얀순 뿐이었다. 

   

그래도 나가고 싶었다. 

   

좀비가 창궐한 지금, 그녀와 둘만 있는 게 더 안전할지도 몰랐지만 나가서 세상을 보고 싶었다. 

   

좀비가 가득한 세상.

   

얀붕은 커다란 백팩에서 골프채를 꺼냈다. 

   

‘얀순이가 나를 물지 않게 하려면 가져다 좀비라도 줘야 해.

   

게다가 먹을 게 떨어진다면 인간인 나는 목숨이 위험할 지도 모르니까.’

   

키에에엑-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편의점에 도착한 얀붕.

   

한 여자가 식료품을 챙기고 있지만 그는 모른 척 하며 통조림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옷 냄새만 맡고도 다른 여자를 만난 것을 알 정도로 감각이 예민한 얀순이다.

   

이 여자와 몸이 닿는 순간 그녀는 얀순에게 죽을지도 몰랐다.

   

특히 좀비가 된 얀순이라면 더하겠지. 

   

그렇게 통조림을 죄다 털었을 때, 몸집이 큰 좀비가 흐느적 흐느적 걸어왔다.

   

그리고 좀비는 가장 먼저 본 인간인 옆 선반 여자를 덮치려 했다.

   

“키에에엑!”

   

“젠장! 피해요!”

   

얀붕은 여자에게 경고하는 동시에 골프채로 좀비의 머리를 내리쳤다.

   

빠악-

   

“끄에에엑!”

   

털썩- 

   

좀비가 쓰러졌다. 

   

확인사살을 위해 몇 번 더 쳤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얀순과 달리 재생하지 않는, 평범한 좀비인 듯 했다.

   

“저기.”

   

순간 여자가 말을 걸어 왔다.

   

검은 장발과 은은히 풍기는 향수 냄새. 

   

그리고 얀순에게지지 않는 청순한 분위기.

   

“정말 고마워요! 저는... 얀진이라고 해요. 그쪽은 이름이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