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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거라고?”
-맞아요.
“..아니 왜?
-왜냐니. 너무 심하신 걸요. 소녀에게 이런 상처를 주시고서는…
상처는 내가 받은 거 같은데.
여자는 내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까닥였다.
-왜 그런 표정이에요?
“그러게.”
나에게 질문을 한 여자는 아름다웠다. 무척이나.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릴때마다 길게 늘어진 검은 비단같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부드럽게 흔들렸다.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의문을 가진 녹색 눈동자는 비취를 깎아만든 듯 빛을 냈다.
-으음… 소녀를 다시 만나서 너무 기뻐서 그런 걸까요?
“진심으로?”
아예 턱에 손을 올리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하나 들어 붉은 입술을 톡톡 두드리던 그녀는 조심스레 말했다.
-후후. 너무 기쁘다고 해도, 그렇게 반응하실 줄은. 소녀, 다시 한 번 반했어요.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어머나. 상처.
“상처는 너가 내한테 하는 게 상처고.
-사투리.. 삼한 사람이셨나요?
얼렐레. 이제는 말이 꼬인 거 가지고 농담도 따먹는다.
“이제 좀 놔주면 안되겠니?
-안된답니다. 놔주면 그때처럼 또 도망치실거잖아요?
“근데 또 찾아낼 거잖아.”
-맞아요~ 지금처럼요.
헉-
여인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다가 그녀의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덕분에 나는 숨을 한 번 들이쉬느라 꼴사나운 소리를 냈다.
-자.. 그래서 답변을 해주시겠어요? 소녀는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살짝 붉게 물들였다. 지금이 그렇게 부끄러워할 상황은 아닌데 말이다.
“어차피 내 대답은 알잖아.”
-하긴. 이런 상황에서 승낙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겠지요?
여인은 살짝 말꼬리를 올리며 나를 살짝 도발했다.
“당연히 아니지."
-당연히 승낙이지요?
나와 그녀 사이의 말이 겹쳤다.
-네?
“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꺾으며 되물었다. 마치 내가 이런 답을 하지 말아야 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눈이 점점 흐려질수록 내 멱살을 잡은 그녀의 손가락은 점점 나를 옥죄여왔다.
-하..하.. 소녀에게 그런 농담을 하시다니. 아직도 장난이 심하시네요?
“아니, 죽여도 되냐는 부탁을 하는데. 당연히 거절이지.”
-그렇다기에는 소녀에게 한 짓을 생각해보세요.
“내가 뭘. 아까 말했잖아. 겨우 그거냐고.”
-그대는 여전히 공감이 부족하신 거 같아요. 요즘 말하는 인권감수성이라던가~
“낸들 알겠나.”
나와 그녀 사이의 농담따먹기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나는 점점 공기를 갈구하고 있었다. 나는 양 팔을 들어 억지로 그녀의 손을 풀어냈다.
-그렇게 소녀를 만지시다니. 그렇게 거칠게나.
“너가 더 그렇지. 거칠기가 아주 사포 대신으로 써도 되겠어.”
-농담도 참. 재미있으셔라.
나는 자리에 쓰러진 채 겨우 숨을 고르며 차가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를 올라다보았다. 그녀가 내뱉은 말과는 전혀 아주 달랐다. 원래 그런 여자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그때는 아예 무시였다.
“좀 재밌다고 해주니까 갈고닦은 보람이 있네.”
-그 보람을 좀 더 느끼시려면, 피하셔야할 거에요?
나는 급하게 몸을 굴려 자리를 피했다. 날카로운 검은 구두 굽이 방금까지 내 머리가 있던 곳에 박히는 걸 보니 움직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쯤에서야 나는 태세를 정비할 수 있었다.
-그치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소녀를 봐주시질 않는 걸요?
“너가 아무리 덜떨어졌더라도 말은 똑바로 하자. 죽이려고 하는 거잖아.”
-어차피 죽어서 소녀만 바라보게 될테니, 상관없지 않을까요?
“난 너가 그렇게 말이 많은 줄 몰랐어. 진심으로.”
나는 천천히 퇴로를 물색하며 말했다. 내가 제대로 알기 전의 그녀는 정말 얼음같이 차가웠다. 세상에 얼음과 대화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 일 것이다.
친구가 없거나, 정신병자거나. 나는 둘 다 해당되지 않았기에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그 포기 때문에 이 사단이 났기에 끈기가 없었던 그때의 나에게 호통을 치고 싶다.
-소녀는 아직도 그 말이 잊히지가 않아요. ‘웃으면 예쁘네.’
“아, 제발.”
그녀는 나에게 한발한발 내딛으면서 기쁘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치 그때가 지금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미쳤었다고 그랬었지. 정말로 끔찍한 기억이다. 그녀에게는 어쩔지 모르지만 내게는 무척이나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말을 고개를 흔들어 지워냈다.
이게 그녀의 노림수라는 걸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푸욱-
“아…. 좀….”
나는 이제 좀 익숙해질만하면서도 익숙해지지 않는 가슴 중앙의 고통을 느끼며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얼굴에 피가 튀어서 섬뜩한 걸 뺀다면 여전히 아름다웠다.
-또 봐요, 그대?
내가 의식을 잃기 전 들은 소리는 내가 이짓거리를 하기 상당히 하기 싫어지는 말이었다.
-소녀는, 언제나 그대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잠깐만. 언제부터 너가 내 능력을..?
아니 진심으로...?
------
다음편은 좀 천천히..
갑자기 떠오른 거 막 갈기다가 아까워서 올렸음.
단편으로 올릴까 하다가 어케 잘만 다듬으면 좀 길게 뽑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연재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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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죽음을 집착받고 있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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