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소설은 AI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삽화 또한 N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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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어두운 골목을 걸을수록, 피로 얼룩진 현장의 인상이 선명해졌다.


모노리에 의해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 여자, 특히 그 여자의 눈은 잊을 수가 없었다.


아주 작은 희망의 파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을 그녀의 눈은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검은 검이 그녀를 베어내지 못하게 막았더라면, 그녀는 적어도 주방 바닥에 널브러져 있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나는 주체할 수 없이 슬프고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다리에 힘을 주며 걸었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 채 결국 바에 도착했다.


어느 건물의 뒤편에 있는 문 옆에서 아주 작은 간판이 반짝이고 있었다. ‘DUG’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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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색의 전등 하나로도 온 구석을 비출 수 있는 작은 스탠드바로, 쿄소의 험악한 분위기와는 조금 동떨어진 곳이었다.


내부가 좁다는 것은 늘 답답함과 불안함을 시사했으나, 이곳은 좁지만 마치 사방의 벽들이 나를 꽉 안아주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협소한 내부를 가장 불편해할 킬러 모노리도 내부에 들어서자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따뜻한 불빛을 들이마셨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은 혼란한 내게 주의 깊게 인식되지 못했다. 죄책감은 바의 평안한 분위기를 만끽할 자격을 내게서 박탈했다. 너는 이렇게 평온할 수 없다, 너는…….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졌다. 정신이 혼미하고, 몸이 무거워졌다. 의식이 사라지고, 복부가 갈라진 그 여자가 나를 바라본다. 


"덴고……." 이 목소리는 죽은 자의 것인가 죽인 자의 것인가? "덴고……."



"덴고." 모노리의 서늘한 목소리가 따뜻한 공기를 가로질러 도착한 곳에 나는 바보처럼 서 있었다.


"네……!" 서늘함이 내 몸에 스며들자 간신히 혼란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뭐해. 앉아.” 


내가 모노리의 옆자리에 앉았을 때쯤에야 의식이 조금이나마 명료해졌다. 떠올린 사실 중 하나는 내가 술을 한 번도 마셔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바 테이블 안쪽에서 중년의 여자가 다가왔다.


“어서 와, 모노리.” 그녀의 웃음은 바의 조명보다 훨씬 더 따뜻했다. 이 도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온기를 내뿜는 그런 웃음이었다.


모노리는 표정 변화 없이 손바닥을 치켜세웠다.


중년 여자는 나를 바라보았다. 일주일 전과 신참의 얼굴이 달라진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녀의 미소가 그늘지며 씁쓸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모노리는 암묵적으로 끄덕였다.


“늘 먹던 걸로 줘.”


“그래.” 중년 여자는 모노리를 바라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가, 이번엔 그 미소를 잃지 않고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얘도?”


“근데 전 술이 처음……”


“얘도 같은 걸로 줘.” 모노리가 내 말을 가로챘다.


그 여자가 모노리가 ‘늘 마시던 것’을 가지러 간  모노리는 내 쪽으로 비스듬하게 몸을 돌려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것도 가르침의 일종이야.”


나는 네, 하고 주눅 들며 말했다.


나는 전율을 한숨에 담아 조용히 뱉어냈고, 한숨은 두껍게 진동하며 따뜻한 공기를 가로질렀다.


“늘 드시던 술이 어떤 술입니까?” 내가 바보처럼 내뱉었다.


“몰라.” 내가 당황하자 그녀가 조금 생각하다 덧붙였다. “확실한 건, 아주 독하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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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은 그 기억을 계속해서 끌어당겼다. 잊으면 안 돼, 잊어선 안 돼……. 나는 당장이라도 펑펑 울어버릴 것 같은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미친 사람처럼 눈꺼풀이 파르르 떨릴 때쯤 중년 여자가 같은 종류의 술 두 병과 얼음이 담긴 잔 한 개, 그리고 이상한 캔 하나를 들고 왔다.


“이번 신참은 제발 토닉과 함께 마시게 해줬으면 좋겠네.” 중년 여자가 모노리를 보며 말했다.


나는 내 앞의 술이나 토닉이라는 캔 따위에 호기심이나 두려움 따위를 가질 수도 없었다. 내 정신은 서서히 침식 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모노리가 말없이 그녀 앞에 놓인 술병의 뚜껑을 잽싸게 열고 그것을 통째로 들이마셨다. 적잖은 자극이 내 정신을 깨워줬다.


바에 와본 적은 없고 더더군다나 술을 마셔본 적도 없는 나지만, 그걸 통째로 마시는 건 이 우아한 바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쯤을 느낄 수 있었다.


모노리가 병을 쾅 하고 내려놓았다. “그 물은 안돼.” 알코올과 담배 냄새가 풍겼다.


“누구나 너처럼 보드카를 통째로 들고 마시지 않는다니까… 게다가 이 친구는 처음이라는데.” 중년 여자가 상냥하게 말했고, 어떤 말을 덧붙이려다가 말았다.


“내 아래에서 일한다면 배워야 해.”


모노리는 내 앞에 놓인 토닉이라는 캔을 가져가고 잔까지 앗아가려다가 중년 여자가 극구로 말린 덕분에 나는 간신히 잔을 사수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잔에 보드카를 담았고, 모노리가 잔에 가득 담으라고 부추기는 바람에 잔은 보드카의 표면이 조금 부풀어 오를 만큼 꽉 채워졌다.


“그걸 단숨에 들이키는 거야.”


그걸 들이키기 전에 내 첫 경험은 부풀어 오른 부분에 입을 대고 후루룩 마시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 목에 닿자, 내 몸이 통 튀어 올라서 거의 넘어질 뻔했다. “으엑……” 목 안에 불이 난 것 같았다.


그 후론 모든 게 순조롭다고 느껴졌을 정도였다.


그녀는 마시지 않으면 내 목에 유리잔을 쑤셔 넣을 기세로 음주를 강요했고, 간신히 한 모금을 해치울 때쯤 내 눈에 다시 그것으로 가득 채워진 내 잔이 반짝였다.


점점 감각이 마비되었고, 내 목에 붙은 불은 온몸으로 번졌다.


정말 이렇게 입에 쏟아부을 테면 정말 병째로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걸, 이것이 내 마지막 이성적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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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따위는 깔끔하게 머릿속에서 사라졌고, 이젠 이 바가 무척 덥다는 일차원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 모노리!” 중년 여자가 남자를 배웅하곤 나를 보더니 소리쳤다. “두 병은 너무했어.”


정말이었다. 내가 뺨을 테이블에서 들지 못하고 아주 힘겹게 주위를 둘러보자 어느새 내 머리맡에 보드카 병이 두 개로 불어나 있었다.


기억이 너무 끈질겨서 그래.” 모노리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오늘은 고작 시체를 봤을 뿐인데.”


중년 여자는 조용히 끄덕였다. 


모노리는 계속 보드카를 마셨다. 어쩌면 그녀의 뺨이 조금 붉어진 것 같았는데, 붉은 조명 탓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덴고.” 그녀의 눈은 테이블에 처박힌 내 얼굴로 향했다. 이제 그 시선의 혹한을 내 열기가 녹여버린 것처럼 나는 그 시선에 몸이 떨지 않았다. 그것대로 위험한 일이다.


“네에……” 내 몸의 열기는 내 혀까지 녹여버린 듯, 나는 대답 대신 아기 같이 옹알이를 내뱉었다.


“아주 혼란스러운 얼굴이었어, 심지어 여기에 오고 나서도…….”


모노리가 한 팔로 턱을 괴며 계속 나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얼굴이 조금 가까워진 것 같기도 했다.


“신기했어.” 모노리가 계속 말했다. “……다들 금방 잊어버리지. 아무리 처음이라도, 내 사람들은 대개 그랬어.”


원래 같았으면 나를 일절 상관하지 않겠다던 모노리의 이런 말에 위화감을 느꼈을 테지만, 나는 그저 맹했다. 깊이 있는 사고가 불가했다.


“그 여자 아직도 기억나?”


그러기엔 이젠 내 이름마저도 어렴풋할 정도였다. 나는 무례하다는 생각 없이 테이블에 밀착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 그러기 위해 마시는 거야.” 그렇다면 아주 성공적이었다.


“우린 저 여자가 원하는, 진심으로 술을 즐기는 손님은 아니지.” 모노리가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세상에, 모노리의 입꼬리가 정말로 위로 휘었다. 내 취한 시선으로도 분명하게 보였다.


이 바에서 그녀가 세웠던 차갑고 단단한 벽이 취기와 열기에 잠시 허물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절벽에 핀 꽃처럼 슬프고 아름다웠다.


나는 한동안 그녀의 미소를 멍청하게 바라보았다.


“그래, 너처럼 게걸스럽게 마시고 취하는 손님을 바라진 않아.” 중년 여자도 모노리의 미소에 감탄한 듯 황홀하게 말했다. “너 정말 취했어, 모노리.”


“음, 그래……” 그녀가 세 번째 보드카를 해치우고, 나를 향하던 미소를 옮겨 중년 여자에게 고정했다. 모노리의 공허한 눈에 따뜻한 전등 빛이 담겨 반짝였다.


“안되는 거 알지?” 중년 여자는 매우 희귀한 상태의 모노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세 병이 네가 정한 기준이야.”


“그래……” 모노리는 아쉬워하며 말했다. 그녀의 미소는 서서히 저물었고, 그 모습을 보는 누구든 중년 여자에게 뭐라 핍박했을 것이다.


그때, 내 등 뒤에서 모노리의 한 팔이 갑작스레 내 허리를 감쌌다.


내 몸에 보드카가 흐르지 않았더라면 업계 최고의 팔이 나와 닿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절했을 테지만, 다행히 술에 떡이 된 나는 잠시 당황하는 것에 그쳤다.


중년 여자는 나보다 더 당황한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취했어…… 정말…… 세상에……”


옷 너머로 닿는 것임에도 그녀의 손은 굳은살의 투박함이 느껴졌고, 그녀는 세 병을 마셨음에도 내 뜨거운 피부보다 비교적 차가웠다.


모노리의 눈은 다시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이제 그 눈의 공백에 무언가 귀중한 것이 채워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 투박한 손을 올려 내 뺨을 아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모든 끔찍한 일들을 심지어 그녀가 대부분의 주축이었던 일들을 ― 너무 순식간에 그리고 한순간에 겪은 나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손길이었다.


이대로 내 몸이 꾸덕꾸덕하게 녹아버리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완전히 긴장이 풀린 내 몸을 두르는 그녀의 팔이 조금이라도 조여진다면 그녀의 팔은 물렁물렁한 내 피부 속에 파묻혔을 것이다.


“부드러워…… 정말……” 그녀가 그때 주방에서처럼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속삭이듯 내뱉었고, 이번엔 나와 중년 여자까지 그 속삭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


중년 여자는 절대 일어나선 안되는 일을 목격한 것처럼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노리와 친해보이던 그녀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그 속삭임이 마치 마법 주문처럼 몇 번이나 반복되고 난 뒤에 모노리는 갑자기 내 몸에서 팔을 떼고 두 손으로 자기의 안면을 감쌌다.


바는 신비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뜨거운 공기가 순환하는 바, 그리고 취한 나와 모노리 사이에서 어떤 우스꽝스러운 일이든 벌어질 것 같았다.


어쩌면 그녀가 이 바로 오는 길에서 삼켜냈던 비밀도 이곳에서 허무하게 전부 드러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듯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가자.” 그 비밀은 얼마나 무거웠는지 또다시 그녀의 몸 속으로 가라앉았고, 그 자리에 차가운 벽이 재건되었다.


모노리가 문을 열며 황급히 나가자 차가운 바깥바람이 내부를 침투했다. 내 차갑고 암울한 미래에 대한 충분한 암시였다. 


중년 여자의 벌려진 입은 아직도 다물어지지 않았다. "저런 적은 정말…… 처음이야. 저 애가……" 


일단 나는 모노리를 따라 나서야 했기에, 이 여성에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일어섰다. "아, 그래. 잘 가." 그녀의 무미건조한 반응은 이해 가능했다. 


기껏 몸을 일으켰지만, 몸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한동안 테이블로 몸을 지탱해도 눈이 팽팽 돌았고, 모노리가 바 근처 벽에 기대어 첫 번째 담배를 전부 태울 때쯤에야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바에서 나올 수 있었다.


모노리의 표정은 평상시의 무표정에서 조금 일그러져 있었고, 그 변화를 감추려는 듯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려는 기색이 분명했다. 


상황을 따라가기 위해 조금이라도 머리를 굴리면 모노리는 이미 발걸음을 옮긴 상태였고, 모노리가 내 발소리가 희미해져가는 걸 느끼며 힐끔 뒤를 돌아볼 때 나는 저 멀리에서 벽을 짚고 간신히 기어가듯 걷고 있었다. 


정말이지 혼란스러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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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리는 다시 내 허리에 팔을 감아 제 몸도 제대로 못 겨누는 나를 부축해 줬고, 그녀의 팔이 내 몸을 다시 감쌌음에도 딱히 다정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사무적이고 불가피한 접촉이었고,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임에도 묘한 쓸쓸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녀에게 무작정 이끌린 나는 ‘검은 고래’에서 제공하는 2인 숙소가 있음을 그때 알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작은 빌라였고, 검은 검을 쥔 사람들이 종종 돌아다니며 모노리에게 인사했다 ― 이들에겐 새벽이 주요 활동 시간이다.  


우리는 2층에 있는 침대 두 대가 허전하게 놓인 단칸방에 도착했고, 그녀는 하나도 힘든 기색 없이 나를 한 침대에 내려놓았다. 


“진짜 가볍네.” 흐릿한 의식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틀림없이 들은 것 같았다.


전등은 꺼진 상태로 유지되었고, 포근한 온기로 가득했던 바에서 금방 나온지라 어둠과 냉기로 감싸진 이곳이 너무도 허전했다. 


그런 허전한 마음과 더불어 삐거덕거리는 오래된 침대에 곧장 잠들지 못한 나는 몸을 돌려 그녀를 관찰했다.


이 방의 유일한 빛은 그녀 손가락 사이에 있는 궐련과, 그리고 그녀 앞에 있는 창가에서 흘러나오는 가늘고 창백한 달빛뿐이었다.


그녀의 나머지 손에는 보드카 병이 들려있었다 ― 중년 여자가 그녀의 음주를 제한했을 때 아쉬워하면 안 됐던 것이었다.


그녀는 열린 창문의 창틀에 팔꿈치를 대고,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도시를 내려다보며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차가운 벽이 허물어지고 남은 모노리는 아니었다. 한 팔을 내 허리에 감고 다정한 말을 속삭인 모노리는 그 말을 지키지 않았다.


모노리가 내게 드러낸 두 가지 성격은 병립한다기보다 포함 관계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드카 두 종류의 비교보다, 그리고 보드카 병과 내용물의 비교라는 것이다.


내 추측이 옳다면 그녀가 계속 삼켜지던 말 또한 뜨겁고 투명한 내용물의 영역에 속해있음이 틀림없었다.


“빨리 자.” 모노리가 뒤를 힐끗 바라보곤 말했다. 그래, 지금은 차가운 보드카 병의 모노리였다.


이렇게 취한 상태에서 공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내 몸에 붙은 불에 잡생각들을 손쉽게 소각하고, 그녀의 강인한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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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마워...!

개추와 댓글은 언제나 좋은 힘이 되어주고 있어!! 

사랑해


+ 솔직히 말하자면 바에 가본 적도 없고, 덴고 정도로 취해본 적도 없어... 챈의 애주가들을 화나게 하는 묘사가 아닐지 걱정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