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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붕이는 학창시절에 오픈채팅에 빠져살던 아이였다.


중학교 3학년때 즈음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서 원래도 놀기를 좋아하던 얀붕이는 공부를 완전히 놓아버렸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얀붕이도 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얀붕이는 여전히 오픈채팅에서 살다시피 했다.


 나름 오랫동안 있어서 부방장 딱지도 달았고, 

오픈채팅의 특성상 방이 어느정도 고이면 어지간히 친해지기 때문에 

얀붕이는 고등학교 친구들보다 그 이전부터 알고있던 오픈채팅에 더 친밀감을 느낄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방에서 얀순이를 만났다.

남초 채팅방의 특성상 여자 멤버가 들어오게되면 

별로 그렇게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여자에 대한 자극이 약했던 얀붕이가 분위기를 조정해주면서 얀순이가 톡방에 적응을 할수있게끔 도와줬다.


 얀붕이는 그래도 타고난 말빨에 성격과 살아온 과정이 얀순이와 놀랍도록 겹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얀순이와의 개인톡을 주고받게되며 어느새 서로 같이 이런저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얀순이의 미모는 확실히 평균이상이었다. 키는 조금 아담했지만 피부가 뽀얗고 귀여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런 외모때문인지는 몰라도 얀순이는 지독한 스토킹과 학창시절의 왕따 경험 때문에 속으로는 아주 뒤틀려 있었다.


 한편 얀붕은 고등학교 2학년까지 살면서 자신의 영혼까지 닮은 사람은 처음 만나보았고 얀붕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얀순이에게 호감을 가져버렸다.


 머리가 좋은 얀순이가 이를 눈치채지 못할일이 없었고,


 그간의 경험 때문인지 아니면 얀붕이한테서 재미를 못느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얀붕이가 보내오는 메시지를 씹기 시작했다.


  그렇게 얀붕의 가슴에 지펴졌던 뜨거운 첫사랑은 너무도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리곤 타올라서 그을린 자국들이 얀붕이를 아련하게 아프게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얀붕이도 고3이 되었다.

막연하게 서울대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공부였지만, 관성의 법칙은 너무나도 잔인했고, 얀붕이는 결국 좌절 끝에 수능을 말아먹었다.


 하지만 그 이전보다는 훨씬 성숙해진 얀붕이는 게을렀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모든 오픈채팅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얀순이와의 추억은 여전히 그의 가슴이 아려오게 하지만 현실은 잔인했고, 얀붕이 역시 그때의 설렘과 추억을 가슴속에 묻어두었다. 


 그렇게 재수생으로서의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얀붕이에게서 정말 오래간만에 얀순이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왔다.


 어차피 핑계겠지만 

그동안 일이 정말 많아서 까먹었다고 미안하다 라는 내용의 문자였다.


 이젠 얀순이에 대한 감정을 모두 정리한 얀붕이었기에 괜찮다고, 상관 없다고 하였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한번 만나자고 너랑 얼굴보고 얘기해보고 싶다면서 얀붕이를 불러내었다.


 얀붕이는 재수를 하는중이기도 하고, 괜히 만났다가 미련만 더 커질거같아 거절하고 폰을 침대에 던져뒀지만, 수십통의 메시지가 와있었기에 못이기는척 하고 결국 만남 약속을 잡았다.


 얀붕이랑 얀순이는 얼굴 보고 만나는건 처음이어서 어색했지만 금방 10년지기 친구처럼 얘기를 할수있었다. 



 얀순이는 더 이상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지않지만 무언가 가슴이 허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허한 가슴속을 채울려고  게임에 빠져보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옛날에 얀붕이와 대화했을때만큼 즐겁거나 그러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해서 얀붕이와 다시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얀붕이는 겉으론 그때와 비슷해보였지만 더 이상 그 때의 얀붕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와 비교해서 너무나도 변해버린 얀붕이에게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얀순이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자신을 고쳐줄 유일한 해결방법인줄 알았던 얀붕이가 더 이상 문제의 정답이 아니자 얀순이의 마음은 더욱더 비틀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꼬여버린 얀순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얀붕이를 원래대로 돌려놓자고. 

모든일은 얀붕이가 변해버린 탓이니까 얀붕이를 돌려놓자고.


 그리고 그 날 이후 얀순이는 예전처럼 얀붕이랑 얘기를 해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얀붕이는 재수생 신분인지라 그때그때 답장을 해주지 못했고, 이는 얀순이를 미치게 만들었다.


 나는 얀붕이를 강렬하게 원하는데 얀붕이는 그렇지 않은거같으니까. 그래서 얀붕이의 정많은 성격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얀순이는 더 이상 얀붕이에게 일상적인 얘기를 하지않았다.

대신, 약간의 거짓말로 얀붕이에게 자신은 너무 우울하고 죽고싶다 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정 많은 얀붕이는 더 이상 좋아하진 않아도 얀순이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해줬다. 


 왜냐면 한때 얀붕이도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했었기 때문에 얀순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랬기 때문이다.


 얀붕이가 지극정성으로 자신을 대해줄때마다 얀순이는 고양감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이 정체모를 감각에 점점 중독되기 시작했다.


 한편, 얀붕이는 점점 이런 얀순이가 부담스러워지고 있었고 조금씩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루는 아예 휴대폰을 끄고 아무런 연락을 씹어보니 부재중이 수십통씩 걸려오는것을 보고 점점 얀순이에게 질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연락을 씹은날을 기점으로 얀순이가 보내는 메시지의 내용은 더더욱 광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왜 연락을 안보냐부터 시작해서 내가 잘못했다 무엇이든지 하겠다 류의 메시지였지만 점점 나는 너가 없으면 안된다 너가 나 버리면 난 죽어버릴거야 등의 메시지로 진화해 나갔다. 


 거기에 더해져 얀순이는 얀붕이를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공부하고 있는 얀붕이의 사진을 찍어서 얀붕이에게 보내기도 하고, 집으로 가는 얀붕이를 따라가서 집주소도 알아내려했지만 얀순이로 인해 감각이 예민해진 얀붕이가 알아차리고 도망가는 바람에 실패했다. 


 결국 참다참다 터져버린 얀붕이가 얀순이에게 먼저 만나자고 말했다. 그리곤 얀순이에게 빌었다. 제발 그만해달라고. 하다못해 수능까지만 참아주면 안되냐고. 정말 처절하게 빌었다. 


 그렇다면 자기랑 한번 해주면 그만하겠다고 얀순이는 제안했다. 얀붕이는 이런 광기어린 집착에서 벗어날수있다면

섹스 한번쯤은 싼 값이라고 생각했다.


 근처의 모텔을 대실한 얀순이는 얀붕이를 끌고가고는 정신없이 따먹었다. 오후 4시쯤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새벽 1시가 다되가는데도 끝나는줄을 몰랐다.


 정신없는 관계에 지친 얀붕이는 그대로 기절하듯 잠이 들어 다음날 오후 4시쯤에 일어날수 있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보니 얀순이는 먼저 가버린것이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그럼 수능 끝나고 보자. 라고 짧게 남겨진 얀순이의 메시지만이 남겨져 있었다.


 얀붕이는 드디어 얀순이에게서 해방되었다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즉시 얀순이의 연락처를 모두 차단하고 번호또한 바꿔버렸다. 그리고 남은기간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무사히 수능을 치룰수있었다.

 

 수능이 끝나고서 얀붕이는 피폐해진 마음을 달래기위해 책도 읽고 여행도 다녀오고 여러모로 휴식기를 가졌다. 얀순이로부터의 연락이 오지 않는 사살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편할수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얀붕이의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메시지의 내용은 정말 간단했다.


정체를 알수없는 흑백사진과 단 한마디의 문장.

'수능끝나고 보자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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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수능 말아먹은거까지는 내 얘기임 시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