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11화 (10분 47초 ~ 17분 38초)

체스 경기가 악평이 워낙 많은건 알고 있음

근데 잘 보면 의외로 자잘한 디테일도 생각보다 많음


체스 경기 처음부터 숨겨진 요소랑 각 플레이어의 성향, 연출 오류 등 짚어줌

이상하고 어려운 체스 용어 같은거 전부 다 빼고 쉽게 대략적인 상황만 설명함


PC최적화라 모바일 가독성은 아직 확인 못 함 이따 보고 불편하면 개선해봄



- 목차

1. 본 글 이해를 위해 정말 기본적인 체스 지식들만 매우 짧게 정리 (진짜 체스 초보들을 위한 글)

2. 오프닝 (호리키타 vs 하시모토)

3. 미들게임 (호리키타 vs 사카야나기) & (아야노코지 vs 사카야나기)

4. 엔드게임 (간섭 + 도서관 + 기타)




1. 기초 (알면 스킵)

1.1) 기물

(폰) - 대략 1점의 가치

- 무조건 한 칸 위로만 전진 가능

- 단, 첫 전진 시에만 위로 2칸까지 갈 수 있음

- 기물을 잡는건 우상단이나 좌상단으로 한 칸 전진하면서만 잡을 수 있음

- 바로 위에 있는 기물은 잡지 못함

- 상단 대각선 방향에 기물이 있어도 안 잡고 무시하고, 그냥 한 칸 위로 전진도 가능

- 다른 기물을 뛰어넘지 못함


(비숍) - 대략 3점의 가치

- 대각선 방향으로 무제한으로 이동 가능

- 그래서 처음에 흰색 발판에 위치한 비숍은 영원히 검은색 발판을 못 밟음, 반대 동일

- 다른 기물을 뛰어넘지 못함


(나이트) - 유일하게 다른 기물을 뛰어넘음 - 대략 3점의 가치

- 한 번의 움직임에 상하좌우로 두 칸 간 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한 칸 가는 ─┐이런 모양임


(룩) - 대략 5점의 가치

- 직선 방향으로 무제한으로 이동 가능

- 다른 기물을 뛰어넘지 못함


(퀸) - 대략 9점의 가치

- 비숍 + 룩을 합친 이동이 가능

- 즉, 대각선 + 직선 모두 무제한으로 이동 가능

- 다른 기물을 뛰어넘지 못함


(킹) - 잡히면 안 됨

- 자신을 둘러싼 8칸으로으로만 이동 가능

- 다른 기물을 뛰어넘지 못함


1.2) 이번 장면 해설에 필요한 규칙 및 용어

(기본 이해1) 체스는 백이 먼저 시작, 백이 한 번 두고 흑이 한 번 두면 합쳐서 1수임


(기본 이해2) 체스는 킹을 직접 잡을 수 없음 장기로 치면 외통수를 만들어야 이기는 게임임


(체크) 다른 기물이 직접 킹을 공격하는 상태


(체크메이트) 킹이 체크 당한 상태인데, 도망칠 곳이 없고 자신을 체크한 기물을 잡을 수도 없는 상황 - 게임이 끝난다


(시간패) 체스에선 각자가 주어진 시간이 있고, 본인 차례일 때 본인의 시계의 시간이 흘러감. 이 시간을 먼저 다 쓰면 우위에 있더라도 패배임


(캐슬링) 킹이나 캐슬링 할 룩이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고, 킹과 룩 사이에 어떠한 다른 기물도 없을 때 킹을 룩이 있는 방향으로 2칸 옮기고 룩을 킹의 반대쪽 옆에 붙일 수 있음 이해가 안되면 이따 경기 영상에서 다시 보면 됨. 킹이 체크당한 상태라거나 옮겼을 때 체크당하는 상황이라면 사용 못 함


(경기 구성) 오프닝 - 미들게임 - 엔드게임


(블런더) 경기를 뒤엎을 만큼 큰 실수 - 블런더 (??로 표시)


(기물 위치 읽는 법) 읽을 때는 무조건 흰색 진영을 아래로 두는 기준으로 가로로는 왼쪽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알파벳이 a부터 h까지 붙고, 세로로는 아래부터 위쪽 방향으로 1부터 8까지 숫자가 붙음 


(평가치 게이지) 체스판 우측에 작게 나오는 흰색과 검은색이 섞여있는 막대기임. 현재 상황에서 흰색이 많을 수록 백이 유리하고 검은색이 많을 수록 흑이 유리함




2. 오프닝

경기 시작 직후부터 사카야나기가 바톤 넘겨받을 때까지가 대략적으로 오프닝으로 볼 수 있음



 


호리키타는 왼쪽 2번째 폰을 올리면서 라르센 어택이라 불리는 오프닝으로 시작함

메이저한 오프닝은 아니지만 마이너한 오프닝도 아님

왼쪽 비숍을 왼쪽으로 꺼내기 위한 오프닝




교과서적인 오프닝에선 이에 맞서 폰을 d5나 e5, g6로 올리는데, 하시모토는 c5로 폰을 올렸음. 보통 이 수는 d5로 흑이 받은 다음 후속수로 이어지는 수인데 첫 수부터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점에서 독특한 플레이 방식을 익혔다는 하시모토의 특징이 드러남



 


하지만 호리키타는 꿋꿋하게 교과서적인 오프닝을 계속 이어나갔고, 하시모토도 아직은 스스로 수를 찾아나갈 수준이 아니라, 변칙적인 움직임에도 결국은 위 장면과 같이 d5로 폰을 올려 결국은 1...d5 2...c5로 이어지는 교과서적인 오프닝과 다르지 않은 상태로 다시 돌아옴



 


여기서 1차 오류가 발생함. 백은 오른쪽 비숍을 꺼내기 위해 e2에 있는 폰을 e3로 한 칸 올렸는데, 작화팀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음 d2에 있는 폰이 d3로 올라감



 


직후에 나오는 체스판을 위에서 바라보는 장면에서 호리키타의 오른쪽 비숍이 c5까지 올라가 있고, 캐슬링을 한 상태며, 우측 폰들은 움직인 적이 없음. 즉 비숍이 나오기 위해서는 d3와 e2가 열려야 하는데, d3가 막힌다면 위 상황이 만들어질 수가 없음. 이후에 기보가 잠시 나오는데, 7수 이후만 나오긴 하지만, 해당 오프닝에서 시작해 이상적인 전개를 따라갈 때 7수에서 기보와 같은 움직임을 따르며 해당 체스판과 똑같은 위치에 기물들이 위치하기 위해서는 위 짤과 같이 기물들이 움직였다고 추론가능함. 각자의 마지막 수가 좋은 수는 아니었지만, 체스를 배운지 얼마 안 된 고등학생 수준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좋은 오프닝을 이어나가며 기물들을 과감히 앞으로 전개해나갔음



 


짤 이후 진행 1 - 체스 판을 위에서 바라보기 시작하고 첫 수에서 둘은 각자 폰을 한 칸씩 위로 전진시켰음



 


이후 진행 2 - 호리키타는 전진시킨 폰으로, 하시모토는 흑 진영 기준 좌측에 있는 나이트로 폰을 먹었음



 


이후 진행 3 - 서로 좋은 수는 아니었지만 호리키타는 나이트를 전진, 하시모토는 비숍을 후진시킴 (애니에서 양 측에 잡은 기물이 추가됨)



 


이후 화면이 넘어가며 서로 한 번씩 두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때 호리키타는 나이트를 뒤로 빼고, 하시모토는 다른 비숍을 소폭 전진시켰음. 그러면서 하시모토가 아야노코지 흑막설을 물어보는데 잘보면 애니에서 퀸을 쥔 호리키타의 손이 잠깐 떨리는 게 보임.



 


그리고 이때 게임에서 처음으로 블런더(큰 실수)가 발생함. 우측 평가치 게이지를 보면 승기는 단박에 하시모토 쪽으로 기울어지게 됨. 그리고 이 이후부터 호리키타의 기물 움직임이 상당히 방어적이고 수비지향적으로 바뀐 것처럼 느껴짐



 


그러나 하시모토 또한 심리전을 하다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나머지 바로 직후 블런더를 하게 되고 흑의 압도적이었던 승기가 살짝 약해짐



 


하지만 경기의 판도가 어떤지 잘 모르는 호리키타 본인은 이미 다 무너진 경기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말하며 또 나쁜 수를 둠




여전히 승기는 상당히 흑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이지만, 하시모토 또한 본인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 단기간에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점과, 중후반부부터는 사령탑이 경기를 이끌어나갈 것을 알기에, 둘 다 오히려 오프닝 이론만 열심히 공부하고 미들게임 이후는 준비를 별로 준비를 안 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듦. 그냥 애니 연출이 이상해서 그럴 수도 있고


그런데 여기까지 봤다면 아야노코지와 사카야나기가 두 사람의 대국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다고 한 말이 이해가 가게 될 수도 있음. 비록 실수는 있었지만, 체스에 조예가 깊지 않은 두 사람인데도 상당히 좋은 오프닝을 이어나갔고, 경기에서 각자만의 플레이 성향을 확실하게 나타내며 흥미로운 경기를 보여주고 있음. 흑을 잡은 하시모토는 상대적으로 공간을 넓게 쓰며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이지만, 결정타를 찌르지 못하고 겉만을 두드리고 있고, 호리키타는 단단하게 본인의 기물들을 지어나가지만 혼자서 큰 실수를 하며 결국은 불안하게 기물들이 쌓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음. 각자의 모습이 체스판에 잘 드러나고 있음



여기까지는 초반에 오류 하나를 제외하면 상당히 훌륭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함 근데..



3. 미들게임

사카야나기가 이어받고, 츠키시로 이사장의 간섭이 들어올 때까지가 미들게임이라고 볼 수 있음

평가치 게이지를 자세히 보자



 


사카야나기가 게임을 이어받은 직후 기물들의 위치



 


사카야나기는 이대로가면 너무 어이없게 흑의 승리로 끝나버려 아야노코지와 승부를 제대로 못할 거라고 생각이라도 한건지 승률을 50대 50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함. 악수를 계속해서 두지만, 그에 버금가는 호리키타의 악수 또한 어마무시함


아래 기보를 바탕으로 재현한 경기 모습인데, 정상적인 수가 거의 없어서 복기할 가치조차 없음. 비교해보면 단 하나도 빠짐없이 애니에서 호리키타가 놀라던 사카야나기의 수들은 전부 호리키타에게 크게 유리해지는 수들임. 심하게 요동치는 평가치. 이 정도면 2차 오류가 아닐까..



 


7수 이후부터의 기보가 잠시 표시됨, 보통 체스는 백이 좌측에, 흑이 우측이 표시되는데 음..




위 장면이 짤의 마지막, 아야노코지가 이어받기 바로 직전의 체스판 현황



 


아야노코지가 이어받고 나서 둘이 체스를 두는 장면인데, 모든 수를 블런더로 두는 정신나간 플레이를 보여줌. 3차 오류... 그러나 이 장면까지는 그래도 최소한 각 기물들이 어떻게 움직여왔는지는 알 수 있음. 여전히 복기할 가치는 없음



 


빠르게 체스를 두는 사령탑 사람들에게 하시모토랑 호리키타가 놀라며 지시 받은 채로 기물들을 움직일 때, 꽤 많은 수가 진행됨. 흑은 화면 전환 전과 비교해 최소 5번 이상 움직였고 따라서 백도 이만큼 움직여야 하는데, 백의 기물 위치 변화가 거의 없음. 이상적인 움직임으로는 도저히 구현이 불가능함. 결국 특정 기물인 비숍이나 룩, 나이트 등이 제자리에서 불필요하게 왕복하며 수를 낭비하는 움직임밖엔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위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기에 해당 배치까지의 움직임을 아래에서 재현해 봄.




해당 움직임들은 유추가 불가능해서, 임의로 재현한 것에 불과함



 


호리키타와 아야노코지가 놀란 사카야나기의 퀸 행보는 평가치 게이지를 보다시피 백군이 대놓고 이기도록 응원하는 수였지만



 


아야노코지는 역대급 블런더로 또 승률을 50%로 만들어버림. 이 움직임에 대해 말이 많은데, 복잡한 체스 엔진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정말 간단하게 위 움직임이 왜 잘못된 움직임인지 이해할 수 있음. 잘 보면 해당 나이트로 가치가 더 높은 룩을 잡아서, 룩을 잡은 나이트가 잡히더라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인데 굳이 기물 가치가 비슷한 비숍을 잡은데다 비숍을 잡는 나이트가 룩에게 잡히면 본인의 퀸이 룩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까지 만들어짐. 더군다나 캐슬링으로 인해 구석에 갇혀있는 킹 주변에 퀸이나 비숍의 공격이 들어온다면 체크메이트까지 당할 수 있음



 


사카야나기는 비숍을 잡은 나이트를 룩으로 잡는, 처음으로 정상적인 수를 두는데




아야노코지는 룩을 퀸으로 잡아 사카야나기에게 유리한 게임이 되게 하는 블런더를 또 저지름




3. 엔드게임

계속해서 평가치 게이지를 자세히 보자



 


일반적으로는 전혀 둘 리가 없는 심각한 악수지만, 사카야나기는 본인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상황에서 또 다시 블런더를 두어서 아야노코지에게 유리한 경기가 되도록 다시 만듦



 


백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상황에서 또 다시 블런더로 인해 결국은 백이 체크를 당하게 됨. 다만 이때는 츠키시로 이사장의 개입으로 강제로 블런더를 두게 되긴 했음



 


룩이 g6로 이동하며 체크를 걸었고, 킹은 h1으로 도망가는 것밖엔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 퀸을 g5로 이동하는 것이 최선의 수라고 누가 이야기하는 것을 봤는데, 룩으로 퀸을 다시 잡으면 다시 똑같은 상황이 연출됨. 킹의 수명이 딱 1수 더 늘어날 뿐임



 


마지막에 킹은 h1으로 도망가고, 저 상황에서 비숍으로 f3에 있는 폰을 잡으면 체크메이트로 경기가 끝남. 체크메이트 직전에다 시간패라는 상황을 중복으로 연출해 호리키타의 비참함을 극대화하려고 한 것 같은데, 설정 상 체스 두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는 점과, 호리키타와 하시모토가 오프닝만을 잠시 플레이하다 사령탑이 이어 받은 점을 미루어볼 때 과연 1시간이나 걸릴 만한 시합이었는지도 의심스럽긴 함



 


아야노코지가 잘 둔 수는 왜곡되기 전 지시인 퀸을 g5으로 옮기는 수 단 하나 뿐임. 도서관에서 이어진 체스의 체스판의 모습은 백이 퀸을 g5으로 옮긴 후 각자가 폰으로 상대방의 퀸을 잡고 난 직후의 모습임 백이 룩이 하나 앞서있어서 상당히 유리한 플레이를 이어나갈 수 있고, 만약 실제로 저 둘이 프로 이상의 실력이었다면, 사카야나기가 이기기란 불가능함





11화 경기에서 기물의 움직임만을 놓고 보면, 체스 실력은 하시모토 > 호리키타 > 아야노코지 > 사카야나기임

그러나 어디까지나 연출이 설정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도 없는거고 현실의 사정 상 경기의 퀄리티가 심하게 떨어진건 팬으로써 크게 안타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