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오고 나서도 케이의 눈빛은 계속되었고, 나나세는 그런 케이를 경계했지만,

나는 배고프다고 말하고 나나세에게 밥을 재촉했고, 케이와 나는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키요타카. 오늘 약속 없다며"


"아침에 갑자기 나나세에게 메세지가 왔어. 증거도 보여줄 수 있어"


"아니, 그렇게까지 의심한건 아닌데……나나세 씨와는 무슨 사이인거야"


그래, 이 점이 가장 걸린다.

케이에게 화이트룸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나나세와 나에 대한 관계를 정확하게 이야기해줄 수 없다.

대충 얼버무리려고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묘책도 없었다.


"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무인도 시험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케이가 생각하는 그런 일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서툴게 변명해봤자, 케이가 믿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있었긴 있었는데, 케이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었어"


"내, 내가 무슨 생각을 했다고 그래!?"


그러면서 얼굴이 붉어지는 케이.


"저번에 아마사와가 찾아왔을 때 말했지만, 1학년들에게서 나를 퇴학시키는 시험이 있다는건 알고있지?"


"어, 어"


"그 현상금을 나나세도 노리고 있었고, 나를 헤치우기 위해서 일부러 나와 함께 행동한거야"


"뭐!? 그랬었어?"


케이가 깜짝 놀라면서 부엌을 바라본다.

지금의 나사세의 태도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없겠지.

하지만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물론, 나나세가 나를 노린 것은 현상금 때문이 아니라 나를 퇴학시키는 것 그 자체였지만.


"그리고 시험 도중에 설득해서, 나나세는 내 현상금을 노리는 것을 그만두고 나에게 협력해주기로 한거고"


"설득이라니? 어떻게? 키요타카가? 말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내는 케이.

여기서 사실을 감춰봤자 어차피 득이 될 것은 없으니 사실대로 말한다.

애초에 케이는 작년 겨울에 류엔과 내가 싸우는 것을 곁에서 지켜봤었으니까.


"아니, 싸웠어"


"싸웠다고!? 여자 상대로?"


"당연하지. 날 노리는건 호센 같은 남자만 있는건 아니니까. 너도 봤잖아. 아마사와도 나를 노리는 사람 중 하나라는걸"


"그건……"


여자는 때리면 안된다, 라는 발언을 케이는 하지 않는다.

중학교 때 괴롭힘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엌에 있는 나나세를 빤히 바라보면서 케이가 질문한다.


"류엔때처럼 쥐어팼어?"


"그렇게까지는 안했어"


"그렇게까지라니……그럼, 나나세 씨는 믿어도 되는거야?"


"일단 적은 아니야"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나세가 나를 해치지 않으리라는 점만큼은 믿을 수 있었다.

나나세가 점심을 다 만들고, 테이블로 가져오는 것을 케이와 내가 도와주고, 세 사람의 점심식사가 시작되었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식 메뉴였고, 딱히 메뉴에 불만은 없기 때문에 일단 가장 기본적인 된장국을 마셔보았다.


"맛있네"


"그래요? 다행이네요!"


의기양양해하는 나나세.

만약에 꼬리가 있었다면 붕붕 흔들렸을 것이다.

내가 먹는 것을 보고 케이도 된장국을 맛을 보았고, 나나세에게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뭐……먹어줄만하네"


그렇게 세 사람의 식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식사를 하면서 대화는 거의 없었고, 그대로 식사를 마쳤다.

설거지는 내가 하려고 했지만, 나나세가 자신이 하겠다며 그릇을 빼앗아갔고,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나나세에게 맡기게 되었다.

케이는 차를 타오겠다며 부엌으로 향했고, 설거지를 하는 나나세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옆에서 조용히 차를 탔다.

이런 생활이 매일 지속된다는건가……

일반적이라면 귀여운 여자아이가 매일 자기 방으로 찾아와서 밥을 해주는 시츄에이션은 매우 두근거리고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껄끄러운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케이에게 불쾌감을 주게 될 것이다.

설거지가 끝나고, 테이블에 앉은 나는 나나세에게 말했다.


"잘 먹었어, 이걸 매일 할 생각이야?"


"네, 하루 세 끼. 전부 할 생각이에요"


"뭐!? 제정신이야!?"


나나세의 그 말에 케이가 흥분했다.

나나세는 어째서 그 말에 케이가 흥분한건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나나세, 지금 밝히는건데, 사실 여기에 있는 카루이자와 케이와 나는 지금 사귀고 있어"


"네? 사귀고 있다구요?"


"그래, 연인사이야"


"그랬었군요. 축하드려요"


내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알아들었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굽힐 생각이 없는지, 나나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케이는 한숨을 쉬면서, 나나세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여자친구도 아닌 네가 멋대로 이 방에 들락날락거리면서 키요타카에게 밥을 차리면 안된다는거야? 알아들었어?"


"네? 왜요?"


"왜냐니……그야, 여자친구가 아닌 사람과 단 둘이 있으면 큰일이 날수도 있잖아?"


"큰일이요? 그게 뭐죠? 저와 아야노코지 선배는 무인도 시험에서도 같이 있었는데 딱히 큰일은 나지 않았었는데요"


여기서 다시 들춰지는 무인도 시험.

가뜩이나 그 때의 케이의 불안감을 없애주기 위해 키스라는 극약을 처방했었고,

그걸로 어느정도 잠잠해졌었다.

케이를 바라보았다. 분노의 대상이 내가 아닌 나나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다행인건가……그건 아닌 것 같군.

연인이 있는 사람들이 단 둘이서 이성을 만나기 꺼려하는 이유는 단순히 '바람필지도 모르니까'였다.

케이의 그 마음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납득은 하고 있었다.

케이가 불안해한다면 필요이상으로 이성과 단 둘이 만나는 것은 피할 생각이었지만,

나나세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성과 단 둘이 있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도, 그리고 다른 마음을 품고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든! 단 둘이서 이 방에 있는건 금지!!"


"어째서 카루이자와 선배가 그런 말을 하는거죠?"


"여자친구니까!"


"그러니까 그게 제가 여기에 밥을 하러 오는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건데요?"


"으아아아아아!! 키요타카! 얘 좀 어떻게 해봐!!"


케이는 더 이상 나나세를 설득하기를 포기했는지 나에게 바톤을 넘긴다.


"나나세, 일반적으로 연인사이가 되었을 때는 다른 이성과 단 둘이 있는 것을 싫어해. 그건 너도 잘 알잖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에이치로의 이름을 꺼내는 것이 상당히 거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나세는 에이치로와 소꿉친구였긴 했지만, 서로 호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이 마음을 그녀도 알아줄 수 있을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일반적인건가요?"


"응"


"그렇다면, 카루이자와 선배도 식사하시러 오실래요?"


"뭐? 아니, 애초에 네가 여기에 안오면 되잖아"


"그건 안돼요"


"왜!?"


"아야노코지 선배에게는 빚이 있으니까요"


결국은 그곳으로 되돌아가게된다.

나나세의 마음속에서 나를 향한 '빚'을 없애지 않는 이상,

나나세의 이 폭주같은 일은 지속될 것이다.


"나나세, 그 '빚'에 관해서 나로부터 제안이 있어"


"네? 뭐죠?"


"앞으로 이렇게 밥을 만드는 것보다……너에게는 케이를 지켜줬으면 해"


"뭐?"


케이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2학기 때, 1학년들이 나를 노려오는 것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들의 2학년으로 진학하고 나서도 시험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츠키시로가 1학년들의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도중에 시험을 없애버릴지도 모른다.

또는 시험을 제안한 츠키시로 본인이 이 학원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인도 시험과 같은 커다란 시험이 앞으로 몇개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학년이 나에게 습격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점점 더 과격하게 행동할 것이고, 내 여자친구인 케이가 노려질지도 모른다.


"카루이자와 선배를요?"


"그래, 앞으로의 특별시험에서 1학년들은 계속해서 날 노리겠지. 여자친구인 케이를 노릴 수도 있어. 그 때, 너는 케이를 지켜줬으면 해"


"하지만 저는 선배를……"


이 이상 나나세가 말대답을 하면 귀찮아질 것 같아서

나는 나나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왜 갑자기 이런 행동을 했는지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나세가 강아지같은 면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왠지모르게 나나세에게는 이렇게 하면 통할 것 같다는 직감이 있었다.

옆에서 케이가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지만, 나는 무시했다.


"알았지? 케이를 부탁해"


"하으으……네, 네에…"


녹아내린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나나세.

이렇게하면 케이에 대한 보험도 되고, 나나세가 쓸데없이 폭주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지킨다고하는데, 괜찮아? 키요타카?"


"적어도 실력면에서는 왠만한 2학년들보다는 괜찮아. 나도 케이의 안전이 확보된다면 좀 더 폭넓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사실 이 역할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생각이었지만, 나나세도 좋은 선택지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미리 해놓을 수 있는 것은 해두자.

강아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나나세에게 스파이짓을 하라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으니까.


"저만 믿으세요. 카루이자와 선배"


"하아……왠만하면 내가 위험해지지 않게 해줘. 키요타카"


"당연하지"


나나세가 손을 내밀었고, 케이가 마지못해 나나세와 악수를 나누었다.

이렇게하면 나나세도 내 명령을 무시하고 폭주하는 일은 없겠지.


……

………


아야노코지 선배에게서 카루이자와 선배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사실은 그 명령을 거부하고 싶었다. 나는 아야노코지 선배에게 빚을 돌려주고 싶은거지, 카루이자와 선배를 지키고 싶었던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어째서일까…

아야노코지 선배의 손이 내 머리 위에 올라온 순간, 그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마치 에이치로 군이……날 쓰다듬어주는 것 같았다.

항상 긍정적이고, 앞을 바라보고 살던 그가 나를 위로해줬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나의 가장 소중했던 사람.

한때는 그 분노를 아야노코지 선배에게 전부 다 털어낼 생각이었지만, 그 상대가 틀렸다는 것을 아야노코지 선배가 알려주었다.


나는 1학년에서의 지위를 모두 잃어버렸다.

내 서투른 행동 때문에, 아야노코지 선배를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호센 군은 이미 내가 아야노코지 선배에게 돌아섰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마사와 씨는 애초에 선배가 퇴학당하는 것에 흥미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만약 좀 더 제대로 움직였다면, 선배도 조금은 수월하게 움직였을텐데.

그런 아쉬움이 남았었고, 나는 어떻게 해서든 선배를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선배의 컨디션 조절이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무인도 시험에서 선배와 같이 다니면서, 선배의 페이스 배분과 컨디션 조절은 내 도움 없이도 완벽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에 비해서 나는 선배를 쫓아가는데만 급급했고, 결국 페이스 조절을 실패해서 도중에 뒤쳐지고 말았다.

그런 내가 선배의 컨디션 조절을 하다니, 말도 안됐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무엇이라도 선배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했다.

적어도 내가 퇴학 당하기전에……

퇴학당하는 것은 무섭지않다. 하지만……그렇게되면

아야노코지 선배의 손을 다시는 맛볼 수 없게 된다.

그건 싫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해야하는 최선의 선택.


"저만 믿으세요. 카루이자와 선배"


눈 앞에 있는 선배의 여자친구인, 카루이자와 선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킨다. 그것이 아야노코지 선배가 원하는 것이자……

내가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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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나서 생각하는건데, 나나세나 아마사와는

아직 확실한게 밝혀지지 않아서 스토리 짜기가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