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이자와 케이의 독백]

 

 

"카루이자와 양?"

 

방과 후, 날 쳐다보는 키요타카를 뒤로하고 학교 주변을 걷던 나는 내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멈칫한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 날 부른 건 중년의 남성. 그리고 그 옆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또 다른 남성이 있다.

 

"2학년 D반의 카루이자와 케이 양 맞죠?"

 

"네... 맞는데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위축된 나는 작게 대답한다.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이 학교의 이사장 대행입니다. 카루이자와 양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마침 이렇게 만났군요."

 

아... 생각났다.

 

츠키시로, 라고 했었지.

 

그런데 이사장이 나에게 할 말이 뭐가 있다는 걸까......

 

"제게 할 말이...?"

 

"당신은 같은 반인 아야노코지 키요타카 군과 좋은 사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인자한 표정을 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이사장 대행. 하지만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진다. 뭔가 조금이라도 말실수를 한다면 큰일이 날 것만 같은......

 

"네, 친하긴 한데... 무슨 일이세요?"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부여잡고 태연하게 되물어본다.

 

"그는 가까운 시일 내에 퇴학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게 무슨......?

 

"그는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학생입니다. 1학년의 나나세 츠바사 양을 아시죠? 과거, 그녀의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이곳으로 도망쳐왔죠. 이 학교에 있으면 최소 3년은 안전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요."

 

너무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보던 이사장은 빠르고 간결하게 정보를 전달한다.

 

키요타카의 과거.

 

생각해보면 그에게 옛날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중학교나 초등학교,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면 곧바로 주제를 돌리곤 했으니까. 그냥 안 좋은 기억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이유였던 걸까...?

 

"그런 걸 왜 저에게 말해주시는 거죠?"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츠키시로 이사장은 살짝 웃더니 뒤로 물러나고, 옆에 있던 남성이 내 쪽으로 온다.

 

"그건 내가 설명해주지, 카루이자와. 아, 참고로 나는 1학년 D반 담임인 시바 카츠노리다."

 

뭔가 낯이 익었는데, 역시 저번에 한번 본 적이 있었던 선생님이었네.

 

"지금 일부 1학년들에게는 아야노코지를 퇴학시키는 특별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함이 보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네가 도와줬으면 한다, 카루이자와."

 

미친건가?

 

나보고 키요타카를 퇴학시키라니.

 

차라리 나를 자퇴시키는 게 더욱 빠를 것이다.

 

"제가, 친한 친구를 어떻게 퇴학시키겠어요?"

 

살짝 기를 펴고 물어보자, 뒤에서 조용히 웃으며 상황을 지켜보던 이사장 대행이 나선다.

 

"카루이자와 양이 그렇게 느끼실 거라고는 예상했습니다. 당신은 아야노코지 군을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순간 얼굴이 달아오르지만, 겨우 평정을 되찾는다.

 

"하지만, 아야노코지 군은 어떨까요?"

 

키요타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여러번 고민했던 문제이다.

 

"아야노코지 군은 당신은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그의 달콤한 말에 속아 넘어가 있는 상태겠지만, 그는 위기가 오면 망설임 없이 당신을 버릴 것입니다. 아야노코지 키요타카는 그런 사람이에요." 

 

너무 어지럽다.

 

너무 많은 정보가 한번에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저희를 도와 그를 퇴학시키는 것을 성공한다면, 카루이자와 양을 A반으로 진급시키는 것도 검토해보도록 하죠."

 

파격적인 제안.

 

하지만 키요타카를 퇴학 시키는 것 하나 만으로 이런 조건을 걸다니.

 

뭔가 이상해...

 

"그는 이 학교에 있어선 안 되는 인간입니다. 당신을 포함해 주변인들을 모두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인물이죠. 그런 그를 퇴학시킨다면, 학교에 아주 큰 기여를 하는 바. 그 정도의 포상은 충분히 있을 수 있죠."

 

"그......"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아 뒤죽박죽이지만, 일단 말을 걸어본다.

 

이사장 대행은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며 말한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가보겠습니다.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카루이자와 양."

 

그렇게 말한 츠키시로 이사장 대행과 시바 선생님은 뒤를 돌아 걷기 시작한다.

 

안그래도 아마사와 양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그래서 마음을 좀 정리하려고 혼자 나왔더니, 더욱 복잡한 문제와 직면해버렸다.

 

"일단... 키요타카의 방으로 가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