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saki


그 아이, 내가 전해듣기로는 이름은 히나타 마사야.


그 히나타 군은 얼마 전에 그라슈에서 발생한 스파크를 영거리에서 맞고 감전당해 병원으로 실려왔다.


현재, 그는 입원 중이며 닷새 째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합쳐서 전치 3주는 된다고 하는데, 대체 언제 깨어날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내가 자신의 그라슈를 던져 히나타 군의 그라슈와 충돌시켜 그를 구한 사실을 말하자 의사는 나를 극구 칭찬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히나타 군은 죽었을지도 모른다면서, 너는 그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영웅은 무슨.


오히려 그를 그렇게 만든 원인제공자이자 원흉인데 뭘...


"후우..."


나는 아직도 이 섬을 떠나지 않고 있다.


왜냐면 계속 머물러야 할 이유가 생겼기 때문에.


나한텐, 그를 이렇게 만든 책임이 있다. 즉, 앞으로 긴 세월 동안 그걸 청산해야 할 사명이 생긴 거다.


게다가, 나는 이 히나타 군에게 흥미가 있다. 그리고 그가 하고 있는 플라잉 서커스에도 흥미가 생겼다.


그렇기에 여기에 눌러앉을 거다. 몇 년이든간에.


......이 결정은 내 삶에 있어서 크나큰 변수가 되겠지. 본토에 있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부모님과도 떨어져서 살게 되는 거다. 파급력이 무지막지하겠지.


하지만 내 직감이 말하고 있다. 여기를 절대로 벗어나선 안 된다고. 내 눈앞에서 자고 있는 이 여자아이처럼 생긴... 남자애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미 며칠 전에 부모님과의 담판은 결착을 지었다. 내 말을 듣고 양친이 모두 와서 이리저리 상담을 했는데, 결론은 여기 머무르는 걸로 끝났다. 거처는 당연히 할머니 저택으로.


뭐, 이걸로 잘 됐다고 생각한다. 



.

.

.



가끔씩 그의 지인들이 병문안을 왔기에 나도 여러 사람과 안목을 틀 수 있었다.


우선 시라세라고 하는 남자 고교생이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찾아왔다.


"...여, 여기가 마사야 오빠의... 입원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미나모, 마사야하고는 늘 보던 사이잖아? 뭐어, 병원이기에 정숙하긴 해야 하지만..."


각각 시라세 미나모라는 여자애와, 시라세 하야토라고 하는 남자 고교생이다.


둘 다 이 마사야 군과 각별한 사이이며, 듣기로는 FC를 계기로 인연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이야, 벌써 세 번째로 만나는 거네요? 아, 거기의 미나모 쨩은 두 번째구나."


"아, 네..."


그렇게 말하면서 미나모 쨩은 시라세 씨의 뒤에 숨었다. 그녀는 나보다 한 살 아래인데, 어째 히나타 군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역시 넌, 여자였구나."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가끔 그런 복장을 입는 것뿐이라고."


그렇다. 난 그 당시 입던 보이쉬한 느낌의 옷을 걸치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약간 프릴이 가미된 원피스를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저기 미나모 쨩이 걸치고 있는 투피스보다는 덜 귀여울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타입이라. 뭐, 아무래도 좋나.


"그나저나 히나타 군이 걱정되서 온 건가요? 이틀 전에도 왔었죠?"


"그래, 그가 걱정이 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라슈 자체에서 그런 치사량의 전류가 발생해 사용자를 다치게 했다는 게 신경쓰여서 말이지."


"......네, 제가 그렇게 되도록 유도한 꼴이라서 정말로 부끄러워요."


"아니 아니, 딱히 널 책망하는 건 절대 아니야. 실은 마사야 군은 최근 들어 뭔가를 불안해하고 있었어. 당사자가 아닌 난 도대체 그가 무엇을 신경쓰고 있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분명 그게 계기가 되었음이 분명해."


"그런가요...?"


"또한, 그런 심리상태에서 시합에 응한 것도 오로지 그의 선택이야. 넌 별로 잘못이 없어."


"아예 없다고는 안 하시네요."


"뭐, 그 부분은 인과관계상 어쩔 수 없다고 치자고. 그나저나 지금 시점에서 최우선으로 걱정인 건..."


응? 뭐가 있는 걸까? 걱정거리라니?


"오빠, 앞으로... 한 달밖에 안... 남았..."


"아, 그래. 마사야 군은 이미 플라잉 서커스 세계 토너먼트에 접수를 마친 상태거든."


"네!?"


에...? 에...?? 에에에에에에!!!?


여, 여기 있는 히나타 군이... 뭐...? 세계대회에 나갈 예정이라고!?


그런 이야기는 이 미사키쨩, 전혀 금시초문이걸랑!?


아, 그런가? 쌩초보이긴 해도 이 몸을 상대로 30점이나 취득한 그 압도적인 실력! 과연 세계대회에 나갈 정도의 실력이었단 말인가!


"아, 토비사와는 그가 주니어 부문 국가대표라는 이야기를 처음 듣겠구나. ......아, 그 얼굴을 보니 충분히 경악했군."


"너,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 미사키쨩...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달까? 반응을 잊어버릴 정도로 놀랐어요."


"...아, 공감할 만 해... 마사야 오빠는... 굉장하니까..."


그런데, 지금 현재 히나타 군의 상태는 보는 바와 같다.


지금은 옷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전신에 흉터가 졌다. 특히 그라슈를 잡은 손과 팔은 심한 흉터가 생겼다. 뭐, 의사선생님 말에 따르면 딱지가 생긴 후 긁어부스럼만 만들지 않는다면 나중엔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하지만...


허나,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깨어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일주일은 몸을 가누지 못할 텐데 FC는 커녕 하늘을 나는 것조차 무리일 것이다.


이거,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실감이 팍 난다랄까~ 너무 큰 중압감이 엄습해서 머리가 펑크가 날 거 같다.


"혹시 토비사와는 매일 여기에 오는 거야? 아무리 책임감을 느낀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닐까?"


"...눈을 뜨고 맨 먼저 얘기하는 게 바로 저였으면 하거든요. 그리고 딱히 할 일도 없고요."


나는 계속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그와 지내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그에게 빚을 진 거나 다름없다. 아니, 이 표현은 좀 이상하다랄까.


난, 그의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나는 법을 가르침받은 주제에 감히 도리어 상처를 입혀버렸다. 무척이나 괘씸하다.


아무튼 얼른 깨어나 줘. 그래야 무슨 말을 하든지 하지.


.

.

.


시라세 남매가 병실을 나가고, 난 한동안 히나타 군이 누워있는 병실에 있었다.


나는 의자에 앉은 채 두 팔을 침대에 두고 머리를 거기에 얹은 채 그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새액 새액하고 그의 숨소리가 고요히 들린다.


'머리카락이 꽤 기네. 마치 여자애 같아. 지금 나보다 길이가 길어.'


이런 주제에 난 용케도 그가 남자아이라는 것을 눈치챘구나. 미사키쨩, 통찰력 10단이 된 걸까냥?


...아니겠지. 걍 때려맞췄더니 당첨이라는 얘기겠지~


─드르륵!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거의 저녁시간대라 나도 이제 곧 가봐야되는 때인데 병문안이라니.


"아, 있었구나 토비사와."


"카가미 씨."


찾아온 사람은 다름아닌 카가미 아오이 씨. 듣기로는 시라세 씨가 다닌다는 쿠나하마 학원 고등부의 학생이라 한다.


게다가 그녀는 여기 이 히나타 군의 플라잉 서커스 스승님이시다.


'야단났다! 이제 뭐라 하는 거 아닐까!'


그때는 정황이 없어서 이리저리 말을 못 나눴지만, 현재는 한적해서 얼마든지 여유가 있다.


정리해보자.


─그녀는 히나타 군을 정성스레 가르쳐 이렇게 대성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에게 심리적 자극을 주어 사고를 저지르게 유도했고, 그 결과 그의 선수생활에 큰 타격이 됐다.


이거 백퍼 원망을 듣는다! 이제 죽는 걸까냥!?


"......이거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그래, 마사야를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군."


"에...?"


그런데 예상 외의 말을 하는 그녀.


왜? 오히려 책망을 해도 모자를 판에 고맙다니?


"어, 어째서 감사하시는 건가요? 저, 히나타 군이 상처입도록 만들었다고요?"


"아니, 이번이 아니더라도 녀석은 언젠가 한 번 크게 데였을지도 모른다. 세계대회 중에 마음이 꺾여 이번 일 같이 무슨 일을 저지르든, 악랄한 수법만을 골라 쓰는 상대를 만나 지옥이 무색할 정도로 큰 수모를 겪든... 근 시일 내에 녀석은 뭐라도 당해서 무너질 게 뻔했으니까."


"매우 신랄하네요~"


"오히려 지금 겪고, 마음을 추스르는 게 녀석의 인생에게 있어서 더 좋을지도 몰라. 그나저나 그 트리거가 너였을 줄은."


"피장파장이라는 거네요. 하지만 제가 그를 구했다고요? 저는 오히려 그를 곤란하게 만들었는데요?"


"알고 있어. 마사야의 세계대회 출전까지 이제 겨우 한 달밖에 안 남았다는 거."


"그걸 알고 있다면!"


"─완쾌한 후에도 1주일이라는 시간은 남아있어. 그 기간 내에 재기할지, 아니면 좌절한 채 주저앉을지는 그 녀석 하기 나름이다."


"왜,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에요? 카가미 씨는 히나타 군의 스승님이 아니었나요?"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안다. 일이 이렇게 돼버린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알고 있지. 하지만, 그걸 떠나서 전체적으로 바라보길 원한다. 이전부터 그 애가 안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은 그의 장래에 크나큰 걸림돌이었어. 나는 그게 매우 걱정됐지. 하지만, 네 덕분에 그는 구원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네게 감사를 표한 거야. 그런데, 그 댓가로 녀석은 큰 부상을 당했어. 때문에 잘못하면 세계대회에 출전할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빠져 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토비사와, 지금의 네가 뭘 할 수 있는 거지? 지금 당장 그 녀석을 일어나게 할 수 있나?"


"......그건!"


"그렇기에 여기서부터는 그 녀석의 몫이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 아이 스스로가 넘어서야 할 시련을, 우리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것처럼..."


"그럴...수가..."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주먹을 꽉 쥐었다. 정말 나는 이런 시국에 아무런 쓸모가 없구나. 벌써 초등학교 졸업반씩이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한심하다, 나라는 존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