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장갑악귀 무라마사(装甲悪鬼村正, そうこうあっきむらまさ)본편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아야네 이치죠


알고 있다.

이미 알고 있다.

무라마사가 세상에 내린 계율.

그 사람이 짊어진 저주.

선악상살.

그 정체를 나는 알고 있었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죄악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이치다. 결백으로 정의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사악의 토멸은, 정의가 그 정의를 버림으로써만 이루어진다」


「선악상살」 「선과 악은 서로 찔려 죽어 함께 멸망하는 것」


그날,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처음부터 답은 있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선악 상쇄. 

그것이 투쟁의 진리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 사람의, 그 모습은.

.

.

.


――거울, 인것이다.

그 모습이야말로, 나의 정체인 것이다.

정의를 내세우는 자, 즉 영웅이 되려는 자는 살육자다.

정의의 깃발 아래, 사람들을 전투로 몰아넣고, 죽음을 뿌려...... 

결국 영웅은 마왕이 된다.

이해하고 있다.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

.

.


《미도우、어떻게 할텐가?》



「……정해져 있잖아.」

.

.

.


「내 인생에 흔들림은 없다. 내 정의에 흐림은 없다」

「비록 나 자신이 사악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내가 용서하지 않는다면 정의는 충만하다」

.

.

.


저것이, 나의 거울이라면. 내가, 내 자신의 손으로 물리쳐야 한다.

저 사람을...... 

나의 사악을.

 


「세상에 귀신이 있으면 귀신을 물리친다. 세상에 악이 있으면 악을 끊는다.」


그 외에는 그 사람에게 보답할 방법을 모르니까.

나는 이 맹세를 말한다.


「검의 이치는―― 여기 있으니!」



「――――」



「…………」



저게 포즈를 취한다. 

내가 자세를 취한다.

거울을 맞추는 것처럼.

같은 모습이지만, 정반대.

거꾸로이면서 동질.



적과 청.

진홍과 농람.







오오토리 카나에



오오토리 카나에는 기다린다. 

그 때가 오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알고있다.

그 때가 곧 온다는 것을.

그것은 약속되어 있다.

그저 기다리면 좋다.

편안한 마음으로.

지나간 날들의 기억과 다가올 미래를 떠올리며.

그리고 때가 되면......

해야 할 일을 하자.

자신의 사명을 완수한다.

피의 책임을 다한다.

그리고 드디어 때가 온다. 

무엇을 본 것이 아니라. 

무엇을 느낀 것이 아니라. 

다만, 짐작한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조금,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을까요?」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 말을 건넨다. 

그에게 전해야 할 말을. 

마음을, 전하자.

.

.

.


「믿어. 이 세상에는 무라마사라고 하는 이름의, 정의의 아군이 있다는 것을」

.

.

.

「카게아키님. 잘 부탁드려요……」

「그 남자 아이의」

「이름은」


「유우히、라고 한답니다.」



「…………」


「정말 카게아키님도 참, 심술꾸러기인 분. 조금 정도는 놀라주셔도 좋을텐데」


「――――」


「…...그래. 그렇군요. 카게아키님」


「당신은 더이상, 헤메지 않는군요」


그렇다면 저도........



망설임은 원래 없다. 

귀족으로서의 자부심. 

정의를 향한 지향. 

법과 정의.  

인류 보편의 일대율법.

빼앗지 마라.

빼앗는 자는 빼앗겨야 한다.

즉, 복수.

이 세상의 정의를 짊어지고. 

세상의 정의를 어지럽힌 악에 복수한다.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그녀는 있다. 

그 이외의 존재방식은 모른다.


「……후후」


복수.



「쿠흐」


복수.



「쿠후후흐……쿠후후흐흐으학……!」


복수!!


「쿠하! 아하하핳하! 아하하하핳핳하ㅏ하하핳하!」



그것이 오오토리 카나에의 존재방식. 

복수를 쾌락으로 삼는 살육자의 존재방식이다.

구원할 수 없는 살인자들끼리 희롱하며, 서로 죽고, 죽이는 것, 그것 뿐인 이야기다. 

그 외의 의미 따위 아무것도 없다.

그저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익살극일 뿐이다.



그러니깐, 네.

이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

빨리 막을 내립시다.

무라마사를.

미나토 카게아키를.

죽인다.


「그아아하하――――아하하하하핳하하ㅏ하!」




소리마치 이치조





「미나토 카게아키……입니까. 알고있다면 알고있지만요……」


「쓸모없는 반편이였어요…… 이런 시대에 허송세월하며 사는, 웃기는 녀석이었습니다……」

「이쪽은 성실하게 살고 있는데.」

「멍청한 얼굴로 눈앞에서 성큼 성큼 다니면,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뭐. 아무래도 시원해진 것 같습니다만.」

「구하기 위해서 죽인다면 그녀석은 영웅이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죽이면 되는거야.」


「즐겁기 때문에 죽인다면 그놈은 악귀다. 기쁘게 히죽거리며 죽이면 되는거야.」


「흐、흫、헤헿……! 괜찮지 않습니까?」


「적어도 지금의 그녀석은 똑바로다. 겨우 성실하게 살 생각이 든 것 같고」

「저 말이요? 저는 도망친다고요. 그런 무서운 일에 연관되면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부족하지 않는다고요」


「헤、헤、헤헿……! 그야 뭐、도망갈 수 있는데 까지는요. 그럼, 작별 인사 드리겠습니다……」





소리마치 이치조는 사라지고


오오토리 카나에는 기다리고


아야네 이치죠는 간다


저마다 마주보고 있다.


각자의 생각으로.


미나토 카게아키――진홍의 무자 무라마사와 함께.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인지――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 중심에 무라마사는 있었다.

그리고 이제 야마토 전체에 있어서......

아니, 전 세계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세계를 삼키는 폭풍의 중심.

부동의 한 점.

모든 것의 시작.

그 무라마사는......미나토 카게아키는 어떤 인물이였는가.



유능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지만 초인적이라고 부를 만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악마적이라고 부를 만한 성질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

.

.


《네녀석은 제대로 된 인간이야.》

《부모로부터 제대로된 교육을 받아, 제대로된 도덕같은걸 몸에 익혔겠지》

《영웅도 악귀도 아니고, 그런 것에 관련되어 살아가는 인간도 아니야.》

《평범한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그릇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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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반 시민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남들보다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를 생각하면 그마저도 특별한 불행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평온한 일상이 있었다.

따뜻한 집이 있었다.

무엇보다 사랑이 있었다.


사랑이, 있었다.